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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 최근 겪고 있는 고민 - 지쿠의 향후 거취는?

J_Hyun_World 2013. 1. 16. 08:00

 

 

 

 

 

강원의 지쿠 임대 : 2012 시즌 하반기 최고의 Win-Win Game

 

(극적인 강원의 리그 잔류의 1등 공신이었던 이아니스 지쿠. 강원은 그를 임대한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사진출처 NEWSis)

 

  작년 2월 18일, 포항과 촌부리의 아챔 플레이오프 전에 지쿠와 박성호가 데뷔경기를 치뤘다. 그 때 두 선수가 생각보다 부진했었기에 포항팬들은 실망하고, 이것이 망한 영입이 아니냐고 비난했었다(그나마 지쿠의 경우에는 초반에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그 기대에 부응하긴 했다). 그래서 그당시 이 두 선수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을 남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황선홍 감독이 원하는 포항식 패싱+점유율 축구, 그리고 제로톱이 완성되어 갈 수록 지쿠와 박성호, 둘 다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포항으로써는 둘 중 한 명을 택해야만 했다. 그래서 황선홍의 선택은 박성호였다(왜냐하면 박성호 이외에 득점이나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스트라이커가 포항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반 이후로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된 지쿠 또한 살릴 방안을 찾던 중에 때마침 지쿠가 필요하다고 SOS 콜을 보낸 팀이 있었으니 바로 당시 꼴지팀이었던 강원이었다.

 

  김학범 체제가 들어서고 새롭게 갈아엎고 있었던 강원, 당시 강원에서는 김은중 이외에 확실하게 득점을 해줄 수 있음과 동시에 투박한 강원에 있어서 창조성을 불어넣어 좀 더 다양한 공격루트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는데, 그 재목이 바로 지쿠였다. 김학범은 지쿠를 강력하게 원했고, 포항은 하반기에 지쿠를 강원으로 임대보냈다. 이것이 2012년 최고의 Win-Win Game이었다. 지쿠 위주로 꾸릴 수 없었던 포항은 지쿠를 임대 보낸 뒤에, 포항식 패싱축구가 완성되었고, 그 틀을 기반으로 황진성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가 되었으며 박성호도 '박총무'라는 별명을 부여받을 만큼 하반기 포항을 먹여살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FA컵 120분 휘슬 울리기 직전에 포항에게 FA컵 우승 트로피를 안겨줄 결승골도 박성호의 헤딩골이었다). 강원으로 임대간 지쿠는 17경기에서 무려 9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강원의 극적인 1부 리그 잔류의 1등 공신이 되었다. 지쿠의 임대는 결과적으로 포항과 강원, 양 팀 다 이득을 볼 수 있었던 좋은 사례가 된 셈이다.

 

  특히나 강원으로 임대갔을 당시, 지쿠의 모습은 포항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 이상의 임팩트를 남기면서 강원 팬들에게 '지쿠홀릭'을 선사했다. 비록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놀라운 볼터치와 예측불허의 킬패스, 그리고 2경기당 1골을 기록할 만큼의 매서운 골결정력은 하위스플릿에서 강원이 살아남는 데 있어서 큰 영향력을 끼쳤다. 지쿠의 합류로 인해 김은중에게 집중되었던 공격부담도 해소했으며, 지쿠와 맞물려서 울산에서 임대왔던 김종국의 콤비플레이도 같이 빛났다. 여러모로 지쿠는 강원에 있어서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강원이 지쿠를 영입하기엔 그의 몸값이 너무나도 비싸서 완전 영입을 포기해야만 했다. 

 

 

 

포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지쿠,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고민하고 있다.

 

(일단 임대복귀로 포항으로 돌아온 지쿠,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이 지쿠를 두고 고민이 생겼다.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강원도에서 돌아온 새햐안 지쿠상사, 아니 지쿠가 임대복귀로 포항으로 돌아왔다. 강원으로 임대신분으로 뛰면서 K리그 적응도 어느새 끝마쳤다. 지쿠가 합류했으니 이제 포항의 전력은 플러스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은 생각하고 있다. 올시즌에도 아챔에 나가는 입장에서 지쿠같은 존재는 분명히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당사자인 포항의 입장은 좀 다르다. 황선홍 감독은 지쿠가 임대복귀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과연 지쿠를 올시즌에 안고 가야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알다시피, 지쿠를 다른 팀으로 잠시 보낸 이후, 황선홍은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시켰고, 그 틀에 포항 선수들을 끼워맞추는 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후반기 때, 가장 매서운 경기력을 보여줬던 팀도 나는 포항으로 꼽고 있다. 강팀들을 상대로 얄짤없이 두들겨 패면서 다득점을 뽑아내는 그 화력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거기다가 포항 유스들도 틈틈히 투입시켜서 실전경험을 얻게 하였으니 지난시즌 포항은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 셈이다.

 

  하지만 올시즌 포항은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 선수만으로 꾸려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지쿠 이외에 아사모아와 조란도 방출 리스트에 올라와있다. 또한 올시즌 30명의 선수 스쿼드에 맞춰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전력외라고 판단되는 국내 선수들도 방출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지쿠를 받아들이기엔 난감한 이유 첫번째가 바로 포항의 현재 전술과 구단 방침에 있어 지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인 셈이다(내가 듣기론 올시즌 포항의 선수 이적 및 연봉 관련 측정된 예산액이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전술상으로 기용하기도 애매할 뿐더러 높은 몸값으로 매겨진 지쿠가 포항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짐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두번째 문제는 바로 지쿠의 몸값이 워낙 높아서 다른 구단에서 그를 사가려고 하는 데 선뜻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국내 구단으로 트레이드나 이적시키기엔 그의 기량이 매우 뛰어나 포항에게 부메랑 효과로 되돌아올 확률이 무지하게 크다. 그래서 그를 막상 이적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거나, 다른 국내구단에 넘기기엔 애매한 계륵인 것이다.

 

(포항이 지쿠를 쉽게 놓지 못하는 또다른 변수, 황진성. 그가 군문제 때문에 올해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사진출처 인터풋볼)

 

  최근 포항의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바로 황진성이다. 평생 포항에서 뛰었던 그는 지난시즌 원클럽 소속으로만 리그 통산 3번째로 40-40 클럽에 가입했을 만큼,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으로 차출되었고,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리그에서만 41경기 12골 8도움 기록했다). 허나, 황진성이 올시즌 끝으로 군입대를 해야하는 입장이고(참고로 그는 공익이다), 군문제 때문에 올해에 그가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서 전지훈련부터 차질이 생겼다. 아챔원정경기는 전부 빠져야한다는 소리다. 물론 포항에 황진성 이외에 다른 창조적인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황진성을 완벽하게 커버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크나큰 문제라고나 할까? 지난시즌 포항의 제로톱이며, 패싱축구의 중점에는 황진성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올시즌 포항의 야망을 달성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와중에 지쿠를 남기게 된다면, 황진성과 제대로 된 로테이션도 해볼만 하다. 물론 로테이션을 하기엔 너무나도 높은 몸값인 것이 걸리긴 하다. 작년 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박성호는 대전시절보다 오히려 더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고, 그 외 공격자원들도 포항스타일에 적응을 끝마치고 미친듯이 날뛰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포항이나 지쿠 본인이나 둘 다 함께할 생각이 없어보이고 있으나, 만약에 지쿠가 잔류하게 된다면 지쿠가 포항 스타일에 맞춰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고, 포항도 황진성이 빠졌을 때의 플랜B로 지쿠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물론 강원시절처럼 그를 중심으로 맞추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지쿠같은 옵션을 버리기보단 다시 한 번 활용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포항은 황선홍 감독의 패싱축구+제로톱을 앞세워 다시 한 번 포항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쿠의 향후 거취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어쩌면 그가 어디로 가느냐, 혹은 잔류하느냐에 따라 포항의 올시즌 행보에 크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포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처음 결심한 대로 지쿠와 이별할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더 그와 함께 할 것인가? 이제 시즌 개막 전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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