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1-0 전북 : 수원은 완벽한 수비력으로 전북을 상대로 제동을 걸어 전북전 6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전북을 만나기 전까지 수원의 최신 행보는 썩 좋지 못했다. 4월 27일 홈경기에서 최대 라이벌인 서울을 상대로 경기 내용면에서는 앞섰으나 정작 득점을 하지 못하여 1대0 패배를 기록한 데 모자라, 지난 주중에 열렸던 FA컵 32강전에서는 상주 상무를 상대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배하면서 주춤거리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번 라운드 상대는 탄력받은 난적 전북이라는 점에서 수원에게 있어서 상당히 껄끄러웠다.
전북은 수원전을 앞두고 좋은 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울산전 승리를 기점으로 전남, 경남과의 리그 경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고, ACL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주중에 있었던 전남과의 FA컵 32강전 또한 승리하였다. 하지만 수원전 이후, ACL 16강전이 공교롭게도 전북을 항상 곤란하게 만들었던 포항이기에 수원전에서 기세를 이어가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과 전북, 양 팀의 선발라인업이 나왔을 당시에는 4-2-3-1 포메이션 형태를 취했으나, 막상 경기를 시작한 뒤에는 양팀의 전술이 4-2-3-1에 국한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변동했다. 4-3-3 이었다가 4-3-2-1 이었다가 수시로 바뀌었다.
수원의 수비형태
이 경기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수원의 수비형태다. 수원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릴 때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시종일관 전체적인 라인 간격을 잘 유지하면서 최전방에서부터 전북을 압박하면서 그들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었다.
최전방에서부터 이뤄진 수원의 전진압박은 전북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요즘 축구의 트렌드 중 하나가 최전방 스트라이커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진/전면압박 수비이다. 즉,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수비시에는 전부 다 가담해야한다는 점이다. 도르트문트로 인해 유행이 된 '게겐프레싱'이라던지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구사하는 '전진압박 후 역습'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두 전술의 공통점을 꼽자면, 수비 시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압박을 구사하고, 볼의 소유권을 빼았겼을 때, 적극적으로 덤벼들어서 볼의 소유권을 되찾아온다는 것이다.
수원이 전북을 상대로 간격을 유지하여 전북을 압박하였다. 최전방에 배치된 로저부터 최후방에 있는 민상기-조성진 센터백 듀오까지 전북 선수들을 끊임없이 압박하여 그들을 중원에서 플레이하는 데 어려움을 주면서 측면으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하였다. 재밌는 점은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나온 오장은의 레오나르도 압박이었다. 최근 전북에서 겉돌고 있던 레오나르도는 오장은의 적극적인 압박을 뚫어내질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오른쪽 윙어로 배치된 고차원 또한 박원재와 수차례 경합하면서 그가 공격적인 오버래핑 하는 데 있어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수원은 수비라인을 끌어내리지 않고, 일정하게 올려두면서 전북에게 적절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에 빠뜨렸다.
하지만 수원의 수비형태에서 아쉬웠던 점은 왼쪽 측면이었다. 적극적으로 전진수비하여 전북을 괴롭혔던 고차원-오장은에 반해 산토스-최재수의 압박이 아쉬웠다. 산토스와 최재수가 수비력이나 수비가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한교원-최철순이 워낙 빠르고 저돌적이기에 그들에게 잦은 공간을 내주었다. 수원은 이러한 문제를 김은선이나 염기훈, 최후로는 민상기를 끌어들여 협력수비를 통해 왼쪽 측면을 방어하여 빈틈을 최소화하였다.
김남일이 빠진 전북의 중원 운영법
전북은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최소 한 명을 배치하는 전술을 사용하는데, 베테랑 미드필더인 김남일이 장기 부상으로 공백이 생겨버렸다. 울산에서 영입한 수비형 미드필더 최보경이나 수비형 미드필더 소화가 가능한 이강진이 있지만, 최강희의 선택은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멀티포지셔닝이 가능한 이재성을 정혁-이승기와 중원에 함께 놓는 방법이다. 다소 공격적이었다.
이재성이 공격적으로 올라갈 때, 이승기를 후방으로 끌어내려서 균형을 맞춤과 동시에 그에게 조율을 맡기는 것이었다.
다소 공격적으로 비춰지면서 정혁의 수비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균형있게 움직였다. 이재성이 폭발력있는 드리블로 전진할 때, 이승기는 이재성과 스위칭하면서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로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끝까지 수원 공격진들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슈팅을 봉쇄하였다.
반대로 전북이 공격할 시에는 이승기는 이재성과 스위칭하여 전진하여 최전방의 이동국과 측면에 배치된 레오나르도-한교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수원의 숨막히는 중원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했다. 숱한 전북의 결정적인 찬스가 대부분 이승기가 만들어냈다는 것을 기억해보라. 전북의 공격 주도는 이제 이승기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승기의 움직임에 수원 선수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기고, 그 틈에 전북이 숱한 득점찬스들을 만들어냈다.
고차원
고차원의 쇄도와 득점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50분, 전북의 일방적인 난타로 가던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김은선의 패스를 받은 고차원은 우측면에 빠져있던 오장은에 넘겨주면서 문전쇄도를 시도했고, 오장은은 김두현에게 연결하면서 김두현은 원터치 로빙으로 고차원의 앞쪽으로 떨어뜨렸다. 그 사이에 고차원은 전북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득점했다. 이것이 그동안 수원이 원하고 원했던 역습형태였다.
이 경기에서 고차원은 상당히 인상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장했지만, 경기 내내 그는 오른쪽 윙어라기보다는 중앙쪽으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섀도 스트라이커 혹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위치에서 전북의 수비진들을 여러 차례 위협했다. 고차원이 중앙쪽으로 움직임을 이동하면서 오른쪽 사이드백인 오장은이 거의 윙어에 가깝게 전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K리그 통산 1000호골의 주인공였던 이 86년생 윙어는 전반전에는 박원재, 후반전에는 이재명을 차례차례 상대하면서 그들의 오버래핑을 하지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윌킨슨과 김기희 사이의 틈을 수차례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였다. 로저가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를 계속 보여주다보니 고차원이 후반으로 갈 수록 중앙에 머물면서 역습으로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재 수원의 문제이기도 한 윙어들의 기동성 문제 중 유일하게 고차원만이 예외처럼 기동성에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방적인 전북의 공세, 하지만 빈공에 그쳐
밑줄 친 선수들은 교체투입된 선수들이다. 양 팀 다 세 명 교체했다.
수원에게 한 골 헌납한 이후, 전북은 수원 쪽으로 기울어져가는 분위기를 뒤집고자 58분과 66분에 부진했던 한교원과 레오나르도를 빼고, 카이오와 이승렬을 투입시키는 등 이른 교체와 함께 수원의 흐름을 끊었다. 그리고 4-4-2로 전환하면서 닥공으로 수원 골문을 향하여 난타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유효슈팅 수나 점유율 면에서나 수원을 압도한 전북이었지만, 정작 넣어야 할 득점은 한 골도 없었다.
후반에 전북이 측면 위주의 움직임으로 다이렉트 패스로 곧바로 최전방에 연결하거나, 혹은 측면 윙어들의 드리블로 중앙으로 쇄도하여 수원 수비수들을 유인하여 공격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일방적인 공세로 수원을 조여갔지만, 쉽지 않았다. 전북이 난타전을 감행하면 감행할수록 수원은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지 않기 위해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밀집 수비를 펼치면서 전북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나 혹은 슈팅공간을 최소화시키는 데 주력했던 것이다.
수원은 전북전 6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였다. 전진압박하는 방법은 완전히 숙달했으나, 전진압박에서 역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문제점을 보이고 있으며 염기훈과 김두현의 기동력 저하를 해결할 플랜B 강구가 필요하다. 더불어, 로저의 계륵화에 대해서도 신경써야할 문제다. 전북의 경우, 월드컵 휴식기를 앞두고 리그 경기 패배를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침울해져버렸다. 다음 리그경기도 있지만, 그보다도 ACL 16강전인 포항전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전북의 리그 하반기 기세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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