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태극기 휘날리며

내가 홍명보 대표팀 감독 유임을 찬성하는 이유

J_Hyun_World 2014. 7. 4. 18:49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아시안컵까지 유임한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가 끝날 때까지 많은 논란을 만들었던 홍명보, 대한축구협회는 그를 아시안컵까지 사령탑으로 두기로 결정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할 때부터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까지 선수기용문제와 논란성 인터뷰 등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홍명보,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홍명보 대표팀 감독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커져고,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한 책임으로 사람들은 홍명보가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야 한다, 나아가 자진사퇴가 아닌 경질로 그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반응들이 봇물처럼 나왔다. 하지만 어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홍명보 유임" 이었고, 기존 2015년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준수하겠다라고 마침표를 찍었다. 축구협회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간 홍명보를 챙겨주고 보호해주려는 축구협회의 "으리" 로 제 식구 감싸주기 아니냐는 식의 비관론적인 반응을 보이며, 차두리의 경우 1998년 프랑스월드컵 자신의 부친이었던 차범근 해설위원이 월드컵 조별리그가 채 끝나기도 전에 경질되었던 것과 비교하면서 울분이 담긴 한마디를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분명 홍명보 감독 체제로 가는 것이 그렇게 옳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일본의 행보와 비교한다면 다소 축구협회의 행보에 대해 화가 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 또한 이번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기록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나라로 귀국했다. 일본 축구협회는 재빨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기존 감독이었던 알베르토 자케로니를 대신하여 과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멕시코 대표팀을 훌륭하게 이끌었던 하비에르 아기레를 선임하였고, 이란의 경우에도 카를로스 퀘이로즈를 대신하여 이란 대표팀을 이끌 새로운 감독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월드컵에서 부진했음에도 유임하여 아시안컵까지의 계약기간을 유지하겠다는 축구협회의 태도가 도무지 못마땅한 것이며, 축구협회가 한국 축구에 정말 신경쓰고 있는게 맞는지, 이들이 한국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사람들이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홍명보 대표팀 감독 유임을 찬성하는 이유

 

  하지만 이번 대한축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주위 사람들이 보았을 때에는 다소 이해가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누구보다도 홍명보 체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좋지 않을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선봉에 나서서 말했던 이가 본인이었는데, 그러한 사람이 홍명보 유임에 찬성한다고 하니 아이러니할 것이다. 물론 축구협회가 유임결정을 내리면서 언급했던 사유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입장과는 달리, 지금 당장 감독 교체해봐야 대체할 만한 이도 없을 뿐더러 그동안 이전에 축구협회가 행했던 대안없는 문책성 경질 및 자진사퇴 유도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 당시 차범근 해설위원 도중 경질부터 2011년 조광래 감독 경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축구협회는 대안없이 문책성으로 경질/자진사퇴를 하게 만들었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차두리의 트윗을 되짚어보자.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차범근은 멕시코와 네덜란드에게 연거푸 2연패를 당하면서 일종의 문책성으로 월드컵이 끝나기도 전에 경질되어 조기 귀국하여야만 했다.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내리 당하였고, 멕시코에게 3대1 역전패, 그리고 네덜란드에게 5대0 대패를 당한 것은 분명 타격이 컸지만 아무런 대책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그를 경질시킨 것은 참으로 무책임했고 경기를 치르는 한국대표팀에게 악영향을 끼쳤던 행동이었다. 이러한 축구협회의 대안없는 문책성 경질 및 자진 사퇴 유도는 그 후에도 계속 이뤄졌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이 "4강 신화" 라는 올가미에 걸린 탓인지 대한 축구협회는 그 후에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에게도 그리 큰 인내심을 가지지 못했다. 히딩크 이후에 지휘봉을 잡았던 움베르투 쿠엘류는 1년 3개월(2003년 1월~2004년 4월), 요하네스 본프레레는 1년 2개월(2004년 6월~2005년 8월), 딕 아드보카트는 9개월(2005년 9월~2006년 6월), 핌 베어벡은 1년(2006년 7월~2007년 7월), 조광래는 1년 5개월(2010년 7월~2011년 12월)이었다. 유일하게 허정무 감독 만이 대표팀 감독들 중에서 2년이 넘는 임기를 보장받았다고 할 수 있다(2007년 12월~2010년 6월). 허정무와 아드보카트를 제외한 나머지 감독들은 거의 경질되다싶이 물러나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경질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었고 축구협회는 대안을 세우지도 않고 일단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의미에서 그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가장 최절정은 조광래가 물러나던 때였다.

 

  그 때 당시 대표팀 선수들 사이 파벌 논란으로 점화되기도 했었지만, 축구협회는 해임절차과정을 여는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임 통보를 조광래에게 알리면서 해고형식으로 마무리지었던 것으로 크게 논란이 되었었다. 그러한 무리수를 던져가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대안으로 내세웠던 것이 최강희 전북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앉히자는 것이었다. 더 웃긴 것은 최강희를 월드컵 본선까지가 아닌 월드컵을 1년 앞둔 2013년 6월까지 계약을 맺으면서 다소 애매모호하게 일처리를 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보니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수많은 실험을 해봐야 결국 월드컵 본선에 사용된다는 보장은 없었고, 최강희를 잃은 전북은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1년 6개월동안 암흑기에 가까운 시즌을 보내야만 했었다. 윗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최강희의 후임으로 온 홍명보 체제 또한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

 

  홍명보 개인의 감독 역량에 다소 결점이 많고,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계속 논란을 낳는 인터뷰를 거듭한 것은 문제가 되고 수많은 이들에게 비난받을 만한 것은 사실이지만, 1년 만에 자신의 색깔에 끼워맞춰서 자신의 팀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다. 이것은 세계적인 명장들도 가히 함부로 이뤄낼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것은 축구협회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인데 그들이 여기서 홍명보를 내친다는 것은 결국 책임을 감독 한 사람에게 떠넘기겠다는 무책임함을 다시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국가대표팀 감독을 데려오는 일도 쉽지 않다. 자칫했다간 제2의 본프레레가 될 확률이 크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축구협회는 일본처럼 발빠르게 영입하지 못하냐면서 그들의 무능함에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홍명보 체제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오랫동안 공개되었으니 후임으로 누굴 데려올 지 미리 선작업 안했던 것도 있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정하는 작업 자체가 상당히 신중하고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제아무리 세계적인 명장이라던지,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감독이라던지 꾸준히 모니터링하여 후보군을 거르고 거르면서 이 사람이 과연 우리나라 대표팀의 전술을 잘 운용할 수 있는지, 우리가 맞춰줄 수 있는 주급조건을 갖췄는지, 우리나라 현지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감독을 교체해버리면 당장 6개월 뒤에 있는 아시안컵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또 문제가 될 것이다. 매번 아시안컵 우승에 한맺힌 상황에서 과연 새로운 감독이 6개월만에 기적적으로 한국대표팀을 최강의 전력으로 갖추어서 아시안컵 제패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내 대답은 "No" 이다.

 

  그렇기에 홍명보 유임은 더더욱 필요한 상황이고, 그가 남은 계약기간(=2015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아야한다는 점이다. 홍명보가 오는 아시안컵에서 2경기 출장정지로 조별리그 2경기를 벤치에서 앉지 못한다는 점이 현재 걸림돌이긴 하지만, 새 감독으로 아시안컵을 맞이하는 것보단 그나마 위험부담은 덜하다고 판단된다. 적어도 홍명보 체제의 코치진들이 벤치를 지키고 있다.

 

 

 

  이제 홍명보 감독 유임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크게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이 해야 할 일은 그간 망가질대로 망가진 대표팀을 재정비하여 다음 메이저대회인 아시안컵에 대비하여 뒤를 이을 후임 감독에게 잘 인수인계하는 것이 우선과제이며, 축구협회는 나아가서 홍명보가 남은 임기를 채울 동안 그를 대체할 후보군들을 물색하여 최적의 감독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표팀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밑바닥을 찍었으니, 이제 다시 치고 올라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