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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un의 남미축구체험] 01. 남미 현지인들을 통해 본 '코파 아메리카' 후일담

J_Hyun_World 2016. 8. 31. 08:00

 

 

  현재 세계축구의 중심지라고 하면, 사람들이 쉽게 "유럽" 이라고들 답변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오늘날의 축구의 발상지이자 모든 축구 선수들이 워너비로 손꼽히는 무대, 그리고 가장 많은 월드컵 우승을 이룬 대륙(11회 : 이탈리아·독일 - 4회, 프랑스·잉글랜드·스페인 - 1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럽 출신의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이 있지만, 축구계의 한 획을 그었던 선수들은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바로 남아메리카 대륙출신들이었다. 월드컵만 비교하더라도 언제나 우승구도는 스포츠 스폰서 라이벌인 나이키 vs 아디다스처럼, 유럽 vs 남미 2파전이었을 만큼 그들 또한 강력했고, 총 9회 우승(브라질 - 5회, 아르헨티나·우루과이 - 2회)을 기록하며 유럽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축구황제 펠레를 시작으로 디에고 마라도나, 호나우두,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즈, 그리고 네이마르까지 전세계를 휘어잡는 선수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사실 이번 여름에 공교롭게도 기회가 되어 남미대륙을 반시계방향으로 돌 수 있게 되어 지난 7월부터 시작하였고, 여행을 하다보니 교집합 개념으로 축구도 묶여있었다. 총 3개 편을 준비했는데, 그 중 먼저 남미대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회인 코파 아메리카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유럽에서는 유로대회가 있듯이, 남미대륙에는 코파 아메리카가 존재하고 있으며 지난 6월 미국에서 100주년을 기념하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가 개최되었던 만큼, 오히려 대륙 내 국제대회는 유럽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코파 아메리카가 시작될 당시, 유럽은 1차 세계대전에 직면하고 있었던 터였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던 코파 아메리카, 그만큼 상징하는 바도 대단히 컸다.)

 

  19세기 말, 유럽으로부터 축구문화를 받아들였지만, 대륙 선수권 대회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바로 남아메리카였다. 1916년 CONMEBOL 초창기 멤버(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4개국으로 시작한 이 대회는 심지어 FIFA 월드컵(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을 시작)보다도 일찍 시작하여, 1975년에 오늘날의 코파 아메리카라는 명칭으로 바꾸면서 그 맥락을 이어오고 있었다. 다른 대륙 선수권 대회와 차이점이 있다고 하면, 그동안 코파 아메리카는 다른 국가대표팀을 초청하여 경기를 치르기도 했었다는 점이다. 그 예로 북중미에 속해있는 멕시코는 1993년부터 꾸준히 초청국 자격으로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했었고, 그 외 미국이나 코스타리카, 저 멀리 아시아에 속해있는 일본(1999년) 또한 참가했던 적이 있다. 코파 아메리카 초청국이 만약 우승하게 되면 컨페더레이션스 컵에 남미대륙 대표로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행히도 그런 웃지 못할 사례는 없었다.

 

  남미대륙에서 가장 막강한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횟수를 두고 다툴 것이라고들 많이 생각할 것이나,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이 코파 아메리카의 반전 매력이다. 우루과이가 가장 많은 우승횟수(15회)를 기록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아르헨티나(14회), 브라질(8회) 순으로 이어진다. 올림픽과 함께 유독 코파 아메리카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브라질은 제1기 전성기로 불렸던 펠레 시대에서도 단 한 차례도 코파 아메리카를 정복하지 못했고, 히바우두-호나우두 시대에 이르러서야 브라질이 남미 대륙 정상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도 브라질 못지 않게 코파 아메리카 대회와 크게 인연이 없었다. 1993년 대회 우승 이후로 그들은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심지어 메시, 리켈메, 베론, 사네티 등 21세기 아르헨티나의 모든 재능들이 전부 출전했던 2007년 대회 결승전에서는 오히려 차-포 다 빠진 브라질에게 3대0으로 완패당하기도 했다. 4년 뒤에 열렸던 2011년 대회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전부 4강에서 떨어지는 대참사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만큼 코파 아메리카는 그 누구도 쉽게 우승후보를 점찍을 수 없는 대회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올해 열렸던 코파 아메리카 센타나리오는 대회 자체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가장 먼저, 최강 삼각편대로 불리던 바르셀로나의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 라인 중 리오넬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 대회에서 볼 수 없었다(네이마르는 일찌감치 리우 올림픽 와일드카드 출전으로 불참했고, 수아레즈는 대회 전 당한 부상으로 한 경기도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이 바로, 코파 아메리카 대회를 치른 지 1년만에 또 다시 코파 100주년 대회를 열었다는 점이다. 가장 불만을 제기했던 쪽은 지난 대회 우승팀이었던 칠레였다. 결과론적으로 센타나리오도 칠레의 우승으로 끝났으니 아무 탈 없이 대회가 끝났지만 만약 칠레가 아닌 다른 팀이 우승했더라면,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자격(이미 전년도 우승팀인 칠레가 나가는 것으로 정해지긴 했지만)을 비롯하여 틀림없이 논란거리로 남았을 부분이다. 이번 여름 남미여행을 하는 동안 우연찮게 현지에서 만난 남미사람들과 나누었던 코파 아메리카 후일담을 꺼내보았다.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만큼은 페루도 함부로 무시못할 강팀이었다.)

 

  쿠스코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카를로스는 자신의 조국 페루가 브라질을 꺾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카를로스 : "최근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하면서 4강에 2차례나 진출했음(2011년과 2015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페루를 축구 변방이라고 쉽게 생각하며 4강에 올라섰던 것도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들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태어나서 축구 본 이래에 월드컵 본선을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코파 아메리카에서만큼은 다르다. 이 대회에서는 우리도 강팀이다. 이번 조별리그를 보아라. 그 강력한 브라질도 우리에게 뒷덜미를 잡혀서 탈락했다. 하하하"

 

 

 

(코파 아메리카 센타나리오는 칠레가 다시 한 번 정상에 등극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를 여행하던 도중에 만났던 칠레 출신의 빅토르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 센타나리오를 두고, "한 번으로 퉁칠 수 있었던 대회를 굳이 두 번 연달아 해야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고 운을 뗐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언급했다.

 

  빅토르 : "그동안 코파 아메리카가 매번 일정 간격을 두고 대회를 했던 적은 없지만, 솔직히 이번에는 너무했다. 차라리 작년과 올해를 통합해서 올해 치뤘으면 되는 일인데, 굳이 두 번 나눠 마치 우리의 디펜딩 챔피언 자격을 깎아내리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심지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밀어주는 듯한 음모론까지 생각도 들었다. 만약 이번 결승전에서 우리가 아닌 아르헨티나가 우승했더라면, 분명 컨페더레이션스컵 진출을 놓고 분명히 아르헨티나 쪽에서 태클걸었을 것이다. 우리가 다시 한 번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한 건, 정의구현이다. 우리의 자리를 지켜서 다행이다."

 

 

(코파 아메리카 센타나리오에서 자존심을 되찾겠다던 브라질은 본전은 커녕 크게 망신만 당했다.)

 

  빅토르의 친구이자 브라질 출신의 에메르손은 "브라질 축구는 월드컵 기점으로 이제 망했다. 앞이 보이질 않는다." 며, 한숨을 쉬었다.

 

  에메르손 : "올해 센타나리오와 올림픽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면서 이미 한 번 대표팀을 말아먹은 둥가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자체가 코미디다. 2015년을 봐라, 우리가 어떠했는가. 그때는 네이마르 있어도 겨우 8강 문턱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코파 우승하겠다는 멤버를 이따위로 뽑았는지 모르겠다. 다비드 루이스나 마르셀루, 더글라스 코스타, 오스카 등을 대체 왜 안뽑는건지? 더이상 브라질 축구는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도 솔직히 우승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에메르손을 만났을 당시가 리우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이었다). 브라질은 축구 망했어, 더이상 강팀 아니야."

 

 

(이번 코파 아메리카 센타나리오의 또 하나 이슈는 리오넬 메시의 국가대표 은퇴 소식이었다.)

 

  이후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 만난 호스텔 주인인 세바스티안은 코파 아메리카 이후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세바스티안 : "아르헨티나는 매번 스쿼드가 좋았음에도 국제대회에선 언제나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팀에 위기가 오면 사람들이 언제나 리오넬 메시를 찾는데, 솔직히 메시 혼자 잘한다고 대표팀이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언제였던가? 축구는 11명이 잘해야하는데,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언제나 비난의 대상은 메시 한 명이었다. 이번 코파도 변함없이 타겟은 메시를 향했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압박하는데 나같아도 은퇴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선수를 대변해줘야할 축구협회도 앞장서서 선수를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권위적이고 남탓 할 줄만 알지, 실질적으로는 무능하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 뽑는 과정도 엉망진창이다(이번 올림픽 때 파울로 디발라를 비롯하여 무려 8명이나 되는 뛰어난 선수들이 올림픽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루이스 세구라(아르헨티나 축구협회장)의 무능함이 여기저기 망쳤다."

 

 

  다음 코파 아메리카는 앞으로 3년 뒤인 2019년 브라질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센타나리오를 시작으로 코파 아메리카와 골드컵이 결합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물론, 그 이전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예정되어 있으며, 월드컵에 나가기 위한 남미 최종예선도 치를 것이다. 과연 이 예정된 경기들에 대해서 이들은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2016년 8월 3일,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

 

 

※ 다음 편은 '아르헨티나의 자존심' 보카 후니오르스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