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시드니 W. 1-3 울산 : 2012년 아시아 챔피언의 가벼운 복귀전이었다.
2012년 아시아 챔피언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처녀 출전하는 신생팀의 대결은 사뭇 흥미로워 보였지만, 예상했던대로 경험의 차이가 승부를 갈라놓았다.
김호곤에서 조민국으로 감독이 바뀐 울산은 이번 웨스턴 시드니전에서 기존과 다르게 2가지 변화를 들고 나왔다. 첫번째는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윙어인 고창현이 선발출장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울산 미포조선에서 활약했던 김선민이 비시즌 훈련 때와 달리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윙어로 고창현의 반대편 파트너로 출격했다는 점이다. 다소 불균형적인 4-4-2 를 들고 나온 울산은 마치 2013년 시즌 대구와의 개막전을 연상케 했다.
웨스트 시드니 W. 은 2012년 창단하였고, 2012/13 시즌부터 호주 A-리그에 참가하였다. 리그 참가하는 첫 해에 정규리그 우승은 하였지만, 플레이오프전에서 센트럴코스트 마리너스에게 패했다. 창단 2년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참가하는 신생팀으로, 그들은 주로 주전선수들을 독일, 싱가폴 등지에서 뛰던 호주 선수들을 대상으로 데려왔다. 일본국가대표 출신 에이스인 오노 신지를 중심으로 그들은 공격적인 4-3-3을 꺼내들었다.
울산의 전술
울산은 초반에 중앙에서 서로 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웨스턴 시드니 W.의 브랜든 산타랍에게 기습적인 선제골을 허용한 것도 중원을 지키는 김성환-마스다 라인의 호흡이 맞질 않았었고, 그것이 맞물려 후방에 있던 김치곤-강민수 센터백 라인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산타랍의 선제골 장면을 자세하게 보면, 마스다와 김성환이 중첩되거나 한쪽은 너무 올라가고 다른 한쪽은 너무 내려가는 등으로 웨스턴 시드니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원에서 공간을 내주게 되면서 웨스턴 시드니 선수들은 공격하는 데 더 유리함을 가져간 것이고, 수비진 바로 앞에 서있던 김성환은 강민수-김치곤과 라인이 겹쳐지면서 산타랍을 놓치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마스다-김성환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의 호흡은 생각만큼 좋지 못했다. 마스다는 전천후 미드필더 유형으로 후방에 머물기보단 전진하여 전방에 있는 김신욱과 하피냐를 받쳐주곤 하는 데 반해, 김성환은 후방으로 빠져서 울산의 플랫 4를 보호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둘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역할이 갈려있다보니 하피냐 혹은 김신욱이 전방에서 다소 내려와 있을 떄, 그리고 김선민이 중앙으로 들어올 때 겹치는 문제점까지 낳게 되며, 울산이 전반에 측면 위주로 공격하게 되는 것 또한 여기에서 기인한다.
힘으로 제압하려는 웨스턴 시드니, 그리고 오노 신지
웨스턴 시드니는 원정팀 울산을 상대로 기술보다는 주로 힘과 피지컬을 앞세워서 제압하려는 모습을 취했다. 196cm의 장신인 김신욱을 마크하기 위해, 그들은 맞대응으로 190cm 대의 장신 센터백인 니콜라이 토포르-스탠리와 매튜 스피라노비치를 이용하여 번갈아 마크하면서 김신욱의 공중볼 장악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윙포워드인 마크 브릿지와 유세프 헤르시(특히 헤르시)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울산 사이드백을 비집고 돌파할 시에 거친 몸싸움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와중에서도 일본 국가대표 출신인 플레이메이커 오노 신지의 공수 조절이 이 팀의 핵심이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웨스턴 시드니의 공격 패턴에 쉴새없이 볼배급을 함과 동시에 순간순간 번뜩이는 킬패스로 울산의 수비의 틈을 뚫었다. 하지만 웨스턴 시드니의 치명적인 단점은 오노 신지의 폼에 상당히 좌우한다는 것이다.
전반 중반에 접어든 이후, 1979년생인 오노 신지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웨스턴 시드니의 킬패스 횟수가 줄어들었고, 중원을 거치지 않고 최후방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바로 이어지는 다이렉트 롱볼 패스나 측면 크로스 시도횟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신생팀이다보니 이러한 국제대회에서 경기운영 측면이 미숙했고, 조직력과 집중력도 울산에 비해 극명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김신욱에게 동점골을 먹혔던 시점이 공교롭게도 오노 신지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고, 그 이어 고창현에게 역전골을 먹힌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김선민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를 꼽으라고 하면 바로 김선민이다. 김호곤 체제에선 김신욱이 황태자였다면, 조민국 체제에서 황태자는 바로 김선민이다. 2013년 후반기에 울산 미포조선에 합류한 김선민은 14경기 10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미포조선이 내셔널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조민국과 함께 울산으로 넘어왔다.
특히 김선민의 포지션 배치와 움직임이 매우 흥미로웠다. 전지훈련에서 그는 김성환과 함께 중앙에서 뛰었는데, 이번 웨스턴 시드니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배치되었다. 하지만 역할은 왼쪽 측면에서 종적으로 움직이기 보단, 횡적으로 움직이면서 왼쪽 측면보단 중앙에서 활동하면서 짧은 패스 연결 시도를 많이 해주었다. 그리고 울산의 결정적인 득점 찬스 메이킹도 김선민의 발끝에서 나왔던 킬패스에서 많이 비롯되었다.
김선민의 합류는 이번 시즌 울산의 전술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호곤 시절부터 울산은 짧고 세밀한 패스에 능한 선수를 필요로 했으나, 김종국, 김동석 등은 그러한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김선민은 원하는 대로 짧고 세밀하면서도, 때로는 날카로운 킬패스를 공급해주는 다재다능함을 지녔고,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그의 멀티포지셔닝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물론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마스다-김성환과 함께 나왔던 이 경기에서 3명의 선수가 중앙에 밀집되다 보니 활동범위가 겹치는 부분이 있고, 김선민이 중앙으로 들어오게 되면 상대적으로 왼쪽 측면이 비어버리게 된다. 그 공간을 레프트백인 김영삼이 커버하기 위해 오버래핑하게 되면 김영삼의 뒷공간이 커지면서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웨스턴 시드니가 이 부분을 제대로 공략했더라면, 3대1로 웨스턴 시드니가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후반전
밑줄 친 선수들은 교체투입된 선수들이다. 웨스턴 시드니는 두 명, 울산은 세 명 다 교체했다.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웨스턴 시드니는 홈경기에서 너무나도 빨리 무너졌다. 오노 신지가 무력화됨과 동시에 웨스턴 시드니는 무리한 롱볼시도와 중거리슛 시도가 늘어났으며, 수비집중력 또한 급격하게 떨어졌다. 웨스턴 시드니 수비진들이 제공권이 좋은 데 반해 순발력이 떨어졌기에, 울산에게 계속 공격을 허용하였다.
울산이 세트피스 찬스에서 놓치지 않고 세번째 골을 기록햇던 것도 양 팀의 집중력과 경기운영 차이에서 드러났다. 전반전에만 2골을 내주면서 집중력을 잃은 웨스턴 시드니는 완벽하게 강민수를 놓쳤던 것에 반해, 울산은 강민수가 득점하겠다는 집중력이 결국 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철퇴 vs 티키타카
이번 울산의 경기스타일을 두고, 언론과 팬들은 철퇴다, 아니다 이제 티키타카로 바뀌었다고 하면서 나름대로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경기를 토대로 판단하였을 때, 둘 다 아니다. 오히려 그 중간에 서있었고, 이러한 스타일은 작년 2013년 김호곤 체제에서 이미 바뀌었다.
2011년 시즌에 김호곤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울산을 리그 준우승으로 끌어올리면서 일명 철퇴축구를 창시하였다. 그 이후 울산의 경기스타일을 철퇴라고 많이들 붙였지만, 그 철퇴는 2012년부터 이미 변질되었다. 2012년에는 김신욱을 측면에서 보좌하던 하피냐, 이근호, 그리고 중원에 배치된 에스티벤 등 선수들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를 전면압박하면서 선수비 후역습이 아닌 역동적인 윙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리고 2013년 작년 시즌에는 한상운, 까이끼, 마스다 같은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역동적인 윙플레이에서 짧은 패스로 풀어가다가 킬패스 하나로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티키타카와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울산의 패싱 축구는 포항처럼 점유율로 승부하는 것과는 달랐다. 좀 더 볼을 많이 소유하면서도 경기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고, 중앙 미드필더를 거쳐서 패스를 시도하려고 했다.
조민국 체제에 들어서 김호곤 체제와 달라진 점을 꼽자면, 한 번의 킬패스로 스트라이커들에게 이어지기 전에 시도되는 짧은 패스 횟수가 늘어났고, 그러한 세밀한 패스에 적합한 선수들이 영입되었다. 선발로 뛰었던 김선민과 후반교체 들어온 백지훈이 그러한 전술변화를 상징하던 선수였고, 최진수와 트레이드로 합류하게 된 안진범도 그러한 차원의 영입이었다.
마스다 치카시
이번 경기에서 김선민이 가장 돋보였다고 하면, 반면에 가장 부진했던 선수는 다름아닌 일본 미드필더인 마스다 치카시다. 지난시즌 전천후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K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형 J리그 출신 선수로 급부상하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썩 좋지 못했다.
특유의 전천후 플레이와 김신욱, 하피냐의 뒤를 지원하는 공격적인 모습은 나쁘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패스미스가 많았고, 김성환-김선민과의 호흡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웨스턴 시드니에게 실점을 빌미할 뻔한 장면에서도 마스다의 미스가 원인이었던 것도 있었다.
결론
2012년 아시아 챔피언이었던 울산은 까다로운 호주 원정 경기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웨스턴 시드니를 3대1로 잡아내면서 승리라는 1차적인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경기 내용면에서도 조민국이 원하고자 하는 조합 실험도 다 해보았고, 크게 성공했다는 것도 울산이 거둔 수확이다. 울산은 이 경기에서 얻고자 하는 목적은 전부 달성했다.
원글 : http://kffactory.tistory.com/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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