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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을 꿈꾸는 '만년 조연' 토튼햄

J_Hyun_World 2010. 11. 7. 04:07

 

 

  지난 시즌, 5위인 맨체스터 시티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던 4위 토튼햄. 반드시 4위자리를 지켜야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었다. 이 날 경기는 크라우치의 천금같은 헤딩골로 토튼햄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면서 축제 도가니였다. 하지만,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토튼햄이 챔피언스리그 본선은 커녕 최종예선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의 토튼햄, 지난 시즌 트레블의 주역인 인테르를 맞아 주세페 메이자 원정에서 4대3 접전을 펼쳐 아쉽게 패배했으나 곧바로 리턴 매치로 홈인 화이트레인에서 3대1로 꺾고, 트벤테를 5대1로 대파하며 A조 1위를 달리며 새로운 빅4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EPL에서는 현재 6위(11월 6일 기준)를 달리며 국제무대를 병행하면서 하는 리그경기임에도 꽤나 선방을 하고 있다. 지금의 토튼햄 돌풍의 원천력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1.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는 해리 레드납 감독

 

(한때 재활공장장으로 유명했던 해리 레드납옹)

 

  무엇보다도 지금의 토튼햄을 만들어낸건 레드납 감독의 공이 가장 컸다. 마틴 욜-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맡았을 때 당시 토튼햄 전력은 중상위권 전력이었고, 90년대 이후에 최고 순위가 '5위'였다. 항상 뒷심에 밀려 패배의 잔을 삼켰어야만 했었다. 라모스 감독이 선수들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팀내 분위기는 최악으로 달했고, 팀성적은 그 영향으로강등권까지 떨어지며 결국 라모스 감독은 경질됐다. (라모스 감독 때문에 이영표도 꽤나 불이익을 많이 받았었지... 그 때만 생각하면...아오 그냥 ㅡㅡ+) 그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토튼햄은 당시 포츠머스 감독이었던 해리 레드납을 불러들였고, 레드납 체제의 새로운 토튼햄을 만들어나갔다. 예전 포츠머스 시절에 레드납 밑에서 뛰었던 크라우치, 데포, 카불, 허들스톤, 크란차르 등을 데려왔고,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예로 데포나 크라우치, 글렌존슨이 있다.)  레드납 감독은 전술적으로 매우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었는데, 포츠머스 시절 프리미어리그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스리백의 3-5-2 시스템을 선보였고, 토튼햄에서는 풀백 출신의 베일을 전진시켜 전통적인 잉글랜드식 4-4-2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레드납 감독이 항상 자기 전 소속구단 선수들을 많이 데려오는 성향 때문에 전 구단 서포터즈들은 그를 '유다'라고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점과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을 하기도 하지만, 레드납이 토튼햄 성공시대의 원동력이 된 것만은 틀림없다. 
 

 

2. 포지션 변경으로 본격적인 전성기 가도에 오른 가레스 베일

 

(새로운 측통령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웨일스의 라이징 스타, 가레스 베일)

 

  요즘 EPL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89년생 떠오르는 별, 가레스 베일. 그의 원래 포지션은 레프트백이었다. 처음에 토튼햄에 이적할 당시에는 이영표를 대체할 선수로 왔었지만, 공격가담능력에 비해 수비적인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당시 레프트윙으로 짝을 이루던 말브랑케와 함께 공격가담을 하게 되면, 여지없이 구멍으로 전락하여 블랙홀 취급을 받았었고, 잦은 부상으로 인해 팀 방출대상 우선순위에 오르내리곤 했었다. 이런 위기에서 레드납 감독은 가레스 베일의 공격적인 능력을 높이 사서 레프트윙으로 전진 배치시켰고, 첼시전에서의 역전골을 기점으로 하여 베일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현재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이콘을 제낄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고 폭발적인 치달(치고달리기)능력과 강력한 왼발 킥력, 국적도 웨일즈라서 '포스트 긱스'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맨유,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인테르 등 세계 명문구단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는 데다가 현재 900억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기복이 있다는 게 흠이지만,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빠른 돌파로 상대 측면을 휘젓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3. 토튼햄의 살림꾼이자 토튼햄의 중추, 루카 모드리치

 

(이제 어디에 포진해도 뭐든지 소화할 수 있는 '모든위치', 루카 모드리치)

 

  FM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모드리치를 영입1순위로 꼽는다. 게임상에서는 이미 카카급으로 통하는 선수. 양발에다가 경기의 흐름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다. 첼시와 토튼햄의 영입경쟁에서 토튼햄이 무려 3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팅하면서 결국 데려왔다. 루카 모드리치의 영입은 토튼햄이 국제무대에 대한 야심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첫 야심작 영입이었다. 유로2008에서 크로아티아 돌풍을 이끌면서 토튼햄 구단 스태프나 서포터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모드리치 역시 라모스 감독의 삽질로 비롯한 포지션 및 전술 적응 실패로 순식간에 먹튀소리까지 듣다가 레드납 감독이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전술을 짜기 시작함으로서 서서히 자신의 본실력을 드러냈다. 모드리치가 살아남으로써 마이클 캐릭의 맨유 이적 이후로 항상 문제시 되었던 중원의 불안정화가 해결되었다. 지난시즌까지 왼쪽 측면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하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가 이번 시즌부터는 반더바르트의 뒤를 받쳐주면서 패스를 쉴새없이 공급하는 중추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면서 '모든위치'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제는 명실상부 토튼햄의 핵심선수다.

 

 

4. 내가 곧 진리이다. 다시 부활하는 네덜란드 최고의 천재, 라파엘 반더바르트

 

 

 (천재가 다시 부활했다, 네덜란드의 최고의 재능, 라파엘 반더바르트)

 

  우리나라에선 반더바르트의 인지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오히려 로벤이나 스네이더, 반페르시, 반니스텔루이 등이 더 친숙한 이름들이다. 하지만 유럽에선 네덜란드 최고의 천재 플레이어라 각광받으며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탁월한 경기 조율, 강력한 중거리슛, 왼발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미친듯한 감각적인 패스, BTB 플레이어의 전형화. 플레이메이커로 갖춰야 할 모든 재능을 다 갖추었고, 20세의 약관에 아약스 주장완장을 차며, 크루이프-베르캄프 계보를 잇는 또하나의 천재로 각광받았다. 물론 함부르크를 거쳐,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그러했다. 하지만 반더바르트의 고질병인 유리몸과 부상기간동안 레알의 감독교체로 인하여 뒤바뀐 전술에서 어울리지 않는 전술에서 뛰다보니 예전같지 않던 폼으로 침체기를 겪고, 카카에 의해 벤치로 밀려나는 수모까지 겪었다. 비록 지난 시즌 후반기에 살아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예전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그 영향으로 그동안 자기 중심으로 짜왔던 네덜란드 전술도 인테르 트레블의 주역이자 절친인 스네이더 중심의 네덜란드로 남아공 월드컵을 맞이했고, 네덜란드 준우승의 조연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렇게 밀려난 반더바르트는 토튼햄 이적으로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고, 반더바르트는 보란듯이 토튼햄 전술에 빠르게 적응해나가며 현재 팀내득점 1위(11월 6일 기준)로, EPL의 최고의 영입 1위로 떠오르며 토튼햄의 유럽 무대 야망에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5. 이제 웬만한 강팀 부럽지 않은 탄탄한 두꺼운 스쿼드

 

(언제부턴가 토튼햄 스쿼드도 더블 스쿼드가 되기 시작했다)

 

  맨유, 첼시, 아스날, 리버풀 이 빅4가 언제나 우승후보로 불렸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탄탄한 스쿼드다. EPL 소속팀들은 유럽 전 리그 중에서 가장 빡세기 떄문에 선수들의 체력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리그다. EPL 리그와 FA컵, 칼링컵, 거기다가 국제대회 진출팀들은 국제대회까지 소화하기 때문에 단순히 11명으로 풀리그로 소화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토튼햄도 그에 맞춰서 스타팅 멤버 못지 않게 탄탄한 서브멤버들까지 구성하고 있는데, 그 중 토튼햄은 강력한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주로 토튼햄의 선발 라인은 베일-모드리치-반더바르트-허들스톤(or팔라시오스)-레넌 으로 나오지만, 벤틀리, 크란차르, 제나스,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 산드로 등 주축 중 한명이 부상당하면 언제든지 공백을 메꿔줄 수 있는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기에 많은 리그일정을 소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그리고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좀 더 다양하고 변칙적인 전술 또한 구사할 수 있기에 강팀으로 변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토튼햄이 새로운 빅4로 완전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1.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공격수의 부재.

 

  토튼햄의 새로운 빅4로 완벽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미드필더들의 패싱을 마무리해 줄 수 있는 원샷원킬의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토튼햄 공격진은 다른 빅4에 비교하면 그 팀을 대표할만한 공격수의 퀄리티가 턱없이 모자란다. 크라우치, 로비킨, 데포, 파블류첸코 등이 있지만, 그들 중에서 큰경기에 강하고 골결정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는 없다. 오죽하면 반더바르트가 팀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니까... 아무리 미드필더의 패싱이나 중원 지배능력이 좋다한들 그 패스를 받는 족족 상대편 골망을 쉽게 가를 자원이 없다면 경기는 이길 수 없다.

 

2. 빅4 원정경기의 징크스, 그리고 '양민학살'의 부재

 

  지난 시즌 4위를 할 수 있었던 건 토튼햄의 능력도 있었지만, 리버풀의 추락 또한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4위로 마감은 했었지만, 4위 성적에 비해 빅4와의 원정경기 전적에서는 절대적으로 밀리다싶을 정도였다. 지난 맨유와의 경기만 하더라도 그렇다. 홈에서는 강하지만 원정경기에서 빅4를 잡아내지 못한다면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무지 힘들다. 챔피언스 리그 티켓의 향방은 보통 그런 원정경기 성적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고, 리그 우승의 향방도 거기서 갈린다. 또한 약체팀과의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맨유나 첼시의 경우, 38라운드 내내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해서든 약체팀과의 경기에선 승점 3점은 반드시 벌어오기 때문에 언제나 우승후보 1순위를 다투는 것이다. 아무리 팀의 경기능력이 좋다한들, 약체팀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고, 강팀과의 원정경기에 약하다면 이 돌풍은 결국 일시적으로 그치기 마련이다.

 

3. 레드납 감독의 로테이션 제도의 인식 필요

 

  레드납 감독이 유연한 전술능력과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능한 반면에, 로테이션 제도에 대해선 매우 무감각하다. 그래서 레드납 감독의 팀들을 보면 베스트 11이 첫라운드부터 38라운드까지 거의 바뀌는 경우가 드물다. 아니 없다고 해야 맞다. 한마디로 항상 쓰는 선수만 쓰고, 나머지 선수들도 항상 교체로 쓰는 선수들만 쓰고 나머지는 그저 잉여자원으로 전락한다. 상위권 팀일수록 로테이션 제도는 필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빡빡한 EPL 리그 전체 일정과 국제대회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려면 제 아무리 박지성처럼 폐활량이 좋다해도 한시즌 내내 풀타임을 뛸 수 없다. 게다가 모두가 호날두처럼 철강왕은 아니기에 누가 하나 부상당하여 크게 전력 이탈을 하게 되고, 그 자리를 대체할 요원들의 커버 능력이나 컨디션도 매우 중요하다. 레드납 감독이 이 점에서 문제지적을 받는다. 로비킨의 경우가 그 예다. 데포가 장기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용하지 않는 고집을 보여준다. 그렇게 선수의 컨디션이 하락하다 불가피하게 경기에 투입시키게 되면 당연히 좋은 활약을 보여줄 리가 없다. 오늘 볼튼전 4대2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로테이션 제도의 부재 때문이다. 항상 똑같은 선수만 쓰지말고 다양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는 좀 더 융통성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토튼햄은 이제 유럽을 향해 야망을 펼치기 시작했다. 모드리치나 반더바르트 등의 영입만 보더라도 그들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에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일시적인 돌풍이 아닌 또 하나의 강자로 입지를 굳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