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있을 터키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국가대표팀으로 소집된 이청용이 부상으로 내일 경기에 결장하게 되었다. 대표팀으로 소집되기 전에 볼튼 측에서 이청용을 대표팀으로 차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기에 이청용의 부상 당한 원인의 화살을 죄다 조광래 감독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의 무리수를 둔 차출과 전술운영에 대하여 심한 독설과 육두문자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메이저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지난 번 박지성의 대표팀 차출문제로 한차례 마찰 빚은 것에 대한 분노를 더하여 아주 일방적으로 조광래 감독에 대한 매도질에 대한 댓글들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오면서 더욱 더 격화되어가고 있다.
(마치 조광래 감독 혼자서 이청용을 망쳐놓고 있다고 몰아세우는 모 포털사이트 베플들, 어이가 없다)
물론, 아시안컵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곧바로 터키와의 친선경기일정을 잡았기에 베스트 멤버를 차출한 것에 대해 조광래 감독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청용이 부상당한 것이 전적으로 조광래감독만의 책임이고, 그가 100% 책임을 져야하는건지 나는 의문스럽다. 과연 조광래감독만의 책임인가?
1. 이청용의 부상요인 : 쉴 틈 없는 경기출장, 피로누적으로 인해 발생한 부상
사실 이청용은 최근 한국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이 경기를 뛴 선수다. 2009년 FC서울 시절부터 지난 주 토트넘전까지 그는 2년간 무려 108경기를 소화해냈다(FC서울-볼튼-남아공월드컵-볼튼-아시안컵). 한마디로 박지성이 11년동안 A매치 100경기 뛰었던 것을 2년만에 해치웠다는 것이다(EPL 시즌으로 따지면, 전경기 선발출장해서 3시즌 연속으로 뛴 셈이라고 보면 된다). FC 서울시절에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국으로 건너갔기에 이청용은 사실상 제대로 휴식을 취했던 시간이 1달도 채 안된다는 점이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폼은 언제나 최상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결국 아시안컵에서 이청용의 모습은 많이 지친 기색이 엿보였던 것이다.
우리가 하나 주목할 점은 그가 볼튼에서 거의 매경기마다 선발 출장을 했었고, 선발로 나오면 거의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해냈다. 물론 그가 볼튼의 에이스였기에 매경기마다 출장해야만 했고, 그가 있어야 볼튼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체력적인 문제가 단점이었음에도 그가 소화할 수 있는 경기수 이상을 뛰는 바람에 오버페이스에 걸렸다. 이쯤되면 볼튼의 선수관리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볼튼이 빅4나 맨시티, 토트넘과 달리 규모가 작은 클럽이기에 선수구성에 한계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팀의 에이스라고 해도 적정한 타이밍으로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이청용에게 적당한 휴식을 줘야했던 건 아니었을까? 단지 성적에 급급하다는 이유로 팀 에이스를 너무 혹사시켰던 건 아닌가 생각이 된다(자기 팀 에이스를 자기들이 관리 못하고 저렇게 폼이 떨어진다면 결국 그건 볼튼 구단의 미스 아닌가?). 그렇기에 무조건 무리한 국가대표 소집만이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2. FIFA의 볍신같은 A매치 주중일정, 그리고 축협의 무리수
그리고 조광래 감독을 비난하기 전에 이렇게 A매치 주중일정을 계획해놨던 FIFA를 먼저 비난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팬들도 뜬금포같은 A매치 주중일정 때문에 화를 내고 있고, 빅리그 구단감독들도 하나같이 FIFA의 어처구니 없는 일정에 대하여 독설을 마다하지 않는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만 하더라도 시즌 도중 주중에 A매치 경기를 잡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도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번 친선경기 일정을 터키쪽에서 먼저 제의를 한 상태였고, 우리나라 입장에선 지금 아니면 터키같은 팀을 상대로 언제 A매치를 치루겠냐는 생각으로 승낙했을 것이 뻔했다(게다가 일본은 올 여름에 코파 아메리카 초청국 자격으로 나가기 때문에 상당히 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적인 판단으로 인해 선수들 체력을 대한축협에서 과연 책임지느냐가 문제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내일과 모레에 걸친 A매치 데이에 경기가 있는 아시아팀은 우리와 이란 밖에 없다(이란은 그래도 8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우리보단 그나마 여유는 있겠지만). 굳이 6~8월을 놔두고 내일 당장 경기를 잡아둔 축구협회의 일처리의 무리수가 문제가 아닐까?
3. 상대가 그냥 터키팀이 아니라 "히딩크가 이끄는" 터키팀
물론 한번쯤은 이청용도 차출하지 않고, 그 없이 경기를 한 번 치루는 법도 해봐야하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일 맞붙을 상대가 단순히 그냥 터키팀이 아니라 "히딩크가 이끄는" 터키팀이라는 게 문제다.
거스 히딩크, 그가 누구인가. 2002년 월드컵 한국4강 신화, 2006년 월드컵 호주16강 신화, 유로2008 러시아 4강돌풍, 우리나라에 있어선 거의 신적인 존재아닌가.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조광래 감독도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A매치를 하자니 너무나 스케일이 큰 경기가 되어버렸고, 박지성과 이영표가 은퇴한 시점에서 앞으로 한국 대표팀이 어떻게 나아갈 지 중요한 지표가 될 '중요한 평가전'의 의미까지 지니게 되었다. 그렇기에 조광래 감독으로썬 거의 베스트 멤버를 이끌고 터키와 맞붙어야할 부담까지 지녔다.
그렇기에 베스트 멤버를 소집 안하면 안하는대로 욕먹고, 소집하면 또 왜 소집해서 이런 경기를 치르냐고 욕먹을 게 자명하다.
4. 결론 : 결국, 한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렇게 이미 일어난 사태에 대하여 누가 이것을 책임져야하냐 등의 의미없는 책임전가문제를 논해봐야 결국 모두가 책임져야할 문제이다. 팬들 입장에선 물론 선수의 몸상태가 가장 중요하고, 그가 오래뛰기를 열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도 이동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숱한 혹사로 인해 무너졌던 케이스 아니었던가. 이청용도 이와 같은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대표측과 소속구단 측 양 쪽 모두가 선수관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로가 한발짝 조금 더 물러서서 선수의 장래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배려를 한다면, 서로가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좀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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