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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 FIFA 블래터 라인의 20년 독재정권, 앞으로 미칠 영향

J_Hyun_World 2011. 1. 9. 01:29

 

 

 

  2011년 1월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치러진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FIFA 부회장선거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5선 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그 자리에 알리 빈 후세인 요르단 축구협회장 겸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이 선출되었다.

 

  총 투표수 45표 가운데 정 부회장은 20표를 얻어 25표의 알 후세인 왕자에 무릎을 꿇었다.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된 그는 이로써 FIFA 부회장과 집행위원 자격을 모두 잃었다. FIFA 올림픽위원장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 부회장은 최근 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의 뒷배경에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AFC의 함맘 회장, 그리고 쿠웨이트의 아흐메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배후에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요르단 알리 왕자는 요르단 압둘라 국왕의 동생이다. 원래라면 이번 부회장 선거에는 정몽준 전 부회장이 단독 입후보하기로 예견되어 있었으나, 블래터가 알리 왕자를 갑자기 부회장 선거에 중용함과 동시에 개입하면서 판도가 뒤바뀌기 시작했고,  일전에 카타르 월드컵 개최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 보답으로 함맘 회장을 비롯하여 중동쪽 임원들과 블래터파 세력들의 지속적인 로비와 인맥을 동원하며 상황이 역전된 것이라는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사실 블래터와 정몽준의 충돌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블래터가 왜 FIFA 부회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정몽준 부회장을 떨어뜨렸을까? 정 부회장은 FIFA 내에서 야당으로 분류된다. 2002년 5월 블래터 회장의 재선 당시 반대편에 섰다. 레나르트 요한손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과 '개혁파 진영'에서 의기투합했다(정몽준 부회장은 요한손의 최측근이기도 했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요한손파와 블래터파는 첨예하게 대립했었고, 이후 관계가 복원됐다는 얘기가 들렸지만(며칠 전 월드컵 유치문제로 블래터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정몽준 부회장과 사이좋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에서 숨기기에 불과했던 것.

 

  또한 정몽준 부회장과 함맘 AFC 회장이 충돌했을 당시 블래터 회장은 함맘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달 2022년 월드컵 개최지 투표에서도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영국, 호주 등을 철저히 외면했다. 바로 중동의 오일머니, 검은 돈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자세한 이야기는 http://blog.daum.net/manutdronaldo/43 이번 월드컵 개최선정은 처음부터 짜여진 정치쇼였다.를 참조). 그리고 블래터는 이번에 FIFA 회장에 5선으로 무혈입성으로 도전하려고 하기에 정몽준 부회장 같은 반대파가 부회장에 있게 되면, 아무래도 자신의 독재를 유지하기엔 눈엣가시에 여겼기에 미리 손을 썼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태를 미리 감지했던 정몽준 부회장이 FIFA 회장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사실상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며 설사 후보로 출마한다 하더라도 과연 그가 얼마만큼 인맥과 로비를 동원하여 밀실에서 진행시키는 집행위원을 설득시킬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쉽게 말해서 정몽준 부회장이 FIFA회장직으로 출마한다는 건 대통령 선거로 거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정몽준 부회장에 대한 영향력을 너무 과대평가해서 보도하고 있지만, 실상 정 부회장의 세력은 예전에 비해 많이 약해진 상태다. 기존에 블래터 반대파에 서있던 인물들 중에서도 태반이 블래터 쪽으로 돌아섰고(돌아선 이유야 다름 아니고 돈거래가 오가고 있으니 표심도 당연히 기우는 이치와 같다), 국제축구계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세계 13위. 반면 정 부회장의 라이벌인 함맘 회장은 세계 5위 이내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유럽 주요인사계들도 요즘 잠잠해진 터라서 실질적으로 블래터를 위협할 만한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현재 블래터파의 대표적 인물로 함맘 AFC회장, 쿠웨이트의 아흐메드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을 위시로 한 중동국가들, 미셸 플라티니 현 UEFA 회장,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등이 자리잡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한마디로 아웃사이더로 이미 오래 전부터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회장 4선에 당선되었다해도 회장직에 도전한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고, 밀실 안에서 회의하는 각 대륙별 부회장 6명과 유럽측의 수석부회장, 그리고 각 대륙별로 선거로 당선되서 들어온 집행위원들에게 어필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한 측근의 말로는 이 점 때문에 정몽준 부회장이 정치계에만 전념하겠다는 말도 했었다는 후문도 있다).

 

  그래서 한국축구계에 정말 위기가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그동안 블래터파의 수작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면서 눈엣가시처럼 행동해왔던 정몽준 부회장이기에 그가 물러난 이후에 우리나라에게 얼만큼 보복할 지도 모른다. 특히 블래터파의 핵심인물인 함맘 AFC 회장은 더더욱 그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반대파이지만 일본이나 호주같은 경우, 재력이나 인맥 등의 이유에서 막강한 힘이 있기에 함맘 회장이 함부로 못건드린다. 가뜩이나 AFC내에서 함맘 회장의 반대 세력으로 나섰던 한국은 함맘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는 함맘 회장이 대인배이길 바란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꽤나 반성해야한다. 축구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지만, 축구외교측면에서는 실력에 비해 너무 뒤떨어져있고 그동안 정몽준 부회장에게 너무나 의존해왔었기에, 그가 만약 은퇴한 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대비책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현재 21개 AFC의 분과위원회에는 단 7명의 한국인이 있다. 하지만 이 중 명예직이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직책을 제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이는 심판위원회 임은주 심판과 경기위원회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이 유이하다. 하지만 이들도 AFC내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축구행정가가 되겠다고 해놓구선 갑작스레 감독으로 전격 변신한 홍명보 감독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물론 그의 선수시절은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나도 그의 선수시절은 매우 동경한다. 하지만, 그도 분명 축구외교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는 잘 알고 있었을 터인데 갑작스레 축구감독으로 보직변경(?)을 해버려서 적잖은 실망감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몽준 이후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인물로는 차범근 전 감독과 박지성선수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심스럽다. 차범근 감독은 행정 전문가가 아니고 박지성도 아직은 펄펄 날아야 할 현역 축구 선수다. 박지성이 훗날 행정 쪽 일을 맡을지 여부도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정몽준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거물을 배출하지 못했던 것의 판단착오의 결과물이 바로 이렇게 부메랑처럼 날아왔던 것이다.

 

 

 

  블래터 라인의 20년은 거의 대부분 검은 돈 뒷거래로 의해서 철저하게 이뤄진 하나의 독재정권이다. 그리고 중동 오일머니는 블래터를 유혹할만한 가장 좋은 먹잇감이자 더할 나위없이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지원군이기도 하다. 이 무시무시한 조합을 다들 알고 있기에 유럽의 거물들도 쉽게 나서질 못하고 있다. 이 기세를 힘입어 블래터 회장은 전세계축구를 자기 멋대로 이랬다저랬다 맘대로 규정을 뒤바꿔놓고 있고, 이것이 향후 중동국가들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갈 것이며 우리나라같이 그동안 반대해왔던 세력에게 얼만큼 보복을 가할 지도 모른다.

 

  이미 블래터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겨울로 개최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보이고 있다. 카타르 중동국가이기에 여름에 월드컵을 치르게 된다면 평균 기온이 40도 이상을 육박하는 지옥의 날씨이다. 그렇기에 비교적 겨울에 한다면 그나마 편하겠지만, 카타르는 분명 월드컵 개최 공약을 내걸 때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면서 경기장 실내에 에어컨을 설치해 반드시 여름에 개최하겠다고 다짐을 받아들였고, 그런 원초적인 공약이 있었기에 표가 그쪽으로 몰린 경향도 있다.

 

  만약 블래터파 입맛대로 원래 월드컵이 열렸던 6월을 1월로 바꾸게 된다면, 각 국가리그 일정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특히 추춘제로 운영하고 있는 유럽축구계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 요하임 뢰브 독일 국가대표 감독과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 등등은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하는걸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다면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평소 월드컵이 껴있는 시즌 이상으로 혹사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박싱데이라는 빡센 일정을 돌리만 EPL만 보더라도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다면 EPL 출신 선수들은 경기도중 사망할 지도 모른다).

 

  블래터의 독재를 막으려면, 그동안 블래터 반대세력에 서있었던 유럽의 주요인사들이 서서히 움직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정몽준 부회장도 이에 맞춰 힘을 보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블래터의 더러운 돈과 권력으로 찌들어진 FIFA도 이제 끌어내려야 하지 않는가. 순수하게 축구열정으로 시작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려면, 지금의 이 FIFA체제는 무너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축구행정가 육성에 대해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몽준 부회장도 사람이기에 언젠간 은퇴하기 마련. 우리가 경기 외적인 면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듣보잡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도 직접 축구외교력을 키울 시점이 온 것이다.

 

참조 : [김현회] 정몽준 5선 실패, 한국 축구 정말 위기다, [정몽준 낙선] 블래터의 '보이지 않는 힘'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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