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울산의 모습 : 이름값에 걸맞지 못한 모습이었다.
사실 K리그에서 "울산" 이라는 클럽의 명성은 '아무리 못해도 탑5 안에 드는' 상위권, 혹은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스쿼드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알짜배기에 네임밸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국가대표팀 콜업 시에도 가장 많이 배출해낸 팀을 꼽으라면 울산이 단연 으뜸이었다. 그렇기에, 2012년에 K리그 클럽 소속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정복했던 과거와 달리 2014년 가까스로 상위스플릿에 명단을 올린 게 제법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명예회복과 함께 때마침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윤정환이 울산 사령탑으로 내정되니, 사람들이 울산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고 당연히 전북을 위협할만한 전력으로 거론되어가고 있었다. 분명 시즌 초반 울산의 행보를 보면, 확실히 판도를 바꿀 것 같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울산은 순식간에 곤두박칠치며, 강등 걱정까지 했었다)
하지만 초반 3연승의 무서웠던 기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무슨이유였는지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점 3점을 매번 놓쳤다. 그러했던 경기가 한 경기, 한 경기 적립될 때마다 울산의 순위는 초반 선두권에서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울산의 뒤에 겨우 2팀(지난 시즌 강등한 부산과 대전) 남아있을 만큼 울산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여름이 지나가면서 그제서야 승리의 탄력을 받아 순위를 점점 끌어올리기 시작했으나, 그들은 스플릿모드까지 끝마치고 최종순위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들의 전력과 능력을 고려해본다면, 분명 7위라는 숫자는 울산에게 전혀 어울리지 못한 성적표였다. 울산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부진했던 이유는 여러가지 있었다.
표면적으로 꼽자면, 울산의 주 득점원이었던 김신욱의 기복 심한 플레이부터 문제삼을 수 있다. 지난시즌 득점왕에 오르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그의 발끝으로 승부처에서 울산이 승리를 거둔 경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김신욱은 4월부터 7월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기 전까지, 승부사가 되지 못했고 침묵했었다. 팀의 에이스라는 타이틀을 지녔다면 경기력이 좋고 나쁨을 떠나 팀을 위기에서 구해줄 능력을 구비해야하나, 김신욱은 예전에 비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울산에 비해 약체팀과의 경기에서는 골을 몰아치는 모습은 여전했으나, 문제는 울산과 대등한 상대들(흔히 말하는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존재감이 없어보였다. 김신욱을 골을 넣지 못하자, 마땅한 대책이 없는 울산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양동현이라는 스트라이커도 있었으나, 양동현 혼자만으로는 울산을 구원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김신욱이 득점왕에 오르고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시즌 베스트 11에 선정되지 않는 게 그동안 보여줬던 기복성 플레이 때문이었다.
두번째로는, 중원과 수비의 핵심인 제파로프와 김치곤이 잦은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한 점이다. 자유계약으로 입단한 세르베르 제파로프는 울산의 창의성과 공격전환의 전반적인 역할을 맡은 키플레이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가 구단으로부터 받는 연봉(팀 내 2위)에 비해 그가 뛴 경기는 많지 않았다. 잦은 부상으로 울산의 중요한 승부처에선 막상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제파로프라는 창의성을 잃은 울산은 자연스레 공격인 단순해져가면서 상대에게 읽히기 쉬운 패턴만으로 경기를 치뤄야만 하는 단점을 노출해버렸다. 주장인 김치곤의 전력이탈은 울산의 후방을 전체적으로 뒤흔들었다. 김치곤이라는 영향력은 한 명의 단단한 수비수 이상으로 수비수들과 그 앞에 위치한 3선의 선수들의 정신력까지 잡아주는 주장까지 겸비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잡아줄 사람이 없다보니 울산의 후방은 쉽게 무너져 다 잡은 경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나마 믿을만했던 이재성도 동반으로 장기부상이었으니, 김승규 혼자서 후방 전체를 떠맡기에는 너무나 가혹했던 시즌이었다.
윤정환 감독의 책임도 있다. 그가 K리그 스타일에 분명 빨리 파악하지 못한 면도 있었고, 승부수를 던져야할 시점에서 종종 모두가 다소 납득하기 힘든 교체카드를 꺼내들어 긴박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너무나 빨리 잠그려고 했다가 기어이 동점으로 경기를 끝나버린 경기가 너무나도 많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을 때에는 너무나도 뻔하고 단순한 패턴으로 일관하는 모습도 분명 있었다. 윤정환의 시행착오가 너무나도 많았다.
새 시즌을 맞이한 울산의 변화 : "Pick Me Up!" 무한 주전경쟁체제 돌입
2016년 새 시즌으로 접어든 울산, 그 어느때보다도 지난 2015년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하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에 소속된 모든 클럽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였다고 자부할 만큼, 선수이동이 많았다. 그래서 그 때문에 울산은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울산은 팀의 중추인 김신욱, 김승규를 비롯해 팀 스쿼드의 절반이 바뀌었다)
울산은 이번 겨울 전지훈련이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선수들이 바뀌었다. 외국인 4인방 중 마스다와 코바를 제외한 제파로프와 에벨톤이 팀을 떠났다. 그리고 그동안 팀에 크게 보탬이 되지 못했던 송유걸, 고창현, 서용덕 등도 팀과 이별했다. 지난시즌 울산에서 슈퍼서브로 활약했던 안현범은 제주로, 최장신 수비수인 김근환은 수원FC로, 김신욱 못지 않게 골을 쓸어담았던 양동현은 최대 라이벌인 포항으로, 정동호와 함께 울산의 측면을 책임져왔던 임창우는 사우디로 떠났다. 그리고 오랫동안 팀의 중추역할을 해왔던 김신욱과 김승규도 울산이 아닌 새로운 팀 유니폼을 입고 새 시즌을 맞이했다. 특히나 김신욱은, 하필이면 울산의 경쟁자이자 K리그의 강력한 팀으로 떠오르는 전북으로 이적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김신욱과 김승규이라는 국가대표급 선수 두 명이 동반으로 빠지면서 울산의 최후방과 최전방이 빈약해졌고, 당장 다가오는 시즌에 누구를 그 자리에 내세울 지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나간 만큼 영입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2016년이 시작하기 전부터 울산은 대전의 떠오르는 별 서명원, 인천의 스피드레이서인 김인성, 호주에서 활약했던 이기제 영입을 시작으로 정산, 베르나르도, 서정진, 이정협, 박성호, 김용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15명을 울산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1시즌 반동안 군복무로 상주 소속으로 뛰었던 한상운-강민수까지 복귀했다. 전역자들의 복귀로 인해 스쿼드는 마치 Mnet에서 방영하는 <Produce 101> 를 방불케하는 주전 선택의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아진 셈이다.
(이번시즌 발표한 울산의 확정된 33명의 등번호, 여기서 그 누구도 주전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없다)
1) 골키퍼 : 베테랑 vs 신예의 대결
김승규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누가 과연 주전 골키퍼 장갑을 낄 지가 가장 초미의 관심사라 할 수 있겠다. 등번호 1번을 부여받은 김용대가 당연히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쉽게 생각할 것이다. 김용대는 2002년 부산에서 데뷔한 이래 13년간 K리그를 대표한 골키퍼였고, '최인영-김병지-김영광-김승규' 라는 막강한 계보에 어울리는 네임밸류를 지닌 베테랑이다. 하지만 김용대가 무혈입성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울산은 이전부터 '제2의 김승규'라 불리던 장대희를 키우기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94년생인 장대희는 이미 작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무실점 데뷔전을 치뤘고, 김승규가 기초군사훈련으로 빠진 4주간 선발로 나오면서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사실상 이 포지션은 베테랑인 김용대와 신예인 장대희의 2파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2) 수비수 : 더블 스쿼드, 그 이상의 전력
울산의 수비진은 임창우와 김근환이 떠났음에도 현재 K리그 다른 팀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있다. 지난시즌 김치곤-이재성이 동반 부상으로 전력이탈할 때와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김치곤 vs 강민수 vs 이재성 이라는 K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백에 울산 로컬보이인 정승현, 멀티 플레이어가 가능한 유준수까지 있으니 수많은 조합의 수를 고려할 수 있다. 사이드백 또한 센터백 못지 않다. 올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김태환이 사이드백으로 보직변경하게 되어 정동호와 주전경쟁이 예상되며, 반대편인 왼쪽에는 이명재와 이기제의 두 왼발잡이 사이드백의 기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원클럽맨 김영삼도 사이드백 소화가 가능하다.
3) 수비형 or 중앙 미드필더 : 이번시즌 마스다의 반쪽은?
그나마 이 포지션은 가늠하기가 조금 쉽다. 일단 한 자리는 울산의 살림꾼인 마스다 치카시가 차지할 것이다. 김호곤 체제부터 마스다는 기복없는 꾸준함과 공수 양면에 걸쳐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기량으로 김성환과 함께 울산의 허리를 맡아 2013 시즌 준우승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은 조민국의 패착으로 마스다가 빠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라는 교훈을 줄만큼 그는 선수 한 명 이상의 영향력을 지녔고, 윤정환 또한 그를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파트너다. 지난시즌 활약상을 보았을 때, 구본상 vs 이창용 구도로 갈 확률이 크다. 구본상은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로 터프함과 중심을 잡는데 주력한다면, 이창용은 왕성한 활동량과 때에 따라선 깊숙한 공격가담까지 가능한 전천후 유형이기에 윤정환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마스다의 파트너가 정해질 것이다. 반면 하성민은, 지난시즌 경기의 흐름을 지나치게 끊어버리거나 불필요한 카드 수집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다주었다.
4) 윙어,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 : 예측불허, 미궁 속으로...
가장 예측이 안되는 포지션이 바로 울산의 2선 자원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이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많이 데려온데다가 울산에 이미 이 포지션에 뛰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이다. 반시즌동안 좋은 활약상으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코바나 출전할 때마다 막강한 기동력을 보여줬던 김승준도 쉽게 주전이라 장담못한다는 게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서명원은 김승준 못지 않게 차세대 윙어로 각광받는 선수이자, 과거 대전에서 분투하던 어린 에이스였다. 김인성 또한 인천에서 한가닥했던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한상운은 입대하기 전까지 울산의 실질적인 플레이메이커였다. 지금은 폼이 예전같지 않으나 서정진 또한 재기하면 충분히 전력보탬이 되는 선수일 것이고, 등번호 10번을 받은 베르나르도가 등번호에 걸맞는 역할로 활약한다면 그야말로 주전 선택이 어렵다 할 것이다.
5) 최전방의 구성 : 제로톱? 원톱? 투톱?
김신욱이 떠나고 남긴 이 최전방의 자리를 부산에서 임대온 '슈틸리케의 신데렐라' 이정협이 사실상 무혈입성하는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직 K리그에선 국가대표 때만큼 보여주지 못했으나,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을 기점으로 하여 이정협은 분명 성장하고 있고, 득점력만 다듬어진다면 확실히 김신욱 못지 않은 화력을 내뿜을 수 있는 선수임에는 확실하다. 허나 문제는, 울산은 이 최전방을 어떻게 구성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듯 하다. 장신인 박성호, 혹은 베르나르도나 한상운 등과 조합을 이루는 투톱의 형성을 구축할 지, 아니면 이정협의 개인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원톱, 아니면 이정협을 '가짜 9번' 역할로 하는 제로톱까지 선택할 수 있다. 현재까지 치뤘던 연습경기 등을 봐왔을 때에는 이정협과 그를 받쳐줄 1.5선에 선수 한 명을 두어 원톱과 투톱을 번갈아가는 방안이 유력해보인다.
올시즌 호랑이군단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윤정환 감독은 이번시즌 목표를 최소 6강, 아챔 진출권 획득 으로 설정해둔 상태다)
대대적인 선수 개편한 울산의 올시즌 성적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윤정환은 지난 시즌의 실수를 잊지 않고 있었다. 울산 감독 첫 해에 그는 자신의 기대와 달리, 팀 성적도 나빴고 그를 향하여 단조롭고 뻔한 축구를 한다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시즌에는 공격 루트를 최대한 다양화하면서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선수들에게 창조성을 강조하면서 선수들에게 과감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윤정환은 이번 시즌 울산의 목표를 "최소 6강, 아챔 진출권 획득" 으로 설정하였다. 현실적이면서 '최소 울산이라는 클럽이라면' 에 알맞아야할 목표다.
윤정환 감독이 설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변수가 되는 곳은 바로 울산의 2선 구성과 최전방과 2선이며, 그들의 연계성이 어떻냐에 따라서 사실상 울산의 최종순위, 그리고 결과물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정협의 득점 수가 두자리 숫자가 넘느냐에 따라서 울산의 리그 순위는 윤정환 감독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예상 순위는 갑작스런 부상병동으로 선수들이 대거 전력이탈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3~5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호랑이의 기운으로, 이제 다시 울산은 일어날 때가 되었다. 이제는 이름값을 확실히 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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