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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유효했던 리옹 징크스, 이변은 없었다.

J_Hyun_World 2011. 2. 23. 07:26

 

 

  만약 65분에 경기가 끝났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리옹 징크스가 깨지는 이변이 속출했겠지만, 역시 축구는 90분까지 가봐야 아는 법이었고, 7분을 버티지 못하고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한 번 "리옹 징크스"를 실감하며 승부를 2차전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미루게 되었다.

 

(아.... 이걸 못이겨서야 원.... 2차전을 기약해야...ㅜ)

 

1. 역시 안방불패 리옹다웠다.

 

  레알 킬러,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오직 1패만을 기록한 올림피크 리옹의 클래스는 오늘 경기에서 빛났다. 초반부터 바스토스와 델가도, 알리 시소코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측면 돌파는 레알 마드리드 수비를 혼란에 빠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레알의 공격시, 레알 마드리드보다 한 발 앞서서 수비에 가담하여 적극적인 중원 압박을 하면서 레알의 패스 흐름과 돌파를 철저하게 봉쇄시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하지만, 최전방에 포진된 고미즈의 수차례 놓친 결정적인 골찬스가 아쉬움으로 남았다(동점골 아니었다면 제일 많이 까였을 게 분명하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오늘 중원은 마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듯한 무기력함을 보였다. 특히 오늘 이 경기에서 디마리아와 외질의 존재감은 없었다(정말 카카의 중요성을 실감케 만드는 경기였다고나 할까?). 90분 내내 디마리아와 외질은 시원한 플레이 한 번 보여주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외질은 경기 중에 라스 디아라와 교체되어 나갔다. 그리고 아데바요르도 클로킹..). 호날두마저 없었더라면 레알의 공격은 거의 못했다고 보면 된다. 유일하게 호날두 혼자만이 리옹 수비진을 이리저리 휘젓고, 간담을 서늘케 했던 빠르고 낮은 프리킥을 2차례 때리며 고군분투했다. 

 

2. 역시 챔스의 사나이, 벤제마의 골

 

(벤제마, 너는 역시 챔스의 사나이였는가?)

 

  최전방에 위치한 아데바요르의 좁은 활동반경과 허덕이는 모습을 본 무리뉴 감독은 첫번째 교체카드로 카림 벤제마를 뽑아들었다. 벤제마가 비록 리그 경기에선 부진한 모습이지만, 리옹이 벤제마의 전 소속팀인데다가 올시즌 벤제마가 챔피언스리그에서 5경기 4골을 기록했기에 뽑아들었던 것이었고, 결국 벤제마가 해냈다.

 

  교체 투입되자마자, 호날두의 순간적인 패스를 받은 벤제마는 수비를 여럿 달고 움직이며 한 템포 늦춘 슈팅을 때리는 덕분에 리옹의 수비진과 요리스 골키퍼는 넘어지게 되었고, 결국 그의 슈팅은 골로 연결되어 레알 마드리드를 '리옹 징크스'에서 구원하는 구세주로 등극하던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벤제마는 호날두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 최전방을 도맡으며 특유의 빠른 발로 리옹 수비진과 미드진을 당황케 만들며 뒤집어놓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3. 7분을 남겨놓고 터진 고미스의 동점골

 

  레알 마드리드에게 먼저 선취골을 내준 리옹은 뜻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순식간에 위기에 몰리기 시작하며, 밀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퓌엘 감독은 경기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델가도, 바스토스, 칼스트롬을 빼고 브리앙과 피에, 그리고 작년 마드리드 원정길에서 동점골을 터뜨려 리옹의 8강 진출의 견인차역할을 했던 피야니치까지 투입시키며 레알 마드리드를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83분경의 프리킥 찬스. 레알 수비벽에 굴절되어 날아온 피야니치의 프리킥을 크리스가 헤딩으로 떨궈줬고, 그것이 고미스의 발에 걸리면서 리옹은 동점골로 연결시키며 아직 '리옹 징크스'가 유효하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이 동점골을 넣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미스는 리옹 선수들 중에서 가장 부진했던 선수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리그에서 9골을 기록하고 있다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선 고작 1골을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고, 게다가 리산드로 로페즈 대신에 선발로 투입되었기 때문에 만약 리옹이 졌다면 리산드로의 공백을 운운했을 것이다.

 

  결국 고미스는 동점골을 성공시킴으로써 역적에서 영웅으로 등극하게 되어 승부를 2차전으로 끌고가며 비교적 부담을 덜어내게 했다.

 

4. 무리뉴 버프가 소용없었다, 하지만 2차전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다.

 

(무리뉴버프도 제를랑 스타디움에선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벤제마의 선취골이 터질 때만 하더라도 무리뉴 버프의 위력이 통하는가 싶었으나, 동점골을 내주면서 결국 승부를 2차전으로 끌고 가게 되었다. 이 날 경기에서 레알의 중원과 수비진 전체가 마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줄 알았다. 시종일관 리옹의 빠른 발과 압박수비에 당하면서 리옹징크스까지 더해지니 승리에 대한 의욕마저 잃은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태의 중원과 수비진이라면 2차전인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경기도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라서 어쩌면 1차전을 만회할 기회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리옹과 마찬가지로 레알 마드리드도 홈경기에선 무적이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도 홈경기에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홈경기 버프가 더해진다면, 판세가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선 '판타지스타' 카카가 안나왔기 때문에 카카라는 변수가 2차전에서 어떻게 적용될 지 관건이기도 하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리옹과 레알 마드리드의 16강 2차전,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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