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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내에 존재하는 unsung heroes(알려지지 않은 영웅들) Pt.2

J_Hyun_World 2012. 6. 30. 08:00

 

 

 

  전편이었던 K리그 내에 존재하는 unsung heroes(알려지지 않은 영웅들) Pt.1(http://blog.daum.net/manutdronaldo/437)가 포스팅 후에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몰고 올 줄은 몰랐다. 원래는 몇명으로 줄여서 하나로 끝낼까하고 생각했으나, 이왕 하는 김에 각 구단에서 그러한 위치에 있는 선수들을 한 명씩 소개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전편에 이어서 계속 unsung heroes들이 누구누구 있는 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근데 찾아보면 찾을 수록 unsung heroes들이 주로 수비수들이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6. 곽광선(수원/DF/1986.3.28생)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수원에서 unsung heroes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곽광선이 아닌가?)

 

  수원에서 unsung heroes를 찾아보니 내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바로 곽광선이었다. 사실 곽광선만큼 이적과정에서 마음고생 많이 한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강원에서 수원으로 이적할 때, 최하위팀에서 온 선수라는 조롱과 윤성효 감독의 숭실대 라인이라 낙하산이라는 비난, 거기에 수원이 애지중지 아끼는 오재석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여 데려왔기에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곽광선은 수원 선수들 내에서 거의 안티지분을 독차지할 정도였다(참고로 이러한 반응에 대해 곽광선 본인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비난쇄도 속에서 개막전 데뷔를 한 곽광선은 이러한 논란은 단번에 불식시키면서 작년 내내 수원이 고생했던 센터백 라인을 금방 안정화시키는 데 크나큰 조력을 하였다. 호주 출신 외국인 선수 보스나와 함께 새로운 통곡의 벽을 형성한 것은 물론이고, 작년에 수원이 그렇게 바라던 빠른 발의 장신 센터백을 곽광선이 대신 해주고 있는데다가 네스타 빙의돋는 정확한 태클에 최전방까지 한 번에 다이렉트로 찔러주는 레이저 킬패스와 빌드업 능력은 가히 최고였다(수원 경기를 두 번 직관했지만, 곽광선은 정말 TOP다). 이렇게 곽광선이 맹활약을 해주니 졸지에 수원의 원클럽맨이자 주장인 곽희주가 서브로 밀려나는 사태가 일어났고, 수원팬들도 그동안 곽광선에게 '숭실숭실'이라 놀렸던 것에 대해 크게 미안함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수원 수비의 중심은 곽광선 위주로 간다.

 

 

 

7. 김광석(포항/DF/1983.2.12생)

 

(포항의 또다른 원클럽맨 중 한 명이자, 멀티 수비수로서 이름날리고 있는 김광석)

 

  포항하면 가장 많이 연상되는 타이틀 중 하나가 바로 '유스출신 선수들을 가장 많이 데뷔시키는 팀''이다. 그만큼 포항은 유스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유스출신부터 원클럽맨으로 은퇴하는 선수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소개하려는 김광석은 포항유스출신인 선수는 아니지만, 프로 첫데뷔를 포항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계속 포항에서만 뛴 현재진행형 포항 원클럽맨들 중 하나다. 김광석의 주포지션은 센터백이긴 하지만, 좌우 풀백 모두 소화하는 그야말로 멀티포지션 수비수 유형이다. 그래서 예전에 센터백이 아닌 좌우 풀백으로 뛰기도 하였지만, 본인이 센터백을 선호했기에 센터백으로 줄곧 선발출장중이다. 김광석의 경우에는 그의 파트너(작년까지는 김형일, 올해에는 조란)가 보통 언론에서 주목받는 경우는 많았으나 김광석 본인이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나도 몇 번 김광석을 플레이를 지켜봤는데, 조란(작년까진 김형일)이 글레디에이터처럼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즐기면서 상대선수로부터 공을 빼앗아오는 유형이라고 한다면, 김광석은 이와 다르게 파트너 수비수의 뒤를 커버하면서 깔끔하게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광석의 무서운 점을 하나 꼽자면, 센터백치고는 카드수집을 거의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이건 무슨 네스타급 태클입니까?). 현재 김광석이 체력혹사하다싶이 포항의 거의 모든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데(울산으로 치면 곽태휘급이다), 참 아이러니한 점은 김광석이 그동안 포항에서 뛰면서 보여준 활약상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받고 있다는게 좀 씁쓸하다.

 

 

 

8. 최영준(경남/MF/1991.12.15생)

 

(경남의 스타플레이어인 조재철을 후반조커용으로 밀어낼 정도로 중원에서 투지를 불사르는 젊은 미드필더 최영준(가운데))

 

  윤빛가람과 트레이드되면서 경남의 에이스로 금새 자리잡을 것만 같았던 "지금의 조재철이 이렇게까지 밀릴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는" 게 바로 최영준이다. 최영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지금은 수원의 핵심선수이지만 한때 조광래감독시절 경남의 에이스였던 이용래의 다운그레이드 오른발버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래만큼 경기장 전역으로 많이 뛰어다니면서 중원싸움에 힘을 보태고 과거에 경남에서 뛰던 윤빛가람같이 경기 내내 눈에 쉽게 띄진 않지만 안정적인 피딩능력 갖추고 있다(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갖춰야할 요건은 다 갖춘 젊고 유망한 친구다). 거기에 비하면 슈팅능력은 아직 모자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경남은 작년 윤빛가람-강승조 라인처럼 공격과 수비를 분담해서 중원을 운영해왔듯이 이번에도 기존에 있던 강승조와 새롭게 합류한 조재철 라인으로 공수 분담을 해보고자 시도했지만, 밸런스가 파괴되어서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최진한 감독이 플랜B로 꺼내든 카드가 수비를 좀 더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수비력이 좋은 최영준을 강승조의 파트너로 두는 방안을 택했고, 그것이 먹혀들어 불안해보이기만 하던 경남 중원이 진정되었다. 즉, 보통 때는 최영준이 강승조와 짝을 이뤄 더블 볼란테로 나오다가 경남이 승부수를 던질 때에는 조재철을 교체로 투입시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팀의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최영준, 그대야말로 unsung heroes에 제격이다.

 

 

 

9. 정인환(인천/DF/1986.12.15생)

 

(정인환 축구인생 중에 올해 처음으로 그는 주장완장을 찼다. 주장완장을 찬 만큼,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투지가 넘쳤다.)

 

  인천의 주장이자 센터백인 정인환도 알고 보면 엘리트 코스를 단계적으로 밟고 올라온 재능이다. 전북에서 처음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포스트 최진철'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광대뼈 부상 등 크고 작은 부상들이 정인환이 좋은 수비수로 성장하는 데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했었다. 이러한 걸림돌을 극복하고 전북을 떠난 이후 정인환은 전남과 인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였고, 작년에는 자신의 데뷔팀이었던 전북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고,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헤딩 동점골을 넣으면서 인천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하였다. 특히나 정인환은 인천 레전드라 불리우는 임중용의 등번호인 20번을 물려받았다는 점인데, 레전드의 등번호를 물려받았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정인환이 인천 내에서 기대하는 기대치가 제법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대는 그에게 주장완장을 채우는 것으로 이어졌다. 사실 인천 내에 김남일이나 설기현 같은 베테랑 선수들도 존재했으나 그 베테랑들이 주장완장을 거부하면서 허정무 前 인천 감독이 정인환에게 주장완장을 맡긴 것이다. 자신의 선수커리어사상 처음 주장완장을 찼지만, 정인환의 의지와 팀에 대한 애정, 그리고 리더쉽은 생각보다 좋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팀을 하나로 묶어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이 빛을 본 덕분인지 인천이 얼마전에 드디어 강등권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이다(아직 리그일정이 남아있긴 해도). 초보주장이라고는 하지만 팀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는 정인환, 그는 지금 인천의 현재진행형 레전드가 되어가고 있다.

 

 

 

10. 정성훈(전북/FW/1979.7.4생)

 

(이동국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늘 가려있지만, 백업 공격수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정성훈.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전북에 대해서 찾아보니 의외로 unsung heroes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제법 있긴 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정성훈을 뽑았다. 부산에서 뛸때만 하더라도 '한국의 루카 토니'라 불리면서 부산의 주포 공격수로 활약했던 그가, 전북으로 넘어올 당시 K리그의 슈퍼스타인 이동국의 백업 선수라는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사실 자존심이 상할 법 한데 불구하고 정성훈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참고로 이동국과 정성훈은 동갑내기 친구다). 이동국이 그라운드 위에서 펄펄 날아다닐 때, 정성훈은 벤치에서 언제나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주로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나 이동국의 체력안배용으로 투입되거나 선발로 나온다. 하지만, 정성훈은 매번 나올 때마다 백업공격수라는 역할에 충실하게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올시즌에는 정성훈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더욱 더 돋보였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서울과의 경기였는데, 당시 전북은 센터백 전부 부상으로 전멸하여 센터백을 기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정성훈은 낯선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에서 뛰면서 팀을 위해 몸을 날리는 수비를 펼쳤다. 물론 자신의 본래 포지션이 아니라 실수도 나오긴 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몸을 날리면서 서울의 공격을 차단했다. 보통 다른 공격수라면 망설였을텐데 정성훈은 팀을 위해서 자신을 과감하게 희생했다. 확실히 정성훈의 팀을 위한 희생정신을 보면 선수가 반드시 스탯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의 헌신은 널리 인정받아야만 하는게 마땅하다.

 

 

<K리그 내에 존재하는 unsung heroes(알려지지 않은 영웅들) Pt.3>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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