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잉글국

브리튼 섬에 삼색기를 꽂은 벨기에 군단, 그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하다

J_Hyun_World 2012. 9. 8. 11:11

 

 

 

 

  일전에 내가 벨기에 '골드 제네레이션'(http://blog.daum.net/manutdronaldo/279)에 관련된 포스팅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포스팅 이후로 벨기에 국가대표팀은 유로 2012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유로대회를 TV로만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유로대회를 포기하게 된 대신에 다른 것을 얻게 되었다. 바로 벨기에 선수들이 브리튼 섬으로 대거 넘어가 EPL의 중심에서 자신들의 삼색기 깃발을 과감하게 꽂은 것이다. 이미 앞서서 영국무대에 진출하여 자신들의 기량을 내뽐내고 있는 뱅상 콤파니, 토마스 베르마엘렌, 마루앙 펠라이니, 무사 뎀벨레와 이번 시즌에 새롭게 영국무대에 정착한 에당 아자르와 케빈 미랄레스까지. 브리튼 섬에 불어닥친 벨기에풍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고, 오래전부터 벨기에가 공들여온 피나는 노력들이 이제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덕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거센 폭풍을 한 번 조명해보려고 한다.

 

 

1. 벵상 콤파니(맨체스터 시티, 센터백)

 

(2011/12 시즌 맨시티가 리그 우승한 것에 대해 실질적인 공헌자는 바로 콤파니였다)

 

  함부르크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벵상 콤파니에 대한 잠재성에 그리 긍정적인 편은 아니었다. 물론 함부르크 시절에도 좋은 평가는 많았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과 종종 정신줄을 놓는 모습이 그의 성장을 언제나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 그의 성장이 지체된 점도 한 몫 했다(그리고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면서 자기 포지션에 대한 정체성도 흔들렸던 시절이기도 하다). 맨체스터 시티로 처음 이적했을 때에도 콤파니는 확실한 자신의 포지션을 찾지 못했으나 2009년 여름 로베르토 만치니가 맨시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그의 축구커리어 인생도 커다란 터닝포인트를 맞이하였다.

 

  만치니는 그를 센터백으로 꾸준히 기용하기 시작하였고, 그에게 기존의 등번호인 33번이 아닌 4번을 주면서 그를 맨시티 핵심선수로 못박아두었다. 만치니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한듯 콤파니는 맨시티 No.1 센터백으로 자리잡으면서 최후방 수비를 맡으며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주특기를 여실없이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는 주장완장까지 차면서 맨시티 분위기를 하나로 단결하는 데 주력하면서 맨시티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갔다. 맨시티가 리그 우승한 원동력은 아게로나 실바, 나스리 같은 화려한 플레이어들보다도 바로 콤파니의 존재감이 가장 컸지 않았나 싶다. 그러한 영향력은 2011/12 시즌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이 증명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만치니 체제의 맨시티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선 콤파니의 리더쉽이 중요할 것이다.

 

 

2. 마루앙 펠라이니(에버튼, 중앙 미드필더/공격형 미드필더)

 

(그저 '키만 큰 선수'라는 수식어에서 '키까지 큰 만능 선수'라는 수식어로 바뀐 올라운드 플레이어 펠라이니)

 

  2008년 여름, 이 190cm가 넘는 장신 벨기에 청년을 데려가기 위해 맨유,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등 빅클럽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나, 그가 택한 행선지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에버튼을 택했다(그것도 이적시장 문닫기 하루 앞두고). 에버튼은 이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없는 돈 다 털어서 클럽 이적 레코드(15m 파운드, 약 270억원)까지 갱신하면서까지 그를 영입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었다. 하지만 막상 영입하고 나서 펠라이니가 에버튼이 쓴 이적료만큼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데뷔시즌인 2008/09 시즌에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하긴 했으나, 투박한 움직임과 거친 플레이로 인해 옐로카드를 수집하는 모습이 잦았고, 그의 실력보다는 그의 헤어스타일(아프로)에 더 관심이 쏠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펠라이니는 키르기아코스의 태클에 걸려 심각한 부상을 입고, 2010/11 시즌을 날려버렸던 적도 있어서 그 때문에 성장이 더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에버튼의 명장인 모예스 감독 휘하에서 펠라이니는 중앙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하면서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에버튼의 득점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펠라이니의 역량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이번 EPL 개막전인 맨유와의 홈경기였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펠라이니는 혼자서 맨유 선수들 전체를 괴롭히는 괴력을 발휘했고, 하늘과 땅 가릴 것 없이 모든 공간이 그의 중심으로 움직였다(물론 결승골도 펠라이니의 몫). 펠라이니의 진면모는 이번시즌부터가 아닐까 싶다.

 

 

3. 토마스 베르마엘렌(아스날, 센터백/왼쪽 풀백)

 

('벨기에의 터미네이터' 베르마엘렌, 온몸을 던지면서 거너스의 최후방을 사수하고 있다)

 

  '믿고 쓰는 아약스산'의 일원이었던 토마스 베르마엘렌은 아약스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주로 왼쭉 풀백으로 뛰었으며, 2008/09 시즌에는 주장완장까지 찰만큼 팀내에서 든든한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2009년 여름에 맨시티로 떠나버린 콜로 투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스날로 이적하게 되었고, 콜로 투레의 등번호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 그가 데뷔시즌(2009/10) 첫 데뷔경기(에버튼전, 6대1 승)에서 데뷔골까지 기록하는 등 센세이셔널한 첫경기를 치루며 단숨에 거너스의 믿음맨으로 자리잡았다. 그 데뷔골 이후로 베르마엘렌은 자신의 커리어 역사상 한시즌 최다골(8골)까지 기록하며, 골넣는 수비수로 각광받았다.

 

  물론 베르마엘렌이 득점감각만 좋은 수비수는 아니었다. "베미네이터(베르마엘렌+터미네이터)"라는 별칭답게 차가운 인상으로 상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면서 수비에 임하는 모습 또한 대단했다. 그러한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 덕에 그가 국가대표경기에서 얻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한시즌 통째로 날렸어도 벵거의 신뢰는 무한이었다(베르마엘렌만한 수비수가 없었으니까). 로빈 반페르시가 맨유로 떠나면서 베르마엘렌은 벨기에 국가대표에 이어서 아스날 주장완장까지 거머줘면서 두 팀의 리더가 되어있었다. 냉철한 듯 보이지만, 파이팅 넘치는 수비수의 리더쉽, 그리고 공격수 뺨치는 득점력을 갖췄으니 이만한 선수가 또 어딨는가? 

 

 

4. 무사 뎀벨레(토트넘 핫스퍼,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 변경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무사 뎀벨레)

 

  사실 무사 뎀벨레가 처음에 뛰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라 윙포워드 겸 섀도 스트라이커였고, 알크마르에서 뛰던 당시에 루이스 반할 감독 밑에서 공격수로서의 재능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수라고 하기에는 뎀벨레의 득점력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물론 10골 이상 넣은 적도 있지만, 기복이 심하다보니 대부분 득점력 부분에서 아쉬웠던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득점력은 풀햄으로 이적한 뒤에도 이어졌다. 그렇기에 뎀벨레는 직접 득점하기 보다는 최전방에 바비 자모라를 지원해주는 롤을 맡으면서 도움에 충실해했다.

 

  그러다 마틴 욜 감독이 뎀벨레의 드리블 능력과 창조성, 패싱 감각을 눈여겨본 뒤에 그에게 중앙 미드필더라는 새로운 포지션으로 보직변경하길 권했고(실제로 윙포워드/섀도 스트라이커로 뛰기엔 뎀벨레에게 한계가 오던 시점이었다), 뎀벨레는 그의 권유를 받아들이고 포지션 변경을 하게 되는데, 2011/12 시즌 찬스 메이킹 횟수만 다소 밀렸을 뿐이지, 거의 모든 측면에서 루카 모드리치와 동급의 활약상을 보이면서 뎀벨레는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찾아냈다. 그 이후로 뎀벨레를 노리기 시작한 구단들이 많아졌고, 모드리치와 반더바르트를 떠나 보낸 토트넘이 재빨리 뎀벨레를 차기 플레이메이커로 이용할 목적으로 데려왔다. 그의 휘젓는 능력이 토트넘에게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5 . 사이먼 미놀렛(선더랜드, 골키퍼)

 

(빈약한 선더랜드의 골키퍼 자리를 문제없이 메꿔주고 있는 미놀렛)

 

  여기서 소개되는 선수들 중에서 미놀렛이 껴있다는 것에 다소 의아해하거나 "얘가 대체 누구지?"라고 느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무래도 미놀렛이 언론에서 크게 다뤄질만큼 특출나게 활약상을 보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EPL에는 체흐, 조하트, 데헤아, 프리델, 레이나 슈제츠니 같은 네임밸류 있는 골키퍼들이 많으니까). 미놀렛은 2010년 조용하게(?) 선더랜드로 이적했고, 선더랜드의 주전 골키퍼였던 크레이그 고든의 백업 골키퍼로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고든이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보니 선더랜드 골키퍼 자리가 비게 되었고 미놀렛에게 기회가 자주 찾아오게 되었다.

 

  미놀렛의 활약상을 담은 경기를 꼽자면, 올해 초(1월 1일)에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맨시티를 상대로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선방들을 보이면서 맨시티에게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그 경기에서 거의 MOM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좋다). 맨시티와의 경기 이후에도 스완지, 노르위치, 스토크 시티 전까지 연속 클린시트를 기록하는 등 선더랜드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는 수호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페이스로 계속 이어진다면 미놀렛이 EPL에서 주목받게 될 날도 그렇게 머지 않았다고 본다(미놀렛 때문에 크레이그 고든은 선더랜드에서 방출되었으니까).

 

 

6. 에당 아자르(첼시, 윙포워드)

 

(올 여름 가장 HOT한 이적설을 뿌리고 다녔던 HOT PLAYER, 에당 아자르)

 

  올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유럽은 아자르 SAGA로 시끌시끌했다. 맨시티와 맨유, 그리고 첼시를 놓고 어디를 가게 될 지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었고, 이에 대한 아자르의 반응도 상당히 애매~하게 답하면서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으니까 말이다(지금 생각해보면 아자르의 어장관리능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몇몇 이들은 과연 아자르가 이런 이적설을 뿌리고 다닐만큼 슈퍼스타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도 있었다. 결국 아자르는 31m 파운드라는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고 첼시에 입단하면서 첼시의 리빌딩 과정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의 첼시에서의 데뷔전은 '문화충격' 그 자체였다. 그동안 후안 마타 이외에 마땅한 윙포워드가 없어서 고민하던 첼시였는데 그가 합류한 이후 빈약한 포지션으로 각광받던 윙포워드진이 단숨에 탄탄해졌고, 리게 앙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드리블 능력과 연계플레이는 첼시에 와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듯한 느낌이었다. 현재까지 4경기 출장 1골 6도움(커뮤니티 쉴드 포함)이라는 말도 안되는 스탯을 쌓으며 EPL을 휩쓸고 다니고 있으며, 아자르 덕에 토레스의 득점포까지 연이어 터지는 있는 실정이다. 이정도의 빠른 적응력이라면 아자르가 올시즌 끝날 때 즈음에는 얼마나 더 보여줄 지가 기대된다. 마치 지난 시즌의 세르히오 아게로 같은 존재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 이외에 포스트 드록바로 주목받고 있는 로멜루 루카쿠(WBA로 임대중)와 올시즌에 EPL에 새롭게 합류한 케빈 미랄레스(에버튼)나 얀 베르통헌(토트넘) 까지 올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치게 된다면 이번 EPL은 아마 벨기에 선수들 놀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