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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파엘vs베일, 애슐리콜vs호날두의 향기가 느껴진다.

J_Hyun_World 2011. 1. 20. 01:21

 

 

  경기를 보다보면, 경기를 더욱 더 재밌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라이벌 구도, 혹은 천적관계. 그 경기에서 라이벌이나 천적끼리의 맞대결이 그 경기결과를 크게 좌우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나 TV를 통해 시청하는 팬들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예전에 맨유와 첼시가 맞대결할 때(무리뉴가 있을 당시에 무리뉴 감독의 첼시는 거의 맨유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작은 매치 중 하나가 바로 호날두 vs 애슐리콜의 맞대결이었다.

 

(호날두가 EPL을 정복하던 시절, 호날두의 천적이라 불리며 서로 엎치락 뒤치락 했던 애슐리콜)

 

  당시 EPL을 정복하다싶이 누비고 있던 호날두에게 있어서 애슐리콜은 꽤나 골치아픈 존재였다. 그들은 포지션상 맞부닥칠 수 밖에 없었고(호날두의 주포지션은 오른쪽 윙어고, 애슐리콜은 왼쪽 풀백다), 매번 볼거리를 선사했다. 처음에는 애슐리콜이 호날두를 철저하게 봉쇄하다가, 어느 순간에 틈이 보이면 호날두가 치고 돌파하거나 지능적인 파울유도로 애슐리콜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호날두가 스페인으로 떠나고 난 뒤에 애슐리콜은 호날두가 자신이 마크했던 선수 중 가장 까탈스럽고 힘들었다고 고백하면서 두 번 다시 맞붙기 힘들다는 걸 아쉬워했다.

 

  하지만, 요즘들어 호날두vs애슐리콜과 맞먹는 라이벌구도가 하나 생겨서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바로, 맨유의 오른쪽 풀백 하파엘과 토트넘의 왼쪽 윙어인 가레스 베일의 맞대결이다.

 

(요즘 새로운 라이벌 구도로 올라선 젊은 피의 대결 하파엘vs베일)

 

  사실 이 두 선수의 만남은 올시즌 처음이다. 이번시즌 맨유는 토트넘을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하며 1위 굳히기에 성공한 반면에, 토트넘은 '자신들의 천적'인 맨유를 넘지 못하고 4위의 경계선을 줄타기하고 있다. 토트넘은 홈구장인 화이트레인에서 맨유를 상대로 11년 무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맨유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선 22년간 승전보를 올리지 못하고 있어 '맨유 알레르기'가 생길 정도다. 더군다나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전력이 막강했으나, 1승도 올리지 못하여 토트넘 입장에선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시즌에서 두 팀의 맞대결에서 가장 눈에 띄던 건 하파엘과 가레스 베일, 이 두 선수였다.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이 두 선수가 이렇게 성장할꺼라곤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두 선수 다 입지 위기설을 겪으며 정말 험난한 시즌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엿한 맨유 포백의 한 축으로 거듭난 맨유 수비의 미래, 하파엘 다 실바)

 

  하파엘은 쌍둥이 형인 파비우와 함께 브라질에서 날아왔다. 맨체스터에 도착할 당시부터 퍼거슨은 그들 형제를 맨유를 이끌어갈 차세대 풀백들이라고 크게 치켜세웠고, 그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부었다. 처음부터 파비우와 하파엘 형제에게 출전 기회는 오지 않았지만, 먼저 선택받은 건 하파엘이었다.

 

  맨유의 포백 중에서 유일하게 오른쪽 부분은 유난히 부상병동이었다. 팀의 전 주장이자, 맨유 황금유스의 한 축이었던 게리 네빌은 반복되는 장기 부상으로 뛰는 것 조차 안쓰러울 정도가 되었고,  07/08시즌 맨유 트레블의 한몫을 했던 웨스 브라운도 부상악령으로 인해 폼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에 오른쪽 자리가 매번 비었다.

 

  그래서 하파엘은 그 빈자리를 틈타 깜짝 데뷔전을 치르게 되었고, 아스날 원정에서는 축구팬들을 깜짝 놀래키는 오버래핑과 드리블, 그리고 번개같은 중거리슛으로 데뷔골을 알렸다(그 당시 맨유는 아스날에게 비록 졌지만). 그의 그런 깜짝놀래키는 활약으로 인해 맨유는 또 하나의 희망을 얻었던 셈이었다.

 

  하지만 하파엘이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경기 기복이 매번 심했고, 브라질 출신이라 그런지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공격에 비해 2% 부족한 수비력이 지적되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밀란 원정에서 호나우딩요에게 탈탈 털리던 모습이 대표적인 예였다. 하지만, 그 수비력을 8강전인 바이에른 뮌헨 전을 이후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로벤과 리베리의 스위칭 플레이를 완벽하게 막아낸건 아니지만, 로벤 같은 크랙형 타입의 선수를 어느정도 막아내기도 했다.

 

※ 크랙형이라는 건 흔히 발빠른 선수들을 말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단순히 발만 빠른게 아니라 상대팀의 템포를 한방에 무너뜨리는 선수들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로벤이나 호빙요가 있다. 즉, 크랙형처럼 한템포 먼저 움직이는 선수들에겐 발빠르고 민첩한 하파엘이 제격이라는 것이다(호나우딩요는 느린 템포로 경기를 조율하며, 상대의 움직임에 한박자 늦춰 드리블을 하는 타입이기에 다소 성격이 급한 하파엘이 상대하긴 버거웠다).

 

 

(포지션 변동으로 인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토트넘의 신성, 가레스 베일)

 

  가레스 베일의 경우도 하파엘과 비슷한 케이스로 시작했다. 원래 베일은 사우스햄튼에서 배출해낸 유망주로(같은 동기로는 현재 아스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테오 월콧이 있다) 원래 포지션은 왼쪽 풀백. 토트넘에 처음 입성할 때에는 이영표의 대체자 겸 이영표의 포지션 경쟁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가레스 베일은 풀백으로 뛰기에는 너무나 넘쳐나는 공격력으로 인해 토트넘은 매번 왼쪽이 블랙홀이었고, 베일은 토트넘의 구멍이라면서 조롱거리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곤 했다. 그를 바꿔놓은 건 현재 토트넘 감독인 해리 레드납 감독. 토트넘은 당시 왼쪽 윙이 모드리치였으나, 모드리치는 폭발력 있는 윙어가 아니라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에 가깝기에 측면을 흔들어놓기에는 전술상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레드납 감독은 베일의 빠른 주력을 이용한 폭발력 있는 공격력,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장점을 이용하여 왼쪽 윙어로 기용했고, 그 보직변경 후 첫 경기인 첼시전에서 골까지 기록하는 등 첼시를 잡고 토트넘이 4위로 오르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공격력은 이번 시즌에서도 빛을 발했다. 파트너인 레넌과 같이 토트넘의 화끈한 측면 공격의 선봉에 서며 상대 수비를 철저하게 흔들어놓았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인테르와의 두 번 맞대결에서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인 마이콘을 두 차례나 농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지난 10월 30일, 올드트래포드에서 하파엘과 베일의 패싱 분석. 하파엘은 필 네빌의 수비 방법처럼 베일을 완전봉쇄했다)

 

  이번 시즌 두 선수의 두 번의 맞대결은 하파엘의 완승으로 끝났다. 마이콘을 두 차례나 농락했던 가레스 베일의 드리블 성공률은 첫번째 대결에선 22%, 두번째 리턴매치에선 드리블은 커녕 크로스도 고작 두 차례에 그치며 막히는 모습을 보였다. 두 경기 동안 하파엘이 그렇다고 해서 철저하게 베일만을 마크하며 수비에 전념한 것도 아니다(토트넘과의 리턴매치에서 토트넘 전체를 완전 농락하며 휘젓던 오버래핑을 몇차례나 선보였던가?).

 

  하파엘이 가레스 베일을 마크할 수 있었던 방법은 두 가지였다(에버튼의 주장인 필 네빌이 베일을 마크할 때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었다). 첫째, 베일이 볼을 잡기 전 혹은 볼을 잡았을 때 하파엘로 하여금 근거리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베일이 드리블 할 공간을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베일이 드리블 혹은 2대1 패스 후 터치라인을 돌파할 때 하파엘이 베일을 쫓고 대런 플레쳐 혹은 리오 퍼디난드가 베일의 돌파 공간으로 먼저 이동해 볼을 차단하게 했다.

 

  매우 단순한 듯 보이지만 올시즌 EPL의 대부분 팀들이 이러한 방식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베일에게 농락당했다. 빨리 거리를 좁히기엔 베일의 스피드가 너무나도 빨랐기 때문에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파엘이 베일 못지 않은 빠른 주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기에 맨유의 수비전술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으로 해서 하파엘이 베일의 완벽한 천적이 되었다고 할 순 없고, 베일이 '하파엘 공포증'이 생긴건 아니다. 그동안 베일의 공격패턴이 매우 단순했기 때문에 조금 더 다양한 루트와 동료들간의 연계플레이를 개발한다면 베일의 공격력이 더욱 더 날카롭고 강력해지기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파엘과 가레스 베일, 두 선수는 아직 20대 초반의 선수다. 그리고 아직 감정 컨트롤이 안되는 나이이기에 흥분으로 인해 경기를 망치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20대 초반이라는 점이 있기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긱스의 후계자이자 웨일즈의 차세대 에이스로 군림하는 가레스 베일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면, 그들의 맞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호날두vs애슐리콜 구도 그 이상의 재미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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