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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의 볼프스부르크 복귀를 왜 부정적으로만 봐야하는가?

J_Hyun_World 2013. 2. 12. 08:00

 

 

 

(아우구스부르크를 설명하려면, 구자철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아우구스부르크의 영웅이 된 구자철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 난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펠릭스 마가트와 그로 인해 좌초되고 있던 볼프스부르크, 그 속에서 피해를 입고 있던(?)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서 탈출하여 독일 남부에 있는 아우구스부르크로 6개월 임대를 떠났다. 그동안 마가트에 의해 눌려있었던 구자철은 이 강등권팀에서 폭발하였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2선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윙어로 나오면서 그는 마음껏 공격적 재능을 펼쳤다(정확하게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의 역할은 프리롤이라고 보면 된다). 팀의 볼배급과 더불어, 볼프스부르크의 찬스메이킹을 전부 다 도맡으면서 그 못지 않게 득점력도 과시했다. 후반기에 아우구스부르크로 6개월간 임대된 상태에서 구자철은 15경기 출전 5골을 넣으면서 아우구스부르크 잔류의 1등 공신으로 자리잡았다. 특히나, 독일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득점을 꽂아넣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가 될 정도였다.

 

  그렇게 맹활약을 펼쳤던 구자철이었기에, 아우구스부르크 입장에선 에이스 노릇을 하던 구자철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다행히 볼프스부르크가 구자철을 1년 임대 연장하는 데 동의했고, 구자철은 런던올림픽을 치르러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등번호 7번까지 부여받았다(팀 내 핵심선수라고 입증받은 셈이다). 한국대표팀이 올림픽에서 3위를 기록하고 난 뒤, 구자철의 주가는 더더욱 뛰어올랐고 아우구스부르크의 기대치는 더 높아져갔다. 하지만, 구자철이 그동안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 때문에 피로골절로 2,3달 가까이 장기부상이 불가피해졌고, 구자철을 잃은 아우구스부르크는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핵심선수 한 명 잃어버린 여파로 아우구스부르크는 회생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만큼 구자철의 영향력이 컸던 셈이었다.

 

  다행히 구자철이 복귀하고 나서, 아우구스부르크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현재까지 구자철은 13경기 출장하여 3골을 꽂아넣고 있으면서 플레이메이커로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확실히 구자철 효과로 아우구스부르크가 중원에서 안정감을 보이기 시작했고, 특히나 홈에서는 거의 경기에서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한 번 잔류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샬케와의 홈경기였고, 여기서 아우구스부르크는 샬케를 상대로 90분 내내 타이트한 압박으로 샬케의 공격을 끊어버리면서 그들을 무력화시켰다. 여기에서 구자철은 공격수 못지 않는 슈팅과 돌파능력을 선보였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에이스놀이를 하고 있기에 분데스리가에선 구자철을 임대생 신화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다시 한 번 선정하면서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분데스리가 슈퍼스타급 대우는 아니지만, 구자철은 독일 내에서 이미 인정받는 선수가 되었다.

 

 

 

구자철의 볼프스부르크 복귀, 왜 부정적으로만 봐야하는가?

 

(지난 20라운드에서 벌어졌던 볼프스부르크 vs 아우구스부르크.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다시 한 번 비수를 꽂았다)

 

  그러던 와중에 구자철은 20라운드에서 자신의 전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와 맞딱뜨리게 되었다. 구자철은 보란듯이,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위협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였고, 모라벡의 동점골 어시스트를 하면서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키커지 평점도 제법 좋게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 이번에 새롭게 볼프스부르크로 부임한 클라우스 알로프스 단장의 인터뷰에서도 구자철의 활약을 높게 평가하면서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음 시즌 무조건 구자철을 볼프스부르크로 불러들일 것이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을 생각이다."

 

  이런 말을 남기면서 한국 축구팬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물론 이들이 발끈하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마가트 시절의 볼프스부르크와 그 때 당시 구자철의 입지가 영 좋지 못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볼프스부르크로 가는 것을 막는 게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아야 할 것인가? 나는 오히려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확고한 주전보장을 받는 것은 좋으나, 언제 강등될 지 모른다는 불안요소를 언제나 떠앉고 있으며 이번시즌에도 분데스리가에 잔류할 확률은 많이 잡아도 50% 라는 것이다.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는 것에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1) 마가트의 엉망진창 체제의 종말, 이제는 다르게 봐야 한다.

 

(마가트가 저질러놓은 과오를 수습하기 위해 볼프스부르크가 데려온 유능한 단장, 클라우스 알로프스)

 

  이전에 <펠릭스 마가트와 볼프스부르크에 대한 진실> 이라는 주제로 볼프스부르크의 상황을 다뤘던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마가트 체제의 볼프스부르크는 그야말로 막장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볼프스부르크의 핵심선수였던 디에구마저도 문제아로 찍혀서 한시즌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갔다가 돌아오길 꺼려했을 정도였으니깐 말이다. 그만큼 마가트는 선수들과의 소통을 자주하기보단 오히려 상하복종체제의 구조를 유도하였고, 반드시 자기 자신이 구단의 모든 것을 장악하기를 원했던 감독으로도 유명했다. 괜히 '사담', '쾰릭스'라는 별칭이 붙었던 것이 아니었다. 마가트 체제에서 선수들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질 못했고, 그의 괴팍한 소통구조가 불필요한 장시간 훈련시간으로 고통받았다(?). 일본국가대표팀 주장인 하세베 마코토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지난시즌 제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에서 뛰는 시간보다 오히려 땜빵용으로 많이 뛰면서 착취(?)당했었다.

 

  거기다가 마가트는 감독이 아니라 구단 단장까지 역임하면서 구단을 완전히 망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몇시즌동안 볼프스부르크가 유럽 구단들 중에서 선수 이적료로 가장 많이 지출한 구단 중 20위를 기록하였는데(PSG 다음으로 많이 사용했었다), 그 이유는 마가트가 무분별한 선수영입을 하였던 것이 원인이 되었다. 참고로 분데스리가의 경우에는 EPL이나 라리가처럼 로스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1군에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 그러한 점 때문에 마가트는 심지어 검증되지도 않은 선수들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영입하면서 몇 번 쓰다가 안맞으면 잉여선수로 박아놓는 등 구단의 낭비를 일삼았다. 볼프스부르크의 모기업이 폭스바겐이었기에 망정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볼프스부르크는 마가트의 무계획영입과 자금 조절 실패로 이미 파산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감독으로서, 그리고 단장으로서도 제대로 하는 일이 없었기에 볼프스부르크 프론트도 참는 데 한계점에 다다랐고, 볼프스부르크가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지체없이 그를 경질했다.

 

  그리고 마가트가 저질러놓은 과오를 수습하기 위해 볼프스부르크는 재빨리 2군 감독이었던 쾨스테너 임시 체제로 갔다가 7m유로라는 부과세를 내면서까지 뉘른베르크 감독이었던 디터 헤킹을 새 감독자리에 앉혔다. 게다가 베르더 브레멘에서 토마스 샤프 감독과 함께 환상의 호흡을 보였던 클라우스 알로프스 단장을 새 단장으로 데려왔다. 참고로 알로프스가 샤프와 함께 브레멘에 유능한 인재들(ex) 외질, 헌트, 디에구)을 영입하는 데 크게 활약했던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필히 볼프스부르크 구단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한다. 또한 마가트가 생각없이 데려왔던 자원들의 정리도 대거 시작됨과 동시에 필요했던 자원 영입도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 디터 헤킹이 구자철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현재까지 볼프스부르크 프론트와 알로프스 단장은 구자철의 복귀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두 차례나 구자철에게 크게 당했으니, 또다시 부메랑을 맞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2) 포지션 경쟁대상 디에구? No, 구자철은 디에구와 공존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 구자철 vs 디에구의 포지션 경쟁구도. 하지만 나는 이 둘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 복귀하는 것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주로 지적하는 부분은 구자철이 현재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뛰는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이미 디에구라는 분데스리가를 상징하는 슈퍼스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고, 디에구에 의해 주전보장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나는 디에구와 주전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게 된다면, 디에구와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현재 볼프스부르크의 전력의 70%는 디에구가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볼프스부르크의 디에구 의존드가 대단히 크다는 소리이며, 그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한다. 디에구의 기량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리베리-반더바르트와 함께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플레이메이커이며, 그의 창조성과 찬스메이킹은 리그대표급이다. 하지만 문제점은 디에구가 결장하거나 컨디션이 안좋다면 그만큼 기복도 타게 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아우구스부르크와의 경기였다.

 

  아우구스부르크전에서 디에구의 경기력은 평상시에 비해 영 좋지 못했고, 그 때 구자철과의 대결에서 밀리기도 했다(그렇다고 해서 디에구가 별로라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그는 위협적인 선수다). 그 경기에서 보았듯이, 디에구가 막히면 다른 루트가 없고, 디에구가 상대방으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게 될 때 그를 도와줄 파트너가 현재 볼프스부르크에선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이다. 공들여서 영입했던 이반 페리시치의 경우, 생각만큼 보여주진 못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 포진하고 있는 올리치나 베이링야 등도 영 못마땅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디에구 밑에 포진하고 있는 중원도 그러하다. 얀 폴락이 볼배급과 공수조절을 해준다고 하지만, 기대 이하의 수준이고 트라슈나 칼렌베리, 조수에 등은 구자철보다 기량면에서 많이 밀리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볼프스부르크에서는 디에구 이외에 또다른 창조성을 보여줄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구자철이 이 적임자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로 컴백한다면, 현재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대접하는 만큼 확고한 부동의 주전과 프리롤 역할로 자유롭게 배정받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디에구 못지 않은 중요한 역할을 배정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중원에서 볼배급과 공수조절이 필요하고, 윙쪽에서도 디에구를 보좌하여 창의성을 더해줄 선수가 확실히 필요한데, 그것을 디에구 혼자 도맡아하기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여러가지 역할을 구자철이 소화가능하기에 그가 컴백한다면 포지션 경쟁이 아니라 공존으로서 디에구와 상생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아우구스부르크 때처럼 윙으로 포진하여 공격적인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집되고 세밀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볼프스부르크 입장에선 구자철이라는 카드가 반드시 잡으려고 할 것이다.

 

 

  구자철에게는 3가지 선택이 있다. 첫번째로는 볼프스부르크로 복귀, 두번째는 아우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 세번째는 제3의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이다. 두번째 선택이야말로 여러모로 위험부담을 더 감수해야하는 입장이고, 세번째 선택도 볼프스부르크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여러가지 면을 따져봐도 볼프스부르크 복귀가 선수 입장에서나 구단 입장에서나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게다가 구자철의 계약은 2015년 6월 30일이 되어야 끝난다는 것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더이상 부정적으로 볼프스부르크의 복귀를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복귀해야 하는 입장이고, 예전과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뛰다가 이적하는 방법도 있는데 극단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가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하는 것이 절대로 최악의 경우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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