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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이적요청소동으로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

J_Hyun_World 2011. 1. 29. 15:11

 

 

  리버풀은 드디어 아약스와의 숨막히는 밀당 끝에 우루과이의 차세대 에이스 '수지' 루이스 수아레즈를 404억원에 영입 성공하며, 기존에 공격진 구성에 한계점에 부딪쳤던 리버풀 스쿼드에 한줄기의 빛이 되었다. 하지만, 수아레즈의 영입소식이 오피셜로 뜨는 것도 잠시, 또 하나의 사태가 발생했다. '엘니뇨' 페르난도 토레스의 서면으로 이적요청을 한 상태다.

 

(갑작스런 이적 선언! 토레스, why?)

 

  그동안 리버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잔류를 택했던 토레스였기에 이번 이적요청은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토레스가 이적요청을 하게 만들었던 원인은 바로 첼시의 오퍼. 지난 27일 첼시는 리버풀에게 토레스에 대한 이적료로 630억원에 다니엘 스터리지를 얻어주는 것으로 제의했으나, 리버풀은 바이아웃 조항인 850억원 이하론 팔 생각이 없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첼시의 오퍼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 토레스 영입에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직접 발벗고 나섰기에 바이아웃 조항에 해당하는 850억원을 내지르면서 리버풀을 흔들 작정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알게 된 토레스는 현재 구단에게 이적 요청을 한 상태며, 리버풀은 이적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갑자기, 왜? 가만히 있던 토레스가 서면으로 이적요청까지 하게 된걸까?

 

 

1. 토레스의 시선 : 트로피가 필요하다.

 

  페르난도 토레스는 현재 EPL과 스페인 국가대표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국가대표에선 유로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으로 인해 웬만한 선수들 못지 않는 메이저 대회 2관왕을 달성시켰던 스페인 영웅들 중 한명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클럽에서의 토레스는 물론 그의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태껏 우승 트로피 하나 들어올려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가 친정팀이자 유스팀에서 시작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박차고 나오게 된 것도 바로 '우승트로피' 때문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어린 나이에 주장완장까지 차면서 고군분투했지만, 팀 성적은 언제나 그의 노력에 비례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우승트로피'를 위해 그는 베니테즈의 부름을 받고 2007년 안필드에 발을 내딛었다.

 

  첫시즌부터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적응기간이 필요없이 24골을 터뜨리며, 그동안 오웬 이후 스코어러의 부재를 겪던 리버풀의 뉴에이스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그의 잦은 부상이 번번히 그의 발목을 잡았고, 부진 속에서 득점력마저 점차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러한 토레스의 부상과 부진이 맞물려서 리버풀 또한 성적이 좋진 않았고, 7,80년대 최강자였던 면모도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리버풀에서 뛰는 동안 유일하게 들어올릴 수 있었던 08/09시즌 리그 우승컵도 맨유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

 

  이러한 리그에서 부진도 국가대표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잦은 부상과 골 침묵은 클럽에 이어 국가대표에서도 버젓이 나타나고 있다(그의 파트너인 다비드 비야는 클럽에서나 국대에서나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라리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페르난도 요렌테에게 국가대표 주전자리도 밀리게 생겼다. 이러한 이유가 있기에 토레스는 결국 이적요청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2. 리버풀의 시선 : 토레스는 핵심선수, 하지만 잡고만 있는 것이 과연 최상의 선택일까?

 

  리버풀의 입장에선 팀 전력의 2,30%를 차지하는 토레스를 잡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현재 그를 대처할 리버풀의 공격 옵션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현재 리버풀을 보면서 토레스가 떠나고 난 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오버랩이 되었다.

 

  토레스가 비센테 칼데론에서 떠나겠다고 공식 발표할 때, AT 마드리드 팬들은 거의 봉기 수준으로 프론트를 향해 격렬한 시위를 펼치며, 그의 이적반대를 외쳤다. 왜냐하면 토레스야 말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직접 배출해낸 유스출신이자, 스페인의 차세대 기대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떠난 후 현재 비센테 칼데론을 방문하면 "토레스, 돌아오라.", "토레스를 왜 팔았냐." 라는 문구나 토레스를 그리워 하는 사람도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토레스가 떠난 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가 있을 때 못했던 유로파컵 우승과 리그 3,4위까지 올랐다) 

 

  토레스가 떠난 후,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여겼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오히려 그가 떠난 후에 더 잘나가고 있다. 토레스를 팔고 난 뒤 세르히오 '쿤' 아게로와 디에고 포를란, 라울 가르시아, 안토니오 호세 레예스 등을 영입하며, 상승세를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렌시아 감독을 맡았던 키케 플로레즈 감독까지 데려오면서 그들은 토레스를 잊은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렇다고 해서 라리가 안에서 레알이나 바르샤를 능가하는 팀은 아니다(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수비자동문도 있고). 하지만, 그들은 리그 3,4위까지 올라섰으며, 심지어는 유럽 대항전 대회 중 하나인 유로파 컵 우승까지 달성했다. 이러한 일들은 토레스가 뛸 당시엔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다.

 

  현재 리버풀의 고질병 중 하나가 바로 제라드-토레스 조합이다. 이 두 선수의 시너지는 웬만한 잉글랜드 클럽 수비진을 다 붕괴시키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08/09시즌에 맨유 홈구장인 OT에서 4대1 굴욕을 안겨주고, EPL 최고의 센터백인 네만야 비디치에게 '일디치의 전설'을 선사했었다). 하지만 이 조합의 단점은 둘 중 하나가 빠지게 되면, 플랜B가 없다는 점이다. 나도 이 조합에 대해 누누히 언급했지만, 리버풀은 지나치게 제토라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것을 대체할만한 옵션마저 구상하질 않았다. 리버풀이 골침묵을 하거나, 경기가 쉽게 뒤집히는 것도 이 제토라인의 조합에 너무나 의존한다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리버풀 입장에선 토레스의 이적소동이 맨유의 '루니사태'처럼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면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이자, 수아레즈라는 새로운 카드와 조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리버풀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변화를 보고 한 번 고심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올시즌만 하더라도 제라드와 토레스가 동시에 선발출장했던 경기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게다가 첼시가 850억원의 배팅을 하게 된다면 그 돈이면 충분히 대체할 만한 다른 선수들 최소 2,3명은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3. 첼시의 시선 : 공격진의 노쇠화, 대체할 카드론 토레스가 최고!

 

  사실 첼시의 토레스 사랑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페르난도 토레스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오퍼를 넣지 않았던 것은 첼시에 드록바-아넬카-말루다 쓰리톱이 건재했었고, 그가 없이도 첼시는 지난시즌 맨유를 제치고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일궈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번시즌은 작년과 달리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이제 슬슬 다시 자금을 풀기 시작하려는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그동안 첼시는 긴축재정으로 인해 최근 2,3년 선수영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지 않았고, 적극적인 선수영입을 하지 않았다. 반면에 방출되거나 자유계약을 풀려난 선수들은 많았다. 그 영향이 지금에서야 미치는 지, 현재 첼시는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비진의 부상초토화, 선수 전체의 노쇠화, 이번 겨울이적시장에 수비보강을 위해 점찍어두었던 벤피카의 다비드 루이즈와의 협상마져도 결렬됨으로써 첼시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그리고 최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제외한 첼시 보드진과 안첼로티 감독 사이의 보이지 않는 파워싸움으로 인해 영입마저 지지부진하고, 스탭 인사에서도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이 때문에 스티븐 피에나르를 더 높은 가격을 불렀음에도 토트넘에게 빼앗긴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결국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직접 나서게 되었다.

 

  그가 토레스에 대한 오퍼를 결심한 것은 드록바의 부진이다. 올시즌 '드록인'으로 전락해버린 '신이라 불렸었던 사나이' 디디에르 드록바가 도무지 예전 폼을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볼튼전에서 4대0 대승으로 공격진이 어느정도 살아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준이 못된다. 그리고 드록바가 부상이라도 당하게 된다면, 첼시에 그를 대신해 득점을 담당할 선수가 없다. 파트너인 니콜라스 아넬카도 노쇠화로 폼이 떨어지는 중이라 그에게 전적으로 맡기기엔 리스크가 따른다.

 

  그래서 선수영입에 매우 부진하던 첼시는 바이아웃 금액인 850억원까지 내지르면서까지 리버풀을 흔들면서 토레스를 데려오려고 하는 심산인 것이다.

 

 

4. 킹 케니의 선택은?

 

 

 

  로이 호지슨이 망쳐놓았던 리버풀을 현재 '킹 케니' 케니 달글리쉬 감독이 어느정도 재건하면서 사그라져가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덕분에 리버풀은 지긋지긋한 롤러코스터 구간을 끊고, 연승 행진에 시동을 걸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동이 걸리기도 전에 토레스의 이적선언으로 인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판이다. 달글리쉬 감독은 토레스의 능력을 높게 칭찬하며 그가 당연히 잔류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중시하는 달글리쉬 감독이기에 이 소동을 무마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면, 그도 리버풀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달글리쉬 감독의 선택, 그의 판단이 이 이적소동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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