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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의 클론? No! 나는 안드레 비야스-보아스다.

J_Hyun_World 2011. 5. 19. 09:52

 

(무리뉴 체제 이후,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는 FC 포르투)

 

2년 연속 무패 우승이라는 업적

 

  포르투갈의 포르투갈 리가는 FC 포르투가 2년 연속 포르투갈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것도, 2년 연속으로 무패 우승이라는 업적을 쌓아올렸다. 올시즌 성적 27승 3무, 리그 승률 90%를 자랑하는 FC포르투다. 물론, 빅4 리그에 비해 포르투갈 리그가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아무리 중위권 리그라 하더라도 무패 우승을 2년 연속으로 달성한다는 자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이다(벵거감독의 아스날 무패우승만큼 값진 것이다). 이 놀라운 성과를 일궈낸 감독은 다름 아닌 겨우 만 33세 밖에 되지 않은 안드레 비야스-보아스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리그에서 뿐만 아니라 유로파리그에서도 무패가도를 달리며, FC포르투를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올려놨기에 더더욱 빛나보이는 것이다(그리고 FC 포르투는 FA컵 결승전에도 올라가있는 상태라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는 찬스를 맞이하고 있다).

 

 

 

포스트 무리뉴의 탄생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이러한 업적은 문득 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바로, FC 포르투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유럽무대에 등장한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 안드레 비야스-보아스와 조세 무리뉴. 이 두 사람을 나란히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참 다양한 공통점들이 많이 발견된다. 무리뉴 감독처럼 비야스-보아스 감독도 FC 포르투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했고, 선수출신 감독이 아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지도자 수업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감독의 길을 택했고, 17세 때부터 UEFA C 라이센스를 획득하면서 포르투의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코치의 첫 발걸음을 뗐다.

 

  이렇게 줄곧 포르투에서 머물다가, 2002년에 故 바비 롭슨 감독의 후임으로 들어온 조세 무리뉴 감독을 만나게 된다. 무리뉴는 비야스-보아스의 안목을 신뢰해 그에게 전력 분석 역할을 맡겼는데, 사실 이 역할이 상대 선수의 장점과 약점을 수천시간동안 분석해 그 중 몇분짜리로 간추려 DVD로 만들어내는 작업이기에 지루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 역할로 인해 비야스-보아스는 무리뉴 사단의 한축을 담당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2004년에 무리뉴 감독과 함께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찍부터 스카우터 및 전력 분석관 역할을 맡았던 덕분에 그는 첼시에서 무리뉴의 4-3-3 전술 완성에 있어 최고의 조언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첼시시절부터 무리뉴 감독이 언짢은 기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끝까지 남아 그의 의견에 대립해 토론하면서 커피마실 사이였을만큼 고집스럽고 유별남이 공통점인 이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무리뉴 감독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그의 곁을 떠났고, 그 뒤로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아카데미카에서 1년간 감독을 맡고, 그 뒤 자신의 고향과 다름 없는 포르투 감독으로 돌아왔다.

 

 

(무리뉴&비야스-보아스 한솥도시락 치킨마요 먹던 시절)

 

 

 

나는 무리뉴 감독과 축구철학이 다르다. 똑같이 보지 말라.

 

(제2의 무리뉴라고 불리고 있는 비야스-보아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리뉴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워낙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이 비슷해서 그런지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수식어로는 항상 "제2의 무리뉴", "포스트 무리뉴"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전술을 여기저기 자세하게 살펴보면, 분명 무리뉴 감독과의 축구철학과는 상당히 차이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단, 두 사람 다 4-3-3 전술 신봉자이긴 하지만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서 그 틀로써 상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던 것이 무리뉴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이와 달리 상당히 공격적인 자세로 선수들의 창조성을 중요시한다. 한 예로 무리뉴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본좌' 클로드 마케렐레를 기용하는 반면에, 비야스-보아스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페르난도를 중심으로 하여 차근차근 최전방까지 배달한다. 이 점은 오히려 무리뉴보단 과르디올라의 스타일에 가깝다.

 

  양 측면에 미드필더나 윙어 대신에 공격수들을 적극 배치한다는 점에서도 무리뉴 감독보다 훨씬 공격적인 성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오른쪽 윙포워드 역할을 맡고 있는 헐크의 왼발을 살려서 상대의 안쪽을 파고들어 동료들의 다이나믹한 스위칭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무리뉴의 그림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간결한 패스를 돌리면서 상대의 빈틈을 발견하는 즉시, 그 틈을 처참하고 잔인하게 찢어놓는 포르투의 파괴적인 경기 운영은 많은 이들이 극찬하고 있다.

 

  또한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자기의 축구철학에 대해 "경기의 예측 불가능한 면모를 좋아한다.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표출하려면 경기 중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전술적 틀 안에 구속시키는 무리뉴 스타일과는 상당히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는 편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길이다." 라는 비야스-보아스의 말은 포르투의 뛰어난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2010-11 포르투갈 리가 FC포르투 최종성적 27승 3무(승률 90%), 73득점에 16실점, 한경기당 평균 득점 2.4골, 한경기당 평균 실점 0.5골. 공격축구를 구사하면서 이정도의 포스를 내뿜는다는 것은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포르투의 조직력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시사한다(참고로 유로파리그에선 결승전에 도달할때까지 무려 36골을 기록했다).

 

 

 

비야스-보아스, 새로운 "감독의 트렌드"를 제시하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조세 무리뉴와 함께 축구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기존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포르투에서 매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7년 전, 포르투를 이끌다 첼시라는 빅클럽으로 이적하며 슈퍼스타 감독으로 등극했던 조세 무리뉴 감독과 분명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아직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일단은 포르투와 재계약을 맺었고, 다음시즌 포르투를 챔스무대에서 날뛰도록 힘쓰겠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빅리그 빅클럽 감독으로 부임할 확률이 매우 높다. 아마도 가장 유력한 행선지는 이탈리아가 될 것이다. 올시즌 세리에A에서 유벤투스를 비롯하여 AS로마, 인테르 등 다수 명문 클럽들이 현재 그들의 명성에 비해 행보가 영 시원찮기 때문이다(특히, 유벤투스는 2년연속 7위라는 굴욕을 당하며, 이탈리아 제왕의 명성을 먹칠중이다). 게다가 지난해 무리뉴 감독이 인테르를 이끌고 트레블을 달성했었고, 포르투갈로 떠나기 전까지(2009년에 인테르를 떠났다) 무리뉴와 함께 인테르 스탭으로써 지냈으니 구미가 당겨질 수 밖에 없다. 어찌됐든 간에, 비야스-보아스 감독도 이제 큰 물로 나올 때가 된 것이다.

 

  일각에선 무리뉴 감독 이후에 선수 경력 없이 감독으로 데뷔한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성공시대를 보고 이제는 '선수 출신 감독'이 아닌 '전문가 감독'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내놓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무리뉴와 비야스-보아스의 행보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비야스-보아스는 "무리뉴는 체육 교사라는 경력이 있었지만, 나는 그런 지식조차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열심히 공부를 했어야 했고, 이것이 나를 만들었다."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어린 나이부터 지도 이론을 섭렵해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큰 무대의 지휘자로 우뚝 선 두 사람의 행보에 '선수 경력이 있어야만 꼭 좋은 감독이 될까?' 라는 의문점을 던지게 만든다. 뛰어난 이론으로 무장한 이들의 등장은, 축구도 이제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 필요하다는 최근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뛰어난 기수가 되기 위해서 말이 될 필요는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아리고 사키 감독처럼, 선수 커리어로서는 무명이었던 이가 전술적으로는 세계 최고를 보여줬던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우리가 아는 히딩크 감독도 이러한 케이스였지 않았던가?).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앞으로도 더 많은 전문가 감독의 출현을 예고하는 징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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