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K리그 판도를 나름 쥐락펴락하고 있는 대구. 오히려 올해는 더욱 더 무서워졌다고나 할까?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작년 경에 대구의 초반 상위권 랭크에 대하여 대구가 사고를 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가 보기좋게 예측이 빗나갔었다. 내 예측과 달리 대구는 작년 16개 구단 중에 12위를 차지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2010년에 리그 꼴지와 승률 20% 거두었던 것을 비교하면 꽤나 많이 발전한 것이지만(2011년 승률도 거의 30%대다), 2012년 시즌이 2013년부터 승강제 도입을 위해 일시적인 스플릿 시스템을 가동하기에 대구 입장에서는 살아남기위해 현재 성적에는 더이상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대구를 위해 힘써왔던 이영진 감독은 2011년 시즌을 끝으로 경질되었다. 그리고 대구 프론트는 스플릿제도에 대비하기 위해 브라질에서 모아시르 감독을 데려왔다. 비록 팀의 성적 때문에 결단을 내린 것이었지만, 그동안 팬, 그리고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이영진 감독이 경질되었던 점에 대해서 대구 팬들은 다소 못마땅해있던 반응이었다(그리고 모아시르 감독이 수석코치 경험은 있으나 감독 경험이 없다는 점도 다소 위험요소였다).
그렇게 감독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 2012년 시즌에 대해 꽤나 큰 걱정을 하고 있던 대구는 현재 상위스플릿에 유일하게 합류한 시민구단으로 현재 포항에게 골득실에 밀려서 승점 18점으로 리그 8위에 올라서있는 상황. 그리고 이번 시즌에 대구를 상당히 주목해야할 점이 울산, 전북, 포항등 강팀으로부터 과감하게 승점 3점을 따내는 이변을 연이어 만들어냈기에 이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이슈거리가 될만한 부분이다. 사실 K리그의 시민구단들 중에서 대구처럼 강팀들을 상대로 많은 승점을 따냈던 팀이 올시즌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후반기로 갈 수록 대구의 순위가 내려가서 하위스플릿에 합류하여 강등경쟁을 펼칠 확률도 있겠지만, 현재 페이스로 보았을 때 대구는 상당히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짧은 기간동안 대구는 어떻게 바뀐 것인가?
'누구도 얕볼 수 없는 팀'으로 만들고 있는 모아시르 감독의 의지
(부임할 당시에 대구를 '누구도 얕볼 수 없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모아시르 감독, 현재 그의 의지대로 대구는 순조롭다)
브라질 올림픽팀 수석코치를 지냈던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이 한국에 입성할 때 했던 말이 있다. "대구를 누구도 얕볼 수 없는 팀으로 만들겠다. 대구가 한계를 넘어서면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제 막 대구의 지휘봉을 잡은 초짜 감독의 포부였다. 모아시르의 수석코치 시절만 놓고 보았을 때, 그 아무도 그의 역량에 대해서 의심할 사람은 없었다(오랫동안 브라질 클럽을 떠돌면서 수석코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브라질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으로 경험은 전무하기 때문에 그에게 감독을 과연 맡겨도 될런지 약간 의심스럽기는 했었다.
그의 의지는 개막전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여실히 증명하였다. 대구는 객관적으로 전력이 앞섰던 서울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내면서 서울을 당황케 했다. 비록 후반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비기긴 했지만, 대구의 이러한 모습은 K리그 팬들을 놀래키기엔 충분했다. 이러한 대구가 또다시 사고를 쳤으니 그것이 바로 울산과의 홈경기. 당시 아챔경기까지 포함하여 K리그에서 유일하게 무패행진을 기록하며 가장 잘나가고 있던 울산을 대구가 1대0으로 잡아버린 것이다. 울산의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던 점도 있었으나, 대구가 울산을 상대로 확실히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100% 활용을 잘하여 승리를 거둔 셈이다. 그 이후 전북 원정에서 3대2 펠레스코어로 역전승을 거둔 것과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이진호의 후반 종료직전 골로 1대0 승리를 거두며 강팀에게서 승점을 빼앗는 이른바 혁명구단이 되어버렸다.
사실 대구의 스쿼드는 다른 팀에 비해서 그렇게 썩 화려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시민구단들과 비교해보아도 대구를 대표할만한 스타 플레이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아시르는 이러한 대구를 이끌고 상위 스플릿에 들어와있다는 것이다. 마치 생존하기 위해 강팀 앞에서도 기를 죽지 않는 '생존왕' 위건처럼 말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위건과 대구를 비슷한 성향의 팀으로 보고 있으며, 두 팀이 공통적으로 수비를 단단하게 하고 브라질 트리오(레안드리뉴-지넬손-마테우스)와 '황사인볼트' 황일수로 하여금 역습으로 상대에게 기습공격을 가한다. 물론 이 전술이 대구와 비슷한 전력이거나 보다 약한 전력의 팀을 상대로 했을 때에는 먹히지 않았고, 되려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아시르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때로는 경기에서 질 수도 있는 법이며,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팀분위기를 조절하면서 당장의 승부에 급급하기 보단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44경기를 치뤄야하는 입장이기에 모아시르 감독은 매번 베스트11을 가동시키기 보단 주전 이외에 다른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중이다.
대구를 진정한 대구지역 구단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김재하 단장
(대구가 단순히 경기력이 좋아져서 생존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다. 김재하 단장 덕분에 대구는 진정한 지역구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대구가 올시즌에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은 모아시르 감독의 역량과 그에 맞물려 나타는 리그 성적뿐만은 아니다. 대구가 축구 외적인 면에서도 다른 시민구단들보다도 훨씬 더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바로 대구 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재하 단장의 영향력도 대구의 돌풍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재하 단장은 대구 토박이 출신으로 1999년 대구의 야구팀인 삼성 라이온즈 단장과 부사장을 지내며 10년 동안 삼성 구단에서 일했으며(그가 있는 동안 삼성은 3번이나 챔피언에 등극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선 김재하 단장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유능한 전문 경영인이다. 그러한 사람이 2009년 삼성 단장 퇴임이후 은둔생활을 하다가 작년 7월에 대구 단장으로 취임한 것은 K리그 판도에 또 하나의 이슈거리이기도 했다. 사실 김재하단장이 축구에 대해서는 그렇게 정통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30년간 스포츠 경영인으로써 해온 노하우가 있었기에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김재하 단장은 대구 단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경직된 대구의 팀 분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했는데, 지역사회에 확실하게 녹아들어야 관중도 경기장을 찾는다는 지론에 따라 한 달에 2번 구단에서 주최하는 축구클리닉을 통하여 유소년을 공략했다. 특히 스포츠를 통한 학생들의 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교육청과 연계해 펼친 급식봉사나 선수들의 재능 기부는 지역 사회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경기에만 급급해 여유가 없었던 팀 분위기도 일신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구단프론트들의 지역봉사활동, 서포터즈와 선수들과의 정기적인 만남, 대구 스폰서 회사 임직원자녀를 위한 축구클리닉, 지역단체와 활발한 교류, 뻥튀기 관중 집계 금지 등으로 대구는 새롭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임 첫해, 대구가 12위에 그치자 김 사장은 이영진 전 감독을 경질하고 브라질 올림픽대표팀 코치 출신의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선임하는 발빠른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스플릿시 스템에 의해 강등팀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팀 전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했다고 본 것이며, 선수/팬들과 사이가 매우 좋았던 이영진 감독 경질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발생했지만 기민하게 대처했고, 크게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니 자연스럽게 대구를 후원하는 스폰서도 따랐다. 올해 대구는 기 살리기 프로젝트로 '힘내라 대구!! 으랏車車!!' 응원 릴레이 이벤트를 실시중이다. 관중 1만명 돌파시 승용차 1대를 경품으로 제공하고 승리시에는 1대가 추가되는 이벤트다. 호응이 좋아 지역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승용차를 내놓겠다는 문의가 꾸준하다. 대구를 후원하는 한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사실 대구팀이 지역 사회와는 다소 유리된 부분이 있었다. 축구 자체가 가져다주는 매력도 덜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달라졌고 지역사회 공헌과 마케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내부적으로 후원을 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무료 관람' 풍토를 없앤 것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지자체나 기업에 연간권을 사달라는 분위기를 없애고 초청권도 군부대나 봉사단체, 적십자 등 사회공헌단체로 한정시켰다. 제 값을 지불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구단을 살린다는 지론에서다.
시민구단의 단점인 '외풍' 차단에도 주력했다. 스스로 방패를 자임하며 온갖 소문을 잠재웠다. 전임 단장이었던 박종선 단장이 서포터와 시의회, 팬 등 모두에게 비난을 받았고 거의 쫓겨나듯이 물러났었고, 특히나 대구 팀 예산 관련해서도 시의회에 출석하지도 않아서 미운 털이 박혔고 이로인해 예산10억을 지원안해줄려고도 해서 퇴진운동대상이 되었던 점을 생각해본다면 대단히 큰 차이다. 이러한 전례가 있었기에 김재하 단장은 서포터와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설정해 구단 경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대구는 올 시즌 홈경기 7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누적관중 71061명을 기록했고 평균 10152명을 모았다. 지난해 홈 평균 1만명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던 점을 비교하면 놀라운 증가다. 대구스타디움이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한 불리함 속에서 얻은 결실이라 의미는 남다르다. 대구 관계자는 "사장님의 지역 친화력이 너무 좋다. 무엇보다 외부의 소문 등을 막아줘 프런트가 주눅이 들거나 위축됐던 자세가 사라졌다"라며 김 사장 선임 후 구단 내외부 환경이 달라지고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대구의 이러한 행보는 분명히 주목해야만 한다. 특히나 그들의 행보는 현재의 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구단, 그리고 앞으로 새롭게 창단할 시민구단들이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임에는 분명하다. 대구는 일찌감치 다른 구단들과 달리 자신들에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가장 빨리 인지하고, 그에 대해 재빨리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장기적인 플랜을 보고 선수들을 육성하여 즉시전력감으로 키우는 동시에 지역밀착마케팅에 모든 걸 쏟아붓는 모습. 어쩌면 이것이 바로 K리그의 가장 현실적이며 이상적인 구단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대구라면 앞으로도 계속 1부리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발췌 :‘K리그의 도깨비팀’대구, 강팀에 강한 이유는? http://sports.news.nate.com/view/20120502n09075?mid=s0301
대구, 김재하 사장 연임으로 힘 받았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111&article_id=0000274284&date=20120329&pag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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