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2-0 안산 : 대전은 홈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안산까지 잡아내면서 K리그 챌린지 독주체제의 발판을 굳혀나갔다.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강력한 두 클럽이 맞붙었다. 한 쪽은 시즌 시작 전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이자, 승격 0순위로 손꼽혔던 안산이고, 다른 한 쪽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상승세를 타면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전이다. 사실상 1위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개막경기였던 수원원정에서만 패배를 기록했을 뿐, 대전은 줄곧 승점을 쌓아왔으며 챌린지 10개 클럽들 중에 가장 많은 득점을 뽑아내고 있다. 특히나 지난 대구전을 제외하고 득점행진을 이어가던 아드리아노(7경기 9골)가 K리그 올스타급 선수구성이라는 평을 듣는 안산을 상대로도 득점을 가동할 지 여부가 관심이 모아졌었다. 게다가 조진호 감독이 이제 정식 감독으로 계약했기에 대전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도 좋았다.
안산의 경우에는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두차례나 홈경기를 연기한 탓에 경기감각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물론 체력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두 경기를 덜 치뤘기에 대전보다는 우위에 있으나, 주장인 오범석이 경고누적으로 대전전에 결장하게 되면서 수비라인 구성에 있어서 치명타를 입게 되었다. 이러한 핸디캡을 안고 안산은 대전의 돌풍을 잠재워야하는 임무를 짊어지게 되었던 셈이다.
안산의 획기적인 포지션 기용
퍼플군단 대전을 상대하는 안산이 들고나온 포지션 기용은 다소 획기적이었다. 본디 센터백 포지션이 취약점으로 손꼽혔던 안산이었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센터백 소화가 가능한 오범석을 그동안 원래 포지션인 라이트백이 아닌 센터백으로 기용해왔다. 그가 결장하자, 조동현 감독은 과거 수원에서 센터백을 본 경험이 있는 레프트백 양상민을 센터백으로 두고, 레프트백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용래를 기용했다.
이용래를 레프트백으로 기용했던 것은 그가 과거 경남시절부터 종종 소화했던 경험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라이트백인 박종진이 오버래핑으로 전진할 때 수비라인의 균형을 유지하는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나왔던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용래와 달리 지난 경기에서 사이드백으로 나왔던 박희도는 이번 경기에서 이용래와 포지션을 바꿔서 윙어로 선발출장했다.
하지만 이 획기적인 포지션 기용은 그리 위력적이지 못했다. 양상민이 비록 센터백 소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전문적이지 못하다. 수비리딩에 뛰어나지 않았기에 대전의 원터치 킬패스에 계속 찬스를 허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박종진이 수비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다보니 줄곧 오른쪽 측면에 공간을 많이 내줬다. 또한 양상민은 중원을 거치는 패스보단 최전방으로 한 번에 이어주는 정확도 낮은 롱패스만 시도하다보니 안산의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기형적인 4-4-2 를 쓰는 대전
대전은 기형적인 4-4-2, 즉 4-3-3 에 가까운 4-4-2 형태였다.
안산을 상대하는 홈팀 대전의 포메이션은 다소 흥미로웠다. 안산처럼 똑같은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공격 전개시 대전은 기형적인 4-4-2 를 사용했다. 아드리아노가 포쳐(전형적인 골사냥꾼을 의미) 형태로 최전방에 포진하고, 파트너인 김찬희가 중앙보다는 측면으로 빠져서 움직였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반대편 측면을 커버해줄 선수가 필요했고, 이 역할을 황진산과 서명원이 돌아가면서 수행했다.
특히나 올시즌 처음으로 선발로 나온 윙어 황진산의 역할은 인상적이었다. 유상철 감독으로 인해 윙어로 포지션 변환을 한 그는 빠른 돌파력과 정확하고 강한 킥력으로 안산을 위협하였다. 이 경기에서 황진산은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오가면서 아드리아노와 김찬희의 뒤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면서 박종진의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센터백 안동은까지 끌어내는 등 대전 공격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황진산 못지 않게 정석민의 위치 선정과 경기 리딩 또한 대전이 주도권을 잡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는 안산이 중앙으로 패스가 전개될 때마다 먼저 위치를 예측하여 그들이 중앙에서 이뤄지는 패스들을 모조리 끊어냈다. 안산의 문기한이 주로 후방에 쳐져서 부정확한 롱패스를 찔러줬다면, 정석민은 전진하면서 전진 쓰루패스 및 삼각 패스를 만들어서 안산을 벗겨내는 시발점이 되었다. 후반전에도 정석민의 한 발 빠른 커팅과 공간 점거는 안산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방해하는 데 충분했다.
아드리아노
케빈 오리스에 이어 대전은 아드리아노라는 또 하나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번시즌 대전에 합류한 1987년생 브라질리안인 아드리아노의 존재감은 K리그 챌린지에서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안산과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7경기 9골을 쓸어담았고, 대전의 빠른 역습 전개 스타일에 금새 녹아들었다. 아무래도 전형적인 포쳐 스타일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안산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두 골이 황진산-서명원이라는 윙어들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한몫했지만, 아드리아노의 타고난 움직임이 만들어낸 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약한 안산의 센터백 조합을 상대로 아드리아노는 쉴새없이 빈 틈을 파고들어서 안산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렸고, 안산의 수비진들이 전진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드리아노가 득점하는 데 있어서만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안산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도 아드리아노는 최전방에 위치하면서 끊임없이 컷백을 시도하는 등 최전방 압박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후반전에 접어들어서도 그의 라인 브레이킹과 1대1 찬스 능력은 여전했고, 그가 왜 K리그 챌린지에서 독보적인 존재인지 유감없이 발휘했다 할 수 있다.
박현범 효과
밑줄 친 선수들은 교체투입된 선수들이다. 양 팀 다 세 명 교체했다.
중원에서 정석민-김종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던 안산은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안성빈을 빼고, 박현범을 투입시켜 중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사실 박현범이 투입하기 전까지 문기한-이재권 중원 조합은 실패나 다름없었다. 문기한는 자꾸만 후방에 내려가서 길게 패스하려고 했고, 공격적인 성향은 지닌 이재권은 전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박현범이 들어오면서 해결되었다.
박현범이 후방에 쳐지면서 불안했던 안산의 플랫4 바로 앞에 위치하여 수비 중심을 잡아줌과 동시에 문기한과 이재권을 전진시키게 만들었다. 특히나 이재권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2선에서 활발히 움직여주면서 수비부담을 최소화시키면서 안산의 공격활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안산이 전반 내내 줄기차게 측면 돌파만 하는 단순한 패턴을 벗어나 후반부터 중앙을 거쳐가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것이 안산의 공세를 이어가도록 만들었다.
안산의 한계
후반전에 안산은 홈팀 대전을 상대로 점유율을 6대4로 가져갔을 정도로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갔으며, 후반에 쉴새없이 공격으로 대전을 압박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물론 대전의 골키퍼인 김선규의 호선방과 대전의 수비조직력이 좋았던 측면도 있지만, 그들은 적어도 한 골은 넣었어야했다.
안산의 기본적인 문제는 부분전술의 부재이다. 전반전부터 안산은 패스플레이로 대전을 공략하기 보다는 안산의 스타플레이어들의 개개인 기량으로 승부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렇다보니 이타적인 모습보다는 이기적인 모습이 더 많이 연출되었고, 결과적으로 전반전부터 공격수들이 고립되는 현상을 보였다. 게다가 짧은 패스 연결보다는 너무나도 부정확한 롱패스로 최전방에 연결해서 해결해보려고 했다. 그러한 뻔한 공격은 대전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산이 대전을 상대로 수비할 때 너무나도 거친 수비나 파울을 많이 범했는데, 이것은 대전이 그만큼 위협적이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안산의 수비가 그렇게 효율적이고 위력적이지 못하다보니 파울이나 거친 태클로 그들의 공격흐름을 끊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기도 하다.
안산마저 꺾으면서 대전은 거의 챌린지에서 동방불패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남은 5월 일정에서 패하지만 않는다면, 대전이 승격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반면에, 안산의 경우에는 수비에서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선수들 조직력이 매번 좋지 않다는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다른 팀에 비해 체력적인 부분에서 좋다 할 지라도 승점 3점을 쉽사리 챙길꺼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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