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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감독 윤정환이 내건 3가지 키워드 : '체력', '게겐프레싱', 그리고 'One Team'

J_Hyun_World 2015. 1. 11. 23:33

 

 

(울산은 명가부활을 위해 J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윤정환을 새 감독으로 데려왔다)

 

  2014년 울산의 한 해는, 참으로도 암울했고 모욕당하기도 했다. 2013년 시즌 막판까지 라이벌인 포항과 우승을 놓고 마지막 경기까지 혈투를 벌였던 게 엊그제였으나, 한 해만에 모든 이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면서 추락했다. 2014년 시즌에 울산은 최종 순위 6위를 기록하면서 자존심을 구길대로 구겼고, 몇몇 축구팬들로부터 오심으로 경기승리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과 힐난까지 들어야만 했다(성남 원정에서 4대3으로 이긴 경기가 그 예였다). 그동안 울산을 거쳐갔던 수많은 감독들의 첫 해가 순탄치 않았던 적은 많았지만, 조민국처럼 한시즌동안 이렇게 안팎으로 강력하게 비난받은 적은 처음이다. 내/외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결국 조금만 더 지켜보자던 구단측은 인내심을 잃고 조민국을 1년만에 경질했다. 그리고 명가재건을 위해 이웃나라 일본 J리그에서 젊은 감독을 데려왔으니, 과거 '천재 미드필더'로 K리그에 이름날렸으며, J리그 사간 도스 열풍을 볼고 왔던 윤정환이었다.

 

  윤정환의 선임은 그동안 감독 경험이 많은 노장 감독들을 데려왔었던 울산의 기존 행보를 깨는 파격적인 선택이나 다름없었고, 팬들은 이러한 클럽의 선택에 상당히 놀라면서도 매우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게 다 조민국 체제의 1년에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받은 게 너무나도 큰 탓이었다. 심지어 어떤 울산 팬은 "윤정환은 솔방울로 수류탄으로 만들어주실 분"이라고 칭하면서 이 40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에게 거는 기대치가 크다. 지난 12월, 윤정환은 기자회견에서 팬들의 기대치에 대한 훌륭한 답변을 남기면서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울산이라는 팀이 명문팀이라는 점이 끌렸다. 이 팀이라면 우승을 할 수 있는 클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해가 바뀌고, 이제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울산은 본격적으로 리그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시즌과 달리 리그와 FA컵만 병행하면 되기 때문에 리그 우승에 대한 도전은 충분하며, 2013년의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강하다. 이에 대해, 윤정환은 2015년 시즌 울산의 키워드를 3가지로 잡았다. '체력', '게겐프레싱', 그리고 'one Team' 이었다.

 

 

윤정환 감독이 내세운 키워드 1 : 체력

 

(윤정환 감독은 새벽 체력훈련을 추가하면서 선수들 체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윤정환은 이번 시즌에 접어들기 전에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새벽, 오전, 오후 세 차례로 잡으면서 선수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5일 첫 훈련부터 '공포의 삑삑이' 라고 불리는 셔틀런 훈련을 실시했고, 그는 "힘든 시기엔 힘들게 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이미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투혼의 DNA'를 이식하는 작업이며, 과거 사간 도스를 이끌 당시에, 체력적으로 약한 팀을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강화시켜 J리그 돌풍을 일으키는 밑거름으로 만든 선례도 있다. 그리고 윤정환은 "현대 축구의 핵심은 피지컬이며, 체력이 있어야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부족한 부분도 조직력으로 채워야 한다"고 지향점을 분명히 하였고, 2차례 예정된 해외 전지훈련(태국-일본)에서도 체력을 중점적으로 강화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지난시즌 울산에서 다른 팀으로 임대를 떠났던 선수들(김영광, 마스다, 임창우 등)도 이번 비시즌 훈련에 전부 합류하여서 체력 강화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러한 팬들 반응은 상당히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조민국 체제까지 체력을 이정도까지 강화해서 훈련한 적이 없었던 울산이었고, 지난 시즌 중반부부터 울산의 핵심 몇몇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체력이 전체적으로 부족하여 경기력에도 상당히 미쳐 울산이 도통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연출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 20분 이후로 넘어가면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서 상대에 압박을 가하여 역습할 수 있거나 주도권을 빼앗아올 수 있는 장면이 많음에도 그 기회를 여러번 놓쳤었다. 올해 자유계약대상자로 풀리는 하성민과 곧바로 재계약을 맺은 이유가 김성환-이호의 전력 이탈을 제쳐두고 바로 그가 체력적인 면에서는 다른 팀동료들에 비해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이 이번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윤정환 감독이 올시즌 체력강화를 내세웠기에 선수들의 체력이 뒤떨어진다면 2월이 끝나기 전에 정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정환 감독이 내세운 키워드 2 : 게겐프레싱

 

(윤정환 감독은 과거 '철퇴축구'의 향수를 지우고, 도르트문트의 장기인 '게겐프레싱'을 이식하려 한다)

 

  두번째로 윤정환은 기존의 울산 축구 스타일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얼핏 들으면 작년 조민국 감독이 부임할 당시의 인터뷰를 연상케 할 수도 있다. 2013년 12월, 조민국은 김호곤 前 감독이 입혀놓은 스타일인 '철퇴축구' 를 버리고, 세계축구 흐름에 맞춰 '티키타카'를 주전술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물은 티키타카는 커녕 이도저도 아닌 망한 축구였다. 그에 더불어 울산 선수들 기량도 동반 쇠퇴하였고, 주전 선수들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신세가 되었다. 조민국의 사례를 겪었기에, 윤정환의 스타일 변화 선언은 어떤 측면에서는 모험으로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윤정환의 발언은 조민국의 선언과는 좀 더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팬들 또한 윤정환 감독의 인터뷰에 현실적이라 판단하며 상당히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윤정환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바로 도르트문트가 앞세웠던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이다. 

 

  '철퇴축구'를 버리고 '게겐프레싱'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는 마냥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다. 윤정환 감독이 가장 먼저 내세운 체력훈련과 이어지는 내용이기도 하며, 작년 시즌 포항이 전반기 내내 돌풍을 일으켰던 것도 바로 '게겐프레싱'과 비슷한 전술로 상대팀을 압도했었던 점도 한몫했다. K리그 클럽들이 아시아 타클럽들에 비하면 체력이 강한 면에 포함되지만, 게겐프레싱을 앞세워서 성공할만한 클럽은 사실 없다. 그렇기에 이명주의 이탈을 비롯하여 선수층이 얇아지기 전까지 포항의 게겐프레싱 전술이 시즌 중반까지 유효하게 상대팀들에게 먹혀들었던 것이다. 수비 시에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최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공을 빼앗으려 들고, 더 많이 뛰고, 역습 시에 상대보다 더 빠르게 공격을 전개한다면 울산의 게겐프레싱은 확실히 통한다. 한 시즌에 평균 30경기 이상을 뛰기에(FA컵 일정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난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게겐프레싱을 앞세우는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선택은 윤정환 감독의 현명함이 돋보인다.

 

 

 

윤정환 감독이 내세운 키워드 3 : one Team

 

(윤정환 감독은 울산이라는 팀을 하나의 팀, 즉 'one Team'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정환은 마지막 키워드로 울산을 하나의 팀, 즉 'one Team' 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정환이 이러한 발언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울산의 경기력이 안풀리면 김신욱의 득점과 김승규의 신들린 선방, 그리고 김치곤의 허슬플레이 등 몇몇 선수들의 개인 플레이에 쉽사리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나, 김신욱과 김승규가 전력에서 빠지게 된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때까지, 울산을 이끌어갔던 핵심 선수 2명의 공백이 생기면서 울산은 이도저도 못하는 어중이 팀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로 인하여 이번 시즌에 잃어버린 승점만 하더라도 셀 수 없을 것이다. 윤정환 또한 작년 울산의 치명적인 약점을 부임한 후에 파악을 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선수 개개인 능력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묶어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는 것, 그리고 세대 차이 없이 활발할 의사소통으로 조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미 'one Team' 을 천명하여, 좋은 선례로 남은 팀이 하나 있다. 바로 2014년 시즌의 수원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서정원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수원의 이미지는, 비싼 이적료로 선수들을 수집하는 스타 군단이자, 조직력보다는 스타 플레이어의 개개인 능력을 앞세워서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 모래알 조직력에 하나로 단결된 모습이 없었다며 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아왔었다. 서정원은 그러한 수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 보다는 하나의 팀을 강조하면서 수원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에 주력했다. 그 결과 수원의 2014년 최종 순위는 리그 2위로 마감할 수 있었고, 굳건한 단결력을 바탕으로 선수와 구단, 그리고 팬 사이의 연결고리 또한 한 층 더 두터워졌다. 현재 울산도 과거 수원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시즌에는 특정 선수 위주로 움직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존재감이 미비했다. 이를 한 데 묶어 주전/비주전 할 거 없이 거대한 시너지로 만들어낸다면, 울산은 분명 2005년과 2012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망망대해로 나가는 배의 닻은 올라갔으며, 새로운 보물을 찾으러 출정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흔히들 말하듯이, 윤정환 감독은 울산의 첫 단추부터 아주 제대로 끼워서 명문 클럽을 되살려보려는 의지가 강하다. 자신이 내세운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말이다. 벌써부터 그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줄 것 같아서 무척이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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