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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미워할 수 없는 그들의 음악적 허세(?)에 대하여

J_Hyun_World 2011. 6. 3. 13:40




Track 01 : Kingstar
Track 02 :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Track 03 : 그게 아니고
Track 04 : Talk
Track 05 :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Track 06 : Beautiful
Track 07 : 죽겠네 (Album Ver.)
Track 08 : 살
Track 09 : 곱슬머리
Track 10 : Rebirth
Track 11 : Hey Billy
Track 12 : Beautiful Moon

 

 

 

 

 

  멤버 권정열과 윤철종의 키 차이가 10cm라는 이유로 급 만들어진 팀 이름 10cm. 이 두 명의 구미 청년들은 서울로 상경하면서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2009년에 홍대 클럽들을 전전하면서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고, 작년 4월경에 그들의 첫번째 앨범인 EP판 [Life]와 컴필레이션 음반에 수록된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내놓으면서 일약 인디계 혜성으로 등장한다. 그렇게 깜짝 등장했던 10cm는 싱글앨범인 <아메리카노>를 발표하면서 하반기에 대히트를 쳤다. 마치 스타벅스나 커피빈에 가서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허세 뉴요커를 연상케 만드는 <아메리카노>는 까페 문화의 주류인 2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이 노래를 부르면서 10cm는 정말 자신들이 뉴요커 스타일이라고 주장한다 으잌ㅋㅋㅋ), 생계유지를 위해 공연을 하던 그들은 어느덧 1만명 넘는 팬을 보유하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러한 시점에서 10cm는 자신들의 색깔을 좀 더 살리기 위해 10cm 특유의 귀차니즘을 벗어던지고, 올해 2월 정규 1집 앨범인 [1.0]을 발표했으나!! 1집 앨범의 주 내용이 거의 야설에 가까울 정도로 음란(?)하고 직설적인 노래들이 주류이다 보니 얼마 전(1달 전인가?) 여성가족부에 의해서 19금 판정을 받는 훈장(?)까지 얻었다. 그만큼 이 10cm의 가사가 야설에 가까울 정도로 대놓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 문제의(?) 앨범 [1.0]의 첫트랙부터 하필이면 "부모님들께 차마 들려드리기 힘들 것"이라는 문제의 노래 <Kingstar>가 포진하고 있다. <Kingstar>는 마치 페티쉬를 연상하게끔 만드는 스타킹 신은 섹시한 여자에 대한 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이 압권이다. 섹시한 여자를 처음 본 순간, 어디에 눈을 둘 지 몰라 망설이다 하필이면 스타킹에 시선을 두다가 오히려 이상한 놈 취급(?) 당할 뻔한 가사내용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재밌지만 그만큼 씁쓸한 가사의 두번재 트랙인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마치 실제 경험담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면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상상하면서, 결론은 내 돈 빨리 갚어 이 친구야!"로 끝나는 일관된 메시지가 담긴 이 노래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ㅎㅎㅎ). 정말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의 단편 아닌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밴드 사운드의 발라드 넘버이자 주변 지인들의 눈물을 쏙뺐다는 타이틀곡 <그게 아니고>. 전형적인 "니가 떠나고 난 후, 내 방에 남아있는 너의 자취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컥" 쏟아지는 시나리오다. 그러면서 주변탓 떄문에 슬픈 것이라고 포장하는 전형적인 이별노래가 되겠다.

  그리고 기존의 사운드로 표현해낸(그렇지만 차원이 다른 질을 자랑하는)<Talk>와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까지 들었다면 이 앨범을 위해 두 멤버가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다. <Talk>는 남녀가 다투고 나서, "우리 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이지만,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는 반대로 "너 없으면 그놈의 홍대, 신촌, 성수동이 다 뭔 소용이냐"는 대조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보컬 권정열이 노래를 어디까지 야하게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또 윤철종의 기타는 어디까지 섬세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시험하는 듯한 노래 <Beautiful>이 10cm의 19금 야설 시리즈의 맥을 이어가고, EP앨범의 수록곡 중에서도 가장 저질의 사운드로 녹음되었던 <죽겠네>가 앨범버전으로 완전히 재녹음되어 기존 음원의 곡을 하나도 수록하지 않겠다고 큰 소리 땅땅치던 두 멤버의 찌질한(?) 면이 드러난다(뭐, 이 곡이 정규앨범에 실린 것에 대해 나는 두 팔 벌려 반겼다, 요즘 나의 18번이거든).

  목소리를 키보드의 패드 사운드처럼 사용하여 더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살>(이 트랙은 '살'이라는 라임을 이용한 가사가 압권이다), 날 차버리고 간 여자의 머리가 곱슬머리라서 곱슬거리는 게 보일 때마다 신경쓰여서 싹다싹다 불질러버리겠다는 <곱슬머리>, EP앨범에 실렸을 법한 단촐한 구성의 곡 <Rebirth>.

  그리고 절대 녹음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앨범의 소소한 재미를 주기 위해 가볍게 원테이크로 녹음된 <Hey Billy>. 이 곡도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어젯밤에 빌리가 제인이 동생을 만드는 장면(!)을 본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눈으로 그대로 표현한 이 노래는 야하면서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가사내용을 담고 있어서 개인적인 애착이 강하다(ㅋㅋㅋ). 그리고 마지막곡 답게 굉장히 따뜻한 사운드로 녹음된 <Beautiful Moon>을 끝으로 야한 노래로 시작한 이 앨범의 감상은 훈훈하게 막을 내린다.

  10cm의 매력은 어쿠스틱 기타를 베이스로 깔고, 퍼커션, 하모니카, 드럼, 베이스 기타 등 다양한 세션을 이용하여 곡 자체를 분위기를 살리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익살스러우면서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섹시한 여자를 보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나, 돈 안갚는 친구보고 돈 갚으라는 거나, 헤어진 여자친구 떄문에 곱슬머리 히스테리에 걸린 거나 아메리카노에 빠져 있는 뉴요커 허세남이나 요즘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기에 그만큼 공감대가 크게 형성된 20대들 사이에서 슈퍼스타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10cm에 더 애착이 생긴건 바로 그들의 당돌하고 허세끼 가득한(?) 아레나 옴므 인터뷰였다.

 

 <2011년 4월 아레나 옴므 인터뷰 中 발췌>

 

질문 : 팬클럽 회원이 벌써 1만명이 넘었던데, 그 정도면 많은 거 맞나?

정열 : 너무 많다. 조만간 강제탈퇴시키고 싶다. 소수 정예였으면 좋겠다.

 

질문 : 남자보다 여자 팬이 더 많은 것 같다.

10cm : 우리는 처음부터 2,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곡을 만들었다...(중략)...적극적인 남자팬들은 굉장히 신경 쓰인다. 걸걸한 목소리로 '아메리카노 불러주세요' 이러면 절대 안 불러준다. 우리에게는 나름 심각한 문제다.

 

질문 : 남자 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면, 이유는 뭘까?

정열 : 우리  표현으로 말하자면 허세음악이라는 게 있다. '난 이런 음악도 들어. 내 아이팟의 목록을 좀 보렴'하는 느낌?

철종 : 사실 남자 가수들의 노래가 다 비슷하다. 여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강박이나, 쿨하게 너를 보내준다 이런 느낌. 마초적이지. 우리는 안 그러거든. 화자가 굉장히 나약하잖아. 그래서 남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것 같다. 모두가 실제로 나약하니까.

정열 : 우리의 초기 노래도 들어보면 은근히 무게감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포장하고 멋있는 척하는 게 유치하게 느껴지더라고.

 

질문 : 10cm의 1집 앨범 발매 당시, 심지어 경쟁자는 빅뱅이나 아이유 같은 아이돌들이었다.

10cm : 우리가 차트에서 아이유를 이겼잖아. 하하, 잠깐 이겼다. 그런데 우린 신경도 안 썼다. 예전에 <라라라>에서 아이유와 10cm가 한 무대에 서면 어떻겠냐고 제의가 들어왔는데 우리가 거절했다. 사정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아이유를 거절한 팀이다.

 

질문 :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음악만 좋으면 된다는 확신.

철종 : 사실 똥고집일 수도 있다.

정열 : 우리만큼 안티가 많은 팀도 없다.

 

질문 : 하긴 대중의 호평과 다르게 비평 쪽 반응은 '도대체 10cm가 왜 화제지?' 정도다.

10cm : (중략)..비평가들이 왜 10cm가 이런 음악을 하고, 왜 유명한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거지 뭐.

 

질문 : 한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건 어떤가.

정열 : 난 언젠가부터 마초 강박관념을 놨다. 그거 없으면 진짜 편하다.

 

질문 : 인디밴드치고는 선배 뮤지션들과 관계가 좋아 보인다. 유희열이나 윤종신이 당신들을 아끼는 게 느껴지더라. 그들과 접점이 있었나?

정열 : 아니, 그건 그쪽의 일방적인 애정이다. 우린 별로 관심 없다. 이렇게 꼭 써달라.

 철종 : 아니 아니. 물론 너무 존경하는 뮤지션들이고...

 

질문 : 뭐지? 수습하는건가?

정열 : 왜 그래, 정말 관심 없잖아.

철종 : 아니 일단 존경한다는 말 먼저 써주시고 뒤에 별로 관심 없다고 써주면 좋겠는데. 하하.

 

질문 : 왜 그들이 당신들에게 관심이 많을까?

10cm : 싸가지가 없어서? 사실 방송에 나가면 선배들 대기실 찾아가서 90도 인사하고 그러잖아.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도 몰랐고 친하지도 않은데 언제 봤다고 인사를 하나 싶었다. 멀뚱히 앉아 있었지. 그랬더니 이승환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 얘네는 싸가지가 없어서 맘에 든다고.

 

질문 : 1집은 성공했다. 2집에 대한 고민은?

10cm : 엇나가고 싶다. 엇나갔는데 엄청 좋아야 한다. 엇나갔는데 별로면 소포모어 징크스. 엇나갔는데 좋으면 변신한 거고, 좋은데 엇나가지 않으면 정체다. 정체보다는 변신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인터뷰가 심히 건방지고, 거슬린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인터뷰가 마음에 드는 게 앨범에서 나타낸 그들의 가식없는 모습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강한 신념이 일관되게 인터뷰에서도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비슷한 예로 국카스텐도 10cm처럼 몇몇 인터뷰가 다소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들의 음악에 대해 매우 올곧은 방향을 걷고 있으면서,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그것이 그대로 음악에 나타나 그들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듯이).

 

  우리나라 정서로는 이들의 태도를 100% 전부 받아들이기는 다소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인 음악을 추구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직설적, 현실적 음악을 그대로 표현해낼 줄 아는 팀이다. 그렇기에 나는 10cm의 음악적 허세(?)를 매우 좋아하고,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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