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전북 1-0 울산

J_Hyun_World 2014. 4. 16. 23:10

전북 1-0 울산 : 화력전으로 예상되었던 경기는 의외로 단 한 골에 그치는 경기가 되어버렸다.

 

 

 

  이번시즌 K리그의 강력한 우승후보 간의 격돌이었고, 그 어떤 팀들보다도 화려한 스쿼드와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두 팀이었기에 많은 득점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경기가 끝났을 때 오로지 한 골(그것도 필드 골이 아닌 PK 골)로 승부가 결정나버렸다. 이번 경기가 심판의 그릇된 판정으로 승패가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했을 뿐이다.

 

  주중에 ACL를 치러야 하는 두 팀 입장에서는 이 경기에서 라인업을 어떻게 꺼내들 지도 사실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게다가 양 팀 다 4월에 접어들면서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무승의 연결고리를 끊고 가볍게 ACL에 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북과 울산은 그들이 가용할 수 있는 최대의 베스트 11을 가동했다. 

 

  특이하게도 양 팀 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하면서 상당히 공격적이기 보단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보였다. 전북은 김남일과 이강진을 홀딩으로 두었고, 울산 또한 박동혁과 김성환을 중원에 배치시키면서 상대의 역습과 돌파를 방어하기 위해 대비하는 듯 했다.

 

 

전북의 김신욱을 막는 방법

 

  울산을 상대하는 K리그 클럽들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완벽형 스트라이커로 진화해가는 김신욱을 봉쇄하는 방법이었다. 2미터에 가까운 장신과 100kg에 가까운 탄탄한 피지컬을 상대한다는 자체가 거의 난공불락의 요새를 점령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1대1 마크로는 도저히 김신욱을 막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전북은 김신욱을 봉쇄하기 위해 일종의 인해전술을 펼쳤다. 한 사람이 전담마크하는 것이 아닌 여러 선수가 들러붙어서 김신욱을 최대한 괴롭히면서 그가 득점하지 못하도록 공간에 제약을 걸어두는 것이었다.

 

  연이은 선발출장으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는 김신욱은 활동량을 줄이는 대신에 자신에게 공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고, 움직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러한 장신의 스트라이커를 상대로 윌킨슨은 거칠게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김기희 또한 윌킨슨과 번갈아가면서 김신욱을 막아섰다. 두 명의 센터백으로도 모자라 최강희는 울산이 공격할 시에 김신욱에게 공이 가지 않도록 그의 주위를 겹겹이 둘러쌌다.

 

  전북의 인해전술 수비방법은 효과적이었다. 김신욱은 공중볼을 따내는 것과 슈팅으로 연결하기 직전에 가져간 볼터치 외에는 크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형 윙어로 변신한 이재성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재성의 역할이었다. 사실상 울산의 공격 시발점이자, 현재 K리그 최고의 라이트백인 이용을 막아야했고, 어떻게 막을 지에 대해 최강희 또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이 공격적인 사이드백을 막아서기 위해 전북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신예 이재성을 수비형 윙어로 두어 이용을 1대1로 마크하는 방법이었다.

 

  이재성의 수비형 윙어 임무 수행은 기존에 폭발력있는 드리블과 돌파를 선보였던 이재성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시즌 전북을 닥공이 아닌 밸런스 복구가 우선이라고 선언했듯이 최강희는 비슷한 스타일의 한교원을 공격으로 치중하게 만드는 대신에 멀티 포지셔닝이 가능한 이재성으로 하여금 이용을 방어하게 함으로써 전북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그리고 이재성을 붙이면서 레프트백인 박원재를 공격적으로 기용하는 스위칭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용은 전반전 내내 이재성을 상대하느라 제대로 된 오버래핑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격작업에도 제한이 생겼고, 반대로 전북이 공격할 시에는 이재성을 방어해야했기에 결과적으로 울산의 빌드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던 점이다. 게다가 측면 파트너였던 김용태가 기복있는 모습으로 협공해주질 못했던 점이 이용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한상운 프리롤, 그리고 하피냐와 박용지

 

 

 

울산의 2선이 활발하게 움직여주면서 김신욱이 묶여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애썼다.

 

  김신욱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자 울산은 득점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플랜B는 바로 한상운 프리롤이었다. 그동안 울산의 김신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많이 비춰졌기에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울산의 한상운 프리롤 전법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났다.

 

  조민국 감독은 김신욱의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그의 활동량을 줄이면서 전형적인 타겟으로 전북의 골문 앞에서 기다리게 하는 대신에 한상운에게 더 많은 활동범위와 역할을 부여했다. 이번 경기에서 울산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슈팅을 기록한 이도 한상운이었고, 실제로 그의 왼발은 전북에게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전북이 김신욱에게 집중마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한상운은 자유로웠다. 그리고 한상운이 왼쪽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직접 슈팅까지 기록하는 등으로 전북의 빈 틈을 수차례 파고들었다.

 

  세트피스와 필드 플레이 모두 공격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한상운은 전북의 라이트백인 최철순이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전북이 오른쪽에서 공격작업 하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다이렉트 패스 연결을 시도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민국은 존재감이 없었던 김용태를 조기에 교체아웃시키면서 하피냐를 투입시켰다. 하피냐 투입은 옳은 선택이었다. 하피냐의 투입으로 울산이 2선에서의 움직임이 확실히 좋아졌고, 전북의 취약점이 양쪽 사이드백은 불안함을 보였다. 박용지는 오른쪽 측면 윙포워드에 가깝게 오른쪽 측면에서, 한상운은 왼쪽과 가운데를 오가면서 직접 공격에 나섰다. 하피냐는 다른 때와 달리 2선에서 볼 키핑과 위치를 잡아주었는데, 하피냐가 위치를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전북 수비진들을 앞으로 밀어내는 데 충분했다.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웅크리는 전북 vs 총공격을 펼치면서 덤벼드는 울산

 

 

밑줄 친 선수들은 교체투입된 선수들이다. 양 팀 다 세 명 교체했다.

 

  한 골 차로 리드를 빼았기고 있었던 울산은 전북을 상대로 전주성에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덤벼들었다. 전북의 윙어들이 발이 빠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수비라인을 하프라인에 가깝게 높게 끌어올렸다. 반면에 전북은 보통 맞불 작전으로 닥공으로 나오기 보단, 오히려 수비라인을 전체적으로 내리면서 방어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동안 전북이 공격 지향적이었고, 울산이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해왔지만 이번 경기는 조금 달랐다. 전북은 최전방에 이동국을 한 명 세워두고 골키퍼를 제외한 9명을 수비에 가담시켜서 울산에게 최대한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교체투입된 이승기, 레오나르도로 하여금 이동국을 지원하면서 울산의 수비 뒷공간을 이용한 역습을 노렸다. 이번 경기에서 강민수가 몇차례 평소답지 않게 전북 선수들을 놓치면서 전북이 추가 득점을 만들 뻔하기도 했다.

 

  울산의 경우, 전북을 상대로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점유율과 패스를 앞세워서 전북이 전진하지 못하도록 계속 밀어넣었다. 박용지와 박동혁 대신에 알미르와 백지훈을 투입시켰던 것만 보더라도 울산이 전주 원정에서 수비적이 아닌 공격적으로 밀어부치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알미르가 윙어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로 들어가면서 이용의 오버래핑의 활로를 열어주었고, 후반전에 이용은 거의 윙어에 가깝게 오른쪽 측면을 뛰어다녔다.

 

  하지만 용병술은 울산보다 전북이 좀 더 탁월했다. 물론 하피냐가 들어오면서 울산의 공격활로가 열렸고, 여러 차례 전북을 위협했으나 알미르와 백지훈이 기대치만큼 해주지 못했다. 특히 알미르는 한상운, 하피냐와 함께 봉쇄당한 김신욱을 도우면서 물꼬를 틔워줬어야했으나 구이저우전에 이어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북의 경우, 정혁이 선발로 나왔던 김남일에 비해 경기 조율면에서는 훨씬 좋았다. 전북이 수비지향을 택했음에도 정혁을 필두로 역습 전개를 시도했었고, 정혁은 공수 양면으로도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어버린 유선호의 휘슬

 

 

 

  안타깝게도 이 경기에서 나온 심판의 그릇된 판정이 전북과 울산의 경기운용방식을 다 덮어버렸다. 전북은 이기고도 다소 찝찝한 맛을 남겼고, 울산은 억울하게 1패를 기록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반 14분, 이재성이 페널티 박스 가운데로 크로스를 올린 상황에서 김치곤과 대치 중이었던 이동국이 넘어졌고, 유선호 주심은 이를 PK 선언을 했다. 김치곤이 이동국의 옷을 잡아당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이동국은 득점에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그의 판정은 정확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전반 19분(두번째 영상 1분 13초부터 참고) 박용지가 박원재를 제치고 전북의 우측면을 돌파하면서 전북 골문으로 쇄도할 때, 김기희는 손과 발 둘 다 쓰면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박용지에게 파울을 범했는데 이것이 PK가 아닌 코너킥이라고 유선호 주심이 판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김치곤의 파울보다도 더 공개적으로, 더 악의적인 파울이었음에도 말이다. 이때부터 울산의 벤치는 심판진에게 거센 항의를 하기 시작했고, 울산의 사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후에도 울산은 심판의 애매모호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신경이 예민해졌다. 특히나 윌킨슨의 발을 맞고 골라인 아웃되어 코너킥을 줘야할 상황에서 심판진들이 김신욱의 발 맞고 나갔기에 골킥이라는 오심장면까지 보이면서 더이상 심판의 판정이 공정치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치열한 화력전을 예상했지만, 이 경기는 실리적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양 팀이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경기를 풀어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전북은 승점 3점으로 분위기 만회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경기력 측면을 고려하자면 조금 물음표를 가져다 줄 것이다. 울산의 경우에는 지난 달에 보여줬던 행보에 비해 정체되고 있다. 선수들의 체력적 한계가 기본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그건 전북 역시 겪고 있기에 변명이 될 수 없다. 울산의 구심점을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할 필요성을 느낀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