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클래식&챌린지 그리고

'성남 레전드' 였던 박종환의 성남 복귀가 몰고 온 파장

J_Hyun_World 2013. 12. 25. 09:00

 

 

 

 

'성남의 황금시대 창업자' 박종환 감독의 컴백

 

(K리그의 한 획을 그었던 박종환 감독이 K리그로 복귀했다. 사진출처 스포츠동아)

 

  2013년 성남은 외적으로 다소 위태위태했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성남 레전드였던 안익수를 감독으로 불러들여 없는 살림 짜내서 최대 효율성을 끌어내려고 노력했고, 상위스플릿 진출은 실패하여 하위스플릿에서 독보적인 역할로 끝나긴 했으나, 정규리그에선 강팀들과 막상막하의 전술을 들고 나와서 성남의 저력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성남의 모기업이기도 한 일화재단은 더이상 성남을 이끌어갈만한 여력이 없었고, 안산시에 성남을 인수하여 새창단한다는 식의 안산 연고이전설까지 나돌았다. 게다가 한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남의 연고지인 성남시에선 성남의 시도민구단 전환에 시큰둥하면서 사실상 성남구단이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다행히 수많은 축구팬들의 성원으로 성남은 극적으로 시도민구단으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자는 의미로 기존 성남을 이끌었던 안익수가 아닌 과거 성남의 영광을 함께 했던 박종환이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박종환을 빼놓고 감히 K리그 30년 역사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박종환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1983년 머나먼 멕시코 땅에서 한국 청소년대표팀 4강신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이 대회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이 청소년 4강 신화를 계기로 하여, 그는 1989년에 창단한 성남의 초대감독으로 부임해 1993~1995년 성남의 리그 3연패를 이끌면서 정점을 찍었다. 리그 최다우승을 기록한 성남의 별의 절반을 만들어낸 창업자인 셈이나 다름없다. 그 이후로 2001년에는 한국여자축구연맹 초대회장으로 있다가 2003년 대구가 창단할 당시 초대 감독이 되어 2006년까지 이끌었다. 대구 감독에 머물면서도 박종환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당시에 강팀들이 선수가 없다는 식의 인터뷰를 할 때, 그는 "내가 수원 감독이라면 눈감고도 우승했다." 라는 말을 남겼을 만큼 그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대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남이 젊은 40대 감독들이 메인이 되어버린 K리그 무대로 박종환 감독을 불러들이게 된 이유는 바로 "검증된 지도자"라는 점 때문이다. 비록 성남이 과거에 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역사를 지닌 팀이긴 하지만,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창단하기에 기존의 성남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 다른 입지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마치 이제 막 창단한 신생팀처럼 말이다. 그러한 팀을 이끌려면 이미 K리그 무대를 잘 아는 이가 필요했다고 성남 프론트에서 판단하였고, 그 적격자로 성남에 대해 잘 아는 박종환을 지목한 것이다.

 

 

 

"Back To The 90`s", 박종환의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

 

(박종환의 성남 복귀에 대해 많은 팬들이 다소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MK 스포츠)

 

  이 노장을 데려오는 구단의 생각과 달리, 팬들은 이들의 복귀에 대해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질 않는다.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은 박종환 감독의 나이다. 전세계적 추세도 그러하고, K리그 무대도 어느덧 40대가 리그를 주름잡는 세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많은 감독이 추세에 뒤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올시즌까지 울산을 이끌었던 김호곤 감독이 60세가 넘었었고, 세계로 돌아보면 광저우를 이끌고 트레블을 달성한 마르셀로 리피 또한 65세이다. 또한 맨유공화국을 만들면서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알렉스 퍼거슨 또한 72세까지 감독직을 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노장들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퍼거슨보다도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박종환은 올해로 75세다. 전세계적으로 박종환보다 더 고령의 나이에 현역감독으로 활동하는 이는 없다. 한 살 어린 세계적인 명장 지오반니 트라파토니는 지난 9월 아일랜드 감독에서 물러났고, 동갑인 루이스 아라고네스 또한 2009년 페네르바체 이후로 팀을 맡고 있지 않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새출발로 오랫동안 끌고 나갈 감독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부분인 셈이다. 

 

  두번째로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그들의 복귀가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박종환 감독이 성남의 과거 1990년대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곤 하나, 그것만으로는 팀의 분위기를 쇄신하거나 팀의 안정성을 가져다주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성남팬들에게 비춰지는 박종환 감독의 이미지는 레전드 감독이라기보단, 과거 스파르타식 훈련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아있어 자칫 팀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박종환은 과거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특히 체력강화를 중점을 두고 있다)과 강성으로 선수들을 제압하기로 유명하다. 박종환의 이러한 스타일에 맞춰서 성남이 빛을 보긴 했으나, 반대로 국가대표감독을 맡을 당시에는 역효과가 나서 1996년 아시안컵 당시 일부 선수들이 태업성 플레이로 반항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의 전례도 남아있다. 이러한 박종환의 스타일을 잘 알기에 선수들이나 팬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이다.

 

  박종환 감독의 역량을 밑도 끝도 없이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물론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만큼, 위대한 감독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박종환 감독이 활약하던 시절에 비해 축구의 전술과 트렌드도 많이 변화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K리그에서는 대인방어 위주의 수비전술이 대세를 이뤘다. 플랫4를 구사하는 팀도 드물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팀들이 지역방어를 통한 공간 압박을 구사하며 플랫4도 보편화됐다. 젊은 선수들의 의식구조도 많이 변화해 예전처럼 권위적인 감독의 일방적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시대도 아니다. 박종환 감독이 복귀한다한들, 그가 현재 흐름에 맞춰가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둬야한다. 또한 과거 대구시절을 복기하자면, 선수들이 능동적이보단 감독에 의존하여 경기를 했었기에 박종환이 단기로 감독직을 맡고 물러날 시 선수단 자체에 또 하나의 대공황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리그 3연패를 이끌었던 시절과 달리 지금 성남은 2014년 새출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팬들이 박종환 감독 복귀를 반기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가 前 감독이었던 안익수보다 무엇이 더 뛰어나냐는 점이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당시 성남의 차기 감독 후보군이 나올 당시에 안익수 감독이 팀의 안정성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좋지만, 스타성이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지목하였다. 물론 새로운 시민팀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이전과 차별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타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재명 시장의 의중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안익수가 박종환에 비해 전혀 모자랄 것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안익수는 박종환의 직계 제자이며, 박종환으로부터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장악력을 완전히 빼어닮았다. 그리고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고 애정을 가지고 없는 살림 다 꺼내서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이가 안익수이며, 그는 부산 감독과 서울 수석코치 시절에 전술적인 면에서도 호평을 받은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평소에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겠다고 SNS 상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지만, 그의 이번 성남 감독 결정을 본다면 팬들과의 소통은 커녕 오히려 팬들의 목소리를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이 이뤄졌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 결정이다. 현재 감독 선임 이외에 다른 사안에서도 성남 팬들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남 팬들을 성나게 만들고 있다. 유니폼이나 엠블럼 공모전을 받았으면서도 사전 선호도 조사도 먼저 축구동호인들에게 보여주고 그 뒤에 일반 팬들에게 공개되는 식의 다소 납득되지 않는 절차과정을 밟고 있으며, 사전 선호도 조사 일정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처리에 감독 선임만 일방적으로 이뤄졌으니 팬들의 불만이 상당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박종환 감독처럼 노장의 선임이 꼭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장할 순 없다. 다른 종목인 야구만 보더라도 2007년 SK가 '야신' 김성근을 감독을 데려온 이후, 한동안 프로야구를 SK의 시대를 만들어냈고, 김성근을 기점으로 하여 야구계의 트렌드가 또다시 변했던 점, 그리고 선수들의 관리방식 또한 변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박종환 감독의 선임이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성남은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아직 코치진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예산이나 팀 창단식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 박종환은 그저 "3주만 기다려라.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라는 말만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막상 2014년 시즌이 시작되면 긍정적인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그 파장이 성남에게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