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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박지성, 그리고 카가와 신지. 얽혀있는 삼각관계.

J_Hyun_World 2012. 5. 7. 08:0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박지성의 이적설은 매 해마다 나오는데, 이제 안 식상한가?)

 

  13년간 맨유를 봐온 입장이지만, 그동안 내가 축구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맨유에 대한 언급은 팬심에 비해 언급하는 것을 상당히 자제했다. 왜냐하면 내가 아니더라도 맨유에 대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고, "대한민국이 맨유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스포츠뉴스에서 맨유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전부 보도되고 있어서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맨유에 대한 이야기는 홍수처럼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맨유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계속 불거져 나오는 박지성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는 이야기와 그에 맞물려 일본의 카가와 신지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연이어져 나오는 것 때문이다.

 

 

맨유 - 박지성 : 일곱 시즌째, 함께 해온 관계. 이적설 이야기가 한 두번도 아니고...

 

(최근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유가 패배한 이후, 영국 현지 언론은 전부 박지성탓으로 돌려버렸다. 어이가 없다.)

 

  박지성이 맨유를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최근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바로 지난 주에 있었던 맨체스터 더비가 화근이었다. 그동안 결장해왔던 박지성은 '큰 경기의 사나이'라는 수식어답게 리그 1위를 결정짓는 맨체스터 더비에서 선발로 나왔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박지성은 그렇게 큰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른 시간에 교체되었고, 맨유는 맨시티 원정에서 1대0 패배하는 바람에 골득실 차로 맨시티에가 다시 1위를 내주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패배의 책임을 영국언론은 전부 박지성탓으로 돌렸다. 솔직히 이것은 영국 현지언론의 억지스러운 비난이었다. 그 경기를 되짚어본다면 박지성탓이 아니라 맨유 전체가 문제였다. 하파엘과 에브라는 이미 측면을 맨시티에게 내줘버렸고, 긱스와 스콜스도 이제 낼모레 40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그들에게 의존했다(그렇기에 맨유에게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트피스와 중원을 헌납하면서 맨유는 '유효슈팅 0'이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오히려 박지성이 빠지고 나서 그동안 묶여있던 야야 투레가 살아나면서 오히려 맨유에게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영국언론의 말같지도 않는 소리는 무시할 필요가 있다.

 

  이 때를 기점으로 하여 박지성이 맨유에서 떠날 것이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맨유는 박지성과의 계약과 1년을 앞두고 이적료를 충당하기 위해 이번 여름에 팔아버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박지성이 맨유로 입단하고 난 뒤로부터 한 번이라도 이적설이 나지 않았던 시즌이 어디 있었던가? 매시즌 말미에 언론들은 "박지성이 퍼거슨의 살생부에 올라있다." 라든지 "그는 올시즌 끝나고 나갈 것이다."라는 소설을 만들어내면서 그저 대중들의 관심을 주목시키기에 바빴다(존 듀어든도 심심하면 박지성더러 맨유를 떠나라고 칼럼을 쓴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이적설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어떠했는가? 오히려 박지성은 일곱시즌동안 맨유에서 생존하고 있으며, 어느덧 팀내 고액 주급 TOP5 안에 들만큼 맨유 내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입지도는 상당하다. 그리고 스콜스와 긱스가 꾸준히 퍼거슨 감독에게 신임받았듯이 박지성 또한 그들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본다(게다가 맨유는 30세가 넘으면 매년마다 1년씩 계약 갱신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박지성처럼 맨유의 측면과 중앙을 유기적으로 오갈 수 있는 자원도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이야 중원에 스콜스-긱스 라인이 있으니까 박지성에 대한 출장기회가 적었을 뿐, 스콜스나 긱스도 어차피 한시적이며 올시즌처럼 플레쳐와 클레버리가 전력이탈해버리면 답이 없다. 그렇기에 박지성이 떠날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다 하더라도, 별로 아쉬울 것은 없다. 박지성을 찾는 구단은 맨유가 아니더라도 이미 여러 팀에서 눈독을 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이전에 바이에른 뮌헨, 세비야, 유벤투스 같은 팀들과 링크될 정도로 그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들은 많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은 공수밸런스가 뛰어난 윙어 및 중앙자원을 필요로 했었고, 유벤투스는 빈약한 측면자원을 보강하길 원했고, 여기에 적합한 인물이 박지성이었고 실제로 오퍼까지 고려했었다고 한다. 그 외에 그가 맨유에서 뛰었던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EPL의 다른 팀들도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다고 하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박지성의 이적설에 대해서는 이제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된다. 이적하면 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박지성의 커리어가 끝나는게 아니다.

 

 

 

박지성 - 카가와 신지 : 유럽무대를 누비는 아시아 의 상징. "현재, 그리고 미래"

 

(유럽에서는 박지성과 카가와 신지를 놓고,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라고 비교하는 기사들이 종종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박지성, 그리고 카가와 신지. 라이벌 팀인 한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슈퍼스타이자, 현재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아시아 슈퍼스타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나, 요근래에 들어서 박지성과 카가와에 대한 비교 기사가 종종 나오고 있는데, 박지성을 '아시아의 현재', 그리고 카가와를 '아시아의 미래'라고 지정해놓았고, 카가와가 박지성을 대체하여 맨유로 이적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표현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카가와 신지가 감히 박지성 같은 위대한 선수와 비교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소리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박지성과 카가와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좀 무리수인 건 사실이다. 박지성은 카가와 나이대에 월드컵 4강의 주역이었고, 일본 J2리그(교토 퍼플상가)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PSV 아인트호벤)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 공헌한데다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올해의 공격수 후보 명단에 올라갔을 만큼 당시 박지성의 커리어는 웬만한 슈퍼스타들 부럽지 않게 화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가와 신지가 결코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이라는 것을 배제하고 축구선수로서 카가와 신지는 분명히 기량이 뛰어난 선수임은 사실이다. J2리그에 떨어져있던 세레소 오사카를 1부리그로 승격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던 것도 박지성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며, 사실 도박과도 가까울 정도로 분데스리가의 명문 구단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이래, 카가와 신지는 두 시즌 연속 두자리수 골을 기록하면서 분데스리가에서 주목받는 선수로 떠올랐고 도르트문트가 2년 연속 디펜딩챔피언에 올라서는 데에 있어 카가와 신지의 공헌도 상당했다. 이렇다보니 일본에서의 카가와 신지의 입지도는 우리나라에서 박지성의 입지도만큼 커졌고, 일본 내에서도 혼다보단 카가와가 팀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카가와가 박지성의 아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여부가 중요한데, 현재 기량과 잠재성을 감안한다면 박지성의 뒤를 이을 아시아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

 

 

카가와 신지 - 맨유 :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차기 플랜에 포함되어있다?

 

(최근에 맨유와 링크되어 있는 카가와 신지, 그가 과연 퍼거슨의 차기 플랜에 포함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도르트문트에서 마리오 괴체 못지 않게 임팩트를 남겼던 카가와 신지가 과연 맨유로 이적할 것인가, 아니, 맨유에 과연 적합한 선수인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았다. 현재 언론에서 떠드는 말에 의하면 맨유는 도르트문트에게 카가와 신지의 이적료로 128억원을 제시할 예정이며 3년 계약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에서 카가와 신지는 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 바로 밑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었었고, 도르트문트는 주로 4-2-3-1 전술을 사용했다. 반면에, 맨유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는 4-4-2 전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점만 놓고 본다면, 카가와는 맨유에 적합하지 않는 선수다. 물론 카가와가 측면 윙어로도 소화가 가능하지만, 그가 현재 맨유의 측면을 담당하고 있는 발렌시아나 나니를 제치고 주전으로 나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발렌시아와 나니는 EPL에서 내노라하는 정상급 윙어이자 유럽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윙어라인이다). 오히려 카가와보다는 최근에 링크되고 있는 PSV 아인트호벤의 중앙 미드필더 케빈 스투르만이 훨씬 더 맨유에 적합하다. 스투르만의 경우, BTB에 능하고 중장거리 왼발 슈팅, 그리고 공수 밸런스가 준수하기에 4-4-2를 가동하는 맨유 입장에선 절실하다.

 

  하지만, 한가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퍼거슨 감독은 중원을 더이상 보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이제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무조건 4-4-2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그 이유를 지난 레즈더비에서 찾아보았다. 맨유는 리버풀을 맞이하면서 처음에 4-4-2로 나왔지만, 거의 4-2-3-1에 가까운 변형적인 4-4-2 형태를 사용하였는데, 최전방에 웰벡을 배치하고 양쪽 측면에 긱스-발렌시아, 그리고 2선에 루니를 배치하고 스콜스와 캐릭을 볼란테로 배치하여 스콜스의 딥라잉과 루니를 중심으로 하여 2선에서 공격을 풀어나가겠다는 움직임이 엿보였다. 이러한 변형적인 전술을 쓴다고 가정한다면, 퍼거슨 감독이 중앙 미드필더에 대한 영입은 없다고 하는 발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으며, 플레처가 다음 시즌에 복귀한다는 가정 하에, 캐릭-플레처를 더블 볼란테로 두고 그 위에 공격형 미드필더 3명을 두어 2선에서 공격을 풀어나갈 것이다(이게 다 스콜스를 대체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판단했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실제로 2군팀 전술은 4-2-3-1로 바뀌었다.).  맨유가 최근 가이탄과 모드리치, 아자르를 노리는 것도 2선에서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카가와가 링크난 것도 어쩌면 이 부분 때문에 불거져 나온게 아닌가 싶다. 아마 카가와가 온다면 현재 루니의 역할(섀도 스트라이커)에서 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카가와가 맨유로 온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가 맨유로 온다는 이야기는 독일과 일본 언론에서만 나오고 있고, 그저 카가와가 도르트문트를 떠나겠다는 인터뷰가 나와서 그렇게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확실히 카가와는 이번 여름에 도르트문트를 떠날 게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만약 퍼거슨 감독의 차기플랜에 들어있었다면, 퍼거슨 감독이 직접 그의 경기를 보러 방문했을 법 한데, 그를 보러 나타났다는 말은 한 번도 없었다. 실제로 맨유와 링크되어 있는 가이탄이나 아자르, 모드리치의 경우에는 퍼거슨 감독이 직접 그 경기를 관전하러 왔었다(박지성을 영입할 당시에도 퍼거슨 감독은 그의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자기 플랜에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아마 퍼거슨 감독이 직접 움직였을텐데, 그러한 적이 없었기에 여름이적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즉, 현재까지 맨유입장은 "카가와가 오면 좋고 없으면 말고"인 것 같다.

 

 

  현재 박지성과 맨유, 그리고 카가와 신지를 묘한 삼각관계로 얽혀있는 것 같다. 하지만, 두 선수의 이적설에 대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언론들이 만들어낸 추측에 불과하며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유로2012가 끝나고 난 뒤 쯤 되어야 약간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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