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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즌 전반기 울산 - 밸런스 붕괴가 가져온 딜레마

J_Hyun_World 2014. 5. 18. 08:00

 

 

 

 

  울산은 2013년을 끝으로 김호곤 체제의 막을 내렸고, 2014년 새 시즌과 함께 울산 미포조선으로부터 조민국 감독을 데리고 오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미포조선을 내셔널리그 챔피언으로 만들고 문수 호랑이굴로 입성한 그는 "울산 스쿼드를 이끌고 티키타카를 만들어보겠다." 고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렇게 선언하고 5개월이 지난 현재, 전문가들로부터 강력한 리그 우승후보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강팀으로 평가받던 울산은 리그에선 5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선 조별리그에서 조 3위로 탈락하면서 예상과 달리 부진하면서 전반기를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울산의 2014년 시즌 전반기는 어떠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14 시즌 전반기 울산 - 밸런스 붕괴가 가져온 딜레마

 

(이번시즌 전반기 울산을 평가하자면, '밸런스 붕괴가 딜레마'라 할 수 있겠다)

 

  조민국은 기존의 김호곤 체제의 울산 스쿼드를 갈아엎기보단, 기존 스쿼드를 유지하면서 추가 영입을 하면서 보완하는 방법을 택했다(그 와중에 최보경, 김승용이 이적하긴 했지만, 울산 입장에서 큰 타격은 아니었다). 조민국은 울산에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여 평균연령층을 낮춤과 동시에 장기적인 스쿼드 중심축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 대표적인 영입이 김선민, 안진범, 김민균, 이명재였다. 그리고 젊은 스쿼드에 경험을 덧붙이기 위해 최태욱과 백지훈을 합류시키면서 울산의 스쿼드는 작년에 비해 양으로나 질이나 한 층 더 탄탄해졌다. 게다가 후반기에 상주로부터 이재성, 이근호, 이호가 복귀할 예정이니 울산에게 있어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1. 티키타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먼저 조민국은 김호곤 체제까지 내려오면서 사용되던 4-4-2(혹은 4-2-3-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에 변화를 주었는데, 바로 '누메로 콰트로(Numero Cuatro, 플랫3 앞에 위치한 등번호 4번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그 위에서 허브 역할을 해줄 중앙 미드필더로 역할 분배를 한 것이다. 이전까지 울산은 중앙에 위치시킨 미드필더들을 홀딩 역할로 플랫 4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측면의 빠른 공격이 이어지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과는 사뭇 달랐다.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전개하면서 전방에서 좀 더 공격에 치중하여 속도를 더 높히겠다는 것이 그의 의도였으나, 여기서부터 조민국이 추구하고자 했던 티키타카의 딜레마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민국은 누메로 콰트로 역할로 김성환을 점찍었고, 그 위에 허브 역할을 해줄 선수로 김선민을 선택하면서 프리시즌부터 이 두 선수를 중원에 배치하여 조직력을 끌어올려왔다. 문제는 지난 시즌 울산의 중원의 핵심이자 엔진역할을 해왔던 미남 미드필더 마스다의 입지였다. 마스다는 전형적인 육각형 미드필더로써 공수조율과 더불어 적재적소의 박스 투 박스 능력, 왕성한 활동량 등 어디 하나 뒤쳐지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조민국은 이러한 마스다가 오히려 특출난 장점이 없다, 특히 마스다가 전진패스와 기동력 부분에서 자신의 전술 철학과 맞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마침 마스다의 폼이 아직 올라오지 못한 점까지 고려하여 일단 그를 폼이 회복될 때까지 J리그 오미야로 1년 임대 보냈다. 이것이 조민국 감독의 패착이자,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 첫번째 이유였다.

 

(뜻하지 않은 김선민의 부상과 대체가 가능했던 마스다가 임대가면서 울산의 중원에 큰 구멍이 생겼다.)

 

  조민국의 황태자로써 시즌 초반에 남다른 패싱능력과 활동량, 그리고 공을 소유하기 위해 상대를 쉴새없이 압박하는 능력, 그리고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는 탈압박능력 등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김선민이 부상으로 한동안 빠지게 되면서 조민국식 티키타카에 문제가 발생해버렸다. 하필이면 여러 역할이 소화가능했던 마스다까지 없는 상태였으니, 중앙을 거쳐서 나가는 패스 흐름이 원활해질 수 없었다. 그래서 조민국은 김선민을 기용할 자리에 여러 선수들을 실험하면서 조합을 맞춰나가려 했다. 고창현, 김용태, 백지훈 등 많은 선수들을 넣어보았지만, 중원의 밸런스가 붕괴되어 공수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다고 김성환을 중앙 미드필더로 올리게 되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가 문제가 생겨버렸다. 그 자리에 베테랑 수비수인 박동혁을 넣어 수비를 강화시킨다곤 하지만, 박동혁이 빌드업에 능한 선수가 아니기에 티키타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중앙에서 허브 역할을 해줄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조민국이 꺼내든 플랜B는 '한상운 프리롤' 이었다. 그동안 K리그에서 한상운은 측면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에 우리는 그를 윙어로 생각해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앙헬 디마리아가 올시즌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발견을 보여왔듯이, 한상운에게 왼쪽 윙어보다는 프리롤 역할을 부여하여 경기를 주도해나가면서 공격적인 패싱축구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다행히 '한상운 프리롤' 은 성공적이었다. 이번시즌 전반기 내내 한상운은 측면에서만 머물기 보다는 종종 중앙으로 들어와 경기를 풀어나가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이것이 김선민이 초반에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생긴 여파이긴 하지만).  한상운이 중앙에 머물게 되면 반대편에 있는 윙어나 섀도 스트라이커로 포진된 하피냐가 측면을 커버하면서 상대 수비를 위협했고, 한상운은 예리한 킬패스로 수비를 벗겨내려고 시도하였다. 스탯상으로는 12경기 출장하여 2골 2도움(리그 기준)이라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최전방에 있는 김신욱과 양 측면에 퍼져있는 윙어들과 다이아몬드를 형성하면서 많은 옵션을 제공한 것은 틀림없었다.

 

 

2. 겉보기엔 단단하지만, 실제로는 백지장 두께의 수비진 스쿼드

 

  지난 2013 시즌 울산은 포항과 더불어 가장 많은 득점(63골)을 기록함과 동시에 K리그 클래식 14개팀들 중 최소실점(37실점)을 기록하면서 단단한 수비력 또한 자랑했다. '철의 플랫4' 라는 수식어를 붙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번시즌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수치상으로는 8실점으로 12개팀들 중에서 최소실점 2위(리그기준, 1위는 성남으로 6실점이다)이라 아무 문제 없어보이지만,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팀이었기에 울산은 이번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르는 등 초반부터 많은 일정을 치르고 있었던 터였고, 현재 울산의 주전 수비수들 연령층이 적지 않다는 점(김영삼-1982년생, 김치곤-1983년생, 강민수-1986년생, 이용-1986년생)과 백업 수비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너무나도 많이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그나마 주전급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박동혁(1979년생) 또한 노장이라는 것이다.

 

(이용의 체력 저하가 불러오는 나비효과는 상당했다. 울산 공격이 전반적으로 둔해져버렸다.)

 

  이번시즌에 접어들면서 특히나 K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쪽 사이드백인 이용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2011 시즌에 송종국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도약한 이후, 줄곧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선발출장하였고, 2013 시즌까지 거의 모든 경기를 소화해낸 강철 체력을 지녔던 그였다. 하지만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쉬지 못하여 피로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온 탓인지, 이번시즌 이용의 오버래핑이 지난시즌과 비교했을 때 날카롭지 못했고, 폭발력도 다소 감소되었다. 이용이 예전처럼 오른쪽 측면에서 거의 윙어에 가깝게 공격루트를 만들어주면서 오른쪽 측면 공격을 주도하지 못하게 되니, 이용에게서 김신욱으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크로스 시도횟수는 떨어지게 되었고, 평소 이용이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올라갈 시 반대편에서 역습에 대비하는 역할을 맡은 김영삼이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까지 만들어야하는 부담을 떠앉아버리게 된 것이다. 이것이 울산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 2번째 원인이었다. 

 

  그제서야 울산의 이용이 문제를 보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사이드백 소화가 가능한 강민수를 측면으로 돌리는 방안도 있긴 했지만, 강민수를 측면으로 돌릴 만큼 울산의 센터백 두께도 그리 두텁지 못했다. 김치곤과 강민수, 지난 시즌 환상의 호흡을 맞추면서 상대 공격수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과도 같았다. 김치곤은 최후방에서 김승규 이외에 울산의 골문을 보호하는 또 하나의 수문장 역할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였고, 김치곤에 비해 기동력이 좋은 강민수는 앞으로 전진하여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지난시즌과 달랐던 점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지난 시즌에는 전혀 치르지 않았다는 것이고, 대체자 없이 계속 경기를 소화해왔던 이 두 센터백들은 체력적인 문제와 함께 집중력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센터백 출신인 박동혁을 홀딩 미드필더로 플랫4 앞에 배치시켜 주전 수비수들의 문제점을 보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 시즌이 끝나고 후반기에 시작할 때가 더욱 걱정이다. 강민수는 한상운과 함께 전반기를 끝으로 상주 소속으로 이번 시즌 잔여 일정과 다음 시즌까지 뛰어야하며, 김치곤은 제주전 퇴장 여파로 후반기 시작과 함께 2경기를 더 뛰질 못한다는 것이다. 주전 두 명이 한꺼번에 빠지게 되면, 울산은 당장 기용가능한 센터백 자원이 거의 없다. 박동혁과 센터백 소화가 가능한 유준수가 있지만 이들은 주전급이 아니며(김근환이 있지만, 그가 아직 부상에서 완쾌하여 완전한 폼을 만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 이재성은 9월이나 되서야 울산으로 복귀한다. 그나마 사이드백은 센터백과 달리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명재가 이미 몇차례 김영삼 대신 선발출장 및 교체투입하여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정동호 또한 최근 이용이 결장한 대신 선발로 나와 팀에 적응하고 있다.

 

 

3. 조민국 체제에서 혼자 표류하고 있는 하피냐

 

(조민국 체제에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하피냐, 과연 이대로 끝날 것인가?) 

 

   울산의 밸런스 붕괴가 가져온 세번째 딜레마는 바로 김신욱과 함께 울산의 득점을 책임져왔던 하피냐의 부침이다. 김신욱은 이번시즌에도 변함없이 울산의 득점을 책임짐과 동시에 2선과의 연계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전술적 활용가치를 높히고 있는 데 반해, 하피냐는 김호곤 체제 때와는 달리 조민국 체제에서 영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프리시즌에 제대로 몸상태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 하피냐 본인의 책임도 무시못하지만, 조민국이 추구하는 티키타카가 하피냐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조민국은 최초에 하피냐에게 최전방의 김신욱과 2선에 있는 미드필더 사이를 연결해주는 트레콰르티스타와 비슷한 역할을 부여하면서 공격을 주도하라는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하피냐는 경기를 흐름을 주도하면서 찬스를 만들어나가는 유형보다는 역습 시, 미드필더에서 찔러주는 킬패스를 이어받아 상대방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고 득점을 만들어내는 역습형 공격수에 가까웠다. 즉, 지공보다는 속공에 최적화되어있는 선수이다. 하피냐가 활동량이 뛰어나고 볼키핑이 좋은 선수임은 틀림없으나 동료선수와 패스플레이를 통하여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데에는 다소 어색했다. 그렇다보니 하피냐는 중앙에서 움직이기 보단 왼쪽 측면으로 빠지거나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윙포워드 역할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대신 기존에 하피냐가 있던 자리는 한상운이 맡았었다). 하피냐가 윙포워드 역할 소화가 가능하지만, 이게 지속되면 하피냐의 득점력을 감소시킨다는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서 조민국은 하피냐의 활용법을 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현재 김신욱 다음으로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하피냐가 침묵하고 있는데다가, 자신의 전술에 도통 녹아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하피냐를 완전 영입하였기에 어떻게 해서든 그를 살려내야한다. 하피냐를 살리려면, 2선이 지공 뿐만 아니라 속공에도 능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아니면 타겟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김신욱이 펄스 나인으로 센터백을 유인하여 끌어내어 하피냐를 침투시키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가을에 이근호가 울산으로 복귀할 때에는 이근호까지 어떻게 밸런스를 맞춰서 살려낼 지 지공을 추구하려는 조민국 입장에선 고민스러울 것이다.

 

 

 

  울산이 후반기 리그에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조민국 감독의 첫시즌, 아니 앞으로 울산 지휘봉을 잡는 이상 보완해야할 사항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조민국 감독이 울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판단착오를 2009년 김호곤이 울산 감독을 처음 맡았을 당시에도 똑같은 경험을 겪었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11년부터 그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 또한 경험했다. 그렇기에 조민국 감독만의 색깔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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