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태극기 휘날리며

월드컵 중계권 협상 난착, 사실 방송사의 책임이 제일 크다.

J_Hyun_World 2012. 6. 8. 08:00

 

 

 

(이번 2014 브라질월드컵은 자칫 공중파 TV에서 못 볼 수도 있다?)

 

 

브라질 월드컵 예선전, 이제 TV에서 못보나? WSG와 공중파 방송3사의 중계권 줄다리기

 

  이제 얼마 있으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나가기 위한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치르게 된다. 보통 이런 경기는 공중파 TV 생중계로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시아최종예선 첫경기인 카타르전(6/8, 원정)과 그 다음경기인 레바논전(6/12, 홈)을 TV로 못보게 생겼다. 우리가 지난 30일 새벽에 밤새면서 봤던 스페인과의 친선경기가 아마 공중파 TV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6월 7일,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스포츠 국장들은 오전 축구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권 협상이 난항에 빠져 있어 최종예선 1,2차전 생중계를 못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AFC의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권 판매를 대행하는 WSG 측이 요구한 금액은 무려 4600만 달러(약 538억원)라고 한다. 여기에는 향후 4년간 아시아 지역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 아시안컵과 올림픽 예선 및 본선 12경기 등 총 최소 14경기에서 20경기(아시안컵 본선 진출시)에 대한 지상파 중계권이 포함되어 있다. 즉, 경기당 2~30억에 달하는 높은 금액이다. 방송 3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4년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중계권료는 6억원 정도였다고 한다. 방송 3사는 "경기 직전에라도 협상이 타결된다면 생중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 WSG 측은 종합편성채널 등과도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만 본다면 단순히 WSG가 돈에 환장해서 방송사들의 등골을 뽑아먹으려고 작정한 것이고, 방송사들은 이러한 WSG의 횡포에 피해를 보고 있는 피해자입장으로 보여질 것이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액수를 접한 사람들 중 일부는 "WSG가 미친 것이 아니냐", "그깟 축구경기가 무엇이길래 돈을 이렇게나 많이 받으려고 요구하느냐"라면서 방송사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보도는 어디까지나 방송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지 WSG쪽의 의견은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것이 없다는 것이고 그들의 협상 부분에 대해서 과연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방송사의 보도대로 나온 것만 하더라도 과연 방송사들만 피해자인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WSG와 방송사측에서 제안한 가격을 한 번 비교해보겠다.

 

1) WSG 제안

609억원 - 경기당 30.45억원

539억원 - 경기당 27억원정도 ( 뉴미디어 제외 )

→남아공 월드컵 당시와 비교하려면 위의 금액이 아니라 아래 금액으로 비교가 정당하다. 2005년 계약당시에는 없던 인터넷 중계와 IPTV등 뉴미디어에 대한 부분이니까 말이다.

252억원 - 경기당 7.87억원 (2006~2012)

→ 방송사들이 주장하는 6억원이란 이야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가(환율차이 ?)??

 

2) 방송사 제안

205억 - 경기당 10.25억원

177억 - 경기당 8.85억원 (뉴미디어 제외)

 

  실질적으로 예전 금액과 가격 비교를 하려면 2005년 계약 당시 없었던 뉴미디어 제외를 기준으로 봐야하는데, 그렇다면. 2005년 계약 당시에 경기당 7.87억원인데, 방송사가 제시한 금액은 8.85억원. 7년이란 시간의 물가인상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방송사의 제안은 애초에 WSG와 협상하려고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자고로 협상이란 어느정도 우리도 더 양보하고 그러면서 좁혀가면서 타타협점을 찾아가야하는데, 방송사의 제시는 거의 상대방인 WSG의 양보를 바라는 협상을 염두해두고 진행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WSG가 제시하는 금액이 무조건 합당하고 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한 경기 중계할 때마다 10억 이상을 손해보며 중계를 강행하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하게 손익계산으로만 봤을 때 경우이다. 월드컵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과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의 메인스폰서를 따기 위해 피터지는 스폰서쉽경쟁을 하는 글로벌기업들의 힘겨루기와 광고파워를 고려한다면 이 중계가 결코 방송사들의 손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참고로 옆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WSG와의 협상해서 한 경기 중계하는 데 50억원이나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 방송사들은 흔히 말하는 '호갱님'이라서 이정도 가격을 주고 중계하기로 결정했을까(참고로 일본은 작년 AFC 아시아컵 조별리그는 중계가 안되서 인터넷으로 봤다가 이번에 중계협상을 체결했다)? 우리나라 방송사들이 축구의 가치를 철저히 무시한 점도 엄청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과연 WSG가 제시한 금액이 터무니없이 비쌌던가? No, 이것은 방송사의 근시안적인 태도가 몰고 온 부메랑이다.

 

 

(방송사들이 과연 자신들이 손해보는 중계권료를 사들였던 적이 없을까? 내가 보기엔 그저 근거가 빈약한 핑계거리라고 여겨진다.)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왜 방송사를 꼬집는 건지에 대해서 납득하기 힘들지도 모르며, 심지어는 이러한 태도가 축구팬들은 방송사에 대해 피해의식이 너무 강한 게 아니냐는 말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비춰질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방송사들의 태도는 분명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다싶이 이것은 우리나라 방송3사의 일방적인 입장표명일 뿐 아직까지 WSG의 입장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다(그저 가격만 비싸다고 찡찡대는 방송사의 불만만 수두룩하다). 그리고 현재 돌고 있는 금액 역시도 일방적인 우리 방송사측에서 흘러나온 금액일뿐 저것이 과연 정확한 금액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WSG 입장에서도 판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인다고 보기보다는 분명 한국방송시장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한 후에 나름대로 이정도로 강하게 밀어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만약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만 부당하다면 방송사에서 분명 언론을 통해서 흘렸을 터인데, 현재의 분위기는 단순히 너무 비싸다만 흘러나온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 중계권 협상 상태를 보겠다.

 

주요 중계권료 추이
1. 2012 K리그(352
경기) : 70억원(추정)
2. 2012
프로야구(532경기 + 포스트시즌) : 250억원
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연간 1400만달러(165억원) 추정 (200경기 이내) - SBS ESPN
4.
메이저리그 (2009~2015) 7000만달러(연간 1000만달러 - 118억원) - IB스포츠에서 구매가격/
재판매시 금액은 더 올라갈듯(현재 2012 MBC S+가 중계)
5.
올림픽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2016년 브라질하계올림픽 - 4개대회) : 7250만달러(855억원) - SBS
6.
월드컵 - 2010년 남아공월드컵 : 6500만달러 (767억원 )

 

  위의 자료를 토대로 했을 때, EPL이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최고 시청률 기록은 2.473%였고,(지난시즌 양박대결 경우) 그럼 시청률에 따라서 그리고 지상파냐 케이블이냐에 따라석 광고비 단가는 당연히 달라진다(국내 K리그가 추신수 달랑 하나 나오는 메이저리그보다 못한 중계권 현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시청률은 어떠한가? 메이저리그의 경우 지금 시청률 거의 암울한 수준인데, 대부분 늦은 새벽 아님 오전에 중계이기에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메이저리그 중계권료가 싼가? 위에서 봤듯이 K리그보다 1.5배 이상으로 비싸다. 이것만 보더라도 외국에서 볼때에는 한국방송사이 호구로 비추어질 수 밖에 없다. K1 5년새 중계권료 100배 상승 메이저리그 역시도 10년 사이에 100배 상승(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할 당시 중계권료 거품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MBC였다는건 아는가?) 대부분 중계권료가 스포츠관계자에 의하면
일본보다 더 많이 주거나 비슷한것 투성이 (EPL, 유로파, UCL등). 이것만 놓고 보았을 때, EPL이나 MLB 그리고 유로2012나 UCL 등등에 있어서 결코 시청률이나 광고대비 효율성에 비해서 가격이 만만치 않음에도 아낌없이 한국방송사들은 돈이 아깝다라는걸 전혀 못느끼고 사들였.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국가대항전 이외에는 별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상한 풍조가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만 열광하는 이상한 풍습)

 

   제일 답답한 것은 지상파 방송3사들의 근시안적인 시야다. 매년 열리는 K리그나 심지어 K리그 팀들이 한국대표클럽으로 나가서 활약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중계에는 매번 소홀히하다가 유독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국가대항전 대회에만 목숨을 걸고 중계하려고 달려든다는 점이다. 즉, '국가대표'에 유독 목숨을 거는 한국의 특성에 따라 그들이 그것에만 유독 반응한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챙기지 않다가 4년마다 열리는 메이저대회 개최일이 다가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No.1 스포츠채널 OOO" 또는 "국민 채널 OOO"이라면서 제대로 철판깔고 자기네 방송사를 홍보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월드컵이건 올림픽이건 결국 우리나라 것이 아닌 남의 컨텐츠다. 비싼 수입품의 가격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조정할 수 없다. 한국적 상황을 이해시키거나 시장 상황을 반영해달라는 설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품목이라고 본다. 고퀄리티의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 입장에선, 구매를 원하는 사람의 집안 사정을 감안해 할인해달라고 바라는 것은 지극히 억지스럽고 그저 떼쓰기나 다름없다. 지금 한국 방송사의 태도가 딱 이 모습이다. 그동안 외부 컨텐츠를 무작정 비싸게 사왔으면서 이제와서 사정 봐달라면서 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양해를 구해달라는 방송사에 대해 중계권을 판매하는 WSG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을 수 밖에 없다. 이렇기에 WSG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8경기와 함께 패키지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묶어서 중계권을 한국 방송사에게 팔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데도 과연 방송사들이 주장하는 "WSG가 우리를 봉으로 보고 있다"라는게 맞는 표현인가? 그 봉이 되도록 한 원인은 누가 만들었나?

 

   공중파 방송사들은 K리그에 크나큰 수익이 없고 중계해봐야 시청률이 거의 안나오기 떄문에 중계한다하더라도 그렇게 큰 효과를 못미친다고 한다. 글쎄, 나는 그 말도 크게 동의할 수 없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호주를 예로 들면, 호주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처럼 축구보다 다른 스포츠가 더욱 더 각광받는다(호주에서는 럭비열풍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폭스 스포츠는 럭비보다도 훨씬 돈이 안되는 호주 A-리그를 계속 중계해주고 있다. 어차피 돈 받고 파는 이상 생중계가 필요했고, 호주축협이 리그 중계권과 패키지로 호주국대경기까지 판매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시작했으나, 현재 호주의 경우에는 1년에 방송이 안되는 라운드가 거의 없고, 방송 안되는 경기도 10경기 이하다. 그렇게 매번 중계를 하면서 노하우와 다양한 컨텐츠 아이디어가 축적되고 요즘엔 아챔을 보려는 K리그팬들이 호주 폭스 스포츠를 통해 보고 있다. 그만큼 폭스 스포츠가 경험이 쌓이다 보니 고퀄리티의 컨텐츠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나도 몇 번 봤는데 폭스 스포츠의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자체 컨텐츠를 개발할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저 수익이 안된다고 내팽개치는 것은 일종의 직무태만이자 시청자의 볼 권리를 망각시키는 게 아닌가? 내 기억으론 적어도 호주의 폭스 스포츠처럼 우리나라 방송사들이 야구를 제외한 다른 컨텐츠에 그렇게 공들인 적을 본 적이 없다(오히려 예능버라이어티 재방으로 시간 떼우기나 하지).

 

  한국 방송사들의 태도가 이러하니 AFC 내에서도 한국이 소외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그저 AFC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뭘 하고 있는 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나중에 우리에게 불이익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그때와서야 성질내는 일명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데에 달인이다. 잠재적인 거대시장인 AFC를 키우는 WSG 입장에선 아시아 축구 발전에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는 한국 방송사의 태도가 상당히 못마땅할 것이며, 방송사가 이러한데 2400억원을 부른다해도 우리는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국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그렇게 아까우면 우리 자체에서 컨텐츠를 키워서 만들어야 할 것을, 방송사들은 전혀 그러하지 않았는데 과연 누구더러 비싸다고 마냥 큰소리칠 수 있을까? WSG의 터무니없이 제시한 비싼 가격도 문제가 되지만, 방송사의 방관주의와 태만을 보자면 백 번 혼나도 할 말 없다. 지금 WSG가 K리그 중계권까지 사들인 마당에 이제 방송사들은 무엇까지 빼앗길 것인가? 그들의 방관에 대한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다.

 

본문글 : 알럽싸커 샤르옹날다님 글 - http://j.mp/Kk7x3z, http://j.mp/JZnFdY

참고글 : 서형욱의 풋볼리스트 [뷰티풀게임] 월드컵 최종예선 생중계 무산 위기에 부쳐 - http://j.mp/Kk7tB0

扶餘人님 블로그 글 "월드컵 중계권에 대한 진실 - 한국에만 횡포를 부리는 까닭은?"- http://j.mp/NEzC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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