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이탈리아 클럽들이 왜 유럽무대에서 힘을 못쓰는걸까?

J_Hyun_World 2011. 3. 18. 08:13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갔던 이탈리아 3팀(AC밀란, 인테르, AS로마) 중 2팀(AC밀란, AS로마)가 탈락하여 비교적 약체(?)라 평가받던 토트넘과 샤흐타르가 8강에 선착하는 이변을 만들어냈고, 오늘 새벽에 인테르는 뮌헨 원정에서 드라마와 같은 펠레 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두며 원정득점우선원칙에 의해 바이에른 뮌헨을 누르고 8강진출에 성공해 이탈리아 클럽의 체면을 지켰다. 그런데 이러한 풍경이 작년에도 그러했고, 재작년에도 계속 반복되었다는 게 뭔가가 좀 걸린다.

 

(작년에 이어 이탈리아 클럽들 중 유일하게 TOP8 안에 들어간 인테르) 

 

  작년에도 인테르를 제외한 나머지 이탈리아 클럽들은 일찌감치 8강 문턱에 가보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AC밀란은 맨유에게 광탈당하며 '챔스DNA'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였고, 피오렌티나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오심판정으로 탈락고배를 마셨고, '이탈리아의 제왕'인 유벤투스는 조별리그에서 3위를 기록하며 유로파리그에 진출했으나, 거기에서마저도 힘 한 번 못쓰고 탈락하며 거의 전멸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1. 현대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현재 이탈리아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던 압박축구의 창시자, 아리고 사키)

 

  이탈리아 축구는 옛날부터 윙어들의 무덤이었다.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베컴이나 피구 같은 탑클래스 윙어들이 맹활약을 펼칠 때에도, 이탈리아 내에서 윙어들은 돋보이지 못했다. 과거에는 이 이탈리아 리그의 성향이 오히려 앞서나갔었다. 아리고 사키의 '압박 축구'가 세상에 나온 후, 오랜 기간 이탈리아 리그의 전술은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어 왔었고, 이는 월드컵에서도 드러났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당시에 이탈리아 클럽의 전술 → 월드컵을 통해 강팀들이 채택 → 전세계로 보급 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바르셀로나 전술의 모태인 크루이프식 토털사커를 쓰던 바르셀로나는 당대최고라 불리었지만, 아리고 사키-파비오 카펠로의 밀란에게 호되게 당했다. 이러한 밀란의 전술은 94년 월드컵 당시 브라질이 모티브를 얻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었으며, 브라질은 결국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다. 그리고 그 90년대 이탈리아 클럽들은 UEFA 클럽 대항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밀란 황금시대를 구축했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탈리아 리그는? 이번시즌에도 세리에 팀들 중 AC밀란을 필두로 한 강팀들은 대부분 중앙을 점령하는 4-3-1-2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봤듯이 측면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AC밀란은 레넌의 스피드에 지속적으로 흔들렸고, 인테르는 로베리에게, 그리고 로마는 더글라스 코스타에게 당했다. 즉, 중앙 지향적인 전술을 사용하면서 폭이 좁은 축구를 하게 됨으로써 풀백들이 상대의 윙 플레이어 + 풀백의 조합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결국 측면에 무너지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반면, 리그 내에선 다른 팀들도 측면에 그렇게 높은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에, 풀백들은 그렇게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또한 공수 전환의 속도라는 측면에서도 주로 중앙 공간 위주로 플레이를 지향하다 보니 그 결과 측면 플레이의 중요해진 현대축구에 거스름과 동시에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모습과 세리에A에서의 모습이 확연히 차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트레콰르티스타 카사노를 쓸 수 없었다면, 차라리 4-3-1-2 말고 다른 방법을 택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이 전술이 확실히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100% 호언장담할 순 없다. 감독의 역량에 따라서 언제든 위협적인 전술이 될 수 있다(나도 FM에서 유벤투스로 세계정복할 때 4-3-1-2가 주전술이었다). 문제는 4-3-1-2에서 1에 해당하는 선수의 중요성. AC밀란이 토트넘을 몰아부치면서도 비효율적 공격에 무득점에 그쳤던 이유가 바로 1를 맡을 선수의 부재가 매우 컸다. 올시즌 밀란에서 1은 카사노의 지정좌석이었고, 카사노만큼 창조적이며 경기를 주도해나가는 전진형 플레이메이커 겸 트레콰르티스타 스타일의 선수가 밀란에선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카사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가 없었다. AC밀란으로 오기 전, 삼프도리아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서 뛰는 바람에 16강에서 밀란 소속으로 뛸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자리에 카사노를 대신해 이미 기량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셰도르프가 맡았으니, 전술적 활용도가 얼만큼 높았을까? 밀란 팬들은 세도르프가 5년만 젊었었거나 아니면 브라질로 돌아간 딩요가 있었으면 좋았을껄이라는 생각을 했을꺼다. 아무리 즐라탄이나 파투가 측면에서 흔들어줘도 중앙에 해결사가 없으니 알레그리 감독 입장에선 꽤나 답답했을 것이다.


 

2. 그렇다면 인테르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인테르가 지난시즌 챔스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리뉴가 4-3-1-2만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테르는 지난시즌에 어떻게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갈 수 있었으며, 이번에도 8강까지 선착할 수 있었을까? 인테르도 AC밀란처럼 4-3-1-2의 전술이 주전술이었으나, 무리뉴감독은 이 전술에서 4-2-3-1로 변형을 주는 전술도 같이 사용하였다. 차이점이라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무리뉴 감독은 인테르를 현재 트렌드인 4-2-3-1로 변형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특히 이 전술을 활용하면서 에투나 판데프의 또다른 능력을 극대화시키며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에투와 판데프가 빠른발을 통해 상대 수비의 간격을 벌려놓았다면, 2선에서 위치하고 있는 스네이더는 전진을 하면서 최전방에 포진된 세명(에투-밀리토-판데프)에게 골라가며 패스를 뿌리거나, 직접 몰고나와 때리면서 상대를 전진압박했다. 그리고 수비시에는 스네이더가 포백라인 근처까지 후퇴하면서 커버하여 상대의 측면 움직임도 미리 차단하는 효과까지 보였다. 무리뉴의 전술이 다시 한 번 빛났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1년전이었고, 지금은 레오나르두 사단의 인테르다. 수요일 새벽에 열렸던 바이에른 뮌헨전의 경우, 인테르는 작년과 달리 예전의 4-3-1-2로 나왔지만, 이 날 1에 섰던 스네이더의 활약이 컸었다. 1차전에서 좀처럼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던 것과 달리 2차전에서 스네이더가 완벽하게 살아남으로써 최전방에 배치된 에투나 판데프까지 덩달아 힘을 얻었다. 에투와 판데프는 이 날 경기에서 활발하게 측면에서 벌려줌으로써 뮌헨의 빈약한 수비진을 쉴새없이 흔들어댔다. 측면에서 흔들리기 시작하자, 스네이더를 중심으로 인테르는 중앙에서도 밀어부치며 뮌헨을 당황시켰다. 그게 통했던 것일까? 결국 인테르는 뮌헨 안방에서 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게 아니었나 싶다. AC밀란도 카사노가 나왔다면 스네이더처럼 활약해주지 않았을까...?

 

 

3. 자금력의 부족?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AS로마를 비롯하여 세리에A 클럽팀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현재 이탈리아 클럽들 중 구단 부채 등에 얽매이지 않고, 매시즌마다 막대한 선수영입자금을 쓰는 팀은 아마 밀라노 형제, 유벤투스, 제노아, 피오렌티나(확실치 않음) 이 정도 밖에 없을 것이다. 확실히 세리에A가 7공주 시절에 비해 스쿼드를 차지하는 네임벨류들이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며, 그때와 비교하여 지금의 감독들의 역량이나 국제대회에 대한 경험이 떨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AS로마는 샤흐타르의 삼바리듬에 속절없이 당했고, 보리엘로의 PK실축, 맥세의 퇴장이라는 요소까지 있었으니 조금 논외로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들지만, 예전부터 이 로마 구단은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선수들은 몇달동안 주급이 밀린 채 경기를 뛰어야만 했고, 선수들에게 주급을 제공하기 위해 구단은 선수들을 팔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셈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AS로마의 스쿼드가 얇아지고 퀄리티도 예전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일이 아닐까 싶다.

 

(구단의 자금난이 심해지니까 황혼기에 접어든 토티의 대체자를 물색하는 것도 이제는 포기한걸까)

 

  그리고 로마는 또 한가지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로마의 황제' 프란체스코 토티의 대체자를 누구로 메울 것인가? AS로마라고 하면 보통 토티의 팀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만큼 AS로마에 있어서 토티라는 존재는 거의 언터쳐블(Untouchable) 그 자체였다. 하지만, 토티도 사람인지라 나이를 먹는 자연의 섭리를 막을 순 없었고, 그의 기량도 점차 떨어지고 있는데 그를 대체하여 로마를 지휘할 인물이 없다. 그래서 그런걸까? AS 로마 전술의 특징이었던 '토티롤'은 이제 더이상 가동조차 할 수 없고, 유일한 AS로마 유스출신인 다니엘레 데로시의 무브먼트만 빛을 바랠 뿐... 돈의 중요성을 절실히 실감하게 만드는 게 바로 로마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현재 AS로마는 샤흐타르전 치욕의 패배로 인해 라니에리 감독을 경질시키고, 로마 레전드인 빈센초 몬텔라를 감독자리에 앉혀서 이끌고 있다. 또한 몇년째 이어져오는 구단 인수건도 Di Benedetto라는 회사가 인수할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1달전에 기사로 떴는데, 감감무소식이라 참 답답~할 노릇이다( Di Benedetto라는 회사는 펜웨이 스포츠 그룹으로 현재 리버풀구단주인 존 헨리랑 파트너관계이고 NESV(리버풀)의 자회사라고 한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02/03과 06/07(AC밀란), 09/10(인테르) 세 번의 챔피언에 올라섰던 이탈리아지만, 실제적으론 국제대회에서 이탈리아클럽들의 경쟁력이 점차 밀리고 있고, 이제는 UEFA 클럽랭킹도 독일의 분데스리가에 밀려 4위로 내려앉음으로써 자연스레 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 장수에도 엄청난 영향이 미칠 것이다. 앞으로 유럽무대에서 이탈리아클럽들의 생존방식이 어떻게 바뀔 지...

 

인용 : 박찬우 - 세리에 팀들이 유럽무대에서 몰락한 이유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311n04208?mid=s1001&isq=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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