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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챔 8강 진출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은 울산

J_Hyun_World 2012. 6. 1. 08:00

 

 

 

(마침내 가시와를 누르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 진출한 울산, 경기 스코어도 참으로 극적인 연출이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09년 이후 3년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복귀한 울산은 2006년 이후 6년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 무대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울산의 아챔 8강 진출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는데,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K리그 소속팀들이 전부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강력한 아챔 우승후보라 불리우던 전북은 조별리그 마지막라운드에서 가시와에게 어이없는 패배로 탈락해고, 아챔 최다 우승팀인 포항 또한 분요드코르 원정에서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탈락했다. 울산과 같이 아챔 16강에 진출한 성남도 분요드코르에게 황당할 정도로 한 방을 얻어맞고 탈락해버렸다. 그렇기에 아챔 무대에서 울산에게 향하는 시선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고 그에 동반하는 울산 선수들의 부담감도 상당히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5월 한달동안 울산의 성적이 심할 정도로 오르락 내리락했다. 리그에서만 내리 3연패(전북-수원-강원)를 당하며 DTD를 시전중인 반면, 아챔 조별리그나 FA컵에서는 전부 승리를 거뒀기에 대체 어느정도 경기력이 심히 종잡을 수 없었다.

 

  여하튼 이러한 상태에서 울산은 전북을 잡고 올라온 가시와를 홈으로 불러들였고, 그동안 골침묵했던 김신욱과 이근호가 오랜만에 골을 넣으면서 3대2로 승리를 거두었다. 부진을 거듭해왔던 두 선수의 활약이 워낙 컸던지 가시와의 수비진이 이날따라 상당히 헤맸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팬들이 "개판이다", "맘에 안든다" 등으로 온갖 비판을 받아왔던 경기력 또한 많이 좋아졌다(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수원 원정 이후로 제법 볼만했던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울산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던 가시와는 아니었다. 김신욱의 선제골에 곧바로 화답하는 동점골이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터진 추격골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 때까지 울산을 끊임없이 위협해오며 울산이 실수하기를 기다렸었다. 이렇게 아챔 8강 진출을 이뤄냈으니 울산은 일단 한숨을 돌린 셈이다(아챔 8강 경기는 9월부터 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분간 리그와 FA컵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울산이 개선해야할 부분은 여전히 많다.

 

 

 

1. 울산의 로테이션, 솔직히 말하면 '엉망진창'이나 다름없다.

 

('혹사의 아이콘' 울산의 주장 곽태휘, 서울전 강제결장(경고누적)을 제외하곤 국가대표경기까지 합쳐 올시즌 전경기 출장 중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울산이 아챔 8강에 진출한 마당에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그것도 지지자가 굳이 비판에 앞장서는 이유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물론, 아챔 8강 진출은 분명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올시즌 울산의 행보를 보자면 이번 아챔 8강진출이 결코 면죄부로 작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3월달에만 하더라도 상대팀들을 기겁하게 만들던 그 경기력은 이제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3월달의 그 경기력이 "치트키" 켠 상태에서 경기에 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다. 경기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다보니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졸지에 한골차 극장경기가 되어 간신히 이기게 되고, 중요한 경기를 맞이할 경우에는 정신줄을 놓고 역전패로 상대에게 승점3점을 헌납하거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승점 3점 중에 2점을 다시 반납하는 사태도 더러 있었다. 이런 울산의 근본적인 문제는 울산 김호곤 감독의 로테이션 정책에서 시작된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에는 분명 김호곤 감독은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여러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해보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비교적 로테이션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로테이션 체제를 가장한 새로운 혹사 시즌2"다. 그 단적인 예를 울산의 수비진 활용도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울산의 포백라인은 강민수-이재성-곽태휘-김영삼으로 고정되어있는 상태인데, 이 4명의 선수들이 소화한 경기수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하다. 주장인 곽태휘의 경우, 2월말에 있었던 한국 대 우즈벡의 A매치 친선전을 시작으로 지난 가시와와의 아챔 16강전까지 서울전 강제결장 제외한 모든 경기를 풀타임을 소화했다(강제 철강왕 모드다). 그리고 강민수의 경우 올시즌 최재수가 부진한 탓에 센터백이 아닌 왼쪽 풀백으로 뛰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곽태휘와 강민수의 체력이 에너자이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울산 1군에 있는 울산 센터백은 곽태휘, 강민수, 이재성인데 이 세 선수 모두 선발로 풀타임 소화를 거듭하고 있고, 그렇다보니 셋 중에 적어도 한 명은 체력 비축을 해주면서 번갈아 교체해야하는데 이마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까지 백업멤버로 있다가 올시즌 성남으로 이적해서 포텐대폭발을 하고 있는 임종은을 보고있자니 임종은을 남겨둔 채 이  세 선수와 적절하게 로테이션을 돌렸으면 됐을 것인데, 김호곤 감독은 그렇질 않아 결국 곽태휘, 강민수 체력혹사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그리고 지속된 강민수의 왼쪽 풀백 기용으로 인하여 원래 주전이었던 최재수의 폼 회복 기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워낙 강민수가 풀백으로써 무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강민수에게는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가 없고, 왼발 데드볼리스트도 아니다. 이런식으로 기회가 적어지다간 최재수의 폼이 최상으로 영영 못올라올 지도 모른다는 예감까지 든다. 반대편인 김영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용의 장기부상으로 줄곧 선발로 나오고 있지만, 김영삼이 혹여나 부상당할 경우에 그 자리를 대체할 사람도 없을 뿐더러 지나친 혹사로 인해 김영삼까지 들쭉날쭉하고 있다. 수비진들이 혹사로 인하여 집중력이 크게 떨어져 매번 상대팀에게 역전골이나 동점골 등을 헌납했던 것을 기억해보라. 과연 이러한 문제점을 보고도 울산이 제대로 로테이션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곽태휘만 있나? 여기 "울산 공식 혹사 노예"로 등극한 에스티벤도 있어요)

 

  수비진 뿐만 그런 게 아니다. 울산의 중원 또한 그렇다. 특히나 울산의 에스티벤에 대한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가 없을 때의 울산은 상상하기조차 겁날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행여나 그가 부상당할 지도 모른다는 대비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주구장창 에스티벤을 선발풀타임코스로 돌리고 있다. 울산은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두고 경기하는 데, 에스티벤의 대체자는 울산 스쿼드 그 어느 구석을 뒤져봐도 나오질 않는다. 최근엔 에스티벤의 파트너인 이호와 김동석이 번갈아가면서 에스티벤 옆에 하라는 도움은 안주고 일거리만 만들고 있다. 에스티벤을 어느정도 쉬게 하고 그가 없을 때 플랜B를 만들어놨었어야 했는데, 그게 없다보니 매경기마다 에스티벤의 혹사는 지속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식의 로테이션이 과연 제대로 된 로테이션인가. 로테이션은 하는데도 선수들의 체력 비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마당에 말이다. 오히려 울산의 얇디 얇은 센터백이 이번시즌 초반 전북처럼 부상으로 센터백 전멸되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다.

 

 

 

2. "비싼 몸값" 이근호, 김승용이 가져다 주는 딜레마

 

(올시즌 울산으로 이적해온 김승용, 마라냥, 그리고 이근호(사진에 없는 아키까지). 이들 중 몸값 이상으로 맹활약해주는건 사실 마라냥 밖에 없다)

 

 

  김호곤 감독의 적절치 않은 로테이션 체제 이외에도 울산이 개선해야 할 문제는 더 있다. 바로 올시즌 이적해온 이적생들이 가져다주는 딜레마다. 2012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울산은 국내 선수 2명, 외국인 선수 2명(아시아쿼터 1명 포함)으로 총 4명을 데려오는 데 엄청난 자금을 썼다. 특히나 김승용의 경우에는 연봉이 5.5억원이라는 말이 있고, 이근호의 경우 울산으로 이적할 당시 울산이 대구에게 지불한 이적료가 자그마치 30억원+이진호였다(잠깐만,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적료인데?). 이 4명이 영입될 당시만 하더라도 울산이 올시즌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으나, 지금 다시 돌아보았을 때에는 '괜한 큰 기대'를 걸었다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올시즌 이적생 중에서도 유일하게 몸값 이상으로 맹활약해주는건 슈퍼서브로 거듭나 위기에 처한 울산을 매번 구하던 마라냥 밖에 없다.

 

  우선 이근호는, 비록 가시와전 승리의 결정적인 주역이긴 했지만 가시와전까지 그의 입지는 '계륵' 혹은 '준먹튀'였다. 30억원이라는 막대한 이적료에 거기다가 울산팬들이 가장 아끼는 선수이자, 그동안 울산 공격진에서 궂은 일을 도맡았던 이진호를 대구로 넘기기까지 했으니 이근호에 대해서 사실 곱게 보지 않았던 울산팬들의 시선들도 제법 있었다. 이근호에 대해서 크게 환호했던 건 딱 성남전 해트트릭까지였다. 하지만, 그 해트트릭을 기점으로 하여 이근호는 언제부턴가 골가뭄에 시달리게 되었고, 실컷 돌파 다 해놓고 매번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소녀슈팅 때문에 몇몇 울산팬들은 혈압으로 쓰러질 뻔 했다. 이근호의 항상 2% 부족한 마무리 때문에 울산이 다 잡은 경기도 놓쳤던 적이 허다했다(대표적인 게 수원 원정...). 게다가 울산의 공격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이근호의 경쟁자가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신욱도 요즘 골결정력이 말이 아니고, 내셔널리그에서 날라다녔던 김효기는 김호곤 감독에게 크게 중용받지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근호를 자극할만한 경쟁자가 없다면 이근호에 대한 딜레마는 지속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근호가 김승용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인 것 같다. 이근호는 그래도 골이라도 기록하기라도 하지만, 김승용은 팀의 승리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잉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진 상황이다. 처음에는 그저 크로스만 잘하는 일반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전방에 배급해주는 크로스 이외에는 딱히 장점이 없어보였다. 그랬던 김승용이 이제는 "일반인"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내세울 만한 크로스도 부정확하기 일쑤고, 너무나 종적인 움직임 때문에 상대 수비가 그를 마크하기 상당히 용이해졌다(즉, 김승용의 움직임을 상대 수비수들이 다 읽어버린 셈이다). 이제는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이탈했다가 인천전을 기점으로 컴백한 고창현에게 세트피스 키커자리까지 빼앗긴 상황이다. 고창현의 플레이를 보면 김승용이 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고창현의 경우에는 종적인 아닌 횡적인 움직임도 보여주면서 날카로운 크로스 이외에도 넓은 공간을 활용하면서 드리블로 상대수비를 휘젓다가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를 보여주는 등 그동안 울산팬들이 갈망하던 판타지스타의 모습이었다. 그런 고창현이 고슬기와 아주 호흡이 좋으니 고창현보다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김승용이 이렇게 부진하고 있으니 울산이 쥐는 카드 중에 실제로 활용할 카드가 또 줄어든 셈이다.

 

 

 

  울산은 작년처럼 리그만 운용하는 팀이 아니다(사실 작년에도 리그컵, FA컵을 병행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참으로 운이 많이 따르기도 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도 울산의 문제점을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 외부에서 선수를 영입해서 보강을 하던지, 아니면 울산이 자랑하는 유스들을 1군으로 키워서 경쟁력을 주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지만 유망주 육성보다 즉시전력감 활용에 익숙한 김호곤 감독에게 있어 유스는 Out of 안중 그 자체다). 울산은 아챔 8강 진출했다고 기고만장해지거나 긴장을 풀어선 안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며, 감독의 역량이 얼마나 크게 미치는 지 평가될 것이다. 한경기 한경기에 올인하는 자세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팀을 운용하는 안목도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울산이 좀 더 개선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렇게 추억하던 '아시아 깡패'시절의 모습을 보긴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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