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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인천 vs 대구 34라운드 리뷰 : Hidden Big Match

J_Hyun_World 2012. 10. 5. 08:00

 

 

 

 

(대구와의 3번째 경기를 치룬 인천은 이윤표의 2골을 앞세워 2대1 승리를 거둬 하위스플릿 독주체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2012년 K리그에서 가장 큰 돌풍을 일으켰던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상반기에는 대구, 하반기에는 인천이라고 꼽을 수 있겠다(경남의 상위스플릿 진출도 나름 돌풍에 속하지만, 대구와 인천의 임팩트가 너무나 컸다). 이 돌풍의 두 팀이 이번 정규리그에서 맞붙었을 때에는 나란히 1승씩 주고 받으며, 승부를 제대로 가르지 못했다. 그렇기에 스플릿 모드로 들어간 이후 가지는 인천과 대구의 첫 경기가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현재 인천과 대구가 사실상 하위스플릿에서 절대강자라 불릴 만큼, 하위스플릿에서 이 두 팀의 기세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경기가 제법 빅매치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기사란에는 이 경기에 대해서 너무 짧게 다루거나, 심지어 수원과 서울의 경기에 몰려던 관중수와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관중수라는 이유만으로 경기 전체를 폄하하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어이없이 폄하당하거나 묻히는 게 아쉬워서 내가 직접 이 경기에 대해서 재조명하려고 한다. 물론 나는 개천절에 수원 빅버드를 가지 않고 인천 숭의아레나를 다녀왔다. 수원과 서울 경기를 두 세번 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끌리는 경기는 아니었다. 매번 언론이나 사람들 입방아로 빅매치라고 했지만, 그 이름값처럼 박진감 넘친 경기를 보여줬던 적이 너무 오래되었고, 수원이 서울 상대로 7연승인데 긴장감이라고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인천행 지하철을 탔던 것이다.

 


 

0. 인천과 대구의 포메이션

 

  양 쪽 다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 인천 : 21.유현/13.박태민-16.이윤표-20.정인환-6.김한섭/24.구본상-5.김남일/48.남준재-36.김재웅-27.한교원/77.소콜

 

 

 

- 대구 : 1.박준혁/24.박종진-17.이지남-55.안재훈-15.최호정/16.송창호-20.안상현/7.레안드리뉴-22.김대열-10.지넬손/33.송제헌

 

 


1. 양 팀의 예상 전술

 

  인천은 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선발로 많이 나오다보니 힘으로 대구의 아기자기함을 압도하려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으나, 설기현과 이규로가 결장하기 때문에 소콜과 김한섭으로 대체하여야만 했다. 특히 소콜은 연계플레이 능력과 유연함이 있어서 힘축구에 윤활유 역할을 담당하는 것 같았다. 반면에 대구는 아무래도 원정이다보니 순간침투력이 좋은 송제헌과 이번시즌 대구 공격의 중심인 브라질리언 듀오 레안드리뉴-지넬손을 측면에 배치하여 인천의 뒷공간을 노리는 데 주력하는 전술을 가지고 나왔다.

 

 


2. 전반 32분까지 흐름 : 대구의 페이스(Pace)

 

(양 팀 모두 조심스럽다기보단 오히려 과감한 플레이를 보이면서 화력전을 예고하는 듯 했다)

 

  시작 휘슬이 울린 이후부터 인천의 센터백인 이윤표가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기 전까지 경기 흐름은 대구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갔다. 숭의의 주인인 인천이 오히려 초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격으로 전개했고, 역습으로 이어지는 데에 있어 너무 서두르다 보니 제대로 된 제대로 된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소콜을 시작으로 하여 인천 선수들이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향해 날리는 빈도가 많았다. 반면에 대구는 인천이 빠른 템포로 경기를 끌고 가니까 오히여 역으로 흐름을 완전히 죽여놓으면서 자기쪽으로 가져왔다. 템포를 늦추면서 자신들의 수비진영에서 공을 소유한 뒤에 레안드리뉴와 지넬손, 김대열로 하여금 인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특히나 레안드리뉴의 좁은 공간에서 인천의 수비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유연한 드리블을 보자니, 역시 브라질 선수는 뭔가 다르다라는 것을 느꼈다). 또한 모아시르 감독의 영향 때문인지 대구 선수들 개개인의 볼소유능력이 인천보단 앞섰다(웬만하면 잘 안뺐겼다).

 

 이러한 대구가 측면에 배치된 브라질리안 듀오로 하여금 치고 올라올 때, 인천의 양쪽 사이드백으로 배치된 박태민과 김한섭의 활약상이 상당히 빛났다. 특히나 이규로를 대신하여 선발출장한 김한섭의 수비력에 나는 박수를 보냈다. 그가 확실하게 오른쪽 측면을 봉쇄해준 덕택에, 인천이 기본적으로 오른쪽 측면을 먹고 들어가는 형세가 되었다(그 때문에 남준재가 있는 왼쪽보다 김재웅이 있는 오른쪽 측면 공격이 활발했던 것이다). 측면이 생각보다 안 열리니까 레안드리뉴나 지넬손이 무리하게 중앙으로 들어가는 것만 봐도 인천의 측면수비수들의 적절한 수비가 큰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한섭이 이 경기의 숨은 MOM이라고 생각했었다.

 


3. 인천의 승부처 : 인천이 높이와 힘을 앞세워 세트피스에서 우위를 점했다(전반 32분, 후반 3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대구의 센터백들이 공중볼에서 전적으로 밀리는 바람에 이윤표에게 골을 헌납했다)

 

  이 경기의 팽팽한 균형이 깨진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고, 인천은 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결정적인 두 골을 뽑아내면서 이 경기의 승기를 잡았던 것이다. 요즘 국가대표팀에 소집될만큼 물이 오른 주장 정인환 뿐만 아니라 이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면서 맹활약했던 이윤표가 세트피스 시에는 웬만한 공격수들 뺨치는 위치선정과 골결정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다(두 선수가 합쳐서 7골을 뽑아냈다). 그렇기에 인천이 애초에 세트피스 상황을 노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힘에 있어서는 인천이 대구보단 강점을 지녔던 부분이었으니까).

 

  반면 대구의 경우에는 센터백이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는데, 베테랑 센터백인 유경렬은 노쇠화, 싱싱한 김기희는 중동으로 1년 임대가다보니 센터백 자원이 상당히 헐겁다는 약점을 경기 시작 전부터 노출되어왔다. 이지남-안재훈 센터백 듀오가 나름 인천의 역습시를 잘 차단하긴 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인천의 높이에 영 맥을 못췄다(거기다가 몸싸움까지 밀렸으니...). 대구에 김기희라도 남아있었다면 그나마 세트피스에서 대구가 덜 고전했을 것이다.


4. 대구의 이진호-황일수 투입효과(후반 16분 이후) 

 

(힘에서 인천에게 밀리자, 대구는 몸싸움에 능한 이진호와 주력이 가장 빠른 황일수를 투입시켜 변화를 주었다)

 

  인천의 힘축구에 대구의 세밀한 축구가 밀리게 되자, 대구로선 이에 대처할 전술로 변경해야만 했다. 특히나 정인환-이윤표 센터백 듀오의 힘과 높이에 송제헌이 완전히 무력화되자, 모아시르 감독은 망설임없이 바로 이진호를 투입시켰다. 이진호의 경우에는 송제헌과 달리 몸싸움에 능하며 동료선수들과 만들어가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송제헌의 경우에는 약간 포처형에 가깝다랄까). 이진호가 투입한 뒤로부터 대구에게 공격찬스가 더 많이 났고, 이진호가 인천의 수비를 몰고 다니면서 인천 선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자 측면에서 대구의 공격기회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별 활약 없었던 지넬손을 빼고 황일수를 투입시켜 그의 주특기인 종적인 치달을 바탕으로 인천의 뒷공간을 들쑤셨다. 말로만 듣던 황일수의 달리기를 실제로 보니까 인천 선수들이 그를 쫓아가기 위해 무지하게 애먹었고, 이 교체효과는 황일수의 믿기지 않는 감아찬 프리킥골(후반 38분)까지 만들어냈다. 이 두 선수를 투입하고나서 인천 수비가 좀 헐거워졌고, 2대0으로 밀리니까 모아시르감독은 후반 33분에 베테랑 스트라이커인 이광재 투입시키면서 극단적인 공격으로 밀어부쳤다. 황일수 프리킥 골 이후로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으나, 막판까지 대구의 몰아치기는 매서웠다.

 

 

 

5. Key Player : 김남일 vs 송창호의 중원지우기 싸움

 

 

(인천의 키플레이어였던 김남일, 역시 국가대표 주전까지 지냈던 그 클래스는 여전했다)

 

  두 팀이 경기를 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던 이들이 김남일과 송창호였다(부제로 김남일의 노련미와 송창호의 들소같은 중원날뛰기 대결이었다고나 할까). 전성기 시절의 김남일이었다면 전방으로 나와서 상대를 거친 플레이로 하여금 흥분하게 만들거나 쉴새없이 뛰어다녀서 상대를 귀찮게 만들거나 완전히 틀어막는 홀딩 미드필더역할이었을텐데, 이 날 경기에선 주로 뒤에서 볼배급과 조율에 중점을 두는 듯했고, 기존의 홀딩 미드필더 역할은 파트너인 구본상이 대신 해주었다(물론 김남일 또한 수비시에 적절한 수비가담으로 인천 수비에 탄탄함을 보탰었고). 역시 오랫동안 선수로서 활약하다보니 전반적인 인천의 템포를 조절하는 데 능했다라고나 할까.

 

 

(송창호(가운데)의 경기장 전역을 오가는 커버플레이와 전진압박, 커팅능력은 최고였다)

 

  송창호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해서는 익히 소문은 들었다. 울산의 에스티벤처럼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90분 내내 경기장 전역을 뛰어다니면서 상대 선수의 공간을 커버플레이를 해준다거나 전진압박, 또는 역습이 1선에서 발군의 커팅능력을 보여주면서 대구의 수비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였고, 인천전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재웅-한교원 등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송창호에게 틀어막힌 게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러니 송창호가 대구 팬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결국 김남일과 송창호의 대결은 누가 더 우세하다고 평가하기 곤란할 정도로 양 선수 다 제 역할을 120%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이 키플레이어 대결은 무승부로 봐야할 것이다.

 

 

 

6. 수많은 파울과 옐로카드 9장

 

  전반전에만 옐로카드 4장 나오는 거 보고 조금 걱정스러웠다. 지난 7월에 인천 숭의에서 벌어진 인천과 대구 경기에서도 인천이 이기긴 했지만, 양 팀 합쳐서 8장의 옐로카드가 나왔을만큼 경기가 상당히 거칠었기 때문에 그 때 경기가 다시 재현되는게 아닌가 싶었다(옛말에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정확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경기에서 옐로카드는 9장). 파울 수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양팀 합쳐 47개나 기록했다. 그런데 후반전으로 갈수록 심판의 파울과 경고의 기준이 애매해져서 어떨 때는 옐로카드를 줘야할 타이밍에 파울을 선언하거나 혹은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파울과 경고가 많아지니까 후반가서 상당히 거칠어졌다. 괜히 양 팀 서포터즈들이 심판 판정에 상당히 불만을 제기했던 것도 이런 심판의 불명확한 심판 기준 때문이었다.

 

 


  결국 인천이 이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그렇다고 대구가 크게 타격받을 건 없다. 양 팀 다 막상막하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재밌는 건 만약 상/하 스플릿으로 나누지 않았더라면 인천은 지금 6위까지 올라갔을 것이며, 대구도 8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경기를 보러 3295명이 왔다고 하는데, 사실 숭의에 3천명을 넘겨본 적이 개막전/어린이날/서울전/정규리그 마지막전 빼고는 처음있는 일이라 오히려 관중 수는 늘어났다고 한다. 다음에도 이 두 팀이 붙는 경기가 있다면 난 여지없이 이 경기를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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