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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조민국 감독에게 없는 5가지

J_Hyun_World 2014. 10. 10. 01:09

 

 

울산의 추락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지난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울산이 한시즌만에 이렇게 추락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사진출처 연합뉴스)

 

  여태껏 필자가 울산에 관한 글을 남기면서 올해처럼 한 해에 울산에 대한 부정적인 글만 남기기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2014년 시즌은 울산 구단과 울산 팬들에게 있어서 또 한 번의 흑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이 구단은 누가 뭐래도 우승후보 0순위였고, 누가 이 팀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막강한 스쿼드를 구축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 울산의 행보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과 12개팀 중 7위에 머물러 하위스플릿으로 밀려날 지경이다. 상위스플릿으로 도약하기 위한 10월 9일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울산은 반드시 챙겼어야 할 승점 3점을 날리고, 그간 서울을 상대로 6연승에 실패하였다. 더군다나, 울산의 성지(聖地)와도 같은 울산 종합운동장에서 주전이 대거 빠진 서울에게 3대0 완패로 당하였으니 이보다 더 큰 상처가 어디있을까 싶다. 이 경기 뿐만 아니다. 울산은 이번시즌 상위스플릿에 속한 클럽들(전북, 수원, 포항, 제주, 전남, 서울)과의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시즌과 비교했을 때 참으로 참혹하기에 그지 없다.

 

  지난 여름 울산이 부진을 거듭한 가운데 가졌던 팬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조민국 감독은 울산이 하위스플릿으로 가게 될 경우, 자진사퇴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가 있다. 스플릿모드로 돌입하기 앞으로 3경기가 남은 이 시점에서 울산 팬들은 사실상 울산이 하위스플릿으로 가게 되었다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임과 동시에 조민국에게 부진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태는 2009년 시즌 김호곤 감독이 처음 울산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에도 겪었던 문제였고, 2000년에 고재욱 감독이 울산을 이끌고 꼴지로 떨어졌을 때에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울산 팬들의 체감은 다르며, 데이비드 모예스가 맨유를 이끌고 7위로 무너질 때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민국 감독에게 없는 5가지

 

 

 

1. 선수를 보는 안목

 

  이번 한 해에 조민국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면서 비판받고 있는 부분이 바로 선수를 보는 안목이다. 사실 조민국이 김호곤 전 감독으로부터 울산 스쿼드를 인수인계 받을 때, 손을 거의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두터운 스쿼드였던걸로 모두가 기억한다. 기존 스쿼드에서 조민국은 질보다 양을 더해서 울산의 스쿼드 두께를 늘리는 데에 주력했다. 드래프트로 미포시절 자신과 함께해왔던 김선민을 데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최진수와 트레이드로 맞바꾼 안진범, 멀티 플레이어인 유준수, 김민균, 백지훈, 이명재, 정동호, 알미르, 백지훈, 최태욱, 김근환, 그외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다른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시즌 시작하기 전에 울산 유니폼을 입은 선수만 열 손가락을 넘어섰다. 하지만 전반기에 데려온 선수들 중에서 가히 '대박 영입' 이라 불리우는 선수도 없었고, '대형 신인' 이라 불릴 만한 선수들도 없었다는 게 문제였고, 이들이 실제로 울산 유니폼을 입고 전력에 상당부분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하기에도 애매했다는 점이다. 최태욱만 하더라도 시즌 도중 부상으로 시즌아웃과 함께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김근환의 경우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려버려서 폼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로 경기를 치르니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에 울산의 성적이 영 시원찮고, 군입대를 하는 선수들(강민수, 한상운)과 조민국 체제에서 이별했던 선수들(마스다, 하피냐, 알미르, 까이끼, 이명재, 최태욱, 김용태, 박용지 등)의 공백을 메우고자 조민국은 또 한 번 양으로 울산 스쿼드를 채웠다. 서용덕, 이재원, 따르따, 카사, 반데르, 양동현, 하성민을 데려와서 공수 전반적으로 채워나갔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조민국의 선수 보는 안목은 최악에 가까웠다. 현재까지 그가 데려온 선수들 중 제 몫 이상을 해냈던 선수는 유준수만 유일했으며, 절반 이상이 울산이라는 클럽의 기대치에 영 미치지 못하는 기량을 보여주면서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팬들 사이에서 조민국이 수많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그 중 한 명이 로또처럼 터지길 기대한 것이 아니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솔직히 말해서 조민국은 기존 스쿼드만 유지해서 그동안 써왔던 울산의 전술에 조금씩 다듬기만 했어도 중박 이상을 칠 수 있었는데, 그가 무리한 영입 시도로 인하여 오히려 울산의 수준을 떨어뜨렸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아마 울산에서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선수들이 대거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된다.

 

 

2. 카리스마

 

  두번째로 조민국에 없는 것은 바로 감독으로서의 카리스마다. 여기서 확실히 선을 긋자면, 그가 이전에 맡았던 고려대나 미포조선은 울산과 전혀 다르며, 울산이라는 빅클럽을 맡은 이상 이전 클럽에서 해왔던 것처럼 한다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조민국이 울산 지휘봉을 잡고 나서 울산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고, 이전에 비해서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짐을 문제로 삼을 수 있겠지만, 결국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건 감독이 해야할 부분이다. 조민국이 울산 선수들의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가면서 라커룸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하는데, 언론에 비춰지는 부분이나 기타 들리는 말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는 점이다. 한 일화로 지난 여름 전북과의 FA컵 경기에서 조민국은 전북전 패배를 애꿎은 김승규에게 화살을 돌렸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 인터뷰로 인하여 필자를 비롯하여 그동안 조민국의 부진에 대해 관대하게 봐왔던 울산 팬들이 뿔나게 된 계기가 되어 대량 안티를 만들어버렸다. 조민국이 지목했던 김승규는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왜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인지를 증명했고, 김승규가 잠시 태극마크로 임무수행하는 도중에 주전 장갑을 꼈던 이희성이 김승규의 공백을 메꾸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조민국은 자기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

 

  이전 김호곤 체제에서도 선수단의 해이해짐과 분위기를 흐렸던 적은 있었다. 그럴 때에 김호곤은 단호하게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선수들을 과감하게 배제하는 결단을 보여주고, 부진을 거듭하는 선수가 있을 때에는 최대한 그가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게끔 유연성있게 유도했었다. 2011년 설기현이 울산에서 전반기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하면서 비판의 표적이 될 당시에도 김호곤은 그를 끝까지 믿어주었고, 그의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었다. 그런 비호 속에 설기현은 2011년 울산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1등 공신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현재 조민국에게서는 김호곤만큼은 아니더라도 선수들을 독려하거나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마치 경기를 뛰기 싫어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이며, 일부 모 선수는 자신의 부진에 팬들이 비판하는 것에 발끈하여 설전을 벌일 정도였다. 그만큼 현재 울산 선수단 분위기는 침체 그 자체다. 마치 모예스가 맨유를 이끌 당시에 선수단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오히려 끌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국내 사례만 보더라도 윤성효 감독이 수원을 맡을 당시에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도 기분탓은 아니다. 

 

 

3. 인내심

 

 

(하피냐와 마스다 케이스는 조민국이 얼마나 인내심이 없었는지를 보여줬던 대목이다. 사진출처 포포투)

 

  조민국에게 없는 또다른 요소는 바로 인내심이다. 울산 경기에서 종종 보여지는 조민국의 전반전 선수교체, 그리고 기존에 있던, 또는 자신이 데리고 온 선수들에 대한 인내심을 보자면 조민국이 그렇게 인내심 있는 사람은 못된다. 지난 시즌까지 울산의 기둥역할을 해왔다가 올해 울산을 떠나버린 마스다와 하피냐 케이스가 조민국의 인내심이 얼마나 모자란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스다와 하피냐는 프리시즌부터 컨디션이 영 좋지 못했고, 시즌 초반에도 폼을 끌어올리는 데에 있어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조민국은 이 2명의 핵심선수들에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주었고, 결국 두 선수 모두 '조민국의 스타일과 맞지 않아서' 울산을 떠났다(마스다는 임대, 하피냐는 이적이었다). 의미없는 가정법론이겠지만, 만약 마스다와 하피냐가 울산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다면 울산이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스다가 떠난 뒤에 김성환 이외에 중원을 미친듯이 뛰어다는 미드필더는 실종되어 중원싸움에서 매번 밀리게 되고, 하피냐 대신에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은 하피냐가 보여줬던 것보다 훨씬 밑도는 모습으로 울산의 부진에 한 몫하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두 선수에게 끊임없이 믿음을 주고 기다렸어야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유망주였던 이명재를 반시즌만에 임대로 보내버린 것도 조민국의 인내심 문제 아닐까 싶다. 사진출처 스포츠한국미디어)

 

  그리고 최근에 필자가 아직까지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명재의 임대다. 까이끼는 이전 시즌에도 부진을 거듭했었고, 알미르는 애초에 울산의 전력에 부합되지 않는 기량이었지만, 이명재는 기대를 계속 부여했어야했다고 생각된다. 이용이 잦은 국대 차출과 김영삼의 노쇠화로 측면 수비가 문제가 되었을 때, 이명재는 비록 최고까진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한 번 기대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는 인상을 여러모로 심어주었고, 그리고 교체로 출장하면서 점점 울산에 녹아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명재는 여름 이적시장기간에 일본으로 임대를 떠났다. 그 자리에 베테랑이자 노장측인 이재원이 합류하긴 하였으나, 그렇다고 하여 이명재를 임대보낼만큼의 수준은 아니었으며, 이명재와 달리 울산에 계속 남았던 정동호가 딱히 이명재에 비해 기량이 웃도는 수준도 아니었다. 이재원 영입을 위해 이명재를 보냈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4. 과감성 혹은 모험성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은 바로 조민국의 과감성, 혹은 모험성 결여다. 조민국의 라인업이나 전술, 경기 도중 변형되는 전술을 보면 너무나 일관되거나 지나치게 안전을 택하는 주의다. 경기 흐름이 상대편 쪽으로 흘러가거나 울산이 밀리고 있는 상황일 때, 조민국은 과감하게 공격적인 전술로 바꿔 경기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경우가 적다. 항상 일관된 4-1-3-2 혹은 4-4-2 전술에서 기존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경기에 임한다. 상대팀이 강팀이든 약팀이든 언제나 일관된다. 그렇다보니, 상대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울산의 전술과 주요 선수들의 스타일을 익히게 된다. 즉, 상대에게 패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상위 6개팀과의 경기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패턴을 읽지 못하게 과감하게 부딪칠 필요가 있는데 조민국은 그러한 모습을 거의 보여준 적이 없었다. 10월 9일에 있었던 서울전을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다.

 

  서울은 울산 원정에서 다소 모험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비록 울산보다 승점 2점이 앞선 상황이었긴 했지만, 이 경기에서 지면 순위가 뒤집혀지기에 수비적으로 나갈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울산의 기세를 먼저 꺾어놓겠다는 의지로 발이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서 공간침투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반면에 승점 3점이 절실했던 울산은 오히려 초반부터 맹공으로 몰아치기보단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천천히 시작하다가 도리어 서울에게 한 골을 내주기 시작하면서 울산 스스로 자신들의 템포를 잃어버렸고, 그때부터 당황하면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한 골 내주고 나서야 맹공하기 시작하지만, 서울은 굳건히 막아섰고 울산의 빈틈을 비집고 역습하는 방법으로 계속 이어가 후반에 2골 보태어 3대0 완승으로 끝났다. 이런 중요한 경기일수록 울산은 서울을 상대로 홈경기인만큼 일종의 모 아니면 도 하듯이 초반부터 몰아부쳐서 기세를 꺾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렇게 패배한 경기가 서울전 뿐만 아니라 다른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게 문제다.

 

 

5. 키플레이어

 

(울산의 득점을 책임지던 김신욱을 필두로, 김승규, 한상운이 빠지게 되니 조민국호는 방향을 못잡는다)

 

  마지막으로 조민국에게 없는 게 바로 '키 플레이어' 다. 그간 울산의 키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는 스트라이커 김신욱과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 김승규는 올시즌 초반부터 국가대표팀으로부터 잦은 호출을 받으면서 결장하게 되는 경기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최근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하여 후반기엔 거의 열외된 상태였다. 그렇게 되다보니 월드컵 이후로 울산에 키플레이어가 실종되어버렸고, 피치 위에서 울산을 지휘할 이가 없었다. 그나마 울산의 흐름을 주도했었던 한상운마저 상무로 입대해버렸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으며, 그 전에 미리 플랜B를 준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민국은 이 점마저 간과했다. 결국 울산의 후반기 레이스는 키잡이 없이 흘러가면서 순위가 좀처럼 올라서질 못하고, 반대로 내려갈 때는 너무나도 쉽게 내려가버린 셈이다.

 

  여기서 조민국은 확실히 울산에 있는 젊은 선수들을 제2의 김신욱, 김승규처럼 만들고 있던가, 아니면 여름이적시장에서 빅사이닝으로 울산의 중심을 잡아줄 대어를 낚아왔어야했다. 하지만 여름이적시장에서는 검증이 안되고 기량도 다소 떨어지는 선수들로 보강하는 데 그치고, 외국인 선수들마저 지난시즌까지 함께했던 선수들(마스다, 하피냐, 까이끼)보다 기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나마 희망이었던 이근호마저 너무나도 쉽게 중동으로 보내줬으니 결과적으로 조민국이 자초한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그 이후다.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하여 김신욱과 김승규가 군면제 혜택을 입었기에 당장 이번 겨울, 혹은 내년 여름에 해외 이적을 추진할 확률이 높고 현재 김신욱은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된 상태다. 이 난국을 극복하기에 조민국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조민국은 이번 시즌 하나로 그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커리어를 통째로 날리게 생겼다. 그만큼 울산이라는 클럽이 상당히 크나큰 산이자, 쉽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다른 K리그 클럽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가 자신의 결점을 극복한다면 한단계 성장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시베리아의 겨울 못지 않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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