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대구 2-1 광주

J_Hyun_World 2014. 3. 25. 01:40

대구가 드디어 개막전 무승 징크스를 깨뜨리고, 개막전 첫 승을 달성했다.

 


  2012년 11월 28일 대구 스타디움은 잊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팀이 결정되었고(상주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강등되어버렸기에 제외), 그 대상은 광주였다. 그렇게 광주는 2012년 시즌을 끝으로 강등되었고, 그로부터 1년 뒤, 광주를 강등시킨 장본인 대구 또한 2부 리그로 강등되었다. 이 얄궃은 운명의 장난인지, AGAIN 20121128 로 2부리그 K리그 챌린지 개막전으로 하필이면 대구와 광주의 경기가 잡혀버렸다.

 

  이번 기나긴 대장정에 들어서기 전, 대구와 광주는 서로 상반된 방법으로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강등으로 인하여 기존 주전들을 떠나보냈던 대구는 드래프트와 자유계약 등을 통하여 신인 선수들을 많이 영입하여 장기적인 안목을 택했고, 반면에 광주는 K리그 클래식 출신 선수들로 보강하여 경험을 살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번 경기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대구의 개막전 징크스였다. 대구는 팀 창단 이후, 총 11번의 개막전을 치뤘다. 하지만 그 11번의 개막전에서 단 한 번의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전적 3무 8패). 2012 시즌에는 서울을 상대로 이길 뻔 했으나 홈에서 아깝게 비기는가 하면, 작년 2013 시즌에는 극강의 울산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는 드라마를 연출할 뻔 했다가 추가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 당했었던 경험이 있다.

 

 

초반부터 밀어부치는 광주

 

  시작 휘슬이 불자마자, 어웨이팀인 광주는 홈팀 대구를 강력하게 공격으로 몰아부치면서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역삼각형 중원을 구성하면서 4-3-3 전술을 들고 나온 이 팀들은 공격 시에 전방에 배치된 쓰리톱 이외에 중앙에 배치된 여름-임선영까지 전진시키면서 공격 숫자를 최대한 늘렸다. 그리고 주장인 이완을 축으로 하는 왼쪽 측면도 거셌다. 

 

 

  초반부터 밀어부치던 광주는 결국 이른 시각인 전반 4분에 이완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대구 수비진을 넘겼고, 대구 센터백들을 벗기고 나온 임선영이 쇄도하면서 첫 득점에 성공했다. 광주의 닥공이 먹혀든 것이다. 광주가 대구의 수비진을 쉴새없이 흔들면서 수비의 틈이 생겼고, 이완이 그것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대구의 센터백들의 넘기는 로빙 크로스를 올렸다. 여기서 대구가 크로스 낙하지점을 놓친 것이 첫번째 실수이며, 조영훈이 쇄도하는 임선영에게 돌파를 허용한 점이 두번째 실수였다.

 

 

초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대구

 

 

  하지만 광주가 초반에 너무나 공격적으로 몰아부쳤던 것이 되려 대구에게 만회할 기회를 준 셈이었다. 광주가 비록 좁은 간격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광주의 수비조직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 특히나 황순민이나 장백규, 신창무 같이 날렵한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광주의 수비짜임새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신인 장백규의 동점골 장면을 다시 본다면, 분명 광주의 수비진들은 대구의 공격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광주 수비수들은 누가 누굴 막아야할 지 몰라서 헤매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렇다보니 장백규에게 득점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고, 장백규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대구는 자신들의 홈에서 광주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였다.

 

 

안상현-김대열 vs 여름-임선영

 

  전반전에서 양 팀의 중원살림꾼들의 역할을 한 번 주목해보자. 전반전 양 팀의 경기 스타일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건 중원에 포진된 양 팀 선수들의 역할이었다.

 

  광주가 전반전 내내 홈팀 대구를 상대로 거세게 공격으로 몰아부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름-임선영이 광주가 공격으로 올라갈 때마다 전진하여서 공격숫자를 늘려주는 데 크게 일조했던 점이 컸다. 그래서 광주가 공격할 때, 기본적으로 4~5명에서 시작하는 것도 이 두 선수들의 전진배치 덕택이다. 보통 4-3-3 전술을 사용할 때 역삼각형 중원을 구축한다는 것은 수비적인 안정성보단 공격적인 역동성에 무게를 둔 것인데, 광주는 여름과 임선영의 공격적 재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했던 것이다.

 

  반면 대구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다소 수비적으로 배치했다. 안상현과 짝을 이뤘던 김대열의 역할도 다소 독특했다. 수비적인 능력도 괜찮지만, 김대열은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어로 나왔을 때 더 폭발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다. 그런데 광주전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광주의 중원을 막아내는 동시에 링커 역할을 맡아서 공격적인 전진을 자제한 채, 볼배급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다용성을 보여주었다.

 

 

전진 압박과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광주를 곤란하게 만든 대구

 

밑줄 친 선수들은 교체투입된 선수들이다. 양 팀 다 교체카드 3장을 다 사용했다.

 

  대구는 후반에 접어들면서 다소 타겟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한승엽 대신에 스피드와 힘이 좋은 조형익을 투입하면서 기존 전술이었던 4-4-2에서 유기적인 변화를 주었다. 먼저 변화된 점은 발이 빠르고 침투력이 좋은 황순민과 조형익을 남겨두고 나머지 8명으로 전진 압박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하여 광주를 난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구는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힘으로써 광주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제한하면서 그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격으로 전환할 시에는 신창무와 장백규가 측면에서 올라오면서 최전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황순민-조형익과 함께 속공으로 광주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겟을 버리고, 포쳐와 돌파형 윙어들 조합으로 광주를 공략하려던 대구의 전술을 보기 좋게 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구는 후반전에 전반전 광주의 메인 공격루트였던 이완쪽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고, 집요하게 이완을 노리면서 그를 과부하 걸리게 만들면서 광주의 빌드업마저 차단해버렸다. 후반전 분위기는 사실상 대구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양날의 검 : 이완의 움직임

 

  전반전에 광주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득점한 임선영보다도 새 주장이자, 울산에서 이적해온 레프트백 이완이었다. 작년 시즌 시작 전에 자유계약으로 강팀 울산으로 입단한 이 레프트백은 경기력의 문제로 시즌 내내 대부분 2군을 전전했었다. 김호곤에서 조민국 체제로 바뀌면서 팀을 바꾼 이완은 전남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보여주면서 광주의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하였다.

 

  다소 존재감이 적었던 김호남의 움직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또한 이완의 공격작업 덕분이었다. 물론 이완이 라인을 따라 왼쪽 측면만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중앙으로 들어가서 남기일 감독대행이 원했던 중원에서 좁은 간격으로 움직이는 짧은 패싱게임도 소화했다. 이완이 워낙 전반전에 공격적으로 나오다보니 대구는 자신들의 오른쪽 측면을 포기하고 반대쪽 측면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그래서 금교진이 다소 수비적이었던 반면에, 이준희가 오버래핑이 많았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반전이 되면서 이완의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오랜만에 주전으로 나서다보니 90분 소화할 체력이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한 면도 있었다. 그 때문에 광주의 빌드업에 문제가 생겼고, 후반전에는 광주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전환되면서 구멍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광주는 반대편 사이드백인 이종민을 중심으로 오버래핑 시도하려 했으나, 신창무와 황순민을 넘어서기가 힘들었다.

 

 

  황순민의 역전골 장면에서 금교진에게 킬패스 타이밍을 내준 것을 단순히 이완의 잘못이라고만 탓할 순 없다. 하지만 골이 터지기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완 쪽에서 계속 대구에게 돌파와 패스를 허용했다는 점을 상기시켜본다면, 이 골 또한 결과적으로 이완의 체력적 문제가 낳은 일종의 나비효과라고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신창무, 그리고 황순민

 

  후반전 대구가 분위기 주도권을 잡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대구 로컬 보이인 신창무와 대구의 No.10인 황순민이었다. 신창무는 대구에서 공들여서 키우고 있었던 유스출신 선수로서 대구 유스인 현풍고의 에이스이기도 했다. 작은 신장을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극복하면서 특히나 왼발 킥력이 뛰어난 인재다. 황일수가 남기고 간 11번을 배번받은 것 또한 그에게 돌파력이 뛰어난 윙어 역할을 부여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황순민의 경기력은 예전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 날 한승엽과 함께 투톱으로 나왔지만, 사실상 프리롤 역할로서 1선과 2선 사이에 위치하면서 전방위로 움직였다. 때로는 짧은 패스로 동료들과 센스있는 패스플레이를 하다가도 틈이 생기면 상대를 무너뜨리는 쇄도를 보여준다던지,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니면서 수비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등 오늘 경기에 있어서 많은 모습을 선보였다.

 

 

  최근 대구는 포항의 슈퍼서브인 노병준을 영입했다는 것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실질적으로 대구에게 있어 중요 선수는 노병준 말고도 다른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광주전에서 예고편 식으로 보여주었다. 광주도 물론 원정에서도 거침없는 공격력을 선보이긴 했으나, 다소 선명하게 갈리는 전후반 경기력과 다소 무딘 공격진의 칼끝이 숙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