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호랑이의 집

이유있는 울산의 '8월 DTD 현상'

J_Hyun_World 2013. 8. 25. 08:00

 

 

 

(7월과 달리 8월에 접어들고 나서 울산은 좀처럼 이기질 못한다. 오늘 성남전도 그러했다. 사진출처 엑스포츠뉴스)

 

 

  7월까지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차곡차곡 승점을 챙겨, 포항을 밀쳐내고 1위에 등극하던 순간이 엊그제 같았던 울산이었는데, 현재는 7월과 달리 정반대 상황으로 가고 있다. 8월 3일 인천전을 시작으로 전북-부산-성남으로 이어지는 4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다(인천-전북전 무승부, 부산-성남전 패배 기록). 게다가 공교롭게도 4경기 전부 다 상대팀에게 선제골을 헌납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 뒷심이 부족하여 역전승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드러난 문제점이다. 그렇다보니, 1위를 다시 포항에게 내준 것도 모자라 2위 자리까지 전북에게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늘 있을 서울-경남전에서 서울이 이길 경우에 울산은 4위까지 추락하게 되는 셈이다(추가로 수원이 대구를 이길 경우에는 수원과의 승점도 1점차가 된다). 이러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울산은 수요일에 라이벌인 포항을 홈으로 불러들여 혈투를 벌일 예정이니, 참으로 난감함 그 자체다. 대체 한 달 사이에 왜 그들은 무너지고 있나?

 

 

 

이유있는 울산의 '8월 DTD 현상'

 

  어찌보면 갑작스럽게 일어난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울산이 무너지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동안 극적인 뒤집기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표시가 크게 나지 않았을 뿐이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보니 그것이 자연스레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에 크게 영향을 끼치면서 울산의 약점들이 노출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1) '믿을맨'이 없는 왼쪽 사이드백 자리

 

 

(주포지션이 아닌 왼쪽 사이드백에서 뛰는 김성환. 그는 언제쯤 자기 자리에서 뛸 수 있나?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울산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왼쪽 사이드백에 믿을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첫번째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다. 울산은 지난 시즌에도 왼쪽 사이드백이 불안하여 상대팀의 공략 루트로 지목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것을 보강하기 위해 울산은 올시즌 시작하기 전에 이완을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면서 제대로 된 보강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완은 생각보다 폼이 좋지 않다보니 주전경쟁에선 일찌감치 밀려났고, 언제부턴가 교체명단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현재 2군행이다). 그렇다고 지난 시즌 내내 왼쪽 사이드백으로 기용했던 김영삼을 쓰자니, 그것 또한 위험수였다. 지난 시즌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던 적이 여러번이었고, 김영삼의 폼은 점점 떨어져가는 중이다. 즉, 선발용으로 쓰기엔 부적합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김호곤 감독은 플랜B를 꺼냈으니,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성환을 사이드백으로 내리는 것이었다.

 

  성남시절에도 종종 사이드백 경험을 했던 것과 그의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력을 고려하여 울산은 김성환을 사이드백으로 기용했다. 처음에는 제법 먹히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또한 약점이 드러났다. 발이 빠르고 돌파력이 좋은 윙어를 만날 경우에는 맥을 못춘다는 점이다. 이번 달에 그러한 유형의 윙어들을 상대하면서 김성환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방불케하는 테러를 당하면서 상대 공격진들에게 자동문이 되어버렸다. 김성환 이외에도 강민수가 지난시즌 사이드백에서 확실한 강세를 보였기에 그를 기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강민수를 사이드백으로 돌릴 경우에 김치곤과 짝을 이룰 센터백의 선택 폭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박동혁이 노련함이 있지만, 발이 느리기 때문에 김치곤의 느린 스피드를 커버해주기엔 부족하다. 최재수와 트레이드 되어 울산으로 온 최성환은 아직까지 2군에 머물만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센터백 출신이었던 최보경은 아예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분류되어 센터백으로 기용할 확률은 희박하다. 이것이 울산의 부진을 야기하는 첫번째 문제점이다.

 

 

2) 부상과 부진 등 악재가 겹친 측면 공격 자원

 

(요즘 들어 꽃돌이 신예 박용지가 그리워지는 것은 기분 탓인건가...)

 

  두번째 문제는 바로 울산의 측면 공격자원 기용이 극히 제한적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과연 울산이 이 넘쳐나는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 심히 우려스럽다.' 라는 반응이 나올만큼, 공격자원이 포화상태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는 '부상과 부진 등으로 많이 빠진 울산 측면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나?' 하는 정반대 상황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주장인 김승용의 부상을 시작으로 고창현의 폼 저하와 까이끼의 장기부상(최근에는 다시 복귀했지만), 결정타로 신예 박용지의 시즌아웃 부상이 크게 작용하였다. 초반에는 선수들 전반적으로 체력이 충만했기에 별 문제를 못느꼈지만, 알다시피 K리그 클래식 전체 일정이 매우 길다보니 같은 선수로 시즌 내내 풀타임을 소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생긴다.

 

  한동안 울산은 한상운, 김용태, 호베르또 이 3명의 선수로만 꾸려오다보니 교체시킬만한 자원도 넉넉치 않았었다. 그렇다보니 이 3명의 체력이 남아돌 리가 없었다. 특히나 한상운이 부진해버리기 시작하면, 울산의 창의성이나 패스전개는 답이 안나올 정도라고 해도 좋다. 거기다가 김용태와 호베르또는 번갈아가면서 극과 극의 모습을 선보이면서 팬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김호곤 감독은 지난 부산전 때, 최전방에 배치된 김신욱을 오른쪽 측면 윙어로 두는 파격적인 전술까지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측면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까이끼를 측면으로 배치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울산의 전반적인 전술흐름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부 울산팬들은 시즌아웃된 박용지와 K리그 챌린지에서 도움왕 경쟁을 하고 있는 최진수의 복귀를 기도하고 있다. 이것이 두번째 문제점이다.

 

 

3) 마스다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

 

(기복없는 플레이로 주전을 꿰찬 '적절한' 마스다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이 좀 걱정된다) 

 

  울산은 올시즌 하피냐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들을 전부 바꿨다. 에스티벤과 마라냥을 보내고, 그 대신에 J리그에서 준국가대표급으로 꼽히던 마스다와 K리그 내에서 검증된 미드필더인 까이끼, 그리고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호베르또를 영입하면서 3+1 외국인 쿼터를 알짜배기로 가득 채웠다. 그런데 울산이 예전부터 외국인선수들의 덕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던 팀이었고(그만큼 외국인 선수들이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올시즌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언제 어디서나 기복없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호평을 받는 '적절한' 마스다를 제외한 나머지 3명(하피냐, 까이끼, 호베르또)의 경기력은 다소 걱정되는 부분으로 떠올랐다.

 

  가장 먼저 지난 시즌에 이근호와 함께 짐승 듀오로 활약했던 하피냐, 올시즌은 지난시즌에 보여줬던 연계 플레이보단 탐욕이 많이 늘어 마치 QPR의 아델 타랍을 연상케 하는 개인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계약 만료가 임박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지나친 골욕심과 압박감을 받은 채 경기에 임하여 종종 팀플레이를 끊어놓는 장본인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하피냐는 양반이다. 까이끼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장기부상을 겪고 복귀한 뒤로 쓸데없는 잔기술과 공격 템포를 끊어먹으면서 많은 기회를 날려버린다. 전북전에 비록 도움을 기록했다지만, 그걸로는 용서가 안되는 무리한 힐킥 패스 연발, 그리고 잦은 턴오버를 기록했다. 호베르또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계륵이다. 분명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이 장점이기에 상대가 방심한 틈을 이용하여 크게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재능을 지녔지만, 문제는 선발로 나올 때는 그 장점이 반감되어 쓸모가 없게 된다(교체로 투입되면 오히려 펄펄 날뛴다). 거기다가 호베르또의 수비력이 좋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거리다.

 

 

 

  당장 다음주 주중에 있을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울산은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점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정규리그 이후인 스플릿 시스템 돌입할 때에도 상위권, 욕심내면 1위자리 탈환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날씨 탓에 그동안 혹사되어있는 선수들의 체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한다는 것도 김호곤 감독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라이벌인 포항은 1위를 고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울산은 여기서 주저앉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다시 치고 올라가야할 때이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