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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돌 열풍을 알기 위해선, 먼저 H.O.T.를 파헤쳐야 한다.

J_Hyun_World 2011. 5. 11. 10:29

 

 

  2011년 한국 가요계에는 아이돌 그룹이 대거로 쏟아져나오고, 대중가요쪽에 발이 넓다고 자부했던 나조차도 언제부터인가 아이돌 그룹의 이름조차도 생소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아이돌 그룹들 중 8,90%는 노래가 중심이 아니라 거의 예능이나 연기를 통해서 그저 자신의 인지도를 높힘으로써 단순히 아이돌 그룹을 홍보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전락시켜버리게 되었다(가수로 데뷔한 사람들이 오히려 노래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자신들을 알리고 있다는 게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아이들그룹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 어찌보면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며, 이미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결과라고 할까?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미 이 아이돌그룹에 대한 판타지는 10여년전에 틀이 만들어지고, 살이 붙어나갔다고 해야 하니깐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돌열풍의 근원지라고 여겨지는 H.O.T.를 통해서 한 번 재조명을 해보려고 한다.

 

 

 

1. 왜 평론가들은 H.O.T.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가?

 

(90년대 가요계는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H.O.T. 두 팀으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두 팀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1996년 2월, 한국 가요계에 엄청난 문화적 쇼크를 선사했던 문화의 아이콘인 서태지와 아이들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것은 한국가요계에 엄청난 핵폭탄으로 떨어지면서 많은 이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풍이 어느정도였냐면 은퇴한 뒤에 발표되었던 싱글앨범인 <시대유감>이 챠트 1위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그들에 대한 그리움은 실로 대단했다.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수록곡인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1996년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조소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치 예언이나 한듯이 그들이 은퇴하고 난 7개월 뒤에 5명의 10대가 가요계에 등장하면서 훗날 서태지와 아이들 못지 않는 영향력을 보여줬는데, 그들이 바로 H.O.T.였다.

 

  90년대 가요계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간단하게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1992~1996), 그리고 H.O.T. 시대(1996~2000)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이 두 팀 중 누가 더 인기가 있었고, 적어도 두 팀의 인기면에 있어서는 동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H.O.T. 둘 다 열광했던 내가 봤을 때에는 두 팀의 인기면에서도 비교한다는 자체가 힘들다(비교대상이 잘못되었다랄까). H.O.T.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단순히 가수라는 개념을 넘어서 그냥 '서태지'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성립하는 존재였다(지금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이러한 파급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하나 의문점이 든다. 비록 서태지급은 아니었지만, H.O.T.가 한국 가요계에 미친 영향력도 단순히 그냥 넘길 수준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아이돌 태풍의 근원지가 바로 H.O.T.에서 시작되었고, 그들을 발판으로 아이돌 쓰나미가 일어난 것인데, 그냥 무시하거나 재미로 언급하거나 아니면 비판만 할뿐 왜 그들이 대중들의 마음을 빼앗았는지, 그들이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 그런 분석은 아예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요즘 대중들이 한탄하는 가요계 암흑기를 벗어나려면 가장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지금의 아이돌 열풍의 시초라는 점에서 H.O.T.야 말로 평론가들이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H.O.T.를 다룬 평론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평론가들은 인디와 락,엘렉트로니카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아이돌에 대한 증오도 지나치게 큰 것같다. 하지만 대중적인 성공면에서만큼은 H.O.T.는 분명 서태지를 잇는 지배자였다.



2. H.O.T.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의

 

 

(1) H.O.T.의 음악성 : 아마추어의 한계, 처음부터 상품성으로 기획된 음악

 

(H.O.T. 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총 정규앨범 5장을 발표하면서 평균 100만장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H.O.T.가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단순히 "10대 청소년만을 겨냥해서 만든 아이돌 그룹"이라는 편견을 깨뜨린 것에서 출발한다. H.O.T.의 수록곡들을 보면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서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 등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현재 아이돌 그룹들 중 H.O.T.처럼 그랬던 팀이 유일하게 빅뱅정도? 빅뱅도 따지고보면 GD 혼자 대부분 참여하지). 그러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은 3집 <Resurrection> 부터였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H.O.T.는 "아이돌 그룹=기획사의 꼭두각시"라는 대중들의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H.O.T. 고유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성은 처음부터 기획사의 의해 상품을 노리고 만들어진 음악이기에 그 틀까지 깨기엔 역부족이었고, 그들이 데뷔 전부터 직접 노래를 만들어낸 경험이 없었기에 아마추어로써의 한계도 느껴지긴 한다.

 

 1) H.O.T.의 곡에 주로 문희준의 색깔이 많이 녹아있다.

 

  H.O.T.의 리더였던 문희준은 분명 감각있는 작곡가의 소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아마추어에서 멈췄다. 특히 2집 <Wolf & Sheep> 부터 점점 더 그런 느낌을 받았다. H.O.T.시절 문희준이 각종 인터뷰에도 밝혔지만 안무는 비롯해 작곡이라던가 편곡 아이디어 등에도 가장 많이 참여했고, 그랬기에 문희준의 색깔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다. 이 점은 역설적으로 문희준의 솔로음반을 들어보면 느껴진다.

  다소 어설픈 락적인 접근법과 삽입부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멜로디, 그리고 서태지나 기타 천재적 아티스트들이 이미 사용한 상당히 충격적인 편곡법을 거의 아마추어가 사용하듯 소화도 안된 상태에서 흉내내는 것들... 그만큼 고민이나 노력보다는 그냥 "와, 이거 죽이는데? 내음악에도 써봐야지." 이정도랄까? 특히 미디로 작곡을 입문하고 작곡을 시작하는 초보들이 많이 겪는 일이다. 작곡을 자신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정신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아이돌들의 고질적인 병폐인지 몰라도 현재 빅뱅의 GD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듯 하다(빅뱅의 음악을 들으면 분명 GD의 색깔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표현했다기엔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이와 같다, 그가 아무리 작곡이나 프로듀싱 능력이 좋다한들 아이돌의 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처럼). 

 

 2) H.O.T.의 곡들은 명백히 서태지가 성공한 공식들을 따라했으나 상대적으로 수준낮은 곡들이었다.

  1집의 타이틀곡인 <전사의 후예>를 들으면 웬지모르게 자꾸 <Come Back Home>의 컨셉을 그대로 가져다가 썼다는걸 느낄 수 있다. 당연히 표절은 아니지만, 누가 들어도 <Come Back Home>과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서 성공하겠다는 의도가 적나라하다는걸 느낀다. 물론 대중들은 그런것엔 관심이 없었고 서태지가 은퇴한 엄청난 충격 속에서 당시 청소년들은 마치 코카콜라에 중독된 사람이 코카콜라를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되자 코카콜라 대신 비슷하게 종류인 펩시를 미치도록 찾게 되는 것이랄까? 그 외에 <We Are The Future>, <열맞춰>, <아이야>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참여적인 가사라던가 분노의 표출도 진정성 보다는 단지 서태지가 그렇게 해서 빅히트를 쳤기 때문에, 즉, 당시 청소년들이 그런 사회비판적인걸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걸 선택한 것 뿐이다.

  또한 그들 앨범의 믹싱 수준을 언급해본다면(2011년 요즘 나오는 앨범들과 그들의 앨범을 비교하는게 아니라 90년대 그 당시 다른 가요앨범들, 소위 평론가들이 손꼽아서 명반이라고 칭하는 앨범들의 믹싱과 비교해본다면), 믹싱수준도 결국 돈이나 음악적 지식보다는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자신이 내고 싶은 소리를 고민하느냐가 결정한다. 국내에서 저예산으로 녹음한 앨범들도 세월이 지나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게 믹싱이 잘된 앨범들이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H.O.T.의 앨범들은(모든 앨범들이 마찬가지인데) "이 정도 수준으로 믹싱을 해도 대중들이 무리없이 이들의 음악을 즐겨 들은거라면 믹싱을 고민할 가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충 한 게 느껴진다. 컴퓨터 스피커나 1~2만원짜리 이어폰 + 음악을 들을때 단지 가수 목소리 이외에는 신경이 가지 않는 레벨의 리스너(일반 대중 리스너의 평균수준)는 그들의 앨범의 믹싱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모르고 들은 것이다(나 또한 그당시에 H.O.T. 앨범을 즐겨 들을 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일거다. 하지만, 음악성에 대한 고민은 좀 더 분명히 고심했어야 했다.
  H.O.T.와 SM엔터테인먼트의 이런 점은 그들의 가요계의 위상을 생각할때 그런 음악적인 취약점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H.O.T.가 한국의 대표적인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일단 H.O.T. 멤버들의 외모수준은 지금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그들이 데뷔했을 당시엔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순정만화에서나 볼법한 이미지였다랄까? 물론, 그 이전에도 잘생긴 가수가 없던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신성우나 김원준이 90년대를 대표했던 솔로 꽃미남 가수였다. 지금도 그 두 사람의 외모는 여전히 빛난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바로!

 

 

 

H.O.T.는 "10대"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소녀들이 꿈꾸는 외모를 완벽하게 현실에서 만들어낸, ① 터프하고 잘생긴 ② 귀공자풍으로 잘생긴 ③ 춤잘추고 잘생긴 ④ 모범생이고 잘생긴 ⑤ 귀엽지만 잘생긴 10대!! 그 전까지는 90년대에 '오빠'라는 단어는 지금으로 치면 약간 '삼촌(?)뻘'의 느낌이었다랄까? 10대 여중고생이 바라보는 "20대 중반의 총각", 그건 그야말로 '오빠'일 뿐이지 나와 사귈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총각 선생님이 우리 언니랑 결혼하는 그런 대상'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H.O.T.는 달랐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내가 사귈 수 있는 그런 남자아이 또래였던 것이다. 이게 바로 한국형 아이돌(일본의 아이돌과 유사한) 컨셉의 시초가 된 것이다.

  또 하나는 시각적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주는 안무. 당시 H.O.T.의 댄스 동영상을 보면 댄스 전문가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같이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음악수준에 비해 댄스의 난이도 상당히 높아보였다(옛날 초딩시절에 H.O.T.의 We Are The Future를 비디오 녹화해서 실제로 따라했었는데, 장난아니게 어렵더만...). 즉, 한국형 아이돌에 있어서 음악은 단순히 그 아이돌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장치요소 중 하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연극에서 거대한 궁전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배경 세트같은 장치다. 거대한 궁전 세트 앞에서 연기하는 아이돌들이 그냥 왕자님이라는 느낌을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그게 실제 궁전이고 아이돌들이 정말 왕자라면 이상적이겠지만...).

  대중들이 그 아이돌들에 미치게 만드는데는 왕자 또는 공주인척 하는 연기와 궁전처럼 보이는 세트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었다. 이런 아이돌 때문에 정말로 작은 성이라도 만들어가고, 진짜 왕자는 못되더라도 노력으로 진짜 귀족이라도 되려고 노력하는 잘생기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힘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가요계를 한 번 살펴보아라. 가요 음악프로그램만 보더라도 그 날 출연진 중에 7,80%는 아이돌 그룹이 먹고 들어간다. 요즘 나오는 아이돌의 음악성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오십보백보, 거기서 거기 수준이며, 가창력이나 음악성보다는 남들과 조금 차별화된 안무로 더 인기를 끌려고 하고(원더걸스나 소녀시대가 히트친 댄스들도 이러한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을 빌미로 각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들은 자신들을 내세울 만한 특이한 안무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는 항상 아이돌 그룹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요즘 아이돌 멤버들은 이러한 장치를 바탕으로 하여 메인분야인 가요계가 아닌 서브분야로 연기나 예능으로 진출하는 발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에 괜히 오디션+서바이벌류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아이돌 흐름에 질린 나머지 대중들이 이 아이돌 쓰나미 밖으로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욕구(?)가 작용한 셈이다.

  결국 그들의 가짜 왕궁은 오래 지나지 않아 무너졌고, 가짜 왕자들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2대3으로 갈라져 2001년에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잘생기고 분명 좋은 사람들, 성실한 사람들이었지만 가요계를 지배할 정도의 왕자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음악면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서태지의 것이었듯이,  H.O.T.는 음악적인 면에서, 그리고 댄스도 문희준이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리드보컬인 강타가 영향을 미친건 H.O.T.의 인기.즉, 비주얼이었지 가창력이나 음색은 H.O.T.음악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단순히 H.O.T.를 홍보하는 간판이었고, 오히려 강타는 솔로로 데뷔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세트로 된 가짜 궁전이 사라지자, 왕자님인 줄 알았던 잘생긴 오빠는 그저 그런 흔한 음악인 중 하나로 전락한다. 문희준, 그리고 나머지 H.O.T. 멤버들은 각각 그들이 맡은 분야에서 프로가 되기에 부족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이 점은 요즘 아이돌 수준과 비교해서 현저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각의 솔로활동, 특히 문희준의 솔로활동에서 보듯이 그들이 가요계를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아티스트는 아니었다(H.O.T.를 포함하여 한국 1세대 아이돌 그룹 중에서 솔로활동을 통해 오로지 음악만으로 대중들에게 나름대로 입지를 쌓아올린 아티스트 중에서는 그나마 강타, 은지원, 김태우 정도?).

  결국 가요계를 지배한건 H.O.T.가 아니라 당시 10대들이 뭘 원하는지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가장 싼 값으로 경제적인 상품을 만들어낸 현 SM 엔터테인먼트 회장인 이수만이었던 것이다.

(결국 현재 아이돌 그룹의 트렌드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H.O.T.가 아니라 이수만 SM 회장이었던 것이다!!!)

 

참조 : 디씨 가요갤러리, 90대 명반시리즈 번외편 H.O.T. 1996년 그들이 가요계를 지배했을 때 by 타임∮머신

         H.O.T.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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