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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비틀어진 시각으로 본 2012 FIFA 발롱도르 시상식의 '그림자'

J_Hyun_World 2013. 1. 10. 08:00

 

 

 

 

 

(2012년 FIFA 발롱도르도 결국 리오넬 메시에게로 돌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었던 2012년 FIFA 발롱도르는 누구나 예상했듯이,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에게로 돌아갔다. 그 어떤 이변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2위로는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차지했고, 3위로는 메시와 같이 바르샤에서 뛰고 있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다. 그리고 FIFA에서 선정한 2012년 베스트 11은 놀랍게도 스페인 라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전부 11자리 다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해냈다. 그래서 이러한 결과를 보고, 현재 축구의 대세는 스페인이 쥐고 있으며, 라리가가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 말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또한 이러한 FIFA 발롱도르가 참으로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쎄,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들의 의견에 그닥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좀 이번 시상식을 좀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서 보려고 한다. 이전에 2010년 처음 FIFA 발롱도르 시상식 후보명단에 베슬레이 스네이더가 들지 못했던 점을 썼던 시각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된다.

 

 

 

FIFA 발롱도르 : 라리가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나, 정작 스페인 선수들은 50년 넘게 인연이 없다.

 

(수상자 메시, 2위 호날두가 아닌 3위인 이니에스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왜 그는 타지 못했나?)

 

  언제부턴가 이러한 시상식은 전부 리오넬 메시 혼자서 독식하는 체제가 되어버렸다. 메시 이전 시대인 펠레를 시작으로 크루이프, 마라도나, 그리고 호나우두, 지단이 있던 시절에도 이러한 장기적인 독식 현상은 일어났던 적은 없었다. 물론 본인은 메시가 수상한 것에 대해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가 매시즌마다 레코드를 갈아치움과 동시에 그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으니까 말이다. 올시즌만 하더라도 리그/챔스 등에서 뽑아내는 득점력을 본다면 그는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울 지도 모른다. 보통 후반기에 몰아치는 경향이 강했던 메시가 이번에는 전반기 때부터 골을 쓸어담고 있는 것을 본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 스탯으로만 보면 메시는 시상식을 하기 전부터 수상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 페이스대로 쭉 이어진다면 내년 수상자도 메시가 휩쓸어갈 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건, 수상자인 메시도, 2위인 호날두도 아닌 3위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에게 초점을 두려고 한다. 이번 수상자 후보명단에 이니에스타를 비롯하여 스페인은 2008년 발롱도르 시절부터 5년 연속으로 최종 후보를 배출해내고 있다(토레스, 사비, 이니에스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선수들은 그 5년 사이에 한 번도 발롱도르 트로피를 받질 못했다. 정말 받을 수 있었던 기회였던 2010년(그 때는 사비와 이니에스타 두 명이 한꺼번에 후보로 올라왔다)에도 정작 발롱도르는 메시가 쓸어갔다. 스페인은 1960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던 루이스 수아레즈(리버풀의 그 수아레즈 아님) 이후론 발롱도르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그 사이에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인 라울도 2001년에 후보 명단에 들었으나, 마이클 오웬에게 밀려 발롱도르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이니에스타의 경우는 UEFA 최고의 선수상을 받긴 했지만, UEFA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 한정된 것이고, 발롱도르는 전세계 리그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규모가 다르다.

 

(연이어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세계최강으로 불리고 있지만, 상복은 전혀 없는 스페인. 사진출처 스포츠조선)

 

  스페인 선수들이 타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발롱도르가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합쳐진 탓이 매우 컸다. 지난 2010년 초대 FIFA 발롱도르 시상식을 복기시켜보자. 당시 초대 수상자는 리오넬 메시였지만, 실제 기자단 투표에서는 놀랍게도 1위가 최종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던 스네이더였고, 2위와 3위는 스페인을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던 이니에스타와 사비였다. 메시는 이때 당시 4위였다. 물론 기존의 FIFA 올해의 선수상 방식대로 하면 메시가 수상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FIFA 올해의 선수상의 경우에는 FIFA에 가입된 207개국 국대 감독과 대표팀 주장들이 투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발롱도르가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합쳐지면서 그들만의 기존 색깔이 사라져버린 셈이고, 국가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에 의해 정해지게 된 셈이니 인기투표 시상식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스페인 국가대표팀 출신 선수들 중에서 충분히 발롱도르를 받고도 남을 선수들은 많았다. 2008년 유로 대회 우승시절부터 주장완장을 차고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세계 최고의 수문장인 이케르 카시야스를 비롯하여, 바르셀로나의 심장인 카를레스 푸욜, 그리고 실질적인 바르샤의 폐를 담당하고 있는 사비-이니에스타 듀오 중에서 적어도 한 명은 받았어야 정상이다. 그들이 전부 다 뛰어나서 받을 수 없다는 말은 사실 핑계다. 올시즌만 놓고 보았을 때, 이니에스타의 존재감은 상상초월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월드컵 때에 비해 부진(?)했다고 평가받던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우승했던 것도 이니에스타 덕분이고, 델보스케의 그 말도 안되는 전술파괴도 이니에스타가 다 커버했던 점을 기억해보라. 단순히 스탯상으로 평가하면 메시나 호날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팀 내에서 존재감은 이 두 선수와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릴 수가 없다. 바르샤에서도 메시의 빛남 속에 묻히고 있을 뿐, 메시와 함께 바르샤에서 큰 존재감인 이니에스타가 밀릴 이유가 애초에 없었다는 소리다. 너무나 선수 개인 커리어에 집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시즌 리오넬 메시가 상 받을 자격은 충분했다. 감독이든 기자든 그 어떤 하나의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적어도 줄곧 지적해왔던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다면 언제 다시 FIFA 발롱도르의 권위를 해칠 요소는 발생할 것이다.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다시 분리하거나, 아니면 인기투표성 집산과정을 좀 개선해야할 것이다(물론 FIFA가 이 문제점을 고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이 자신들이 만든 상의 수상규칙을 바꿀 리 만무하기에).

 

 

 

FIFA 베스트 11 : 라리가가 세계 최고 리그? 과연 그럴까?

 

(이번 베스트 11은 전부 라리가 출신 선수들이 차지했다고 라리가가 세계 최고 리그라는 말이 나온다. 레알과 바르샤 선수들이 대부분인데 라리가가 최고 리그인가?)

 

  사실 메시의 발롱도르 수상소식보다 더 이슈화되었던 것은 바로 이 'FIFA 선정 세계 베스트 11'이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라리가 출신 선수들이 11자리 모두 싹쓸이했다. 레알 마드리드 출신 선수 5명(카시야스, 라모스, 마르셀로, 알론소, 호날두)과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 5명(알베스, 피케, 사비, 이니에스타, 메시), 그리고 AT 마드리드 출신 선수인 라다멜 팔카오였다. 이렇게 선정된 것 자체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이제 세계 최고 리그가 라리가라는 것이 입증되었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번 선정 자체를 두고 라리가가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칭호를 붙인다는 자체에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다. 레알과 바르샤 위주로 뽑혔다고 해서 라리가가 세계 최고 리그라고 함부로 단언할 수 있을까?

 

  특히나 이번 멤버 중에서 다니 알베스나 헤라르드 피케, 사비 알론소, 라다멜 팔카오가 다른 이들을 제치고 베스트 11 에 선정되었다는 자체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올시즌 알베스는 본인 스스로 '부진했다'고 할만큼 예전에 비해 기량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캡틴 필립 람이 알베스보다 누가보아도 더 월등한 활약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선정되지 못했다. 팔카오도 물론 신계라 불리는 라리가 양대산맥의 상징인 메시와 호날두 사이에서 대등하게 득점포를 가동할만큼 위력적인 건 사실이나, 그가 맨유의 반페르시나 나폴리의 카바니보다 월등하다고 단정짓기도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반페르시 같은 경우 지난시즌 아스날 소속으로 몇년만에 30골로 득점 선두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리고 피케나 알론소 대신에 첼시 챔스 우승의 숨은 공신이었던 이바노비치나 이탈리아 유로 돌풍의 중추였던 피를로, 키엘리니가 밀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분명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세계 축구의 중심인 것은 맞으나, 이 두 팀만 가지고 "라리가=세계 최고 리그" 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분명 라리가에 소속되어 있는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세계적인 클럽이고,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최강의 팀인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팀이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손쉽게 "라리가=세계 최강 리그" 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이번에 선정된 멤버들 중 팔카오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이 전부 이 두 팀에서 나왔다. 물론 이 두 팀이 국내에서나 국제대회에서나 매시즌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맞지만, 이 두 팀이 잘나간다고 세계 최고 리그가 라리가라고 설명할 순 없다. 오히려 이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18개 클럽들은(최근에 AT 마드리드가 좀 나아졌다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재정난과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두 팀의 화려함에 눈이 먼 탓인지, 실질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셈이다. 말라가-헤타페-라싱의 임금 체납 문제 등을 봤다면 그러한 말이 쉽게 나올까?

 

  쉬운 예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고 있는 EPL과 라리가를 비교하려고 한다. 밑의 사진자료는 2010/11 시즌 EPL와 라리가의 중계권료를 비교한 것이다. 레알과 바르샤가 분명 EPL 1위를 기록한 맨유보다 더 많은 중계권료를 챙겨가지만, 나머지 18개 팀들은 EPL에서 강등된 블랙풀보다도 더 적은 액수의 중계권료를 챙겨감에서부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EPL의 경우에는 1위부터 20위까지 균등하게 배분하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라리가는 이 양극화 현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레알과 바르샤도 줄곧 저렇게 받아온만큼 써왔기에 그들도 중계권료 구조변경에 반기를 들고 있다). 라리가 클럽들이 중계권료 양극화 및 메인 스폰서 등을 구하기 어려워져 하는 데다가 최근에는 라리가의 뛰어난 유망주들을 자꾸 해외리그로 빼앗기는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즉, 라리가는 현재 그 어떤 때보다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리그 내에서 4위로 선전하는 말라가만 하더라도 선수 및 스탭들에게 임금 체납 상태로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겉으로 화려해보일지 모르겠지만, 라리가는 속으로 심각하게 속앓이를 할 정도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EPL이 여전히 라리가보다 앞서는 세계 최고 리그라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 11 선정은 그저 '스페인 국가대표팀이 아직까진 대세'라는 것이지, 라리가가 대세라고 반영하기엔 다소 억지성이 강하다라는 뜻이다. 이것이 내 의견이다(뭐,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베스트 11 선정이 얼마나 논란거리가 되는지는 축구팬마다 이야기하는 것이 다 제각각이다. 그만큼 라리가가 세계 최강이라느니라는 말은 아직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몇몇 선수들의 선정 자체도 좀 의아스럽다는 것이다. 사실 EPL도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 팀들이 많기에 오히려 재정적인 안정은 분데스리가가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어떤 특정 리그가 세계 최고라고 함부로 단정짓는 것은 삼가했으면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FFP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이제 더이상 선수를 영입할 수 없게 되어 유망주를 직접 키워서 팔아야 하는 셀링 클럽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라리가가 자타공인 세계 최고 리그로 거듭나려면, 이러한 곪아있는 속부터 제대로 치료해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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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인용

- [Goal.com] 무적함대 스페인, 발롱도르는 인연이… : http://sports.media.daum.net/worldsoccer/news/breaking/view.html?cateid=100032&newsid=20130107160432347&p=goalcom

- 라리가는 세계 최고 리그인가 by 데느 : http://z2inny.blog.me/120177749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