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어가는 예측불허 경쟁 구도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K리그 클래식의 순위경쟁)
이제 K리그 클래식도 끝나기 2주도 채 남지 않았고, 팀당 각각 2~3경기씩 남겨둔 상황이다. 일찌감치 상위스플릿과 하위스플릿으로 갈려졌으며, 몇몇 팀들은 다음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에서 뛰게 되었고, 몇몇 팀들은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놓은 상태다. 그 와중에도 아직까지 리그 우승팀과 다음시즌 2부리그격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할 팀들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경쟁중이라는 것이다. 한 쪽은 우승을 다투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다른 한 쪽은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전자는 울산과 포항의 경우이며, 후자는 경남과 강원, 대구, 그리고 대전의 경우다.
챔피언을 향한 용쟁호투 - 울산 vs 포항
(K리그 득점왕 김신욱을 앞세운 선두 울산은 매직 넘버 '5'를 남겨두고 있다. 사진출처 울산구단 홈페이지)
스플릿 라운드로 돌입한 이후, 울산만큼 가장 위력적인 기세를 내뿜는 팀은 없었다. 지난시즌만 하더라도 아챔과 리그 일정을 병행하는 바람에, 아챔 우승을 택하는 대신에 리그를 눈물을 닦으면서 포기해야만 했던 울산이었다. 그 여파로 울산은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음에도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던 첼시가 우승팀 자격으로 이례적인 챔스 본선 진출한 것과 같은 기적이 울산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울산의 아시아 챔피언 방어 기회는 없었다. 그 대신 울산은 이번 시즌 리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아챔 우승과 함께 기존 핵심선수들이 군입대(이근호-이호-이재성)와 해외 진출(곽태휘-고슬기-에스티벤) 등으로 이탈해서 위태로운 거 아닌가 싶었으나, 빠진만큼 겨울이적시장에 알짜배기 영입(까이끼-한상운-김성환-박동혁-박용지-마스다)을 거두면서 공백을 빠르게 최소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울산은 올시즌 다양한 전술을 선보이면서 리그에서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었다. 정규리그 시즌에도 포항과 1위를 놓고 끊임없이 다툴 정도였고, 특히나 김신욱이 물오른 기량으로 머리와 발 가리지 않고 득점을 뽑아내면서 팀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물론 김신욱의 득점왕 행진만 빛났던 것은 아니다. 이번시즌 김영광을 밀어내고 주전골키퍼로 도약하고 평균실점율 1골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김승규를 비롯하여, 철벽의 수비진, 그리고 활동량 넘치는 김성환-마스다(최보경) 중원과 다양한 공격옵션(한상운, 까이끼, 하피냐, 김용태 등), 마지막으로 그것을 적재적소로 활용하는 김호곤 감독의 역량까지 모두 다 갖추고 있다. 울산은 스플릿 라운드 돌입 후, 단 2번의 패배와 1번의 무승부를 기록했고, 상위스플릿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쌓고 있다. 지난 난적 전북과의 홈경기에서도 2대0 완승으로 전북징크스까지 깨뜨렸으니 우승을 향한 7부능선을 넘은 셈이다.
(최대 라이벌 울산이 리그 우승하는 꼴을 못보겠다고 그들을 끝까지 추격하는 포항. 사진출처 포항구단 홈페이지)
이미 2년 연속 FA컵 우승을 거뒀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진출권을 따냈기에 사실상 포항의 최소목표달성은 이뤄진 셈이다. 이전 칼럼 "포항이 FA컵 우승하는 과정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들" 에서 다뤘듯이 포항은 그들이 갖추고 있는 전력 이상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들은 2013년 시즌은 FA컵 우승으로 끝내도 상관없을텐데, 포항은 지난시즌과 달리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리그 우승까지 무려 더블을 노리고 있다. 트로피 욕심도 없지 않겠지만, 그들의 자존심도 걸려있다. 다름아닌 포항의 최대 라이벌이자 시끄러운 이웃인 울산이 리그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항은 멈추지 않고, 시즌 끝날 때까지 완주하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스플릿에 접어들면서 한동안 승점을 축적하지 못하여 침체되는 듯 했으나, 라이벌 울산이라는 커다란 자극제 덕에 그들은 FA컵 우승 뒤에 인천-부산-수원-전북을 내리잡아내면서 4연승을 달리면서 울산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고군분투다. 물론 그들이 울산보다 한 경기를 더 치뤘다는 점에서 약점이 되긴 하지만, 울산의 남은 일정과 마지막 경기에서 울산과 맞붙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항의 극적인 리그 우승 시나리오가 결코 한낱 상상이 되진 않을 것이다. 만약 포항이 리그 2위로 끝나게 된다면, 2년 연속으로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다음해 리그 챔피언을 향한 도열박수를 해야한다. 더군다나 울산을 향한 도열박수라... 포항 입장에선 상상도 하기 싫은, 아니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포항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최근 부상으로 이탈한 황진성 대체자로 등장해 떠오른 신인인 김승대와 젊은 세력 고무열과 이명주, 그리고 군복무를 마치고 포항으로 복귀한 김재성과 김형일까지 있으니 황선홍 감독은 역전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남은 경기 일정>
울산 : 수원(A)-부산(A)-포항(H)
포항 : 서울(H)-울산(A)
울산은 한 경기를 덜 치룬 상태에서 포항보다 유리하지만, 포항과의 홈경기를 남겨두고, 두 경기 연속 원정이라는 부담을 앉고 있다. 최근에 4연패에 빠진 수원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울산의 발목을 잡을 만한 저력을 지닌 팀이다. 게다가 부산도 윤성효 체제로 자리잡은 이후, 강팀과의 대결에선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포항의 경우, 서울과의 홈경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서울은 이번시즌 리그, FA컵, 아챔 중 어느 하나라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실패했으나, 남은 아챔 티켓 한 장을 놓고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기에 혈전이 예상된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팀은 누구인가? 울산? 아니면 포항? 우승팀은 마지막 빅매치인 동해안 더비에서 갈릴 수도 있다.
생존왕을 위한 전력투구 - 경남 vs 강원 vs 대구 vs 대전
우승팀 경쟁만 재밌는 것은 아니다. 우승팀 경쟁 못지 않게 강등당하지 않으려고 잔류싸움을 벌이고 있는 서바이벌도 꽤나 흥미롭다. 특히나 이번 강등권 싸움은 막판으로 다다를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물러난 이후 무너질 것만 같았던 강원의 생존왕 본능이 발동되었고, 마냥 이렇게 강등될 줄 알았던 대전 또한 리그 4연승을 달리면서 이대로 강등될 수 없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구 또한 감독 교체 이후, 강등권 탈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가장 위태위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경남. 김형범의 복귀에 잔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사진출처 경남구단 홈페이지)
이번시즌 시작 전에 시도민구단 중 가장 파격적인 행보로 이슈를 끌었던 경남.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선언했었고, 인천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경력이 있는 안종복 단장이 옴과 동시에 물밑작업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깜짝 영입하는 등 경남팬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주목을 끌던 프리시즌과 달리 경남의 시즌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 초반에 1승 6무를 기록하긴 했지만, 경기내용면에선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승리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순위가 뒤쳐지게 되니 급기야 시즌 도중에 감독이 바뀌는 사태도 있었다(최진한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일리야 페트코비치가 새 감독이 되었다). 감독 교체라는 충격요법도 생각만큼 먹히지 않았다. 여전히 경남은 그들에게 알맞는 최적의 공격조합을 찾아내지 못했고, 보산치치, 부발로, 스레텐 등 야심차게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 또한 경남에 겉도는 느낌만 주었다.
그러다보니 하위스플릿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하위스플릿에서도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남전에서의 4대2 대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최근 성남과 강원과의 경기에서 2경기 연속 2대1로 패배하면서 더이상 잔류안정권이 아니었다. 특히나 12위인 강원과 승점이 동률(32점)이기에 한경기 삐끗하게 되는 순간, 밑으로 미끄러지는건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다. 더군다나 남은 3경기가 하위스플릿에서 깡패놀이를 하는 제주와 잔류싸움에 사활을 건 대전과 대구다. 다행인 것은 경남의 키플레이어인 김형범이 복귀했다는 점이다. 강원전에서 놀라운 득점을 선보이면서 경남에게 한 줌의 희망이 되고 있다. 아직 그가 집중견제에 허덕인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를 중심으로 그의 부담을 덜어주기만 한다면 잔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 김형범 한 사람의 활약이 경남이라는 한 개 구단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생존왕 모드가 발동한 강원.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할 것인가? 사진출처 강원구단 홈페이지)
작년 이 맘 때, 강원은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비슷했다. 이미 강등이 확정된 상무를 제외하고, 광주와 강등탈출을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강원은 성남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0 극적인 승리를 거둔 반면에, 광주는 대구 원정경기에서 2대0 패배를 당하면서 강원은 살아남았고, 광주는 K리그 챌린지로 강등당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 한 라운드에서 희비가 교차한 셈이다. 그렇게 김학범은 강원을 구한 구세주가 되었고, 이아니스 지쿠는 강원의 히어로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도 잠시, 강원은 이번 시즌 내내 강등권에서 시달리면서 강등의 압박을 받았다. 감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놓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강원 팬들은 작년같은 기적은 커녕, 강등되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부터 하기 시작했다(작년의 영웅으로 군림했던 지쿠는 루마니아로 돌아갈 날만 손꼽을 정도로 전력외가 되었다). 그러나 김용갑 감독대행이 새 지도자가 되면서 강원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초반 4연패도 있었지만, 강원은 진가는 하위스플릿 돌입 이후부터였다.
하위스플릿에 도입한 이후, 강원의 성적은 5승 2무 2패. 무려 승점 17점이나 쓸어담았다. 오히려 정규시즌에 얻었던 승점보다도 더 많이 챙겼다. 특히나 하위스플릿에서 월등한 전력을 내뿜는 성남을 상대로도 승리를 기록하였고, 경남과의 2번의 경기에서 승점 6점을 쓸어오면서 단숨에 경남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그 주역으론 김용갑 감독대행의 빠른 팀 파악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 지쿠의 역할을 이번시즌에는 미남 공격수인 최진호가 대신하여 빛내주고 있다. 물론 경남 원정에서 강원이 이길 수 있었던 건 대전전 패배가 일종의 보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현재 잔류경쟁을 펼치고 있는 4팀 중에서 가장 탄력받은 팀은 강원이며, '생존왕' 이라는 별칭을 얻은 베어 그릴스 빙의된 듯한 생존본능을 이번 시즌에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기대되고 있다.
(강등권으로 분류되었지만, 대구와 대전도 막판 스퍼트를 내면서 불씨를 살리고 있다. 사진출처 풋볼리스트, 대전구단 홈페이지)
13위와 14위에 있는 대구와 대전도 이대로 강등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구는 스플릿 도입 후, 줄곧 1승을 거두지 못했다가 하위스플릿에서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제주 원정에서 2대1 승리를 거두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더군다나 대구는 5년만에 제주 징크스를 극복했던 것이기에 단순한 승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셈이다. 백종철 감독은 제주전이 끝난 직후,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여 다음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물론 대구는 에이스 황일수가 경고누적 퇴장으로 그 없이 다음 성남원정을 치뤄야하지만, 그들은 제주전에서 보여줬듯이 정신력과 팀워크로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대구보다 대전이 더 무섭다. 마냥 꼴지로 강등확정할 줄 알았으나, 최근 4연승을 달리면서 하위스플릿 강등권에서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인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새사령탑에 올라선 조진호 수석코치는 남은 두 경기에서도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전은 남은 경기 전승하더라도 다른 팀들의 경기결과를 봐야하는 처지다.
<남은 경기 일정>
경남 : 제주(A)-대전(H)-대구(A)
강원 : 전남(A)-대구(H)-제주(H)
대구 : 성남(A)-강원(A)-경남(H)
대전 : 경남(A)-전남(H)
남은 2,3경기에서 4팀이 직/간접적으로 얽힌 경기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작년 광주가 강등되던 광경을 목겼했고, 그들이 K리그 챌린지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기 때문이다. 광주는 다시 승격하기 위해 분전했지만, 상주와 경찰청에 밀려 리그 3위로 아쉽게 마감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강등당하면서 팀의 핵심선수들이 이적하게 되었고, 그들을 차마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공교롭게도 잔류싸움을 펼치고 있는 4팀이 전부 광주처럼 시도민구단이다. 그들 또한 강등된다면 광주처럼 재정지원까지 대폭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1년만에 다시 승격할 수 있을꺼라는 보장도 없다. 누가 생존왕이 될 것인가 하는 싸움도 상당히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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