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클래식&챌린지 그리고

K리그 내에 존재하는 unsung heroes(알려지지 않은 영웅들) Pt.1

J_Hyun_World 2012. 6. 26. 08:00

 

 

unsung : 1. 노래가 되지 않은 2. 불려지지 않는, 찬양되지 않은

heroes : hero(영웅, 용사)의 복수형.. 동의어 - heros

 

  보통 이러한 "unsung heroes" 라는 표현은 우리가 흔히 아는 슈퍼스타들이 아닌 그 슈퍼스타들에게 집중조명된 스포트라이트 밖에 존재하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을 일컬을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축구로 쉽게 예를 들자면, EPL에서 박지성이 한 때 "unsung heroes"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었다. 박지성 이외에 K리그만 보더라도 '이 선수는 정말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입이나 언론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라고 생각드는 선수들이 엄청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K리그 내에 존재하는 "unsung heroes"에 대해 파헤쳐볼까 한다.

 

 

 

1. 전상욱(부산/GK/1979.9.22생)

 

(요즘들어서 이 타이틀에 가장 적합한 선수가 바로 부산의 전상욱 골키퍼가 아닐까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는데 모티브가 되었던 선수가 바로 부산의 전상욱 골키퍼다. 내가 직접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정말 저 선수는 왜 뜨질 않는걸까?' 하면서 가장 의아해했던 선수다. 193cm 신장으로 우리나라 키퍼 중에서 장신 골키퍼인데, 사실 전상욱은 2004년에 내셔널리그 소속팀인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데뷔한 선수다. 그 다음해인 2005년에 명문 구단인 성남의 러브콜을 받고 성남으로 이적하여 큰 꿈을 이루는가 싶었으나, 당시 성남 주전이었던 김용대-정성룡이 버티고 있는 바람에 성남에서 다섯 시즌을 머무는 동안 겨우 5경기에 출장하는 데에 그치며 만년 2인자의 삶을 살아왔다. 그랬던 그가 2010년 부산으로 이적하게 되는데, 그것이 전상욱의 선수커리어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황선홍-안익수 체제를 거치면서 전상욱은 부산의 주전골키퍼로 우뚝서면서 작년까지 44경기 출장기록을 세웠다. 물론, 부산에는 이범영이라는 젊은 피의 골키퍼도 있긴 하지만 이범영이 아직 부산의 골문을 지키기에는 다소 경험이 부족한 면이 많다. 전상욱이 매 경기때마다 보여주는 선방쇼는 정말 놀랍다. 특히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보스나의 레이저 중거리슛을 정면으로 받아쳐냈던 것이 아직도 내 머리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신장이 크다 보니 공중볼은 물론이겠거니와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수비리딩과 노련미, 그리고 침착함은 충분히 영웅의 조건을 갖추는 데 충분하다. 정성룡-김영광 때문에 기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가대표에 소집되지 못한다는 게 참 슬플 따름이다.

 

 

 

2. 김형범(대전/MF/1984.1.1생)

 

(잊혀졌던 그 이름, '형컴' 김형범. 대전에서 다시 그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사실 김형범의 경우에는 unsung heroes라기 보다는 forgotten heroes가 더 적합하다고 표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형컴'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김형범의 오른발은 데이비드 베컴을 연상케하는 날카로우면서 정교하고, 때로는 파괴력을 가져다 줬고, 전북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황금발이었다(나는 아직도 김형범이 울산에게 날렸던 부메랑을 잊지 못한다 엉엉). 하지만, 그가 보여준 임팩트와 달리 전북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 위에서 뛰었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그가 부상때문에 겨우 14경기를 뛰었고, 그가 떠난 사이에 전북에선 에닝요라던지, 이승현 등 다른 선수들이 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는 서서히 잊혀져가나 싶었다. 이러한 김형범에게 한 줌의 빛이 되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대전의 유상철 감독이었다. 울산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왔던 두 사람이었고, 유상철 감독이 최강희 감독못지 않게 김형범에 대해 잘 알았기에 김형범은 주저하지 않고 대전 임대행을 택했다. 대전으로 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형범은 대전의 핵심선수로 자리잡았다. 수원전의 김형범의 모습은 위력적이었다. 동료 선수인 케빈이 터뜨린 2골이 전부 김형범의 발에서 나왔기 떄문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이 경기 이후부터 대전이 무패행진에 꼴지에서 탈출하여 어느덧 13위까지 올라섰다는 것이다. 지난 성남전에서 보여줬던 김형범의 원맨쇼는 성남의 승리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김형범이 이제 돌아오고 있다.

 

 

 

3. 김오규(강원/DF/1989.6.20생)

 

('포스트 곽광선' 이라 불리는 김오규(아래), 이제서야 등장한 강원의 새로운 별)

 

  김오규는 위에서 언급한 전상욱이나 김형범보다도 어쩌면 언론이나 팬들 입으로부터 더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2010년 드래프트 1지명으로 강원에 입단하면서 주목받았던 선수였으나, 2011년 터키 전지훈련에서 발목 피로골절을 당하는 바람에 거의 한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원래 작년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오규가 그제서야 데뷔하여 선발풀타임을 뛰긴 했지만, 사실상 이번시즌에 데뷔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아직 파트너인 배효성이나 박우현없이는 헤매는 감이 없진 않고 아직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선수이나 하나 확실한 건 강원 내에서는 수원으로 떠난 '포스트 곽광선'이라 불릴만큼 좋은 인재다. 센터백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고 있으며, 183cm에 점프력이 뛰어나서 제공권 제압에 더할나위없이 좋다. 그리고 그 별칭답게 빌드업 능력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강원팬들에 말에 따르면 김오규마저 없었더라면 수비진이 분명 작년처럼 완전 붕괴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김오규의 중요성은 대단하다. 비록 최근 강원의 성적이 좋진 않으나 김오규에게 거는 기대는 나르샤들을 크게 실망시키진 않고 있다. 89년생이 주전센터백으로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음에도 그가 정기적으로 출장하면서 궂은 일을 도맡고 있다는 점은 분명 높이 사야할 부분이다. 이 젊은 센터백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다.

 

 

 

4. 에스티벤(울산/MF/1982.2.9생)

 

(외모는 마치 마초향이 물씬 풍기는 남미의 남자같지만, 그와 달리 상당히 순둥이인 에스티벤)

 

  에스티벤은 내가 울산팬이 아니라도 그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매 경기마다 피드백으로 올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에스티벤에 대해서 그렇게 고평가를 하는 적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이번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후보명단조차 없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를 생각보다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뿐만 아니라 김호곤 감독이 에스티벤을 트레이드 대상으로 다른 선수들과 두 번이나 트레이드 시도했기도 했다). 사실 에스티벤의 포지션인 수비형미드필더가 그렇게 남들 눈에 크게 띄는 위치가 아니다보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드문 것은 사실이고, 에스티벤이 그렇다고 골결정력이 뛰어나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상대선수를 그라운드 위에서 지워버리는 건 에스티벤이 단연 No.1이다. 마초향이 물씬 풍겨서 상대방의 평정심을 흔드는 거친 모습이 아닌 깔끔하고 정교한 볼커팅과 1대1 마크, 그리고 수비에서 역습으로 전환할 시 전방으로 찔러주는 왼발 킬패스는 K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 해도 손색이 없다(혹자는 에스티벤이 이름과 비슷한 에스티반 캄비아소 같다고 생각된다). 그 어떤 스타플레이어도 에스티벤 앞에서는 꼼짝달싹 못하고 다른 길로 피해가는 방법을 찾으려했으니 이쯤이면 상대편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요, 동료들에게 있어서는 중원을 지배하는 영웅이나 다름없다. 만약 에스티벤이 콜롬비아 국가대표로 뛴 경력이 없었다면, 아마 에닝요처럼 특별귀화 대상목록으로 올라갔을 지도 모른다. 

 

 

 

5. 남궁웅(성남/MF/1984.3.29생)

 

(올시즌 왼쪽 풀백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궁웅. 최근 좋지 않은 팀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출처 스포츠투데이)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성남에는 남궁도-남궁옹 형제가 한 팀에서 뛰고 있었으나, 형인 남궁도가 대전으로 임대를 떠나면서 이제 성남에는 남궁웅만 남게 되었다. '옥새'로 유명한 남궁도와 달리 남궁웅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남궁도의 동생으로만 알려졌을 뿐이다. 그랬던 그가 올시즌 성남에서 왼쪽 풀백으로 나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왼쪽 풀백자리는 성남유스출신인 홍철의 자리였으나, 홍철이 슬럼프에 빠지면서 왼쪽풀백과 왼쪽 윙포워드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방황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남궁웅이 왼쪽 풀백으로 나오면서 홍철의 부족한 수비능력을 메꾸면서 당당히 주전 한 축을 차지하게 되었다(남궁웅이 나온 경기는 모조리 최소실점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할 정도). 무엇보다도 남궁웅의 장점을 꼽자면, 감독의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매 경기마다 신태용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충분히 소화해낸다는 것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남궁웅의 역할은 정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 제법 젊은 연령대를 구축하고 있는 성남스쿼드라서 자칫 잘못하면 한쪽으로 분위기가 휩쓸리기 쉽상인데, 남궁웅이 나름 큰형님 역할을 자처하면서 성남의 중심을 잡으면서 젊은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남궁웅의 트위터를 보면 그의 마인드가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성남처럼 젊은 피들이 수두룩한 이 스쿼드에 남궁웅 같은 존재는 정말 단비와도 같으며, 그가 성남팬들이 안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K리그 내에 존재하는 unsung heroes(알려지지 않은 영웅들) Pt.2> 에 계속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