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버저비터 골을 내주면서 AG 한국대표팀은 연장접전 끝에 아랍에미리트에게 1대0으로 무릎꿇으며 결승진출이 좌절되는 동시에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120분 내내 높은 점유율과 쉴새없이 공격을 몰아부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의 역습 한방에 모든 게 날아갔다. 그런데 어쩌면 예견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이 경기의 패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홍명보감독의 전술과 교체타이밍에 문제가 있었다.
첫번째는 교체카드 한 장을 그냥 날렸다(?). 조영철 대신 서정진을 교체한 타이밍은 좋았다(사실 조영철보다 애초에 교체로만 나왔던 서정진을 과감하게 선발투입했더라면 전반부터 오른쪽 측면을 더 활발하게 열어줄 수 있었지 않았나 싶었다, 오늘 조영철은 그저 무기력했었거든). 정작 이해가 안되는 대목은 홍철과 김민우의 교체였다. 사실 홍철은 왼쪽 측면에서 가장 활발하게 공수 오가면서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반면 김민우는 교체투입되고 나서 정작 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대체 왜 투입한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교체해야할 선수는 홍철이 아니라 김보경이었다. 김보경은 조별경기 3경기에 우즈벡전까지 4경기연속 선발에 4경기를 거의 풀타임 가까이 뛰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데다가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져 공격 템포를 못따라갔다. 진작에 상태가 안좋았던 김보경을 빼고 지동원을 투입했더라면 박주영의 고립상황은 면했을테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패스 플레이가 좋았지 않았나? 김보경이 계속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홍명보 감독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건 미친짓이다. 일개의 시청자인 내가 봐도 선수가 분명 헐떡거리며 쓰러지기 직전인데 끝까지 기용이라니...!! 이게 홍명보 감독의 첫번째 실수다.
두번째 실수는 마치 처음부터 승부차기를 염두해 두고하는 듯한 홍명보 감독의 의중? 연장전에 돌입하고 나서 교체카드 한장을 남겨두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이 교체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나 내심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 도중 화면에는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 있던 이범영 골키퍼에게 몸을 풀라고 지시했는지, 이범영 골키퍼가 몸을 푸는 장면이 보였다. 어라? 설마...승부차기를 염두하고 있나? 아직 연장전 끝나려면 15여분 남았는데? 앞에서 언급했던 교체카드 한장을 그저 뻥카로 날리니 공격흐름도 제대로 안되고, 아랍에미리트가 역습 한 번 올라오면 수비가 흔들리니 뭐 될 턱이 있나. 사실 그 때라도 김보경을 뺐어야 했다. 그러나 홍명보감독은 오늘 안정감있게 선방했던 김승규를 대신해 이범영을 교체했다. 이게 무슨..? 한국의 마지막 공격을 날리고, 바로 이어지는 아랍에미리트의 역습. 버저비터 휘슬이 울리기 직전, 한국 수비수들이 선수마크를 놓치는 덕분에 알라브리가 동료 선수의 패스를 받고 그저 골네트에 내리 꽂았고 종료휘슬을 불었다. 그의 승부차기를 염두해두고 아꼈던 교체타이밍의 화가 바로 이렇게 불러들인 것이다.
세번째 실수는 아시안게임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그의 판단이라고 본다. 알만한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홍명보호의 이번 AG 대표차출을 두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시안게임이니 아시아 국가들의 실력이 뭐 대단하냐 싶었는지, 와일드카드도 고작 2장 밖에 쓰질 않았다(그 두 장이 박주영과 김정우였다). 그리고 박주영처럼 군문제가 걸려있는 기성용의 대표팀 명단 제외를 비롯해 K리그 득점왕인 유병수, 이번 남아공월드컵에도 승선하며 K리그에서 떠오르는 유망주이자 또하나의 공격옵션이 될 수 있었던 이승렬 등이 제외되는 이변을 낳았고, 그 대신 "고대앙리"라며 사람들이 조롱하는 박희성이 뽑히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수 차출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박희성의 경우 조별경기가 끝나고 토너먼트에선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못했다. 아니, 조별경기용으로 쓸려고 그를 대표팀에 차출한건가? 홍명보 감독은 이렇게 자신이 뽑은 카드를 무의미하게 또 한 장을 날렸다. 만약 검증되지 않았던 박희성 대신에 유병수나 이승렬이었다면 이렇게 공격옵션이 단조롭진 않았을 꺼라고 생각이 든다.
네번째 실수는 북한전 패배의 재현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오늘 경기를 보아하니,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비를 탄탄하게 하여 알라브리를 중심으로 간간히 역습을 전개해 한방으로 끝내겠다는 전형적인 역습 전술이었다. 조별 첫경기에 가졌던 북한전에서 북한의 주 전술이었다. 이건 완전히 똑같다고 해야하나? 멍청하지 않는 이상, 한 대회 안에서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같은 실수를 또 한 번 저질렀다. 북한전에 당했으면 이번에는 안당해야 하는거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홍명보 감독은 우즈벡전에 연장전까지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 선발로 기용했다. 물론 우즈벡과의 8강전과 오늘 아랍에미리트의 4강전 사이에 무려 4일이라는 휴식은 있었지만, 연장전은 연속으로 두 차례 돌입하게 되면 아무래도 축적된 피로 떄문에 몇몇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김보경을 비롯하여 몇몇 선수들이 체력 저하로 경기운영에 큰 문제점을 드러내니 패스나 슈팅수, 점유율은 높은데도 수비벽을 뚫지 못하는 것이다. 실점상황도 북한전 때와 완전히 똑같았다. 공격과 미드진, 수비간의 연결고리가 완벽하지 못하고 박주영, 김정우, 구자철 이외에는 대부분 국제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아니기에 연속된 경기로 집중력마저 흐트러지니 위험한 상황을 계속 연출하는 것이다.
지도경험이 아직 미숙한 홍명보감독이 갑자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런던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한 대회가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이라고 밝혔는데, 글쎄... 남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홍명보호를 보면 마치 허정무호를 보는 듯한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 없다. 허정무 감독이 원정 16강을 이뤄냈다고는 하지만, 감독 전술이 뛰어났다기 보단 선수들 개개인 능력이 120%씩 발휘했었던 게 남아공 월드컵경기였으니까. 지금 허정무감독이 맡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부임 이후로 1승이라도 했었나? 내 기억으론 승리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게 현실이다. 허정무 감독도 이 지경인데, 감독 경험이라곤 전혀 없었던 홍명보 감독이 2년 뒤에 런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라... 난 말리고 싶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때처럼의 선수차출과 기용, 전술을 보면 올림픽 조별경기는 통과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안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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