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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우 레버쿠젠 임대사건을 통해 보는 K리그 구조의 문제점

J_Hyun_World 2013. 12. 14. 09:00

 

 

 

갑작스러웠던 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소식

 

(지난 U-20 대회의 주역이었던 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소식에 국내축구계가 혼란에 빠졌다. 사진출처 F&)

 

  우리는 지난 6월에 터키에서 열렸던 U-20 FIFA 월드컵의 강렬한 인상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우리가 아는 유망주 한 명 없던 20세 이하 청소년들은 어려운 역경을 딛고 8강 무대까지 진출하는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우리를 깜짝 놀래켰다. 특히나 조별리그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류승우의 움직임은 그 중에서 최고였다. 비록 부상으로 토너먼트에서 볼 수 없었지만, 그의 활약과 2골 덕분에 한국은 16강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류승우에게 수많은 유럽 유명 클럽들이 대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여름에 도르트문트가 포스트 카가와로 류승우를 지목하여 데려가려고 했으나, 류승우측에서 국내 리그에서 먼저 데뷔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혀 2014년 K리그를 달궜다. 그렇게 류승우는 수많은 국내 클럽들을 제쳐두고 제주에 입단하였다(사실 그가 제주에 입단할 것이라는 루머는 계속 나돌았었다).

 

  그러나 제주 선수가 된 것도 잠시, 13일 오후에 류승우가 손흥민이 뛰고 있는 레버쿠젠으로 1년간 임대를 가게 되었다는 충격적인 이적소식이 1면으로 떠올랐다. 제주는 선수 개인의 발전과 훗날 제주의 팀전력 강화차원에서 류승우의 독일행을 쿨하게 찬성하며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주의 입장과 달리 국내축구팬들은 류승우의 레버쿠젠 입단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뭔가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도르트문트와의 이적설이 나돌았을 때, 국내리그가 우선이라고 입장을 밝혔던 그가 갑작스레 독일로 날아간다고 했으니 마치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적사태가 류승우 이전에 숱한 한국의 유망주들이 비슷한 사례로 한국을 벗어나 다른 리그로 이적했었기에 비난의 화살은 류승우에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과연 이 이적의 비난을 전부 류승우 개인이 감당해야만 하는 것인지이다. 이 이적사태에서 나는 비난받아야할 대상이 류승우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승우 레버쿠젠 임대사건을 통해 드러난 K리그 구조의 문제점

 

 

(유망주들의 해외유출방지를 막고자 "국내복귀 5년 금지" 조항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항을 만든 연맹)

 

  그동안 K리그의 경쟁리그로 지목받던 J리그로 수많은 국내 유망주들을 빼앗기는 데다가 심지어는 중국 슈퍼리그, 넘어서 중동리그까지 진출하다보니 프로축구연맹에서 이러한 유출을 방지하고자 2012년 10월에 K리그에서 데뷔하지 않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한 "국내복귀 5년 금지" 조항을 집어넣었고,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시행했다. 이 조항은 쉽게 해석하면 이러하다.

 

  "대학 등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해외 프로팀에 입단할 경우 5년간 K리그에 선수 등록을 금지한다"

 

  물론 이 조항이 탄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존재한다. 그동안 대학교 팀들이 J리그 쪽과 커넥션을 갖추고 있었고,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국내 유망주들이 J리그를 노크했었다. 우리가 잘 아는 백성동도 그러했고, 황석호, 한국영, 조영철 등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선수들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당시 연맹 총재였던 정몽규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를 막고자 주사위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J리그 클럽들은 크게 타격받지 않았다. J리그 측은 오히려 한국 선수들이 없어도 다른 외국인 선수들을 사들이거나, 일본 자국 선수들을 키우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되려 이것은 국내 유망주들의 숨통만 조이는 족쇄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국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외리그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게 되면, 국내무대는 밟기는 커녕 어린 나이에 선수생활을 접어야 할 지도 모르는 이른바 목숨을 건 해외이적이 되어버렸다.

 

  법적인 문제로 따지고 들면, 연맹의 이러한 조항은 명백한 선수들의 직업의 자유에 침해가 되는 셈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선수들이 팀을 정하는 것은 선수들의 의지에 따라야하는 것인데, 연맹에서 애초에 선수들에게 선택의 폭을 강제로 제한시키는 것 자체가 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헌법상에서도 직업의 자유는 보장되어있는데, 이 중 몇몇이 이 문제를 물고 법적인 문제로 끌고간다면 끝까지 연맹이 막을 수 있는지도 사실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선수들 개개인 입장을 가장 우선적으로 존중하는 FIFA에서 직접 이 "국내복귀 5년 금지" 조항에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면, 제 아무리 연맹이라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물론 FIFA에선 리그 로컬룰을 웬만하면 존중해준다곤 하나, 이러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에 있어서는 강력하게 나오기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선수들의 팀 선택을 제한하는 이 조항과 임의탈퇴 조항은 사라져야 할 악법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이 조항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국내축구 팬들도 상당히 많아 매번 논란거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류승우 사건을 계기로 제주같은 기업구단들도 자금사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논란을 매번 불러일으키는 국내복귀 5년금지 조항 또한 쓸모없게 되어버린 건 이번 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버렸다. 제주가 선수개인의 발전과 크게는 팀 전력 강화라는 형식상 목적으로 그를 보내주었다곤 하지만, 제주의 팀사정을 본다면 그렇지도 않다. 제주가 분명 국내 거대기업 중 하나의 기반이 되는 클럽이긴 하나, 다른 시도민구단처럼 재정 부분에서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는데다가 기업의 후원을 받아 폭풍영입을 감행할 수 있는 클럽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류승우라는 인재를 데리고 있다고 한들,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선 해외리그로 팔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시도민구단이 아닌 기업구단 중 하나인 제주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서 우리는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어야한다는 점이며, 이것이 장차 미래의 K리그의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가정도 해봐야 할 지도 모른다.

 

  사실 축구 클럽들의 주 수입원들이 중계권료나 입장료, 그리고 클럽들의 상품판매액이 되어야하고, 실제로 해외 빅리그의 거대클럽들은 이러한 요소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K리그 대부분의 팀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TV 중계도 제대로 타지 못해 중계권료도 받는지도 알 수 없는 판국에(특히 M** 방송사는 중계권료 주기 싫어서 소송까지 간 전례도 있었다), 경기장 입장료나 클럽들 상품판매수익들도 영 시원찮다. 그리고 우승상금이나 리그 최종순위에 따라 중계권료 배분액수도 적으니, 클럽들 입장에선 매번 적자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업구단들 중 하나인 포항도 올시즌 기업의 지원없이 눈물 삼키면서 국내선수들로 기적의 더블 달성을 했지만, 이것이 마냥 웃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승상금과 중계권료 등이 변변치 않은데, 기업의 지원 또한 미지근하니 내년에도 선수영입 및 운영 측면에서 고통받을 지도 모른다. 포항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구단들도 크게 영향을 끼칠 부분이다.

 

(현재 K리그는 국내 모든 유망주를 수용할 만큼의 파이도 크지 않은 실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사진출처 스포츠서울)

 

  현재 K리그가 1부리그인 클래식을 비롯하여 2부리그인 챌린지, 그리고 하부리그 격으로(아직은 독립적인)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리그에 속한 모든 팀들이 과연 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국내 유망주들을 수용할 수 있을만큼 파이가 큰 지도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할 부분이다. 현재 김승규의 맹활약으로 이적설이 나돌고 있는 울산 골키퍼 김영광을 예시로 들어보자(이건 가상이니 여기서 발끈하지 말 것). 김영광이 이적시장에 나오면 막상 데려갈 수 있는 팀이 없다는 게 현 실정이다. 기업구단의 경우에는 다른 골키퍼도 많은 데 굳이 데려올만큼 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며, 재정이 빈약한 시도민구단의 경우에는 꼭 필요한 영입임에도 돈이 없어서 데려오지도 못하고 손만 빨고 있는 실정이다. 1부리그의 일반적인 상황이 이러한데, 2부리그라고 해서 사정이 나을까? 오히려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선수를 팔아야하는 실정은 밑으로 내려갈 수록 더 심하다. 

 

  해마다 K리그에 발을 들여놓는 유망주들 중에서 주전, 아니 로테이션 멤버로 생존하는 선수는 5%로 채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용할 파이도 크지 않는 국내리그나 도박에 가까운 해외리그에서 뛰는거나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클럽들을 창단할만큼의 자금도 사실상 넉넉치 않고, 선뜻 나서는 이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성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저 선수들의 유출만 막기 급급하여 "국내복귀 5년 금지" 조항 같은 불필요 조항을 삽입하는 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이냐고 따지기 위해 류승우라는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올바르지 못하다. 그러한 행동은 이러한 슬픈 현실을 부정하기 위한 그저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냉정하게 왜 이러한 사태가 자꾸 일어나고, 구조의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지 찾는 게 더 현명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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