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이 경기서 승리하는 자, 이탈리아를 정복하리리. 대혈투 밀라노전쟁 예고편

J_Hyun_World 2011. 4. 2. 08:12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세리에A의 제왕에 오르는 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하게 될 밀라노 더비가 4월 3일 새벽 3시 45분(한국시각기준)에 산시로에서 열린다(두 팀 다 같은 경기장을 쓰기에 이번에는 AC밀란이 홈팀이다). 현재 두 팀 다 30경기를 치뤘고, 1위인 AC밀란은 승점 62점이고, 2위를 달리고 있는 인테르는 승점 60점차로 어느새 AC밀란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그렇기에 이 경기 한 판으로 사실상 우승팀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명 경기를 관전하기에 앞서 좀 더 재밌게 보기 위하여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한다.

 

 

Point 1 : 즐라탄의 공백 vs 사무엘+루시우의 공백

 

(밀란은 지난 밀라노 더비서 결승골을 넣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빠진 채, 인테르를 상대해야 한다)

 

  첫번째 관전 포인트는 '누가 더 공백이 더 크냐' 다. 우선 AC밀란은 공격첨병이자 AC밀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두 경기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받으며 결장하게 된다(지난 바리전에서 상대선수에게 고의적 파울로 인해서..). 즐라탄이 빠지게 되니까 밀란도 휘청거렸다. 지난 팔레르모 원정에서 즐라탄 없이 경기를 치뤘으나, 0대1 패배를 기록하며 선두질주에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솔직히 이브라히모비치가 있고 없고의 밀란의 경기력 차이가 심하긴 하다. 그가 최전방에 위치하면서도 동료선수들에게 패스를 뿌려주면서 올라가는 타입이기에 그가 없으면 밀란의 최전방이 고립되는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또한, 챔스 16강전 탈락의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기에 밀란은 이 경기에서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우승타이틀을 인테르에게 양보해야 될 판이다.

 

  반면, 인테르는 분위기가 최상이다. 베니테즈에 의해 '7테르, 8테르'라는 굴욕을 떠안았던 쓰라린 기억도 있었으나(그 당시 밀라노더비까지 패했다), 레오나르두 감독의 합류 이후론 계속 상승기류를 탔고, 어느새 2위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전망이 밝지 않던 챔스 16강에서도 바이에른 뮌헨과의 리턴매치에서 다시 꺾으면서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렇다고 해서 인테르가 전력마저 최고라고 보기엔 힘들다. 창은 날카로워졌지만, 그 대신에 방패에 큰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시즌 인테르 철의 포백의 중추를 담당했던 왈테르 사무엘은 부상으로 인해 이미 시즌아웃이며, 루시우는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징계로 인하여 결장하여 중앙 수비가 텅 비어있다.

 

  두 팀 중 누가 더 공백이 크냐고 묻는다면 일단은 밀란 쪽에 좀 더 손실이 크다. 인테르는 비록 사무엘-루시우 콤비가 빠졌어도 코르도바와 부상에서 회복한 라노키아와 키부가 있기에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즐라탄이 빠진 밀란은 그의 대체자로 기용할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인자기는 사실상 시즌아웃 상태이며, 보리엘로는 즐라탄이 밀라노로 건너옴으로써 로마로 임대가버렸기에 최전방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창이 없는 상황. 파투나 호빙요 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들은 즐라탄처럼 공중을 장악하거나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이 아니기에 어느정도 전술적 활용에 있어 제한이 걸릴 것이다.

 

 

Point 2 : 어제의 친구가 내일은 적으로 만난다. '삼프도리아 듀오' 대결 카사노vs파찌니

 

(파찌니(위)와 카사노(아래), 이 두 사람이 맞대결을 펼칠 날이 올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지난 시즌에 삼프도리아 돌풍을 일으키던 듀오가 있었다. 바로 '악마의 재능' 안토니오 카사노와 '이탈리아의 뉴에이스' 지암파올로 파찌니가 바로 그들이다. 이 두 사람의 시너지효과로 인해 삼프도리아는 지난 세리에A 4위를 기록하는 대이변극을 연출했으며, 덩달아 루이지 델네리 감독이 이 분위기를 타고 유벤투스 감독으로 옮겨가게 되는 계기 또한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이 듀오는 올시즌에 해체되었다. 카사노는 구단주와의 불화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AC밀란으로 건너갔고, 카사노가 없으니 파찌니도 더이상 이 제노아 클럽에 미련을 두지 않고 인테르로 이적했다. 최고의 듀오가 각각 최고의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다니 이런 경우가 있을까 싶다.

 

  서로 최고의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두 친구는 그 팀에서 핵심선수로 그새 자리잡았다. 카사노는 그동안 둔탁해보였던 밀라노 스쿼드에 창조성을 불어넣으며, 상대를 쉽게 유린하는 모습을 보이며 완벽한 판타스틱4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 또한 알레그리 감독도 카사노의 활약에 매우 기뻐하며 그를 최고의 선수라 치켜세우고 있다. 파찌니도 카사노 못지 않게 인테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밀리토의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에투에게 심하게 의존했던 득점력을 분담해서 책임지고 있다. 특히 그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뜨리는 순도높은 골들은 인테르의 사기에 거대하게 미쳤고, 그의 영입으로 인해 인테르는 그동안 빈약한 공격수 부분도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에 맞붙을 밀라노 더비에서 골이 터진다면 아마 이 두사람에 의해 골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어제의 친구가 내일은 적으로 만난다. 내일 경기 시작할 때, 서로가 어떠한 모습으로 맞이할 지 참 기대된다.

 

 

Point 3 : AC밀란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인테르 감독, 레오나르두

 

('AC밀란 레전드'였던 레오나르두 감독, 자신을 내쳐버린 친정팀을 상대로 어떻게 나올까?)

 

  현재 인테르 감독으로 앉아있는 레오나르두 감독은 AC밀란에게 있어 전설적인 인물이다. 밀란에서 4시즌동안 177경기에 62골을 기록하였고, 간결하면서도 화려한 플레이와 수려한 외모, 깔끔한 사생활 그리고 온화한 성품으로 단번에 로쏘네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밀란의 전설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02년 현역 은퇴 후, 그는 밀란 스카우터로 활동하면서 지금의 밀란-브라질리언 커넥션을 있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현재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라 불리우는 카카를 시작으로 파투, 티아구 실바까지 전부 레오나르두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AC밀란의 감독이 되고나서는 하루아침에 구단에 의해 팽당해버렸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리그 3위로 선전했지만, 현 이탈리아 총리이자 밀란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산시로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이것이 베를루스코니의 결정적인 실수가 되었고, 이 결정이 오늘의 부메랑으로 날아오고 있다. 레오나르두 감독은 베니테즈가 경질되자마자 인테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인테르를 구원했고, 그들을 작년 무리뉴시절의 인테르로 되돌려놓는 데에 성공했다. 비록 무리뉴만큼 전술이 완벽하거나 균형적인건 아니지만, 레오나르두만의 화력축구를 앞세워 다시 우승왕좌 방어전에 도전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밀란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현재 밀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가지고 있는 레오나르두 감독이기에 알레그리 AC밀란 감독보다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알레그리 감독이 상당히 못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칼리아리 시절처럼 화끈한 축구가 아닌 수비지향적 전술로 계속 일관하다가는 레오나르두에게 그냥 당할 확률이 높다는 걸 인식해야만 한다.

 

 

Point 4 : 피를로의 부진 탈출? vs 스네이더의 전성시대? 키 플레이어들의 존재감

 

(수면축구, 무회전 프리킥의 달인. 안드레아 피를로가 돌아온다!)

 

  즐라탄의 결장이 로쏘네리 팬들에게는 안타까움으로 느껴지겠지만, 반면 기쁜 소식도 있다. AC밀란의 플레이메이커인 안드레아 피를로가 부상에서 회복하여 팀 훈련까지 소화했다는 소식이다. 피를로의 복귀는 AC밀란에게 큰 축복이나 다름없다. 그 동안 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동안,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심하게 의존하는 양상을 보여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순간 둔탁하고 답답한 밀란 미드진에 생기가 돌 것이며, 숨막힐 듯한 패스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결정적인 경기에서 컴백하는 것이기에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이어져 가는 '스네이더 전성시대', 이 밀라노더비에 얼만큼 영향을 줄 것인가?)

 

  AC밀란에 피를로가 있다면, 인테르에는 오랸쥬의 중원사령관이자, 인테르의 마에스트로 베슬레이 스네이더가 있다. 이번시즌 초반에 베니테즈에 의해 폼이 망가져 무너지는 줄 알았으나, 레오나르두에 의해 다시 제 궤도에 올라섰다. 초반의 부진 때문에 FIFA 발롱도르의 영광을 누리진 못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인테르를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최전방과 2선의 공급역할에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챔스 16강전에서 뮌헨을 격침시킨 결정적인 주역이 되면서 내일 있을 밀라노 더비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어 낼 준비를 끝마쳤다.

 

 

  이 경기 결과로 인해 AC밀란의 6년만의 정상탈환이냐, 아니면 인테르의 리그 6년 연속 우승이냐가 결정될 것이다. 주말에 일찍 자기엔 다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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