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톤빌라 원정에서 거의 끌려다니다가 지난번처럼 마케다 극장이 다시 상영하면서 가까스로 비긴 맨유)
방금 전에 빌라파크에서 아스톤빌라 vs 맨유의 경기가 끝났다. 2대2 무승부. 맨유는 승점 3점을 얻는 데 또다시 실패했지만, 여전히 이번 시즌 리그에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고, 승점 25점으로 리그2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패행진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6승7무. 중위권팀의 성적이 이정도라면 꽤나 선전하고 있다고 호평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맨유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현재 맨유와 선더랜드, 풀햄이 볼튼이 7무로 무승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것이 과연 기분이 좋은 무패행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PL 빅4의 한축인 리버풀과 이번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튼햄을 잡아내긴 했지만, 풀햄이나 선더랜드, 볼튼 등 반드시 잡아야만 했던 경기에선 뒷심이 부족해서 승점을 매번 2점씩을 날리고 있다. 가장 황당했던 경기는 풀햄전과 에버튼전을 꼽을 수 있다. 풀햄전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선제골과 힌겔란드의 자책골로 분위기를 잡아갔으나, 종료직전 힌겔란드의 골에 분루를 삼켰고, 에버튼전 경우에는 3대1로 일방적으로 경기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버저비터 2골을 헌납하며 3대3 무승부로 끝나면서 본격 무승부쌓기에 돌입했다. 물론 지금의 맨유에는 맨유전력의 핵심인 루니가 부상으로 전력이탈한 영향도 적지않다. 하지만, 루니가 부상복귀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 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오늘 아스톤빌라와의 경기에서 확실히 느꼈다. 이번에는 오히려 맨유가 이리저리 아스톤빌라에게 끌려다녔다. 물론 아스톤빌라 원정경기라는 것과 주중에 있었던 맨체스터 더비 이후 3일만에 경기를 치루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아스톤빌라도 주중경기를 치뤘기에 오히려 조건은 동등했고, 맨유는 너무나 무기력했다. 마치 상황이 지난 빌라파크에서 일어났던 마케다극장이 다시 한 번 재현되었던 경기였기에 더더욱 씁쓸했다.
(아 이게 불과 두시즌 전이라니.... 말도 안되... 우승한 게 엊그제였는데.. 흑 ㅠㅠ)
06/07, 07/08 시즌 우승할 때가 맨유의 최근 5년중 가장 막강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전술은 들짐승들(루니, 호날두, 테베즈)을 풀어놓지 않으면 전혀 경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리스크가 존재했다. 그래서 퍼거슨은 다음 시즌인 08/09시즌에 600여억원의 거금을 들여 베르바토프를 데려옴으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전술을 짜보려 했으나, 오히려 베르바토프는 맨유에서 아웃사이더로 겉돌고, 호날두 덕분에 리그 제패를 했던 시즌이었다. 호날두와 테베즈를 내보냈던 지난시즌도 솔직히 루니의 크레이지 모드와 나니의 포텐셜 대폭발 아니었다면, 과연 맨유의 공격력이 파괴적이었을까라는 생각도 가끔 들기도 한다.
그리고 루니가 부상으로 전력이탈한 이번 시즌 초반.... 지금 스쿼드로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자체가 어쩌면 신기한 게 아닌가 싶다. 아니지, 퍼거슨 감독이니까 이정도 스쿼드로 2위까지 끌고 가는 능력을 지녔다고 해야하나? 맨유가 자랑하는 철의 포백도 다시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종종 균열된 모습(퍼디낸드의 정신줄 놓을 때 모드, 오른쪽 풀백 거의 초토화, 에반스 킵 더 정신줄 ㅠㅠ)을 보이면서 막판 동점 헌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맨유의 안정된 포백은 양반이라 생각된다.
더 심각한 곳은 미드필더와 공격이다. 미드필더에는 센트럴 팍, 중원의 플레쳐, 회춘생강 스콜스, 스탯쌓기왕 나니(부상복귀이후 나니의 폼이 확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올 거라는 가망성은 높은 애니 패스), 서서히 살아나는 캐릭 이외에는 즉시전력감 선수들은 없다. 내년 2월이 지나야 볼 수 있는 발렌시아, 5분 출전하고 다시 5주 부상 끊으신 FC Hospital 레전드 하그리브스, 곧 돌아온다고 해놓고 소식없는 긱스 등 부상선수들도 많은데다가 오베르탕, 깁슨, 안데르손, 베베 등이 즉시전력감으로 투입되기엔 너무나 갭이 크다. 나니에 비해 자기 기량을 포르투에 두고 와서 3년째 애먹이고 있는 안데르손과 로또 중거리슛 하나로 생명연장을 꿈을 꾸는 깁슨을 볼때마다 솔직히 화가 난다. 기복이 너무 심한데다가 이들을 과연 맨유에 데리고 있어야하는지 인내심도 끝자락에 다다랐다. 오베르탕이나 베베의 경우는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꼬리표가 있기에 앞에 두 선수에 비해 비난은 덜하지만, 확실히 뭔가 임팩트를 줄만한 급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아, 이럴때 퍼거슨감독이 위건으로 임대보낸 챔피언쉽 정복했던 클레버리가 보고싶은건 왜일까 ㅠㅠ)
루니가 없는 공격진도 답답할 노릇이다. 리버풀전 해트트릭 이후로 지난시즌 모드로 되돌아간 베르바토프를 보면 아주 그냥 리모컨을 던지고 싶을 지경이다. 루니가 없는 마당에 확실하게 스트라이커로 마무리해야 할 친구가 공격흐름을 망쳐놓고, 최근에 동료선수들에게 신경질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덕분에 골 대신에 안티팬만 쌓아가고 있다. (베르바토프의 짜증내는 모습은 토튼햄시절에도 그랬으니 괜히 인종차별식으로 왜곡해서 몰아가진 맙시다.) 치차리토가 그나마 결정적인 순간에 결승골을 집어넣어 승리하기에 유일하게 제 몫 이상을 하고 있다. 마케다 같은 경우, 오늘처럼 아스톤빌라에 다시 한 번 데뷔전때처럼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그 이후에는 별 활약 없었다. 꾸준히 출장수를 세우면서 경기감각을 익히다보면 나아질꺼라는 의견이 많지만, 난 오히려 여기까지가 한계가 아닌가 싶다. (성장이 마치 정체된 느낌이랄까??)
맨유의 살인일정은 이번주 맨체스터 더비가 시작으로 아스톤빌라, 아스날, 첼시가 기다리고 있고, 곧 있으면 선수들 체력을 혹사시키는 박싱데이가 있다. 아스날과 첼시를 잡아내지 못하고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경기력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퍼거슨 감독도 진지하게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과 기존 잉여자원들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루니의 이적소동 같은 일이 언제 또다시 일어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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