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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클럽월드컵에 나가는 울산, 그리고 그들이 상대하는 팀들

J_Hyun_World 2012. 12. 8. 08:00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울산의 아시아 챔피언 등극, 난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 가끔 의심스럽기도 하다.)

 

  살다살다 울산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라가고, 그것을 홈경기로 보는 날이 오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내친김에 울산이 아시아 챔피언으로 등극하던 광경을 현장에서 목격까지 했다. 아챔에서 10승 2무 무패우승으로 그것도 홈구장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다니, 아마 아시아 클럽 중에서 이러한 기록을 달성한 팀은 울산이 최초일 것이다. 2009년의 포항이나 2010년의 성남도 홈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고, 무패로 우승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챔피언 타이틀이 더더욱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이번 아챔 성적으로 인하여 그동안 지방클럽이라는 지리적 한계로 언론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울산이 이제서야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울산의 활약 덕택에 김호곤 감독은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을, 이근호는 아시아 최고 선수상을 탔다. 특히나 이근호는 김주성 이후로 21년만에 이 상을 거머쥔 한국인 선수라는 것이다.

 

  아챔 우승이라는 크나큰 목표를 달성했던 탓이었을까, 사실상 남은 리그 일정은 울산에게 무의미했다. 남은 아챔 진출 티켓을 놓고 수원과 경쟁구도라고 언론에선 떠들어댔지만, 울산은 이미 아챔에 올인하여 하얗게 불태운 상태였기에 곧바로 리그에 올인할 정도의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던 상태. 구단이나 선수들이나 팬들이나 이미 아챔 우승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울산은 아챔 우승한 이후부터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면서(정확하게 하자면 아챔 4강전부터 후보 및 2군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그들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 결과 오히려 이들이 주전선수들보다 더 악바리 근성으로 덤벼들었고, 경기력도 훨씬 좋아서 다른 K리그 팬들을 놀래켰다(카테나치오 같은 수비, 티키타카를 하는 중원, 그리고 송곳 같은 공격진을 가진 울산 2군이라는 말도 나왔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울산의 2012년 시즌은 FA컵 4강, 리그 5위로 나름 상위권을 유지했고, 아챔 우승으로 끝마무리했다. 이제 울산에게 남은 것은 2012년 FIFA 클럽월드컵에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나가는 일만 남아있다.  

 

(지난 12월 5일, 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울산 선수단)

 

  울산은 현재 새로운 도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바로 FIFA 클럽월드컵이다. FIFA 월드컵은 유럽 챔피언과 남피 챔피언이 격돌하는 인터컨티넨탈컵(1980년 이후부턴 스폰서인 도요타의 이름을 따서 도요타 컵이라고도 불렸다)을 대체하여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각 대륙 챔피언들이 참가하여 그 중의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K리그 클럽의 경우에는 포항과 성남이 출전했었고, 포항은 3위를, 성남은 4위를 기록하면서 제법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그렇기에 울산팬들을 제외한 대부분 국내 축구팬들은 울산도 최소한 클럽월드컵에 나가게 된다면 4강 정도는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있다. 게다가 이 대회가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열리기에(내년에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열리게 된다) 울산팬들은 두 번 다시 놓칠 수 없다면서 일본행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하느라 바빴다(본인은 그 주에 기말고사라서 그냥 TV로만 봐야할 것 같다 ㅠ).

 

  이번 대회에 울산에서 추린 23명 명단은 이러하다.

 

GK - 김영광, 김승규, 전홍석

DF - 이용, 이재성, 곽태휘, 김영삼, 최보경, 임창우, 강진욱, 김치곤

MF - 고창현, 이호, 김승용, 김동석, 고슬기, 에스티벤, 이승렬, 최진수

FW - 김신욱, 마라냥, 이근호, 하피냐

 

  아쉽게도 핵심 멤버인 강민수가 합류하지 못했다. 이유는 부상 때문인데 사실 클럽월드컵에 합류할 수 있는 상태지만, 구단에서 장기적으로 선수의 미래까지 고려하여 무리하게 뛰게 하지 않고 내년시즌에 완벽하게 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방침을 보여서 안타깝지만 이번 일본 원정에서 빠지는 것으로 결정났다.

 

  이번 클럽월드컵 때 나오는 팀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9일에 울산과 맞붙게 될 북중미 챔피언이자 멕시코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인 몬테레이,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럽 챔피언이자 런던 서부에 자리잡은 첼시, 또 남미 챔피언이자 2000년에 인터콘티넨탈 컵 우승 전력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의 코린치안스, 아프리카 챔피언이자 이 클럽월드컵에 가장 많은 출전 횟수(이번 연도까지 합치면 4회)를 기록중인 이집트의 알아흘리(울산과 맞붙은 사우디 클럽 알아흘리 아니다), 마지막으로 개최국 대표인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오세아니아 챔피언인 오클랜드 시티다. 목요일에 있었던 클럽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선 히로시마가 오클랜드를 1대0으로 잡고 알아흘리와의 경기할 예정이다.

 

(2012년 FIFA 클럽월드컵 출전팀에 대한 간략한 소개영상. 그런데 울산 엠블럼을 아직까지 옛날 꺼를 쓰네?)

 

 

1. 몬테레이(북중미 챔피언, 멕시코)

 

  울산의 첫 상대이자, 상당히 버거운 팀이다. 사실 북중미 대륙컵인 CONCAF는 마치 아챔에서 K리그팀들이 날뛰는 것처럼 멕시코 클럽들의 독무대나 다름없다(오히려 여기가 더 심하다). 몬테레이의 경우에는 2년 연속 CONCAF 챔피언에 올랐을 만큼, 요즘 멕시코 리그에서 가장 잘나가는 클럽이며, 작년 가시와 레이솔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배한 것을 설욕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내가 보기엔 몬테레이가 묘하게 울산과 닮은 점이 많다. 몬테레이도 울산처럼 수아조-C.델가도-카르도조 외국인 3인방의 화려함과 멕시코 국가대표팀의 뿌리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울산도 에스티벤-하피냐-마라냥이라는 카카오 3인방과 최근 한국국대의 척추역할을 맡고 있는 것처럼). 그렇기에 몬테레이와의 첫경기가 아무래도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팀 상대로 울산이 이긴다면 정말 기적일 것 같다.

 

 

2. 첼시(유럽 챔피언, 잉글랜드)

 

  2007/08 모스크바의 눈물을 뒤로 하고, 4년이 지나 뮌헨에서 마침내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공의 주역인 로베르토 디마테오가 경질되면서 첼시의 분위기는 겉잡을 수 없이 뒤숭숭해졌고, 그 여파로 리그에서 추락, 이번 시즌 챔스에선 조3위를 기록하며 본선 토너먼트 진출 실패 및 유로파 리그 32강전에 참가하게 되는 신세를 맞게 되었다. 최근 임시감독직을 맡은 라파 베니테즈는 첼시 팬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으니 분위기는 말그대로 최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첼시를 방심할 순 없다. 2년 전 베니테즈는 이러한 비슷한 분위기였던 인테르를 이끌고 일본으로 왔으며 성남과 마투베를 제치고 클럽 월드컵을 손쉽게 제패했다. 즉, 썩어도 준치라는 것이니 첼시를 절대로 물로 봐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첼시전을 상상하고 있는데 너무 김칫국 마시는거 아닐려나 모르겠다(몬테레이전도 힘든데 말이다).

 

 

3. 코린치안스(남미 챔피언, 브라질)

 

  우리의 기억 속에 코린치안스라고 하면 예전에 아르헨티나 듀오였던 카를로스 테베즈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있고, 브라질의 전설들인 가린샤, 호나우두, 호베르투 카를로스, 둥가 등 많은 선수들이 거쳐간 브라질 최고의 명문클럽이자 브라질 내에서 가장 많은 팬 수를 확보하고 있는 양대 클럽 중 하나다. FIFA 클럽월드컵의 전신인 인터콘티넨탈컵 우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2000). 아마 울산이 이 팀과 만나려면 결승전까지 가야할 것이다(하지만 만날 리 없지, 그 전에 패하겠지). 코린치안스는 우리가 흔히 아는 화려한 브라질 축구와는 좀 거리가 있는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를 앞세운 팀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심에는 요즘 유럽 빅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파울리뉴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호세 파울로 게레로가 있다. AGAIN 2000 을 들고 나온 이상, 코린치안스의 정복 야망은 아마 막기 힘들 지도 모른다.

 

 

4. 알아흘리(아프리카 챔피언, 이집트)

 

  절대 울산과 아챔 결승전에서 맞붙은 그 알아흘리로 착각하면 안된다. 이름만 같지, 이 클럽은 이집트에 있는 클럽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둬야 한다. 이집트 프리미엄리그에서 가장 많은 리그 우승수(36회)를 기록하고 아프리카(CAF) 챔피언스리그도 무려 7번이나 우승할 만큼 아프리카에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클럽이다. 아프리카에선 이렇게 독보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유독 클럽월드컵에선 힘을 못쓰고 일찍 귀가한 적이 많았다. 앞서 3번(2005, 2006, 2008)이나 클럽월드컵에 나왔지만, 2006년 3위 이외에는 전부 6위를 기록하면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 4번째 출전에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백전노장인 모하메드 아부트리카의 발 끝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알아흘리, 롤러코스터 처럼 UP & DOWN을 반복했으니, 이제 UP 할 차례일까?  

 

 

5. 산프레체 히로시마(개최국 리그 챔피언, 일본)

 

  올시즌 J리그 내에서 히로시마의 행보는 가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 명단 23명 중 10명이 히로시마 유스 출신 선수들이며, 2위인 베갈타 센다이를 멀찌감치 제치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더 놀라운 것은 히로시마가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리그 챔피언에 올라섰다는 것이다(사실 이번시즌 J리그가 상당히 반전에 반전을 낳았던 시즌이긴 하다). 경기력도 상당히 좋았다. 이번시즌 팀 최다득점 2위(63골)에 리그 최저 실점률 공동 2위를 기록했으니 이정도면 감이 올 것이다. 하지만 이번 클럽월드컵 처녀출전이다보니 국제대회 경험에 있어선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며, 실제로 오클랜드와 경기를 치를 때, 심하게 긴장했던 탓인지 리그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좀 부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회가 홈인 일본에서 하다보니 이것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뛰는 황석호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울산은 대회 출전으로 최소 상금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확보했다. 정말 확률은 희박하지만 몬테레이를 잡고 준결승에 진출한다면 최소 4위 상금 200만달러(약 22억원)를 챙길 수 있다. 말그래도 울산은 클럽월드컵에 진출한 자체부터 돈방석에 앉은 셈이다(이 돈이면 외국인 선수들 다 잡을 수 있을려나? ㅜ). 울산에게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그저 아챔에서 보여줬듯이 평소의 모습만 보여준다면야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울산이 2년 연속 페어플레이 상 받은 팀이니까 더티하진 않다). 벌써부터 12월 9일이 기다려지는 건 뭘까? 기다리는게 너무 힘들어서 빈혈이 오려고 한다. 참고로 몬테레이전 경기가 일요일 주말 예능의 황금시간대를 차지한 채로 공중파 중계가 나간다고 한다. 경기 여부를 떠나 내 팀 울산이 이렇게 비중이 커졌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 몬테레이전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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