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서반국

과연 누가 '뷰티풀 풋볼'이고 '안티풋볼'인가?

J_Hyun_World 2011. 4. 30. 08:30

 

 

  소문난 잔치, 하지만 종료 휘슬이 불고 난 뒤에 남은 건 얼룩뿐. 메시의 2골도, 양 팀의 전술운용도, 모두 다 묻혀버렸던 엘클라시코 4번째 경기. 승자인 바르셀로나에겐 또다시 불거진 '오심으로 얻은 승리' 논란, 패자인 레알 마드리드에겐 다소 억울한 판정, 그리고 UEFA 제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건의 발단, 페드로의 헐리웃 액션

 

(페드로의 지나친 헐리웃 액션이 두 팀 간 과열양상을 불러일으켰다)

 

  4월 28일 새벽,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렸던 엘 클라시코 4차전은 다소 지루한 공방전이었다. 그동안 3번 맞붙은 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했기에 무리뉴나 과르디올라는 화력적이기 보단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탐색전을 펼쳤다. 양 팀 다 수비적으로 운영하다보니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되면서 딱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더군다나 라리가 최고의 더비경기이기에 선수들 또한 극도로 예민해져있는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거칠게 나오면 화약고처럼 터질 기세였다. 특히 초반부터 잦은 충돌로 인해 신경전을 펼치던 케이타와 아르벨로아를 보면서 대충 느꼈을 것이다.

 

  그 시발점을 끊은 것이 바로 페드로의 헐리웃 액션이었다. 바르샤의 역습찬스에서 페드로는 공을 몰고 가다가 그대로 바로 앞에 서 있던 아르벨로아를 들이받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아르벨로아를 들이받은 페드로가 얼굴을 감싸면서 넘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헐리웃 액션이었다. 페드로가 헐리웃 액션을 취하자, 바르샤 선수들은 집단으로 달려와서 슈타크 심판을 잡아먹을 기세로 따져들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레알과 바르샤 선수들의 신경전이 본격 시작되었던 것이다.

 

 

 

경기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었던, '벤치 클리어링'

 

(나는 부스케츠가 왜 축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저정도 연기력이면 그냥 헐리웃 진출이 빠를텐데..)

 

  페드로의 헐리웃 액션을 기점으로 하면서부터 레알이 조금이라도 거칠게 나오면 바르샤 선수들은 마치 중동 침대축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그날따라 잔디 위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솔직히 레알이 마냥 피해자라고만 볼 수 없었던 것이 그동안 바르샤를 상대하면서 상당히 거친 태클로 흐름을 끊어놓긴 했었고, 거친 태클은 자칫 잘못했다간 선수 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이기에 그들의 그날 경기매너도 썩 좋진 못했다. 라모스의 거친 태클이나 마르셀로의 두번 즈려밟기, 공은 안잡고 바르샤 애들 죽빵만 쳐날리던 아데바요르 등등... 그렇다고 상대가 거칠게 나온다하여 헐리웃액션으로 드러눕던 바르샤... 둘 다 똑같은 놈들이다. 특히, 부스케츠의 어처구니 없는 퍼포먼스는 제3자 팬마저 화를 돋구게 만들며, 작년 인테르전 까꿍 이후로 또다시 안티지분을 빨아들였다(저게 지금 축구선수가 할 짓인지 모르곘다).

 

  더 가관이었던 것은 전반 종료 직후였다. 전반이 끝나자마자 아직도 분이 덜 풀렸는지 아르벨로아와 케이타는 락커룸으로 들어가는 길에도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바르샤 벤치에 앉아있던 핀투가 느닷없이 아르벨로아의 뺨을 후려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야구장에서나 가끔 볼 수 있던 벤치 클리어링이 베르나베우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핀투가 왜 쓰잘데기 없이 그런 최악의 매너를 선보였는지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런 돌발행동으로 인해 핀투는 퇴장당했고, 이 벤치 클리어링 덕분에 슈타크 심판은 전반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슈타크 주심의 줏대없는 판단으로 인해 오심 논란으로 얼룩진 엘클라시코

 

(벤치 클리어링 효과인지, 슈타크 주심은 후반부터 카드난사를 했고 결국 페페 퇴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반 종료 직후 벌어졌던 벤치 클리어링 효과였는지, 후반들어 양 팀 선수들이 전반보다 더 거칠어졌고, 경기매너 또한 더욱 더 나빠졌다. 더군다나 전반전에 카드 주기를 엄청 망설이던 슈타크 주심도 카드 난사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오브레도 사건처럼 또 한 번의 대형사고를 저질러버렸다. 바로 '페페 퇴장'이 그것이다.

 

  페페는 분명 알베스의 공을 뺐기 위해 다리를 들어올렸고, 정확하게 공을 건드렸다. 페페가 그러한 동작을 취할 때 알베스는 분명 발이 닿지도 않은 상황인데 540도 공중회전을 하며 떨어지며, 다리를 부여잡고 굴렀다. 그걸 바르샤 선수들이 보자마자 일제히 심판에게 달려들면서 집단 항의를 했다. 슈타크 주심도 쫄았던 나머지 페페에게 옐로카드가 아닌 레드카드를 선사하면서 뜬금없이 경기의 산통을 깨뜨렸고, 경기의 지배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웃긴건, 들것이 실려나갔던 알베스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곧바로 경기장에 돌아와서 펄펄 날뛰는 것이었다. 바르샤는 또다시 대형 헐리웃 액션으로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고, 심판은 자신의 경력에 최대 오점을 남겨버린 것이다.

 

 

(이거 다~~ 연기인 거 아시죠?? 힝, 속았지? 알베스의 남우주연상급 초절정 헐리웃 액션)

 

<언론사 반응>

Pete Jenson, The Independent (UK)

"페페는 다니 알베스의 영화같은 리액션 후에 레드 카드를 받았고, 이는 원래 받아야 할 옐로가 아닌 레드였다."

Daily Mirror (UK)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페페는 다니 알베스에게 태클을 시도했다. 최악의 경우 옐로였을 것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행동을 요구하기 위해 한 무리의 늑대 떼처럼 슈타크를 둘러쌌다. 심판은 패닉했고 레드카드를 생산했다."

Jacopo Gerna, Gazzeta dello Sport (Italy)
"거친 퇴장. 페페의 의문 투성이인 레드 카드가 아니라면, 경기는 그렇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L'Equipe (France)
"에러와 대치가 떼거지로 나타난 경기에서, 가장 최악은 페페의 퇴장이었다."

Marca (Spain)
"페페에게 부당했던 레드 카드는 4번째로 레알이 바르샤를 상대로 10명으로 싸우게 만들었다."

AS (Spain)
"슈타크의 실수는 옐로여야 될 카드를 레드로 해버렸다는 것이고, 그의 가장 큰 죄는 우리에게서 축구를 앗아갔다는 것이다."

El Mundo (Spain)
"또 다시,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샤를 상대로 10명으로 경기를 마쳤다. 페페가 알베스에게 한 행동을 심판은 폭력으로 간주했고, 옐로가 적합했을 것이다."

ABC (Spain)
"슈타크는 기껏해야 옐로였을 카드를 페페에게 레드 카드로 주면서 망쳐버렸다. 그는 경기를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를 파괴했고 바르셀로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고,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La Gaceta (Spain)
"독일의 최악의 심판이 부당하게 페페를 퇴장시켰고 4강을 죽여버렸다."

El Pais (Spain)
"페페는 알베스를 오른발로 태클했다. 레드카드는 옐로가 되어야했지만 심판 볼프강 스타크는 마드리디스타를 퇴장시켰다."

  결국 슈타크 심판의 오심판정 덕분에 항의하던 무리뉴마저 관중석으로 쫓겨나게 되었고, 레알의 경기 템포도 죄다 망쳐놓았다. 그리고 페페에 의해 온종일 클로킹 모드였던 메시에게 숨통을 트게 해, 결국 메시의 막판 미친 활약에 레알 마드리드는 홈에서 2대0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 게다가 2차전에서 라모스와 페페를 잃게 되어 누캄프 원정에서 역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이번 얼룩진 경기로 인해 소송도 불사할 두 팀, 이것이야말로 "안티 풋볼"

 

  경기가 끝나자마자, 무리뉴는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가 왜 매번 심판들의 도움을 받는지 모르겠다. 바르셀로나와 붙는 팀은 항상 퇴장을 당하는 선수가 나오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UEFA에 인맥이 있어서인지 유니세프를 후원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권력은 정말 손에 넣기 힘든 것이다"라고 격노했다(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음모론 드립이 아니지..).

 

  이러한 무리뉴의 극단적인 반응에 바르샤도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면서 "무리뉴 감독의 발언은 선을 넘어섰고, UEFA에 조사와 징계를 요청할 것이다. 특히 유니세프와 관련된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 감독은 축구만을 논해야지 선동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며 무리뉴 발언에 대해서 제소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바르샤가 적극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오자, 레알도 맞대응하겠다고 맞고소를 준비중이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구단은 전적으로 그를 지지한다. 과장된 리액션으로 페페의 부당한 퇴장을 유도하는 등 정정당당하지 못한 행동을 한 바르셀로나에 대해 UEFA의 징계를 요청하겠다. 페페의 퇴장 장면에서 알베스의 액션은 명백한 다이빙이다." 며, 이번 기회에 스포츠맨쉽 결여된 바르샤의 태도를 단단히 고쳐버리겠다고 펄쩍 뛰고 있다.

  이러한 두 팀의 소송에 대하여 UEFA는 내달 6일 열리는 징계 위원회에서 무리뉴 감독이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1차전 직후 내놓은 부적절한 발언을 조사할 계획이며, 레알의 경우 경기장 안으로 날아든 물체,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 페페와 무리뉴 감독의 퇴장,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의 적절하지 못 한 발언 등이 조사 대상이고, 바르샤의 경우 퇴장을 당한 핀투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기를 통하여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의 명성에 엄청난 먹칠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루한 경기력은 둘째치고, 90분 내내 이뤄졌던 미식축구를 방불케 하는 레알의 도를 넘어선 차징 어택과 바람만 스쳐도 날아가듯이 경미한 충돌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헐리웃 액션으로 쓰려지면서 눈살 찌푸리게 했던 바르샤. 경기 결과를 떠나서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이미지만 안겨주며, "안티풋볼"의 향연을 펼쳤다. 서로 이런식의 경기매너를 보여준다면, 결국에는 서로에게 득될 것은 없다. 경기 후엔 상처만 남을 뿐이고, 이러한 행동은 결국 반대편 토너먼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맨유에게만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깐 말이다. 누캄프에서 열리는 챔스 4강 2차전에서 양 팀 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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