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하기 힘들었던 K리그 28라운드 : 원정팀 싹쓸이 라운드
(그림파일 출처 : 알싸 10년후전북구단주님)
한 달 동안 본인이 잠시 국내를 떠나있는 사이(본인은 한 달간 유럽여행을 했었다)에 K리그 판도가 많이 바뀌었고, 이전에 상위스플릿 잔류팀이 일부 정해졌다는 것은 들었다. 그런 전제를 떠나 이번 라운드만 놓고 보았을 때는 참 재밌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스틸야드와 전주성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6곳 경기장에서는 전부 원정팀이 승리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하반기 이변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천은 2만5천명 관중이 운집한 울산 문수에서 설기현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를 거두면서 하반기 돌풍의 팀이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주며, 상위스플릿 턱걸이까지 진입했다. 그리고 수원은 상암 원정에서 서울을 상대로 또다시 승리를 거두면서 서울은 2년 넘게 수원에게 이기지 못하면서 체면을 확실히 구겼다. 또한 꼴지를 달리던 전남은 감독 교체 효과에 힘입어 경남을 1대0으로 이기며 강원을 꼴지로 밀어내고 극적으로 꼴지탈출에 성공하였다. 그외 성남은 상주원정에서 3대0 완승을 거두며 상위스플릿 진입에 불씨를 살렸으며, 대전 또한 광주를 잡으면서 확실히 꼴지에서 벗어나 1부리그 잔류에 박차를 가하였다.
현재 상·하위 스플릿 제도가 시도되기 전에 상위 6팀(전북, 서울, 수원, 울산, 부산, 포항)과 하위 5팀(광주, 대전, 상주, 전남, 강원)은 확정된 마당에 나머지 5팀(제주, 인천, 대구, 경남, 성남)의 행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제주는 모든 경기를 다 진다고 가정하더라도 득실 차에서 상위스플릿 잔류에 경합하는 나머지 4팀보다 압도적이기 때문에 대량실점 패배로 패하지 않는 한, 하부 스플릿으로 밀릴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좋다. 그렇기에 사실상 인천, 대구, 경남, 성남 이 4팀이 나머지 상위 스플릿 잔류 티켓 한 장을 가지고 남은 2라운드에서 격돌하게 되었다.
남은 라운드는 '2',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보자
(그림파일 출처 : 알싸 10년후전북구단주님)
8위 인천(승점 36점, 9승 9무 10패, 득실차 -3, 최근 5경기 전적 4승 1패) : 남은 경기 - 전북(A), 제주(H)
(인천의 베테랑인 설기현이 인천의 상위스플릿 진출 희망에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남은 2경기 일정은 인천에게 버겁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인천의 기세는 그 어느팀보다 가장 무섭고, 예측이 불가능했다. 김봉길 감독으로 교체할 당시만 하더라도 인천은 최하위를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었고, 일정 기간동안 '감독교체효과'가 그렇게 크게 작용하진 않았던 건 누구나 다 알던 사실이다. 하지만, 여름은 인천에게 기회의 시점이었다. 7-8월 치뤘던 인천이 치뤘던 경기들 중에서 인천이 획득한 승점은 무려 21점(7승 2패)이며, 그 중에서도 서울과 울산을 격침시키는 이변을 낳으면서 K리그 판도를 뒤흔들었다. 물론 그들이 강팀과의 경기에서만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전력이 엇비슷한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확실히 승점 3점을 쟁취해내면서 인천이 빠르게 전력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변모해버렸고, 꼴지를 맴돌았던 팀도 어느새 리그 순위 8위라는 결과물까지 낳았다. 그들의 흘린 땀이 배신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인천이 상위스플릿에 잔류를 확정지었다고 하기엔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왜나면 인천의 남은 2경기 일정이 상당히 고되다는 점이다. 다음 29라운드 상대는 하필이면 홈에서 극강을 보여주고 있는 전북이라는 점이다. 전주성에서 전북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쟁취했던 팀과 시기가 언제였는지조차 가물가물한 만큼 전북 원정은 인천에게 상당히 고비가 된다. 물론 인천이 홈에서 전북과 3대3 무승부를 거뒀다는 점은 긍정적이긴 하나, 전주성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천이 경우의 수를 따지자면, 차라리 전주원정에서 비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승리하는 데에 총력전을 다하는 게 실리적일 수도 있다(참고로 제주가 매번 후반기에 약한 면모를 보였기에 인천은 이것을 노려야 할 것이다). 물론, 대구와의 골득실 차가 4점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대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인천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9위 대구(승점 36점, 9승 9무 10패, 득실차 -7, 최근 5경기 전적 1승 1무 3패) : 남은 경기 - 강원(H), 서울(A)
(근성있는 감독, 모아시르.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대구는 상위스플릿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상반기 내내 "상위권 브레이커" 역할을 담당하면서 상위팀 물먹이는 데 전문가였던 대구가 후반기에는 약간 주춤했다. 사실 작년 성적(리그 12위)과 비교하면 이런 말 쓰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고 오히려 대구는 이번시즌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랄까, 분명히 강팀과의 경기에선 역습전술로 나오면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으나, 자신들과 전력이 비슷하거나 혹은 약한 팀을 상대로 이기지를 못하는 그 약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좀 걸린다. 포항전 패배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그 전에 현재 상위스플릿 잔류경쟁을 치르고 있던 인천, 경남, 성남에게 패배한 것이 대구 입장에선 타격이 컸다(그것이 결과적으로 현재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되어버렸으니깐 말이다).
그렇다고 대구에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모아시르 감독의 인터뷰대로 "대구는 아직 살아있다". 대구 일정은 승점인 동률인 인천과 비교하면 비교적 쉽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고 상대팀이 쉽다는 건 아니다). 대구의 남은 상대는 강원과 서울이다. 대구는 상위스플릿을 잔류하려면 일단 닥치고 무조건 강원을 잡아야한다. 저번의 '대구대파' 도발을 당하면서 패배했던 게 안억울했던가? 오는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그대로 갚아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된다(대구 팬들 입장에선 아직 그 도발을 잊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시즌 서울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대구였기에 상암원정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한 번 크게 미끄러지지만 않는다면 대구에게는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물론 골득실차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확실하게 승점을 따내기만 한다면 그 문제를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그리고 대구의 브라질리언들에 대한 의존도도 좀 줄여야...).
10위 경남(승점 34점, 10승 4무 14패, 득실차 0, 최근 5경기 전적 1승 1무 3패) : 남은 경기 - 부산(H), 광주(H)
(홈에서 전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8위 수성에 제동이 걸려버린 경남. 하지만 경남이 사실 남은 일정이 경합팀들 중에선 젤 수월하다)
경남도 사실 이렇게 경합 과정까지 올라올꺼라고 생각한 이들도 별로 없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남에 대한 리그 순위 전망은 그렇게 썩 좋은 편이 아니었고, 실제로 리그 초반만 하더라도 경-인-대 라인(경남-인천-대전. 현재는 이 라인은 깨져버린 지가 오래되었다)을 형성하면서 하위 3팀 그룹을 맡았었던 게 엊그제였다. 거기다가 팀 내부 문제까지 겪으면서 경남은 경기에만 집중하기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그러한 어려운 역경 속에서 경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독기를 품고 악착같이 덤벼들었고, 그러한 '독함'이 현재 이 위치까지 끌고 올라왔다(사실 인천의 돌풍보다 경남의 돌풍이 먼저 조명되었다). 그러던 경남이 전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10위로 밀려난 것은 제법 타격이 컸다. 전남보다 약간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경남은 이번 상위스플릿 한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4팀들 중에서는 제일 일정이 수월하다. 일단 남은 두 경기 모두 홈경기를 치룬다는 점에서 다른 3팀보다 앞선다(홈버프가 얼마나 위대한지는 다들 알꺼라 본다). 그리고 상위 3팀(전북-서울-수원)과 붙는 나머지 3팀에 비해 이미 강팀과의 경기는 모두 치룬 상태다. 그리고 부산과 광주라는 점에서 다른 팀들이 치루는 상대들에 비해 비교적 쉽다. 하지만, 경남도 상대가 비교적 편하고 홈에서만 치룬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부산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상대팀에게 오질라게 골을 안내주기로 유명하기 떄문에 무승부 혹은 자칫 패배로 직결하게끔 만드는 팀이 바로 부산이다. 광주도 경남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이미 하위스플릿 확정된 광주이지만, 하위팀들 또한 좀 더 성적이 좋게 끝나길 갈망하기에 마지막라운드에서 경남을 상대로 빅엿을 선사할 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경남은 강한 '전승 의지'로 무장해야 안심할 수 있다.
11위 성남(승점 33점, 9승 6무 13패, 골득실 -7, 최근 5경기 전적 2승 3패) : 남은 경기 - 제주(A), 수원(H)
(요즘 성남을 먹여살리고 있는 레이나. 애프터스쿨 레이나 말고. 희미하게나마 상위스플릿의 희망을 되살렸다.)
성남은 언제나 뒤끝이 좋지 못했다. 울산전이나 서울전, 포항전에서 내내 후반 막판에 정신줄을 놓는 바람에 다 잡았던 승리를 여럿 놓쳐버렸고, 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도 꽤나 오래되었다. 거기다가 시즌초에 기대를 모았던 신입생들은 대부분 기대이하를 선보이면서 성남의 추락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그 중 몇몇은 반시즌만에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그 대신 여름이적시장이 열린 동안 데려온 선수들(레이나, 하밀 등)은 성남의 소방수 역할을 하면서 위기에 빠진 성남을 구해내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나 상주전 3대0 완승을 거두며 오랜만에 성남이 승리를 맛보게 된 것도 이적생 레이나의 공이 컸다(레이나가 에벨찡요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꿔주고 있다). 상위스플릿 합류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3팀에 비해선 불리하지만, 성남에게도 아주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성남이 상위스플릿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모든 경기 전승도 전승이지만, 다른 3팀이 동반으로 미끄러져줘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즉, 다른 팀 경기 결과도 지켜봐야하는 입장이 성남의 입장이다). 성남의 일정은 인천과 비등할정도도 빡빡하기에 그지없다. 제주 원정 경기를 치뤄야하고, 그 다음엔 마계대전을 홈에서 치르게 된다(어? 어쩌다보니 제주가 인천과 성남의 운명을 좌우하는 팀이 되어버렸네?). 제주 원정은 예로부터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힘든 곳이기 때문에 승점을 따간다는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성남의 라이벌인 수원과의 마계대전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경기이기 때문에 성남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긴장을 놓아선 안된다는 것이다(후반 막판 정신줄 놓기는 그냥 끝나는 셈이다). 비록 가능성은 적긴 하나 성남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제 정규리그 종료까지는 앞으로 2라운드, 기간으로 따지면 1주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 상위 스플릿과 하위 스플릿이라는 두 그룹으로 나눠지는 최종 결정을 좌우하게 될 것이며, 이 4팀들이 속하게 될 그룹이 어딘지도 확연하게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어느 팀이 상위스플릿에 합류하고 어느 팀이 하위스플릿에 합류할 지... 참,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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