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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누가 트로피에 입맞춤을 할 것인가? FA컵 결승전 포항 vs 경남

J_Hyun_World 2012. 10. 20. 07:30

 

 

 

(왔다네~ 왔다네, 내가 왔다네~ 포항 vs 경남의 몰빵 한판 승부. 사진출처 대한축구협회)

 

  마지막 한 판 승부만 남았다.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직행 티켓이 걸려있기도 한 이 대회에서 포항과 경남,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타이틀이다. 두 팀 다 상위스플릿에 무사히 안착하긴 했지만 사실상 리그 우승과는 멀어졌다고 보기 때문에, 포항과 경남 양 팀 다 이번시즌에 유일하게 컵을 들어올릴 기회는 이 FA컵 결승전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대회를 앞두고 양 팀 다 준비는 단단히 해왔다. 애초에 경남은 FA컵에 올인하기 위해서 리그경기에서 다소 힘을 뺀 채 일정을 치뤘고, 생애 첫 FA컵 트로피를 획득하기 위해 원정버스만 무려 13대나 준비했다고 한다(접수받은 숫자는 일단 500명이라고 한다. 추가로 더 많은 인원이 원정길에 오를 것이다). 홈구장인 스틸야드에서 결승전을 치르기에 홈팀 포항도 이번 우승트로피를 놓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시즌 아챔에서 겪었던 부진을 만회하고 싶어하기에 총력전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스틸야드는 한바탕 큰 폭풍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사실 이 두 팀이 결승전에서 처음 맞붙는 게 아니니깐 말이다.

 

 

 

FA컵 지난 전적 : 포항 vs 경남 (2008년 FA컵 결승전)

 

(2008년 FA컵 결승전에선 포항이 경남을 누르고 두번째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두 팀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FA컵 결승전에서 맞딱뜨렸던 적이 있었다. 포항은 대구를, 경남은 고양 국민은행을 꺾고 올라온 상황이었다. 전반 3분, 이른 시각부터 양 팀의 균형은 일찌감치 무너졌다. 최효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경남을 뒤흔들면서 중앙으로 패스를 했고, 그것을 이어받은 황진성이 가볍게 선제골을 터뜨린 것이었다. 경남 입장에선 좋지 않은 시작이었다. 기세를 몰아 포항은 데닐손과 스테보를 앞세워 경남이 정신차리기 전에 더 점수를 벌려놓으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무너질 경남이 아니었다. 인디오와 FA컵 득점왕(6골)을 달리던 김동찬을 전방에 앞세워 반격하였고, 좀처럼 풀리지 않자 김진용과 김영우까지 투입시키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포항은 경남이 총공세에 올인하느라 벌어진 수비의 틈을 타서 제대로 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후반 33분, 박원재가 올려준 크로스를 김재성이 헤딩골로 성공시키면서 2대0을 만들며 사실상 포항쪽으로 우승을 인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1분 뒤, 경남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왔었다. 이상홍이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포항의 골대를 향해 날렸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맞추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그걸로 FA컵 승부는 판가름났고, 포항은 비가 내리는 제주도에서 두번째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현재 양 팀의 전력은 어떠한가?

 

HOME - 포항 : 파죽지세(破竹之勢)로 FA컵 3번째 우승을 노린다.

 

(스플릿제도 시행 이후, 상위스플릿에서 가장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는 포항)

 

  상위스플릿에서 요즘 누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포항이라고 말하겠다. 비록 서울과 제주에게 한골 차 석패를 당하긴 했지만, 포항의 경기력이 그렇게 엉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운이 없어서 패배했지). 포항이 왜 잘나가냐고 물어본다면, 수원과 전북, 울산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이 그 증거로 제출하고 싶다. 그동안 포항이 스틸야드에서 수원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되었는데 황진성-박성호-노병준을 앞세워 2대1 승리를 만들어내질 않나, 모든 팀들이 어렵다던 전주성 원정에서 전북을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질 않나(그러고보면 전북이 홈에서 3골차 이상 패배도 광저우전 이후 처음이다), 번번히 발목잡혔던 라이벌 울산에게도 3대1 승리를 거두질 않나. 이러한 포항을 과연 누가 막을 지 감이 안온다.

 

  포항의 상승세 원동력은 바로 '황카카' 황진성의 물오른 경기력과 후반기에 터지기 시작한 '갸루첸코' 박성호의 골감각이다.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7골 8도움)를 기록하고 있는 황진성은 리그 후반기부터 상위스플릿 돌입 이후, 포항을 이끌고 있으며 5주 연속 위클리 베스트 11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화려한 플레이 이외에 팀을 위해 때로는 거친 수비를 보여주면서 팀플레이에도 상당히 헌신적이다. 박성호의 부활도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올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공격수임에도 골을 넣지 못하여 비난에 시달렸으나, 이 FA컵을 기점으로 하여 박성호가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제주전을 제외하고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득점포를 올렸다. 이 기세라면 박성호의 두자릿 수 득점도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최근 스포츠뉴스에서 보여준 고구마 실험과 온라인 상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킨 '애니퐝'이 나오는 등 포항 내 팀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다. 

 

(후반기에 포항을 먹여살리고 있는 박성호(가운데). 유망주 두 명을 건네주고 그를 데려온 황선홍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이번 FA컵 결승전에서 아쉽게도 황진성을 결장하게 된다. 지난 제주와의 FA컵 4강전에서 경고를 받는 바람에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은 황진성이 빠진다 하더라도 그렇게 전력누수를 크게 느끼질 못할 것이다. 울산과의 경기에서 포항은 황진성 없이도 3대1로 대승을 거두었다. 즉, 황진성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장 노병준과 믿고 쓰는 포항유스출신인 신진호와 이명주의 눈에 띄는 성장, 군복무를 마치고 포항으로 돌아와 슈퍼서브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유창현 등 포항의 공격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탄탄하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는 포항, 4년 전처럼 경남을 다시 한 번 꺾고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인가?

 

 

 

AWAY - 경남 : 팀 역사상 최초 FA컵 우승 및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린다!

 

(극적으로 상위스플릿에 잔류한 경남, 그리고 김병지의 600경기 출장기록 수립.)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경남에게는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수비의 핵심이었던 김주영이 떠나버렸고, 구단 내부 문제 및 스폰서 지원 문제로 크게 홍역을 치뤘고, 그러한 문제가 경남 경기력까지 미치는 바람에 강등권을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경남은 그러한 내부 문제를 계기로 더욱 단단해지고, 독기를 내뿜으며 상대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러한 독기로 경남은 꾸역꾸역 승점을 모으기 시작했고, 올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대구-인천의 돌풍에 조용히 편승하여 중위권까지 올라섰다. 그래서 이 3팀의 리그 막바지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경남까지 가세한 덕에 더욱 흥미진진했던 것이다. 결국 경남은 30라운드 정규리그 끝날 때, 극적으로 인천과 대구를 물리치고, 상위스플릿에 합류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들이 상위스플릿 잔류에 온 힘을 쏟아부은 나머지, 상위스플릿에 접어든 이후에는 1승 1무 3패를 기록하면서 완전히 8위로 쳐져있다. 특히나, 서울과의 지난 경기에선 경남이 무엇을 보여줬는지조차 기억이 안날 정도로 무기력했다(경남 뿐만 아니라 이긴 서울 경기력 또한 최악이었다). 하지만, 경남은 이미 리그성적에 대해 큰 미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포항과 다르다(포항은 현재 리그 3위싸움 경쟁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더 FA컵에 정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울산과의 FA컵 4강전이 바로 경남의 짐녑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들의 티아라보다도 더 절실한 의지가 있었기에 울산원정에서 울산을 상대로 3대0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다시 한 번 기적을 준비하는 경남. 그러기 위해선 까이끼(위)와 윤일록, 김인한 등 핵심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경남의 경우, 포항보다 약간 불리한 면을 가지고 있다. 원정경기라는 점도 있지만, 경남의 주장인 강승조 또한 포항의 황진성과 같이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결장한다. 그리고 강승조의 공백을 메꾸기엔 경남의 스쿼드가 그리 두텁지 못하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장미군단은 포항원정을 두려워하질 않는다.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포항원정무승징크스"를 올시즌에 깨뜨렸고, 핵심선수들을 FA컵 결승전에 투입시키기 위해 리그에선 휴식을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경남이 포항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경남의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까이끼와 윤일록, 그리고 한시즌 개인최다골을 노리고 있는 김인한 등의 분발이 요구된다. 특히나 FA컵 4강전에서 김인한이 보여줬던 그 마법같은 골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 과연 포항을 제치고 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 및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달성할까?

 

 

 

요주의 인물 : 박성호 vs 김인한

 

 

  요즘 박성호만큼 믿을맨이 없다. 처음에 포항의 유망주 2명에다가 현금까지 얹어주고 트레이드되서 이적첫날부터 포항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출장할 때마다 욕먹던 그였지만, 이제 어느덧 포항팬들은 그동안 박성호를 깐 것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황선홍 감독의 공격수 보는 눈은 정말이지...). 전북과 울산을 상대로 연속 득점을 한 박성호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FA컵 우승을 통해 자신의 첫 우승커리어를 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으로 경남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김인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까이끼에 이어서 팀 내 공격포인트 2위(8골 2도움)에 올라와있는데, 요즘 폼으로만 보면 자신의 커리어 최초로 두자리 득점대를 기록할 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경남이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4강전에서 울산을 상대로 드리블로 수비를 뚫은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어내며 원맨쇼를 펼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포항전에서도 마법을 보여줄까? 

 

 

<경기 예상> 두 팀 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울산을 상대로 신나게 털었기에, 될대로 되라지. 어차피 남의 경기니까. 그나마 포항이 FA컵 우승해야 울산이 리그에서 아챔 티켓을 따기엔 좀 유리하겠지만, 우리를 삼대떡으로 쳐발라버린 경남 기세가 심상치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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