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만 더 치르게 되면 분데스리가도 이제 윈터 브레이크에 돌입하게 되어 대략 한 달 정도 휴식기에 접어든다. 그렇기에 전반기에 최소한 많은 승점을 따놓아야 내년 1월 중순 이후부터 재개되는 리그 하반기를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반기에 반전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전반기 성적이 분명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전반기에 리그 1위를 수성한 팀이 후반기로 넘어가서 뒤집히는 경우도 상당히 손에 꼽힌다. 올시즌 분데스리가는 뭔가 일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도 반전의 가능성 여지를 충분히 많이 남겨두고 있다. 2시즌 연속 마이스터 샬레를 도르트문트에게 내주었던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의 거인'이라는 타이틀을 회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전반기에 리그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을 견제하는 레버쿠젠과 도르트문트, 샬케 등도 그들의 독주를 막기 위한 카운터펀치를 준비하고 있다.
리그에서만큼 절대무적을 고수하는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로부터 마이스터 샬레를 되찾기 위해 바이에른 뮌헨은 초반부터 리그 독주를 굳혀가고 있다)
올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제대로 칼을 갈고 있다. 2시즌 연속 도르트문트에게 분데스리가 챔피언을 빼앗겼으니 자존심을 구길대로 구겼다. 거기다가 화려한 스쿼드를 구축하고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제대로 힘쓰지 못하고 번번히 패배했으니 그들 입장에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도르트문트에게 속절없이 밀렸던 것은 다름아닌 스쿼드가 내실있지 못했던 탓이 컸다. 분명 바이에른의 베스트 11은 탄탄했지만, 그들을 받쳐주는 자원들이 빈약했다. 물론 리그 경쟁에서만 느꼈던 것이 아니라 챔스에서나 포갈컵에서도 여지없이 약점으로 드러났고, 그들은 2011/12 시즌 3개 대회 준우승 트레블로 '콩바이에른'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썼다. 그런 점을 바이에른 뮌헨 프론트도 깨달았던지 이번 여름에 주전선수급보다는 베스트 멤버들과 충분히 로테이션이 가능한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하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여름에만 무려 7000만 유로를 쓰면서 더블 스쿼드 구축에 주력하였다. 그들이 데려온 선수들은 이적과정으로 상당히 시끄러웠던 하비 마르티네스를 비롯하여 마리오 만주키치와 클라우디오 피사로, 셰르당 샤키리, 단테, 톰 슈타어케, 미쳴 바이저, 그리고 루카스 라에더다. 특히나 만주키치를 데려온 것은 바이에른 입장에서 신의 한 수나 다름없던 영입이었다. 그동안 마리오 고메즈의 백업이 없어 골머리를 썩었는데, 볼프스부르크에서 청년가장이었던 마리오 만주키치가 13경기에 9골을 뽑아내면서 부상 중이었던 마리오 고메즈가 졸지에 서브로 밀릴 판국까지 몰고갔다. 만주키치는 또한 폭발력 있는 돌파력과 연계플레이 능력도 좋아 다른 선수들의 득점에도 상당한 관여를 하기도 했다. 그외 피사로의 슈퍼조커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만주키치와 피사로가 가세하면서 하인케스 감독은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지게 된 셈이다(현재 바이에른 팀 득점이 41득점으로 압도적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화력만 내뿜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끈한 공격력만큼 탄탄한 수비력도 갖추었다. 그 중심에는 단테가 있다. 이미 묀헨글라드바흐에서 뛰어난 수비로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센터백으로 인정받은 단테는 바이에른의 약점으로 불리던 센터백 라인에 합류하면서 최종 라인을 지휘하고 있다. 그의 뛰어난 수비리딩능력과 웬만한 스트라이커와 몸싸움을 하더라도 전혀 밀리지 않은 채 공중볼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도르트문트와의 라이벌 더비에서도 단테의 수비력은 도르트문트의 벽인 마츠 훔멜스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단테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시즌 센터백으로 뛸 때 줄곧 문제를 보여왔던 제롬 보아탱도 좀 나아지는듯 했다. 그리고 단테 대신에 반부이텐이나 티모슈크로도 교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상을 잘 당하는 로벤-리베리를 커버하기 위해 데려온 샤키리의 활약도 제법 좋아서 이제 바이에른은 어디가 빠져도 금새 메꿀 수 있다.
비록 바이에른 뮌헨이 올시즌 챔스 무대에선 분데스리가와 달리 기복이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하인케스가 종종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하는 스쿼드나 전술을 추구하고 있어 아쉬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바이에른의 팀웍은 좋고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 정도 기세라면, 지난시즌 도르트문트가 세웠던 기록인 승점 81점을 깰 지도 모른다. 또한, 역대 분데스리가 최다 팀득점 기록인 101골(1971/72 시즌 바이에른 뮌헨)도 갈아치울 지 모른다.
바이에른 뮌헨의 리그 독주체제를 막아서려는 자들 : 도르트문트, 레버쿠젠 그리고....
(올시즌 초반엔 챔스에 주력했던 도르트문트. 16강행을 확정지은 뒤,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리그성적 수습에 나선다)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에서 독주체제를 굳히는 동안, 그를 견제하는 경쟁자들은 생각보다 리그에서 더딘 모습을 보였다. 바이에른 뮌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그와 함께 이번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도르트문트의 경우에는 바이에른에 비해 스쿼드가 그렇게 넓고 두텁지 않았기에 양쪽 전부 문제없이 돌리기엔 다소 한계점이 있었다. 더군다나 올시즌부터 합류한 마르코 로이스와 마리오 괴체가 초반에 호흡이 맞지 않았던 점도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아무래도 지난시즌 챔스에서 안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번시즌에는 챔스에 좀 더 주력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 결과 도르트문트는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죽음의 D조 1위 자격으로 챔스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죽음의 조 일정을 치루는 동안 도르트문트의 경기력은 분명 무서웠다. 최강의 스쿼드라 손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빠른 역습전개와 그들의 창을 무력화시키는 수비는 일품었다. 도르트문트의 수비의 특징을 꼽자면, 철벽방어이자 차세대 베켄바워라 불리는 마츠 훔멜스가 있고, 그를 보좌하는 도르트문트 사이드백이 웬만한 상대 윙어들에게 속도면에선 절대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슈멜처-피스첵이 고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가 공수조율 및 가담전환능력이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사이드를 보유하고 있기에 도르트문트의 다이나믹한 공격력이 살아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로이스-괴체 조합도 상당히 볼만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경기력을 유지한 채, 이제부터 분데스리가에 전력을 다한다면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에 태클을 걸만한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경기에서도 그들은 바이에른 뮌헨의 가장 강력한 상대였다는 것을 증명했으니까.
(초반에 주춤하는가 싶었으나, 이제는 자리를 잡고 오랜만에 단독 2위로 치고 나온 명가 레버쿠젠)
스테판 키슬링, 안드레 쉬얼레, 곤잘로 카스트로, 헤나토 아우구스토, 라스 벤더, 필리프 볼샤이트, 베른드 레노 등 분데스리가를 대표할만한 스쿼드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던 것이 의아스러웠던 레버쿠젠이었고, 그들의 경기 기복은 상당히 심했다. 이러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원인 중 하나로 지난 4월에 부임하였던 사샤 레반도프스키 감독과 수석코치인 새미 히피아의 조합이 맞지 않았다고들 하고, 이로 인하여 초반에 레버쿠젠의 제대로 된 전술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이다. 그렇게 삐그덕거리던 레버쿠젠이 거함 바이에른 뮌헨을 일격으로 쓰러뜨리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현재까지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에서 딱 1패를 기록하고 있고, 그것을 레버쿠젠이 해냈다!). 라이벌인 바이에른 뮌헨을 잡은 여파가 컸던지, 레버쿠젠은 그들을 제물로 삼아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 볼프스부르크의 강등권 탈출에 희생(?)되긴 했지만 최근 리그에서만 3연승을 올리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레버쿠젠이 제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부침이 심했던 쉬얼레가 이제서야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그는 요즘 윙어 역할로써 상대팀들의 측면을 휘젓고 다닌다. 주목해야할 점은 풀백으로 줄곧 활약해왔던 곤잘로 카스트로가 윙어로의 포지션 변경이 성공적이라는 점이다. 윙어 및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소화하면서 수비할 때에는 라스 벤더와 함께 상대를 측면 구석으로 밀어넣으며 공간을 압박하는가 하는 반면, 공격시에는 쉬얼레와 스위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비시에는 최전방 3인방과 중원 3인방, 혹은 중원 3인방과 플랫4 라인의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여 볼을 빼앗는 장면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어디 한 번 불타올라서 되든 안되든 분데스리가 정상까지 돌진해볼 만 하다.
그 외에도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많은 팀들이 칼을 갈고 있다. 요즘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올시즌 승격하여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순항모드, 그리고 최근 훈텔라르-홀트비의 이적설과 몇몇 선수들의 지나친 혹사로 경기력 및 팀 분위기가 많이 떨어져 있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와 나란히 할만한 스쿼드를 지니고 있는 샬케도 건재하다(아무리 못해도 그들은 현재 4위에 랭크되어 있다). 또한 최근 손흥민-반더바르트 시너지로 심상치 않은 경기력을 보이며 부활을 노리는 함부르크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시즌에 과연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마이스터 샬레에 올라설 발판을 다져서 확정지을 것인가, 아니면 도르트문트나 레버쿠젠 등 그의 뒤를 쫓는 자들이 바이에른을 앞지르게 될 것인가. 윈터브레이크 돌입 직전인 17라운드가 끝나는 12월 16일이 되어봐야 어느정도 우승팀의 윤곽이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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