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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게 수원전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J_Hyun_World 2012. 10. 27. 08:00

 

 

(험난한 타슈켄트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둔 울산, 아챔 결승전 진출에 한발짝 앞섰다)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는 울산, 그리고 맞이하는 수원전

 

  정말 예상치도 못한 기적이 일어났다. 다소 어려운 경기로 승리도 장담하기 힘들었던 타슈켄트 원정에서 울산이 분요드코르를 상대로 3대1로 승리를 거두었다. 많은 국내 팬들은 울산이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하지만, 울산팬들 입장에선 오히려 정반대였다. 올시즌 아챔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곤 하지만, 요근래 리그에서 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에(예를 들면 동해안더비에서 3대1,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3대1...) 이 상태로 과연 분요드코르를 이길 수 있을까 하던 의문이 있었다. 전반 초반에 분요드코르에게 선제골을 헌납하고, 왼쪽 풀백으로 나온 김영삼이 언제나 그랬듯이 상대에게 털릴 때만 하더라도 기대를 접었던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근호와 하피냐가 쉴새없이 분요드코르의 측면을 흔들어댔고, 그것이 결국 울산이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을 혼자서 돌파한 뒤에 올린 크로스가 하피냐에게 이어졌고, 그의 왼발이 골망을 흔들면서 울산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후반전에 김승용의 두 번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최전방에 이어졌고, 그것을 김신욱과 이근호가 골로 연결지으면서 순식간에 3대1로 벌어졌다. 될 놈은 뭘해도 된다고, 곽태휘의 핸드볼 파울로 패널티킥 기회를 잡은 분요드코르지만, 사이드바를 강하게 때리면서 추격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울산은 3대1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로써 아챔 결승까지 가는 데 분요드코르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갔다. 

 

  하지만 울산의 혹사는 끝나지 않았다. 우즈벡 타슈켄트에서 한국으로 귀국일(토) 바로 다음날에 리그경기가 있고, 그것도 하필이면 라이벌인 수원원정경기가 있다. 그리고 3일 뒤에는 분요드코르와의 아챔 4강 2차전을 치르게 된다. 그래서 울산에게 있어 일요일에 있을 수원전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수원전이 가져다주는 의미 1 -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확보를 위한 발판 마련

 

 

 

  수원전이 울산에게 가져다 주는 첫번째 의미는 바로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 확보를 위한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챔은 유럽의 챔스와 달리 대회 우승팀에게 다음시즌 진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2010년에 성남이 우승하고도 리그 5위라서 진출권을 얻지 못했다). 이미 K리그 팀들 중 아챔 티켓을 확실히 확보한 팀은 올시즌 FA컵 우승팀인 포항과 그리고 유력한 진출팀으론 서울과 전북이 있다. 서울과 전북의 경우에는 현재 리그 1, 2위이기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자동진출 티켓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0.5장이 남게 되는데, 3~5위에서 순위경쟁 중인 포항이 이미 확보했기에 자동적으로 수원과 울산의 2파전으로 압축된다(부산, 제주, 경남은 이미 경쟁하기엔 밖으로 밀려난 상황).

 

  물론 울산이 아챔 결승전까지 간다고 가정을 한다면, 아챔 일정은 11월 10일에 끝나게 되며 그 이후론 리그 일정에 주력하게 된다. 이론상으로 아챔 일정 이후 남은 리그일정을 전승으로 거두면 이론상 불가능할 것도 없지만 막바지에 가서 허겁지겁 승점 모으기하기엔 심하게 뒷북치는 것이고, 이미 스플릿제도 도입 이후 너무나도 승점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바람에 리그에서 울산은 많이 위태위태한 상황이다(현재 3위인 수원과의 승점은 무려 7점차다). 이 간격을 따라잡고, 리그가 끝날 때 3위로 마감하여 다음시즌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수원전이 터닝포인트여야만 한다. 게다가 다음 리그경기가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이기에 2연전 라이벌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수원전이 가져다주는 의미 2 -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중요한 경기

 

 

(명장 호곤느님 가라사대, "아챔을 위해 수원전은 컨디션 조절을 위한 경기")

 

  아챔진출티켓을 위해 수원전부터 전력투구에 들어가야 하지만, 울산의 현재 입장은 수원전에서 베스트11으로 가동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상당히 크다. 분요드코르와의 경기 직후, 명장 김호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울산이 아챔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수원전에서 전력투구를 해선 안된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경기를 치뤄야만 한다. 왜냐하면 곧바로 3일 뒤에 분요드코르와의 2차전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옳다. 왜냐하면 울산은 지금 상당 수의 선수들이 체력혹사로 인해 그 중 몇몇은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특히나 울산의 핵심 4인방(김영광-곽태휘-이근호-김신욱)은 이러한 어려운 일정 속에서도 국가대표 차출까지 하고 왔으니 어느정도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최강희 감독이 울산 팬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 점 때문이다).

 

  특히나 울산은 지금 센터백과 왼쪽 풀백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센터백 주전이었던 이재성과 로테이션 멤버인 최성환이 부상으로 이미 시즌아웃인 상황인데다가 최성환과 최재수가 트레이드 되는 바람에 왼쪽 풀백에 상당한 구멍이 생겼다(이 구멍을 강진욱이나 김영삼으로 메꾼다는 자체가 애초에 무리수다). 곽태휘와 강민수가 아챔을 위해 휴식을 준다고 하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곤 김치곤, 최보경, 임창우 정도인데, 김치곤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정도로 도움이 전혀 안되는 존재고, 최보경은 갑작스레 1군 데뷔를 한 것 때문에 아직까지 정신줄을 잡질 못하고 있다. 촉망받는 유망주인 임창우도 지난 전북전에서야 겨우 리그 데뷔전을 치뤘기에 그를 믿기에도 사실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를 보면 김호곤 감독의 인터뷰를 100%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전이 가져다주는 의미 3 - 라이벌과의 경기에서 질 수 없다는 자존심

 

(그렇다고 수원전에 비중을 낮게 잡기엔 가슴과 자존심이 용납못하는 이 딜레마는 어찌해야하나)

 

    실리적으로 접근해서 수원전을 포기하는 게 울산 입장에선 좋긴 하지만, 이 상황은 마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론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현실적으로 이 경기를 포기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로 직결된다. 알다시피, 울산과 수원의 관계가 수원 팀 창단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안좋다는 것은 이제 웬만하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수원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사항이기도 하며, 이 경기가 자칫하여 선수들이나 팬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주게 될 것이다. 울산팬들의 마인드는 이러하다. '다른 팀은 몰라도, 포항과 수원전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참고로, 수원을 상대로 통산역대전적이 앞서는 유일한 팀이 바로 울산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울산이 아챔을 위해 수원전에서 1.5군 혹은 서브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만 기용하기도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즉, 수원전은 울산에게 있어서 딜레마다. 여기서 울산은 과연 어떤 판단을 하여야할까? 아무리 컨디션 조절차원 경기라 하더라도 선발라인업을 함부로 구성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분요드코르전에서 선발로 기용되었던 선수들이 나올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 경기가 뒤에 이어질 분요드코르와의 경기까지 사기가 미칠 것 같기에 김호곤 감독이 선수 기용에 있어 상당히 고심해봐야할 부분이다.

 

 

  자, 이제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이 글이 올라오는 날이면, 울산은 타슈켄트로부터 귀국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일요일엔 수원과의 원정경기를 치르게 되며, 뒤이어 분요드코르와의 4강 2차전을 치르게 된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울산은 수원전을 맞이하여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실크로드를 건너오느라 피곤했으니 휴식을 할텐가, 아니면 사이 나쁜 이웃과 정면승부를 펼칠 것인가? 항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김호곤 감독이 수원전에 그동안 기용되지 않았던 2군과 신인선수들을 대거 기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울산팬은 울산이 5대0으로 대패할테니 그냥 원정석에서 수다나 떨자고 한다. 참고로 2006년에도 이러한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도 2군을 주류로 내보내서 1대0 패배라는 선방(?)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나도 그냥 원정석에서 수다나 떨어야지, 어차피 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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