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바다건너 이야기들

'브렉시트(Brexit)' 효과가 유럽축구에 미칠 영향은? : (下) - 다른 유럽리그

J_Hyun_World 2016. 6. 28. 08:00

 

 

'브렉시트(Brexit)' 효과가 유럽축구에 미칠 영향은? : (上) - EPL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현재 유럽 빅리그에서 적용하고 있는 외국인 쿼터제도는?

 

  브렉시트로 인하여 영국 자국리그인 EPL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 지 한 번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브리튼 섬 밖인, 유럽의 다른 빅리그에선 외국인 선수 쿼터제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지 리그별로 분석해보았다.

 

 

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 원칙상 Non-EU 쿼터제 3명까지 허용, '실제로는...'

 

(원칙상 Non-EU 쿼터로 3명 보유로 되어있지만, 라리가는 남미 및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상당히 유연하게 규정을 두고 있다.)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현재의 기준치이자 중심이 되고 있는 리그가 바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인데, 프리메라리가는 Non-EU 쿼터제를 두어 비EU 회원국 선수들을 최대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과거부터 아시아 선수들이 라리가에서 잘 볼 수 없는데, 바로 Non-EU 쿼터제가 뜻밖의 암초로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백승호, 이승우 등도 이 쿼터제에서 아직까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라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즈, 네이마르로 일컫는 MSN 라인을 비롯한 수많은 남미국가 출신 선수들이 라리가를 누비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분명 의문점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상에 불과하며, 스페인은 이 Non-EU 쿼터제를 상당히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라리가에서 남미국가 선수들에게 하나의 이점을 부여하는데, 바로 그들의 조상의 출신에 따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법인데, 만약 선수의 조상들 중 유럽인 조상이 없는 경우에는 스페인에서 5년간 뛰어야 스페인 시민권을 획득해야 한다. 현재 나폴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곤살로 이과인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당시 그의 조상의 국적이 프랑스였기 때문에 뛰는 데 큰 지장이 없었고, 바르샤의 리오넬 메시는 유소년 시절부터 스페인에서 줄곧 뛰어왔기에 5년 기준을 충족하여 스페인 시민권까지 획득한 케이스다. 그래서 간혹 삼중국적을 가진 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과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르헨티나 출신 골키퍼였던 레오 프랑코가 그 예시였고, 그는 "이탈리아 조상을 둔, 스페인에서 5년 이상 뛴 아르헨티나 선수"였기에 국적이 3개가 되었다. 남미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선수들에 대해서도 라리가는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바로 코토누 협정 때문이다. 코토누 협정이란, EU와 ACP(아프리카-카리브 제도-태평양 제도)간의 상호 경제적 연대 제도인데 이것을 축구에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선수들 또한 일종의 유럽선수 취급으로 분류되어 심심찮게 라리가에서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 이탈리아 세리에A : 원칙상 Non-EU 쿼터제 3명까지 허용, '다만 조건이 있어...'

 

  유럽 리그에서 비EU 회원국 선수들이 진출하기 어렵고 영입하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기로 소문난 곳이 바로 이탈리아 무대이다. 198~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탈리아 무대에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했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든 이후부터 이탈리아 축구협회에서 외국인 선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25인 로스터에 최소 4명 이상은 해당 클럽 유스 출신, 최소 4명 이상은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성장한 선수가 포함되어야 하는 조건에 Non-EU 쿼터제를 3명까지 허용하고 있다. 원칙상은 3명이지만, 경우에 수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2016년 6월 30일 기준 현재 스쿼드에 Non-EU 선수 0명 : 2016/17시즌 3명 영입가능

2016년 6월 30일 기준 현재 스쿼드에 Non-EU 선수 1명 : 2016/17시즌 2명 영입가능

2016년 6월 30일 기준 현재 스쿼드에 Non-EU 선수 2명 : 2016/17시즌 1명 영입

                                                                      + 조건부 1명 영입가능 

2016년 6월 30일 기준 현재 스쿼드에 Non-EU 선수 3명 : 2016/17시즌 조건부 2명 영입가능

 

추가영입조건 : ①기존 Non-EU 선수가 타 리그로 이적할 경우(완전이적)

                  ②기존 Non-EU 선수가 6월 30일 기준으로 계약만료로 방출할 경우

                  ③기존 Non-EU 선수가 2014년 9월 1일까지 EU 국적을 획득한 경우

                  ④모든 국내 이적은 Non-EU 제한규정 면제

                  ⑤EU 선수는 프로경력 3년 이상

 

※ "현재 스쿼드" 는 등록된 로스터 기준 / "영입" 은 소유 기준

 

(이번 여름에 유벤투스로 합류할 예정인 미랄렘 피아니치. 그가 만약 타리그에서 넘어왔다면, 유벤투스는 골치 아팠을 것이다)

 

  이번 여름 유벤투스의 스쿼드를 예를 들어보자. 2016년 6월 30일 기준으로 유벤투스 스쿼드 중에 Non-EU 선수는 10명이며(물론 그 중에 이중국적 등으로 면제되는 선수들도 존재할 것이다), 이번 여름에 미랄렘 피아니치와 다니엘 알베스가 사실상 합류하게 된다. 미랄렘 피아니치의 조국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Non-EU 국가인데, 만약 그가 같은 이탈리아 리그 팀인 AS로마가 아닌 다른 리그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하게 된다면, 유벤투스는 그를 얻는 대신에 기존 스쿼드를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카드 한 장을 얻기 위해 다른 카드를 버려야하는 희생이 요구된다. 자국 선수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이 복잡한 Non-EU 쿼터제도 때문에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폐지 및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3) 독일 분데스리가 : '우리는 관대하다!', 경기 출전 시 Non-EU 선수 5명까지 허용

 

(분데스리가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매우 관대하다. 그래서 한국인 선수들이 최근 많이 진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포커스뉴스)

 

  스페인과 이탈리아 리그에 비하면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우 관대하며, 자유구역이나 다름없다. Non-EU 선수를 6명씩이나 보유하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 분데스리가 내에서 한국선수인 구자철, 지동원, 홍정호 등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아우구스부르크만 보더라도 확실히 독일은 선수 영입과 보유에 있어서 크게 제한을 걸지 않으며, 우리의 이웃나라인 일본 또한 분데스리가에 많은 자국선수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 또한 분데스리가의 이 장점의 영향력이라 볼 수 있겠다. 다만, 경기가 열릴 때 Non-EU 선수들은 최대 5명까지 출전 가능한 단서만 존재한다(교체명단까지 포함). 포칼컵 또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분데스리가가 외국인 선수 영입에 관대한 이유는 아무래도 독일의 국가정책과 함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이민국가라고 불릴 만큼 유입되는 이주민이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처음에는 터키계 이주민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은 문화적 측면이 비슷한 남유럽과 동유럽 출신 이민자까지 유입되고 있다. 국가에서 전면적으로 나서서 이민을 장려하고 있으니, 이것이 축구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 독일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들 중에서 이민자 2세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국가정책과 분데스리가의 문턱 낮은 규정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외 프랑스 리게1의 경우에는 Non-EU 쿼터를 최대 4명으로 제한두었고,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경우에는 18세 이하 Non-EU 선수의 출장을 금지시키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효과로 발생하는 문제 : 가레스 베일은 NON-EU 선수가 되어 미궁에 빠진다.

 

(브렉시트 여파가 유럽 전역으로 반영되면, 가레스 베일은 Non-EU 선수가 된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브렉시트의 여파를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반영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유럽 다른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국 국적의 선수들이 Non-EU 선수로 분류되어 경기를 뛰는 데 뜻하지 않는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단편적인 예가 바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크리스티아누와 함께 쌍두마차로 활약하고 있는 가레스 베일이다. 정확하게는 가레스 베일의 국적은 영국 연방 내에 있는 웨일스이지만, 영국이 브렉시트를 통해 EU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웨일스 또한 더이상 EU 울타리 안에서 살 수 없는 것이다. 2015/16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는 가레스 베일을 EU 선수에 편성되어있었고, 팀 내 유일한 Non-EU 선수로는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다닐루, 그리고 카세미루(이상 브라질)가 있다. 안타깝게도 하메스와 다닐루, 카세미루의 조상 중에 유럽인이 없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즉, 스페인에서 5년 이상 뛰어야 스페인 시민권을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Non-EU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다음 시즌부터 베일이 Non-EU 선수로 분류되게 된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때아닌 골머리를 썩히게 될 것이다. 베일이 호날두 다음으로 향후 팀을 이끌 에이스인데 경기 외적인 문제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베일의 거취 문제에 관련하여 스포츠 전문 변호사인 카롤 카우스는 이 브렉시트가 베일의 거취에 분명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스페인 <AS>를 통해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원칙적으로 레알과 베일의 계약 문제에 제약이 발생할 것이다(현재 베일은 2019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한 상태)" 라고 의견을 밝혔다. 다행히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 카우스는 이어서 "베일같이 세계적인 선수들이 직접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어떤 리그에서나 베일 같은 선수를 원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마 그 수준보다 조금 낮은, 애매한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브렉시트로 힘들어질 것" 이라고 베일의 잔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카우스의 말을 조금 비틀어본다면, 영국 국적의 선수들이 브리튼 섬으로 진출할 확률도 그만큼 희박해질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어쩌면 가레스 베일이 브리튼 섬 밖에서 활약하는 마지막 영국 국적의 선수가 될 지도 모른다.

 

   물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국적을 지닌 선수들에게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탈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판도가 바뀔 여지도 분명 존재한다. 설사 탈퇴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EU의 리스본 협약 내용이 발동되어 영국은 EU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앞으로 전반적인 분야를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 논의할 기회가 주어진다. 스포츠 상에서의 교류도 이 협상 테이블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충분한 안건이다. 그 외에 스위스나 노르웨이처럼 EU 소속국가는 아니지만, 예외적인 케이스로 EU 국가처럼 취급되는 방법도 존재한다. 하나 확실한 건, 최근 해외 리그로 이적설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해리 케인을 비롯하여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영국 국적의 축구선수들이 브리튼 섬 밖으로 나갈 일이 전혀 없을 것이며, 다른 빅클럽들이 가늠안되는 리스크를 무작정 떠앉으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