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태극기 휘날리며

자기 권리만 따지고,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기술위는 떠들 자격 없다.

J_Hyun_World 2011. 5. 24. 20:34

 

  우리나라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는 참 재밌는 자리다. 아무리 뛰어난 커리어를 가진 명감독이 지휘봉을 잡더라도 조금만 시원찮거나 자기가 의도하는 방향과 다른 길을 가게 되면, 그새 못참고 여기저기서 감독에 대한 비판, 비난을 넘어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잘하면 선수들이 능력이 좋아서 잘한 것이고, 못하면 선수들보단 전적으로 감독이 무능했기 때문에 졌다고 입을 모은다.

 

  팬들 입장에선 이런 말 할 수는 있다. 당연히 국가대표팀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기에 팬이라면 자기 팀 성적이 부진하는 꼴을 누가 보겠느냔 말이다. 다만, 감독을 비판하되, 감독에 대하여 인신공격을 삼가해줬으면 한다. 비판으로도 충분한 일이니깐 말이다. 그리고 그걸 알아줬으면 한다. 풋볼매니저(이하 FM)를 해본 유저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피곤하고 고단한 지를... 매 경기마다 팀에 최적화된 전술을 짜서 그 틀 안에 선수들을 신중히 기용해야 한다는 것을. 잘하면,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지만, 못하면 그냥 다음날 짐싸서 노숙자신세가 된다.

 

  여기서 나는 팬들의 감독을 향한 지나친 비판을 꼬집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네들이 국가대표 감독 뽑아놨다고 해서 자기들 뜻대로 안하면 크게 신경질 부리면서 잘릴 기회만 노리면서 잘라버리고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은 지지 않고 그냥 넘어가려는 양심없고 무능한 대한축구협회, 특히 기술위원회를 한 번 속시원하게 까려고 한다.

 

 

 

갈등 점화 : 조광래 감독 vs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다른 나라 국가대표 감독들은 축구협회와 관계가 어떠한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좀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감독에 대해 기술위원회의 간섭이 심하다. 그래서 마치 연례행사인 마냥 매해 한 두번은 꼭 국가대표 감독과 기술위원회의 충돌이 표면화되어서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하곤 한다(아, 히딩크 감독 시절은 예외다). 이번에도 매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요번 사건은 여태껏 일어났던 갈등의 최고점을 찍고 있다.

 

(매번 선수선발에 지나친 월권행위로 간섭해왔던 기술위 때문에 조광래 감독이 제대로 뿔났다)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구자철+지동원+김보경 이 세 선수의 차출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앞서 언급한 세 선수는 국가대표A팀에서나 올림픽 대표팀에서나 둘 다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기에 동시에 두 팀을 소화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선수들이 분신술을 쓰지 않는 한, 둘 다 뛸 수 없잖아?).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은 당장 2달 뒤에 올림픽 최종예선이 시작하게 된다. 그렇기에 A매치데이가 다가오기 전, 조광래 국가대표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대표 감독은 사전에 만나 의견을 조율하여 서로 원만한 합의를 봤다고 전해왔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느닷없이 기술위원회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감내놔라, 배내놔라 식으로 조광래 감독에게 구자철+지동원+김보경을 올림픽대표팀으로 넘기라는 일방적 통보를 날렸다. 여기서부터 말도 안되는 코미디가 시작된 것이다. 다른 것을 막론하고 일단 국가대표 선발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 고유의 권한임에도 기술위원회는 자기네들도 선수선발할 권리가 있다느냥 권유나 건의조가 아닌 명령식으로 전달한 것이다.

 

  더 재밌는 사실은 FIFA 규정에서 본다면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 선발이 충돌할 시에는 A팀 승선이 무조건 우선된다는 조항이 명백히 드러나있고, 게다가 구자철과 김보경의 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와 세레소 오사카는 올림픽 대표팀 차출반대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FIFA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A팀이 FIFA가 지정한 A매치데이에 차출하는 것 이외에 차출할 때에는 클럽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클럽팀이 올림픽대표팀 차출반대를 해버리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광래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차출 가능성도 고려해서 애초에 가나와 세르비아전에 선발할 23명 명단을 27명으로 늘리는 배려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는 최대한 배려할 수 있는만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멋대로 명령하는 기술위의 태도가 단단히 화가 난 조광래 감독은 결국 기자회견을 통하여 기술위원회를 향해 선수선발에 간섭하지 말라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국가대표감독을 막대하는 기술위원회장인 이회택씨의 무례한 태도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월권하면서까지 자기 권리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기술위. 떠들 자격 있나?

 

(기술위원회의 최고의 롤모델이었던 이용수 해설위원님, 내가 이 때문에 이 분을 좋아한다)

 

  여기서 잠깐 기술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 한 번 논해보자. 축구협회의 기술위원회의 본래 역할은 국가대표 감독에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부서 이름에서 봤듯이 국가대표 감독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는 일종의 자문기관이다. 가장 바람직한 예를 찾아보자면, 그리 멀리 있지도 않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뒤를 묵묵히 지지해왔던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현재 KBS 해설위원)의 역할을 떠올려보라.

 

  히딩크 감독도 한국 4강신화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여타 다른 감독들처럼 성적이 부진하면 여기저기서 나가라, 관둬라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여론이 히딩크 감독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을 위해 든든한 방패막을 자청해, 히딩크 감독에 대한 비판을 전부 다 빨아들이며 히딩크 감독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그리고, 국가대표 감독에게 필요한 상대팀 전력 분석자료는 있는대로 전부 히딩크 감독에게 제공해주는 역할도 맡았다. 이것이야말로 기술위원회의 바람직한 역할이다(내가 이래서 이용수 해설위원님이 다시 축구협회로 돌아가셔서 썩은 물을 정화시켜주셨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또는 그 이전의 기술위원회는? 감싸주고 감독을 지원해줘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네들이 여론보다 한 발 먼저 앞장서서 감독 경질에 힘쓰느라 바쁘고, 감독을 자신의 부하로 만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에, 차범근 사단이 네덜란드에게 5대0으로 굴욕패를 당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조중연 당시 기술위원장은 차감독이 최용수를 기용하지 않아서 졌다면서 비난의 선봉장에 섰고, 말끝나기 무섭게 차범근 감독을 경질시켰다. 그리고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말만 하고, 아무 변화가 없었다(지금도 조중연 회장이 축구협회 젤 꼭대기에 앉아있지 않은가?).

 

  이러한 반복은 차범근 감독 시절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코엘류 감독시절, 본프레레 감독시절, 그리고 베어벡 감독시절까지... 전부 감독들이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런 감독을 선임했던 기술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알아서 물갈이 했던 적이 없었다. 만약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월드컵 당시 원정 16강이라는 업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더라면? 그때도 축협은 똑같은 태도를 취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암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축구기술위원회

 

(이회택 기술위원장의 '반격'이라는 기사보고 참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 과연 조광래 감독에게 뭐라고 큰소리 칠만한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나는 이회택 기술위원장의 그 '반격'이라는 기사를 읽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지금 대한축구협회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전부 세계축구 흐름 파악을 제대로 못해 구닥다리 전술로 실패만 경험한 사람들이다(기술위원회 중

국가대표 지도자로 성공을 맛본 인사는 "단 1명도 없다". 언제나 국제대회 나가면 "세계의 벽은 높았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세계 축구 흐름을 못따라가 쪽팔리는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게 전부였다). 그러한 사람들이 꿰차고 앉아있는 "기술위원회"는 정관 31조 2항을 들먹이며 선수 선발 권한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축구계 막장 중에 이런 막장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 정관도 자세히 뜯어보면 기술위는 국가대표 감독이 선수선발 중에 "이런 선수도 한 번 뽑아보면 어떻겠냐?" 라고 조언만 할 수 있는 권한만 있지, 선수선발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위는 마치 자신들의 권리마냥 월권행위로 조광래 감독에게 큰소리 치면서 틈만나면 압박하려고만 드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 문제에 대해서 기술위원회는 처음부터 중간에 개입할 자격조차 없다(중재역할을 해준다고 해놓구선 교통정리는 커녕 차선정체만 만들었잖아!!).

 

  일전에 베어벡 감독 시절과 본프레레 감독 시절의 일화가 문득 생각난다. 본프레레 감독 시절, 당시 축협은 본프레레의 이동국 기용에 대해 강한 반발을 나타내면서 그를 뽑지말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본프레레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이동국을 꾸준히 기용했고, 결과적으로 본프레레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에 이동국은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베어벡 감독 시절에는 축협은 이번에 이동국 대신에 조재진을 기용하는 베이벡 감독에게 조재진 쓰지말고 이동국을 써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자신의 전술에 최적화된 선수는 조재진이라면서 조재진을 끝까지 기용했고, 조재진 또한 베어벡 체제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일화를 본다면, 축구협회 기술위는 정말 개입은 심하면서 보는 눈은 요만큼도 없다는 것을 인증하는 꼴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감독을  "매니저"라고 부른다. 즉, 선수 선발은 물론 구단의 전반적인 경영까지 감독에게 맡기기 때문에 "매니저"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명장이라고 일컫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예만 봐도 그렇다. 그가 전설을 쓰고 있는 것도 맨유 프론트가 일절 간섭없이 감독이 요구하는 대로 묵묵히 뒤에서 서포트해왔기 떄문이다. 반대로 첼시의 경우를 봐라.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지나친 간섭이 팀을 망치고 있다는 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 때문에 첼시에게 리그 우승을 가져다 줬던 무리뉴 감독이나 안첼로티 감독도 금방 떠났던 것을... 한국 대표팀 감독은? 그저 '축협의 꼭두각시'다. 조광래 감독과 이렇게 잦은 충돌을 하는 것도 그가 축협의도대로 '축협의 꼭두각시' 행세를 하지 않고, 조 감독 본인이 직접 팀을 꾸려나가고 있기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이다.

 

  기술위원회가 자신들 또한 선수 선발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 전에, 지금까지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졌던 적이 있었는지 한 번 생각해봐라. 1998년 차범근 감독이 네덜란드에게 5대0으로 털렸을 때, 책임지겠다던 조중연 기술위원장은 현재 축구협회 꼭대기에 앉아서 협회의 우두머리로 계속 지내고 있다. 2005년 본프레레 감독이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컵 8강에서의 탈락 및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거의 경질되다싶이 스스로 물러났고, 베어백 감독 역시 2007년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달리 2004년부터 기술위원회를 맡고 있는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그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은 채,'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며 철밥통을 사수하고 있다(정말 물러나야 할 사람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으니 어디 발전이 있을까?). 이런 사람들이 감히 조광래 감독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처지일까? 오히려 그들은 조광래 감독에게 뭐라고 떠들 자격은 없다고 본다.

참조 : 김현회 - 기술위에 반기 든 조광래 감독 지지한다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524n03151?mid=s1001&isq=3486

연합뉴스 - 조광래 감독 "기술위는 선수선발에 간섭하지 말라"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001&article_id=000507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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