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태극기 휘날리며

이동국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국내용'이라는 단어에 관하여

J_Hyun_World 2013. 7. 3. 08:00

 

 

  대한민국 대표팀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였다. 하지만 결과물에 비해 과정이 영 탐탁치 못했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3번의 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는 아슬아슬한 경기력으로 자력진출이 아닌 다른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하는 처지까지 갔었다(우리는 우즈벡과 카타르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6월 30일 이후로 계약만료된 최강희 감독은 다시 전주성으로 돌아갔고, 후임으로는 지난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었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월드컵이 1년 남은 시점에서 새 감독 선임은 양날의 검과 같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시작하기 1여년 전, 아드보카트 감독을 선임했으나 기대했던 것에 비해 썩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여기서 나는 홍명보 감독의 능력의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홍명보가 새로운 감독으로 왔기에 아무래도 기존 대표팀 스쿼드도 크게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동국을 따라다니는 꼬리표 '국내용 선수'

 

(홍명보 감독이 새로이 선임되면서 이동국의 발탁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홍명보 감독 체제가 시작되면서 언론에서 가장 먼저 관심있게 보는 것이 바로 최강희 감독의 황태자로 대표팀의 믿을맨으로 자리잡았던 이동국의 차후발탁문제였다. 언론의 숱한 질문에 홍명보는 '실력이 된다면 기용할 것이다.' 식의 대답만 남겼다. 하지만 감독보다도 그 외의 시선들이 아직까지도 이동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 곱지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전북과 경남전에서 강신우 해설위원은 이동국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대표팀에만 가면 상대가 이상하게 수준이 조금 높잖아요. 거기서 또 이동국 선수가 안 통한단 말이예요."

 

  물론 글쓴이 본인은 강신우 해설위원이 하는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해설위원의 말에 공감하는 축구팬들이 적잖다는 점이다. 국내리그 기록만 놓고 봤을 때, 이동국은 그야말로 그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강신우가 그러한 평가절하한 말을 남겼던 경남전에서 이동국은 2골을 쓸어담으며 리그 통산 150골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이동국의 암흑기라고 불리고 있는 잉글랜드 클럽인 미들스브로 진출시절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의 슈팅, 그리고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의 부진(?)을 근거로 이동국을 평가절하하면서 '국내용' 이라고 폄하한다. 위의 근거로만 놓고 본다면, 그놈의 '국내용'이라는 말도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동국이 2004년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길이남는 발리슛으로 득점한 것과 6년 후인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똑같은 발리슛으로 득점한 것, 그 이외에 멕시코, 호주, 나이지리아전 등등 다른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득점했던 것을 마냥 '운이 좋아서'라고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주전이 아닌 교체로 많이 출장했던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왕 하는 김에 한국축구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 통산 득점 현황 및 랭킹 산정(1954~2013.6.30)을 내보도록 하자(자료 참고는 http://www.kfootball.org/best/611909 에서 하면 된다).

 

- 총계(현역선수는 굵게 표시함) -

19골 - 황선홍

18골 - 이동국

15골 - 김도훈

13골 - 박주영

12골 - 설기현, 최순호

11골 - 하석주

10골 - 이태호

9골 - 김두현, 최용수, 박지성

8골 - 허정무, 최정민, 정해원, 이근호

7골 - 박성화, 우상권, 김재한, 안정환, 차범근, 구자철

6골 - 박태하, 최문식, 유상철, 지동원

5골 - 안효연, 박진섭, 조재진, 이영무, 이천수, 홍명보, 황보관, 김주성, 박이천

4골 - 우성용, 정조국, 정경호, 허윤정, 박상인, 이상윤, 성낙운, 정순천, 김용세, 고정운, 서정원, 변병주, 조윤옥 곽태휘

3골 - 김현석, 김은중, 이기형, 김대의, 노상래, 최상국, 박창선, 정규풍, 최종덕, 조민국, 노수진, 이기범, 이영표, 기성용

2골 - 이민성, 최진철, 송종국, 김홍우, 김동근, 정병탁, 안원남, 왕선재, 김상훈, 서효원, 최태욱, 고재욱, 이강조, 이회택, 신태용, 최성국, 이을용, 정남식, 유판순, 박수일, 정용환, 김태영, 박정배, 최광석, 노정윤, 차두리, 문정식, 이정수, 이청용, 김정우, 김보경김치우손흥민

1골 - 김영배, 조동현, 황재만, 신현호, 차승룡, 이현철, 류웅렬, 박철, 우홍균, 심재원, 최철우, 이관우, 김기복, 이이우, 정강지, 김호곤, 홍성호, 오석재, 김석원, 정종수, 이영진, 이학종, 박경훈, 정재권, 강철, 박남열, 구상범, 김판근, 신홍기, 박건하, 조병국, 김지성, 배금수, 박수덕, 이정일, 황석근, 김상식, 김남일, 김종부, 윤빛가람, 황재원, 김신욱

 

(이동국의 역대 메이저대회 득점 통산 기록은 황선홍 다음으로 역대 2위다. 사진출처 인터풋볼)

 

  이 기록을 토대로 한다면, 먼저 이동국이 한국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 차범근, 최순호, 이회택 등을 포함시키고도 메이저대회 통산 득점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인 황선홍과는 불과 한 골 차이며, 이동국이 아직 은퇴하지 않았기에 남은 A매치에 출전하여 2골만 더 넣는다면 역대 메이저대회 통산 득점 1위로 올라선다는 말이다. 이 말은 즉슨, 국내용이라고 비난하기엔 그가 메이저대회에서 이룬 업적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동국은 2000년 아시안컵 득점왕이자 아시안컵 본선 통산 득점 역대 2위(10골, 1위는 이란의 알리 다에이 - 14골)를 기록하고 있다. 한 때 이동국의 대항마로 손꼽혔던 박주영의 경우 통산 13골을 기록하고 있으나, 요근래 폼이 하락하여 대표팀 승선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국가대표팀에 승선하여 활약하고 있는 이근호와 지동원의 경우, 이근호는 월드컵예선에서 강세를, 지동원은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월드컵 기준으로 따지면 이동국보다 더 나은 현역선수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구체적인 기록을 내놓으면 "이동국은 그래봐야 아시아를 넘어서지 못하는 아시아용이다." 라고 대꾸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이 논리는 상당히 억지스럽다. 우리나라 자체가 아시아에 속해있고, 컨페더레이션스컵이나 월드컵 아니고서야 비아시아권팀과 경기할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한 골 이상 넣은 황선홍, 안정환, 박주영 등과 비교하여 "국내용은 이래서 안된다." 식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식의 논리라면 그들은 월드컵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차범근 또한 평가절하해야하며, 차범근이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평가를 내리면 안되는 것이다. 해외선수의 경우 월드컵 경기 내내 풀타임 뛰고도 골가뭄에 시달리는 웨인 루니나 리그에서 2시즌 연속 득점왕이지만, 정작 국제대회에선 침묵하는 로빈 반페르시도 평가절하 당해야하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국내용 vs 해외용 나누는 기준? 기준 없는 억지 주장일 뿐

 

  어떤 선수의 기량을 보고 국내용이다 해외용이다라고 나누는 기준이 있을까? 없다, 그렇게 나눈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국내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지만, 해외리그로 진출해서는 제 몫을 못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였으나 해외로 진출하면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국내에서 잘하던 선수가 해외에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팀이나 리그, 또는 현지 적응력에 따라 차이가 날 뿐, 그것이 절대적인 기량 측정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11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출신을 생각해보아라. 그당시 해외진출한 선수들 중 유럽으로 진출한 선수는 2명에 불과했고, 그 외에는 J리그이며 나머지는 국내파 선수들로 구성되었다(심지어 대학생도 있었다). 말그대로 국내용 선수들이 대부분인 이 멤버로 우리는 월드컵 4강이라는 대업적을 이뤄냈다.

 

(우리는 국내파를 중심으로 하여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국내용이라고 못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축구의 각 국가색이 흐릿해지고 세계 축구가 섞이고 유행이 돌고 도는 판국에, 특정 국가, 특정 리그에만 어울리는 혹은 익숙한 스타일에 머물러 있는 선수를 찾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전체의 커리어를 인상 깊은 몇 장면만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무리수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나설 정도로 인정받는 선수를 '국내용'이라 폄하하는 것은 결국 '결과'를 완성시키기 위해 '과정'을 거기다가 짜맞춘 엉터리 평가는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너무나도 '국내용'과 '해외용'이라는 고정관념 안에 갇혀 축구를 보고 있으며(아무래도 해외중계 영향이 큰 것 같다), 이러한 성급한 판단은 위험성과 무의미함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축구를 하는 것과 보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를 몇 가지 단어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무모한 것이다. 

 

  선수는 게임 속 캐릭터나 장기판 위의 말이 아니다. 환경에 반응해 적응하고 또 발전과 퇴보를 반복하는 변화무쌍한 존재다. 그들이 22명 모여 만들어가는 축구, 또 그 뒤에 가려진 수 많은 시간들을 부적합한 단어 하나에 가두는 일은 선수들에겐 폭력적이고, 관전자들에겐 지루한 행위다. 축구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한 구분과 용어들에 집착하거나, 축구를 게임기 속 혹은 보드판 위에 올려놓기 위해 변환된 것들에 치중하는 것은 실제 축구를 즐기는 일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

 

참고 및 발췌 : [뷰티풀게임] 이동국은 국내용이라는 흔한 말 by 서형욱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_league&ctg=news&mod=read&office_id=260&article_id=0000000741

[kfootball.org] 한국축구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 통산 득점 현황 및 랭킹 산정 (1954 ~ 2013.06.11) by Liberta http://www.kfootball.org/best/61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