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Money", 어느덧 전세계 TOP1 이적료를 기록한 중국 슈퍼리그
(하미레즈, 제르비뉴, 구아린의 이적료는 웬만한 유럽 빅클럽들이 쓰는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팬들에게 흥미유발할 만한 이야기거리가 하나 생겼다. 아직 유럽 이적시장이 닫힌 것은 아니기에 함부로 속단하면 안되겠으나, 아시아에 있는 중국 슈퍼리그(이하 CSL)가 이번 이적시장에서 사용한 이적료만 무려 1억 3,625만 유로(약 1,770억원)로 1억 1,600만 유로(약 1,520억원)를 사용한 잉글랜드 프리미엄리그(EPL)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는 소식이다. 양 리그의 현재까지의 투자액은 대략 2천만 유로(200억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스타플레이어로는 하미레즈(첼시→장쑤, 3,300만 유로), 제르비뉴(AS로마→허베이, 1,800만 유로), 프레디 구아린(인테르→상하이 선화, 1,200만 유로)이 있고, 중국 내에서는 광저우의 키플레이어였던 엘케손(광저우 헝다→상하이 SIPC, 1,850만 유로)이 거액의 이적료로 새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에서 활약하던 스타 플레이어들도 중국 대륙으로 건너갔는데, 오랫동안 K리그 스타 미드필더로 이름났던 윤빛가람과 포항의 라인브레이커인 김승대가 옌볜FC로 이적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주영과 하대성이 있고, 옌볜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하태균도 포함된다.
재밌는 사실은 2부 리그인 차이나 리그 원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사용한 이적금액도 TOP5 안에 든다는 점이다. 그들은 1월 한 달 동안 무려 4,300만 유로를 사용하였고, 3위인 이탈리아 세리에A(5,700만 유로)에 이어 4위에 랭크되었다. 중국의 물량공세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유럽 무대를 휘젓고 다녔던 스타플레이어들(니콜라 아넬카나 디디에르 드록바, 호비뉴, 파울리뉴, 팀 케이힐 등) 뿐만 아니라 빅리그에서 노리던 타겟들(바그너 로베, 다리오 콘카 등)까지 싹쓸이해왔던 사례가 있었고, 선수 이외에 소문난 명장들(마르셀로 리피, 필리페 스콜라리, 스벤 고란 에릭손 등)까지 중국대륙으로 모셔왔다. 그 중심에 있었던 광저우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서 자국리그를 끊임없이 지배하고 있으면서 아시아 정상에 무려 두 번(2013, 2015년)이나 올라섰던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축구광으로 소문난 현 중국 주석인 시진핑이 '축구굴기' 라는 명목 하에 중국축구계에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기에 중국발 "Show me the Money" 는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무서운 기세로 아시아의 꼭대기로 솟아나고 있는 중국 슈퍼리그의 빛과 그림자
('아시아의 EPL' 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중국 슈퍼리그)
빛 :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투자, 자국 내 인기와 리그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다.
(중국축구의 '빛'이자 '선봉'에 섰던 광저우 헝다. 그들의 행보는 중국 클럽들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슈퍼리그는 아시아의 변방이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광저우 헝다라는 슈퍼클럽이 등장하면서부터 중국축구는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고, CSL은 거대한 괴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2010년 헝다 부동산 그룹이 메인스폰서를 맡고 난 이후, 광저우는 한 시즌만에 승격하고, 나아가 2011년부터 5시즌 연속으로 중국 최정상 클럽의 위치를 차지하며 어느덧 최다 우승팀인 다롄 스더(8회)의 기록을 넘보기 시작했다. 중국을 정복한 광저우는 곧바로 아시아 정복을 다음목표로 내세웠고, 2013년에 아시아의 최강팀으로 군림하였고, 광저우 효과인지 중국의 다른 클럽들도 너도나도 막대한 총알을 장전하여 광저우 못지 않은 영입전에 가세하면서 마치 쩐의 전쟁을 방불케했다. 그 효과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점점 드러나고 있는데, 중국 클럽들을 상대하는 다른 아시아 클럽들이 고전하거나 패배의 쓴 잔을 들이키고 있는 실정이다. 더이상 중국 클럽들이 예전처럼 국제대회에서 동네북이 아니며, 그들은 한단계 진화했다.
중국 내에서 사실 농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스포츠리그도 없고 크게 흥행하는 스포츠가 잘 없다. 그렇다보니 축구가 중국인들 마음 속에 파고들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여건이었다. 더군다나 중국 정부차원에서 축구를 밀어주고 있는 실정이기에, 중국 내에서 축구 인기는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2015년 기준으로 CSL은 총 5백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아주었고, 평균 관중 수 22,193명을 기록하는 등 10년 사이에 장족을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광저우 헝다와 베이징은 평균 4만명 이상을 달성하는 위엄을 과시했다. 현재 CSL 메인스폰서를 도맡고 있는 핑안 보험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무려 1억 5,000만 위안(약 273억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직전인 5년 전에 비해 무려 200억원 가까이 스폰서액이 증가했다. 직관이 아닌 집에서 축구를 시청하는 사람이 무려 1억 6천여명이라고 하니, 가히 아시아의 EPL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이번 겨울에 광저우의 엘케손은 상하이 SIPC로 1,850만 유로로 이적했다. 이적사유는 리그 발전차원이었다.)
리그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CSL 내에서 특이한 이적사례가 하나 나왔다. 바로 광저우의 에이스노릇을 해오던 엘케손이 돌연 상하이 SIPC로 새 팀을 옮긴 것이다. 광저우는 엘케손을 이적시킨 이유가 거액의 이적료를 제안받아서가 아니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광저우는 중국 최대규모의 부동산그룹인 헝다가 메인스폰서였고, 굳이 선수를 이적시켜서 수익을 창출할 만큼 급하지도 않은 부유한 구단이다. 더군다나, 지난 1월에 이적료 1,500만 유로를 지불하고 브라질에서 히카르두 굴라트를 영입했었기에 자금 문제가 될 수가 없었다. 이어 그들은 "상하이가 ACL에 처음 진출하기 때문에 중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여주는 차원에서 보내주는 것을 허락했다." 고 밝혔다. 흔히, 우리가 한동안 자주 표현했던 '대승적 차원' 에서 광저우와 상하이가 거래를 한 것이다.
그림자 : 막대한 자금력으로 인해 발생한 자국선수들의 가격거품과 걸맞지 않는 선수대우
하지만 CSL에 언제나 환하게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반대편에는 분명 그림자가 존재하는 법, 슈퍼리그가 분명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서 아시아 최상위리그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나, 너무나도 급격하게 성장하다보니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우려스러운 점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바이진하오. 그의 몸값은 무려 140억원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국 최고 이적료를 갱신한 바이진하오의 경우, 그는 전 소속팀인 허난에서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면서 발생한 금액이 무려 140여억원에 달하는데 K리그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소문난 전북의 모든 선수들 몸값보다 더 나간다. 바이 진하오는 유망한 선수이긴 하나, 겨우 A매치 1경기를 소화하였는데(심지어 80분 뛰고 교체되었다) 몸값이 어마어마하다. 마치 EPL에서 매번 이야기 나오는 '잉글리시 프리미엄' 처럼 CSL에서도 등장했다. 그 뒤를 이어 장루(랴오닝→텐젠, 약 128억원), 쑨커(장쑤→텐젠, 약 110억원) 등 중국 자국 선수들의 몸값이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어져 폭등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국영방송 CC-TV의 왕난 기자는 중국리그의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존 오일머니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중동리그와 똑같아지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중국 자국선수들이 거액을 받는 자국리그에 안주하려는 모습이 늘고 있다는 점이 중동 리그와 닮아가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기서 EPL와 CSL의 차이점은, EPL은 리그 인기가 대단하니 중계권비가 수조원 단위로 이뤄지나, CSL은 해외방송은 커녕 자국 시장만 간간히 발달하고 있는 정도인데 과연 거액을 사용하면서 운영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책정된 몸값대로 실력을 평가하려면 최소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중국 선수들은 우리나라 해외파와 기량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이어야만 한다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중국은 발전은 커녕 10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월에 홍콩과의 친선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하기도 했으며, 우리가 준우승에 머무른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은 아예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하면서 가장 먼저 복귀했다. 그리고 인도에서 열렸던 AFC U-16 선수권 대회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에게 4대0 대패를 당했는데,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1,2골차로 졌던 경기들과 비교하면 중국 선수들의 경쟁력은 심각한 수준임에는 확실하다(참고로 2000년대 초반에는 U-16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이겼던 적도 있었다). 이런 자국 선수들의 안주하려는 비난이 거세지자, 해외 유럽리그를 인수하고 지분 참여를 늘리는 방법으로 타개하려 하지만 막대한 투자액에 비례해서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리고 중국 리그의 항상 따라붙는 고질병 같은 단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그들의 클럽 운영과 선수들을 대하는 마인드 문제다. 중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성공한 감독으로 알려진 이장수의 말에 따르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라고 했을 만큼 여러가지 부조리와 황당한 계약문서, 심지어 구단과의 잦은 트러블이 발생한다. 드록바의 경우, 상하이에서 뛰는 동안 4개월치 주급을 받지 못한 채 중국에서 쫓겨났고, 아넬카도 반시즌만에 다시 유럽으로 리턴했을 만큼 선수들을 향한 대우는 형편없다. 전 일본 국대감독이었던 오카타 다케시는 항저우 감독시절, 구단주인 쑹웨이핑이 필요이상으로 개입하는 것 때문에 지속적인 갈등을 빚다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K리그에서 활약했던 에두의 경우, "중국은 돈을 많이 주지만 인프라가 엉망(외국인 선수들에게 숙박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이었고, 리그 곳곳이 서툰 운영이 많다" 고 언급했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국축구의 운영마인드는 지적사항으로 나오고 있다.
추가적으로 시진핑이 주도하는 '축구굴기' 도 중국 사회 내에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월드컵 유치 및 세계적인 선수 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묻지마 축구만 고집하고 엉뚱하게 축구 체조를 시키질 않나, 농구나 배구처럼 최강의 전력을 갖춘 유소년 구기종목팀을 무리하게 축구 유소년팀으로 바꾸고 타 종목 선수를 억지로 축구 선수로 만드려는 모습까지 나오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NBA 리거인 야오밍을 비롯하여 타 종목 선수들이 이러한 억지 축구 위주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자칫 중국 스포츠 자체를 망가뜨릴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중국축구의 방향은 어디인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 하지만 장밋빛 미래가 될 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막강한 중국발 "Show me the Money"의 여파로 중국 자국리그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광저우 헝다는 그 선봉에 서서 중국대륙을 물론, 아시아를 2번이 정복했을만큼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들의 물량공세로 이웃에 있는 K리그는 계속적으로 유능한 재원들을 중국 리그로 보내고 있어 자칫 K리그가 '아시아의 에레디비지에' 꼴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할 정도로 차이나머니는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아시아의 EPL' 을 모티브 삼아서 그렇게 발전하게 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일이라 생각된다. 분명 씀씀이나 투자 규모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양인 것은 사실이나 현재까지 보았을 때 그들이 투자한 만큼에 반해 결과물은 그렇게 신통치 않다. 리그 경쟁력은 예전부터 강해진 것 같아 보이지만, 광저우 헝다를 제외한 나머지 클럽들이 국가대항전에서 보여준 결과물(이웃 아시아클럽들이 상대하기엔 다소 껄끄러운 수준으로 올라서긴 했지만)은 아직 미비하다. 리그의 기반이 되어야 할 자국 선수들의 발전속도도 여전히 더딘 상태라 외국인선수로만 이끌어가기엔 쿼터 수는 제한되어있다.
중국 슈퍼리그, 언뜻보면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이 넘어야 할 산들은 여전히 많다. 단기적인 유행에서 끝나 침몰할 것인지, 장기적으로도 다른 아시아국가들을 위협할 잠재력 있는 강호로 등극할 지는 지금부터 그들의 행보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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