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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군나르 솔샤르, 그는 공격수인가? 아니면 미드필더인가?

J_Hyun_World 2016. 1. 12. 07:00

 

 

 

때아닌 '안정환, 솔샤르 미드필더 규정 논란' 사태

 

 

(지난 9일에 방영된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안정환 해설위원이 솔샤를 미드필더로 규정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사진출처 다음팟>

 

  지난 주말, 축구팬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방송이 전파를 탔다. MBC에서 방영하는 예능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반지의 제왕'으로 이름날렸던 안정환 해설위원과 김성주 아나운서가 AFC-U23 챔피언쉽 홍보차 함께 출연하였고, 그들의 방송이 화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인터넷 생중계를 했던 1월 2일 일요일 당시, 안정환-김성주 듀오의 방송은 압도적인 인기를 끌면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고, 그들이 방송에서 언급했던 축구선수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순위 상위권을 모두 석권하는 영향력까지 보여주었다. 이 두 사람의 방송은, 스포츠도 충분히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사람들에게 쉽게 재밌는 요소로 다가가게 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만큼 호평의 연속이었다. 덤으로, 방송 중에 생겼던 논란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이 것 또한 방송 종료 후에 축구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의 분위기를 형성하게된 기폭제가 되었다.

 

  논란의 전말은 이러했다. 안정환은 방송 도중에, '동안의 암살자'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이기도 한 올레 군나르 솔샤르에 대해 '패스마스터에 미드필더' 라고 규정하였다. 이 코멘트가 방송에 고스란히 전파되었고, 당시 인터넷 채팅창에선 안정환을 '축알못(축구를 알지도 못하는)' 이라고 놀려댔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선 솔샤르는 교체로 출전하여 득점을 뽑아내는 스트라이커, 즉, 공격수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솔샤르는 때아닌 인터넷 중계 당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서는 영광(?)까지 맛보면서 잊혀져가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일부 네티즌들은 안정환이 같은 맨유에서 뛰었던 폴 스콜스와 혼동한 게 아니냐고 물어보았지만, 안정환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국내 대부분 축구카페는 혼란에 휩싸였다. 

 

 

 

'동안의 암살자', 그는 공격수인가? 아니면 미드필더인가?

 

(맨유의 레전드로 각광받는 '동안의 암살자' 올레 군나르 솔샤르. 그는 공격수인가? 아니면 미드필더인가?)

 

  말 나온 김에 솔샤르가 과연 공격수인지, 미드필더인지 한 번 확인해보자. '20LEGEND' 로 알려진 솔샤르는 맨유에서 10년 이상 뛰면서 366경기에 126골을 기록한 '골잡이' 인 것은 수치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솔샤르에 대해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노팅엄 포레스트전에 교체로 출장하여 11분만에 4골을 쓸어담은 것과, 1998/99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후반 추가시간동안 2골을 꽂아넣으며 맨유 트레블을 달성하게 만든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솔샤르는 주로 선발보다 교체로 많이 경기에 투입되곤 하였는데, 교체 선수임에도 상당한 골결정력이 주무기였기에 그가 벤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맨유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상대팀 입장에서는 상당한 공포로 작용되어 왔다. 그를 지도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맨유 재임기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챔스결승전에 솔샤르가 터뜨린 골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그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1998/99 맨유 트레블은 솔샤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 평가했고, 그가 은퇴한 이후에는 "매우 효율적인 선수" 였다고 호평하였다.

 

  이렇게만 본다면, 안정환의 발언이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안정환의 표현대로 하자면, 맨유가 트레블을 달성할 당시 사용하던 전술이 제로톱이었다라고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솔샤르가 언제나 포워드로만 기용되어왔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굳이 스트라이커 포지션만 고집하진 않았다. 퍼거슨은 솔샤르를 "치차리토처럼 포쳐 유형의 스타일"이라고 언급했으나, 측면에 뛸 윙어가 없을 때에는 솔샤르를 과감하게 측면에다 기용하기도 하였고, 실제로 그는 윙어로서도 제법 괜찮은 모습을 보여왔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솔샤르가 치차리토에 비해 기본기가 좋았고, 크로스 능력이나 활동량이 준수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안정환의 설명을 추가적으로 한다면, 자신과 솔샤르를 공격수보다는 "자신이 뛰어들어가야 할 지점을 미리 생각하고 움직이는 유형" 의 미드필더라고 했다. 그의 설명이 탄력받는 이유도 솔샤르의 스타일이 실제로 빌드업이 된 공을 기다리기 보다는 자리를 찾아 뛰어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이에 덧붙여 솔샤르를 자신과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라고 규정했다.

 

  안정환이 이렇게 솔샤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가 생각하는 공격수가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는 조금 다른 셈이다. 안정환이 '공격수' 라고 개념짓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호나우두나 이동국같은 정통 스트라이커에 한정짓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솔샤르가 스트라이커에서만 한정되어서 뛴 것이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섀도 스트라이커 등 2선에서도 주로 많이 기용되었다는 점, 은퇴하기 이전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기운영으로 미드필더에서 활약했던 것까지 고려했을 때 단순히 공격수다, 미드필더다 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나도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틀에 박힌 고정적인 포지션 논쟁, 현대축구에서는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시대가 흐를수록 포지션 및 역할을 규정짓기가 힘들다. 같은 위치더라도 경기마다 맡는 역할이 달라지고, 해당 선수가 전술에 맞춰 전진하거나 후방으로 쳐지기 때문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보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포지션이 어디이고 그것에 대해 은근히 신경쓰는 이들이 제법 많다. 특히나, 포지션과, 위치, 역할 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옆나라 일본의 경우, 일일이 세분화시켜 정의하고 있을 정도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예전에는 단순히 중앙 미드필더라는 하나의 개념이 지금은 수비형과 중앙,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거기서 6번 역할, 8번 역할, 10번 역할로 더 세분화하여 등장하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그렇게 고정된 틀과 규격 속에서 포지션과 역할을 구분짓고, 우리가 정해놓은 틀과 다르게 생각하면 '축알못' 이라고 평가절하시키는 이들이 과연 정답일까? 라고 반문을 제기해본다.

 

  시대가 흐를수록 같은 포지션에 있어도 그 역할과 위치가 전술에 따라, 상대팀이 누구냐에 따라 판이하게 바뀌기도 한다. 축구계를 양분화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의 경우, 득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들을 스트라이커나 공격수로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공격수가 아니라 '골을 많이 넣는 미드필더' 에서 출발했고, 그들이 최전방보다는 1.5선과 2선에서 주로 위치하여 직접 해결했다. 그래도 이들이 공격수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수비형 미드필더의 대표적인 선수로 손꼽히는 다니엘레 데로시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경우, 팀 여건과 감독의 성향에 따라 센터백 위치로 내려가서 최후방을 책임지거나 후방 빌드업을 주도하는 역할도 수행해왔다. 그렇다면, 이들은 미드필더인지 수비수인지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 확실하게 복장부터 다른 골키퍼가 아니고서야 특정 포지션에 고정시킨다는 자체가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며, 사람마다 생각하기에 따라 포지션 규정이 달라질 수 있고,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안정환의 '솔샤르 미드필더 규정' 논란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각이 정답이 아니다. 선수들이 보는 시각, 그리고 감독들이 보는 시각은 우리와 확연히 다르고 그것이 안정환 해설위원을 통해 드러났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제는 "솔샤르가 미드필더다" 라 규정해도 더이상 '축알못'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포지션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처럼 정하기 나름이고 애초에 우리가 그들을 역할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이게 항상 옳다고 한 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축구는 '알 것 같으면서도 아직도 어려운 스포츠' 라고 말하는 게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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